김해창 교수의 슈마허 톺아보기 <28>이론과 실천의 합일을 지향한 삶

김해창 교수의 슈마허 톺아보기 <28>이론과 실천의 합일을 지향한 삶

김 해창 승인 2018.05.08 00:00 의견 0

평화생명운동가이자 슈마허칼리지 학장인 사티쉬 쿠마르가 캠퍼스를 거닐고 있다. 출처 : 유튜브(슈마허칼리지)

E.F.슈마허는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소박한 삶의 이론을 제시했을 뿐만 아니라 이를 생활에서 실천했다. 그는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사람이었다. 그가 이론을 실천에 옮긴 사례를 보면 우선 자신의 집 지붕에 태양열 집광판을 설치한 최초의 영국인 중에 한명이라고 할 정도로 대안에너지를 생활에서 실천했다. 지속가능한 농업에 깊이 관여했고 자신의 유기농원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영국토양협회의 주요 회원이었으며 ‘숲의 사람들’ 단체에도 후원을 하는 등 생태적인 삶을 살았다.

슈마허의 이러한 이론과 실천의 병행은 중국의 마오쩌뚱에서 많은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론과 실천의 필연적인 상호작용에 대해 최상의 정식화를 제공한 인물로 마오쩌뚱을 들었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에 마오쩌둥의 다음과 같은 말이 언급되고 있다.

“실제 민중에게 다가가서 그들로부터 배워라. 그리고 그들의 경험을 원칙과 이론으로 종합하라. 그 다음에 실제 민중에게로 돌아가서, 그들에게 자신들이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고 자유와 행복을 달성할 목적으로 이 원칙과 방법을 실천에 적용해보라고 요청하라.”

E.F.슈마허는 “사회주의를 이론과 실제 경험이라는 두 측면에서 검토해본 결과, 이것의 중요성은 오로지 그것이 비경제적 가치를 담고 있으며 경제학이라는 종교를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한다는 점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며 사회주의적 정신의 이론과 실천의 아프락사스를 추구했다.

슈마허가 소유권에 대해 언급하며 특히 국영기업의 공공성을 강조하고 대기업의 국유화 방법론을 제시한 것도 이론과 실천의 합일을 위한 것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는 “소유권이란 그것이 공적인 것이든 사적인 것이든 사회구조를 구성하는 하나의 요소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만으로는 이 구조에서 어떤 목표를 추구할 것인지가 결정되지 않는다”며 소유권을 국민의 보편적 복지를 위해 공적으로 관리할 것을 강조했다.

또한 슈마허는 기업경영에도 적극 참여했는데 특히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강조했다. 그가 경영에 참여한 중소기업인 스코트바더사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며 지금도 지속가능한 발전을 하고 있다.

경제학자인 필립 브루스(Philip Bruce)는 『책임있는 경제학(Responsible Economics)』(2013)에서 ‘오늘날 스코트바더사에서의 슈마허의 유산’에 대해 이렇게 적었다.

스코트바더사의 창업자 에른스트 바더의 아들인 고드릭 바더(Godric Bader) 라이프 회장이 말하길 슈마허가 있었기에 스코트바더사가 있을 수 있었으며, 60여년간 슈마허에 의해 제안된 핵심주제인 굿워크와 굿이노베이션이 있었기에 스코트바더사의 명성을 지킬 수 있었고 특히 전 세계 대규모 화학기업과 경쟁을 하면서도 늘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었다고 할 정도로 스코트바더사의 발전과 슈마허의 조언을 분리할 수 없는 것이었다고 한다.

스코트바더사는 오늘날 글로벌화 가운데서도 프랑스, 남아프리카, 스웨덴, 두바이, 크로아티아 등 전 세계에 제조공장이 흩어져 있고 600명 정도가 일하는 화학기업으로 지속하고 있으며 창업자의 철학과 이상이 살아있고, 자선활동을 아끼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슈마허가 이론과 실천을 함께 한 증거로서 바로 생전에 슈마허가 설립을 주도한 중간기술개발집단(ITDG)과 사후에 생긴 슈마허서클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중간기술개발집단은 오늘날 20개가 넘는 유사한 연구팀이 세계 여러 지역에서 운영되고 있고 유엔을 비롯한 전 세계 여러 정부와 시민단체들까지도 슈마허의 중간기술을 채택해 지속가능한 삶으로 이끄는 길을 정밀하게 탐색했다. 여기서 이론과 실천의 부단한 일치를 지향해온 슈마허의 치밀함이 돋보인다.

평화생명운동가인 사티쉬 쿠마르(Satish Kumar, 1936~)는 슈마허의 글을 『러서전스(Resurgence)』라는 잡지에 실었고, 이 잡지에 실은 슈마허의 글을 모아 사후에 『내가 믿는 세상』이란 글을 펴냈으며, 슈마허대학을 세워 학장을 맡아 일하고 있다.

사티쉬 쿠마르는 『내가 믿는 세상』 서문에 슈마허의 글에 대해 이렇게 썼다. ‘이 주제는 영적인 것과 물질적인 것, 내적인 것과 외적인 것, 이상과 현실, 상상과 실재의 전체적인 통합을 보여준다. 슈마허의 사상에는 이분법이 없다’는 것이다. 실로 슈마허는 통합적인 전인(全人)의 삶을 살았던 것이다.

환경 저술가인 다이아나 슈마허도 “슈마허의 지론은 한 온스의 실천이 한 톤의 이론만큼 값어치가 있다는 것이었고, 그리고 고귀한 것에서 얻어지는 보잘 것 없는 지식이 저급한 것에서 얻어지는 가장 확실한 지식보다 더 바람직하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슈마허는 말과 행동의 일치, 이론과 실천의 합일, 즉 아프락사스를 지향한 시대의 ‘거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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