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의 '두 손가락 검사'
우리 사회의 '두 손가락 검사'
  • 조송원 조송원
  • 승인 2018.07.12 17:46
  • 업데이트 2018.07.12 17: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순결하지 않은 정조는 보호할 가치가 없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남아시아(인도·파키스탄·방글라데시·스리랑카 등)에서 행해지는 ‘처녀성 검사’라는 충격적인 기사를 실었다.

인도 라자스탄 주州 고등법원의 판사는 강간범을 무죄 석방하면서, 고소인에 대해 특별히 언급했다. “그녀의 처녀막은 찢어져 있었고, 질膣은 손가락 두 개가 쉽게 들어갔다. 의학적 소견은 그녀는 아마 성행위에 익숙한 것 같다는 것이다.” 이 말의 함의는 오로지 순결한 처녀만이 강간을 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¹⁾

정신의 소프트웨어로서의 문화는 인간의 행동을 강력히 규정한다. 문화란 한 집단 또는 한 범주를 구성하는 사람들을 다른 집단 또는 범주의 성원들과 달라지게 만드는 집합적 정신 프로그램이다. 이 문화는 학습되는 것이지 유전되는 것은 아니다.²⁾

경기지역 모 부대 사단장(56·육군 준장)이 지난 9일 부하 여군 성추행 혐의로 보직 해임됐다. 이 얼마 전에는 해군 장성이 준강간 미수(성폭행 미수) 혐의로 보직 해임된 바 있다. 잇따른 군 고위 간부들의 성범죄는 군내 기강이 해이해진 탓일까? 성인지性認知 감수성 부족이 그 원인일 것이다. 더 적확히 말하면, 군 장성 성범죄자들은 문화 지체자들이다. 세상의 변화에 아직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인 것이다. 부하 장병들의 인격까지 소유한 것으로 착각한다. 하니, ‘몸’ 일시 소유쯤이야, 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을 것이다.

처녀성 검사 반대 시위. 출처 : Economist
처녀성 검사 반대 시위. 출처 : 이코노미스트

<이코노미스트>의 기사를 더 따라가 보자. 이른바 “두 손가락 검사”라는 게 있다. 의사가 두 손가락으로 질을 검사해 이 여성이 성적으로 활동적인지 여부를 결정한다. 이 검사는 인도에서 2014년이 되어서야 금지되었다. 대법원은 이 검사가 부적절할 뿐 아니라 사생활 침범이라고 판결했다. 2016년에 파키스탄은 강간 재판에서 이 검사를 이용하는 것을 금지했고, 올해에 방글라데시도 뒤따랐다. 그러나 이들 세 나라 모두에서 이 검사는 널리 행해지고 있다.

올해 인도의 한 인권단체가 200건의 집단 강간 사건을 조사해 보고, 80%의 사건에서 이 검사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결론 내렸다. 약간의 진전도 있다. 최근 뭄바이 시市 강간 사건에서 판사는 두 손가락 검사의 결과를 무시하고 대신에 바뀐 법률을 인용했다. “이 소녀는 선택의 권리가 있다. 그 권리는 자신이 동의하지 않은 성행위를 거부할 권리를 포함한다.”

그러나 인도의 대부분 지역에서는 거의 변한 게 없다. 29개 주州 중 9개 주만 대법원 판결을 지방 법률에 적용할 뿐이다.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의 슬럼가街에서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회자된다. “여자는 불꽃이고, 남자는 양초이다. 양초에 불꽃이 붙으면, 녹는다.” 이 이야기의 함의는 남자는 정욕을 억제할 수 없으므로, 정욕을 일으키지 않도록 하는 것은 여자의 몫이라는 것이다. 한 의사는 이러한 시각이 아직도 널리 퍼져 있다고 개탄했다.

전문가들은 남아시아에서 강간 사건의 10% 이하만 보고된다고 판단한다. 두 손가락 검사 때문에 피해자들이 앞으로 나서기를 꺼려하기 때문이다. 방글라데시에서 2012년부터 2017년까지 제소된 강간 사건 1만8668건 중 유죄 판결이 난 건수는 20건에 불과하다.

위 <이코노미스트> 기사에서 보듯, 남아시아와 중동 지역에서 여성의 성 억압은 유별나다. 사우디아라비아는 2018년 6월 20일에야 여성의 운전을 허용했다. 이 조처에 대한 사우디아라비아 사회의 반응이 흥미롭다.

한 성직자는 여성들에게 운전을 허용함으로써 음란한 행위가 늘어나서 여성들은 순결을 잃을 것이라고 부르댔다. 또 한 성직자는 여성들은 두뇌가 반쪽이라 운전할 능력이 없다고 단언했다. 또 다른 사람은 과학적 근거를 들이댄답시고, 운전은 난소를 손상시킨다고 말했다.³⁾

야만에서 문명으로 인류의 역사발전은 여성 해방 혹은 여권 신장과 그 궤를 같이한다. 역사에서 가부장적이고 여성 억압적인 사회가 아닌 지역이 없었지만, 남아시아나 중동의 성 억압은 다른 문화권에서는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가혹하다. 특정 문화의 형성에는 독특한 지역적·사회적 요인이 있다. 그리고 그 환경적 요인을 이해하는 데에는 역사책보다는 오히려 문학작품이 더 유용할 때가 많다. 그래서 다음 편에서는 중동의 성 억압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 『아라비안나이트·천일야화』에 대한 이야기를 할까 한다.

※1)「Virginity tests in South Asia : Two fingers」, 『The Economist』, 2018년 6월 30일. 2)길트 홉스테데/차재호·나은영 역, 『세계의 문화와 조직』(학지사, 1995), 26쪽. 3)「The Saudi revolution begans」, 『The Economist』, 2018년 6월 23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