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포비아
AI 포비아
  • 조송현 조송현
  • 승인 2018.07.17 10:56
  • 업데이트 2018.07.17 10: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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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신문 과학에세이/조송현] 2018-01-08 19:28:24

 

'에이리언:커버넌트'의 한 장면. [햄릿 튜브]
'에이리언:커버넌트'의 한 장면. [햄릿 튜브]

지난해 개봉된 ‘에이리언 : 커버넌트’란 영화는 인공지능(AI) 공포증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AI가 피조물이기를 거부하고 창조주 야망을 드러낸다. 그 인공지능은 마침내 외계 식민지 개척에 나선 탐사대원들을 죽이고 우주선을 장악한다. 그 우주선에는 이주민 2000명이 동면상태로 타고 있었다. 인류의 미래가 창조주 야망에 불타는 인공지능의 손아귀에 들어간 것이다. 여주인공 탐사대장을 동면시킨 뒤 의기양양하게 웃는 인공지능의 모습에서 섬뜩한 공포감이 느껴졌다. AI 포비아라고 할까. 

AI가 글로벌 화두로 부상했다. AI 관련 연구가 하루가 멀다고 발표되는가 하면 이를 보도하는 언론 기사도 홍수를 이룬다. 관련 서적 출판도 붐이다. ‘로봇의 부상’(마틴 포드), ‘인간은 필요 없다’(제리 카플란) 등 인공지능 시대 인간 소외를 예견하면서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를 접하는 사람들은 왠지 AI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갖는다. 심지어 AI가 활개를 치는 세상이 금방 올 것 같은 착각에 빠져든다.

여기에는 2016년 알파고 영향이 크다. 입신(入神)이라는 바둑 9단을 가볍게 제압한 알파고에 찬탄보다는 두려움을 느낀 사람이 많았으리라. 게다가 뒤이어 나온 ‘알파고 제로’는 인간에게 배우지 않고 스스로 터득해 단 3일 만에 알파고 수준을 넘어섰다지 않는가. 모든 부분에서 인간을 능가하는 범용인공지능(AGI, 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의 등장도 시간문제라고 여겨지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하지만 그것은 기우라고 본다. 언젠가는 AGI가 등장할 가능성이 높지만, (현재 중년인) 우리 생에 등장할 가능성은 결코 없으리라 본다. 이렇게 믿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첫째, 발전이 매우 더딘 구글 번역 수준이다. 구글은 번역 AI 개발에 10년 이상 힘을 쏟았다. 그런데 그 수준은 정말 한심할 정도다. 예를 들어 ‘Albert Einstein took a break from his three-decade pursuit of a unified field theory’라는 문장을 구글 번역에 입력하면 ‘알버트 아인슈타인은 자신의 3년간의 통일장이론을 깨고’라고 토해낸다. ‘took a break’는 ‘휴식했다’는 뜻인데 통일장이론을 ‘깼다’고 한다. ‘three-decade’는 30년인데 3년이라고 한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는 데 애를 먹는다는 생생한 증거다. 바둑이나 체스처럼 특화된 지능이 아니라 모든 영역의 목표를 인간 능력 이상으로 구현하는 범용인공지능 개발은 결코 호락호락한 일이 아님을 알게 해준다.

둘째, 모라벡 역설(Moravec’s paradox)이다. 미국 카네기멜론대학 로봇공학자 한스 모라벡 교수가 경험적으로 발견한 것으로, ‘인간에게 어려운 일은 인공지능로봇에게 쉬운 반면, 인간에게 쉬운 일은 AI로봇에게 어렵다’는 내용이다. 예를 들어 백과사전을 외우는 일은 인간에게는 불가능에 가깝지만 AI에게는 쉽다. 반면 빵조각을 집는 일은 어떨까. 사람은 두 살쯤이면 다 집을 수 있으나 AI로봇에게는 여간 힘든 게 아니다. 현재 AI로봇의 빵조각 집는 수준은 세 살짜리 아이 능력을 넘지 못한다고 한다. 이 역설 역시 AI를 지닌 인조인간의 등장이 결코 쉽지 않을 것임을 알려준다.셋째, 대다수의 전문가도 범용인공지능 시대가 금방 오지 않을 것으로 본다. ‘특이점이 온다’의 저자 레이 커즈와일은 2045년을 그 시점으로 예언했는데, 구글 엔지니어링 이사인 그는 디지털이상주의자로 매우 급진적인 편에 속한다.

맥스 테그마크의 ‘라이프 3.0’에 따르면 기술회의론자들은 특이점 예언을 ‘무지한 몽상’ ‘괴짜의 황홀경’이라고 조롱하면서 짧게는 50년에서 100년, 길게는 300년쯤 돼야 가능하다고 본다. AGI가 아예 탄생하지 못할 것이라고 예언하는 전문가도 적지 않다. ‘이것이 인류에게 좋은 일인가, 나쁜 일인가’의 의견 스펙트럼도 넓게 나타났다. 사정이 이런데 지레 AI 공포증을 가질 이유가 뭐 있겠는가. 

2년 전 세계적인 혼외 데이트 사이트인 ‘애슐리 매디슨’이 해킹되면서 흥미로운 사실이 폭로됐다. 남자 회원 중에는 정관계 거물이 많았다는 점, 그리고 이들이 밀회를 즐긴 ‘여성 회원’ 상당수가 컴퓨터 프로그램이었다는 사실이다. 먼 미래의 AI 시대를 두려워할 게 아니라 바로 지금 허접한 컴퓨터 프로그램에 농락당하고 있지 않나 살펴볼 일이다.

웹진 인저리타임 대표·동아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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