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고 회전속도 '나노 덤벨' 개발 ... 진공·양자 신비 규명 기대
사상 최고 회전속도 '나노 덤벨' 개발 ... 진공·양자 신비 규명 기대
  • 조송현 조송현
  • 승인 2018.07.28 18:59
  • 업데이트 2018.07.28 22: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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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ngcang Li and Jonghoon Ahn have levitated a nanoparticle in vacuum and driven it to rotate at high speed, which they hope will help them study the properties of vacuum and quantum mechanics. (Purdue University photo/Vincent Walter)
퍼듀대학 통캉 리(왼쪽)와 안종훈이 '실리카 나노 덤벨' 초고속 회전 실험을 하고 있다. [출처 : 퍼듀대학/Vincent Walter]

세상에서 이보다 더 빨리 회전하는 것은 없다 ... 초당 10억회 ‘실리카 나노 덤벨’

인간이 만들어낼 수 있는 회전속도의 한계는 어느 정도일까? 자동차의 경우 RPM(분당 회전속도) 6000, 초당 100회전을 넘으면 경고(빨간색) 영역에 들어간다. 제트 전투기의 공기압축 팬의 회전속도는 초당 1000, 우리가 맞닥뜨리는 것 중에서 가장 빠른 치과용 드릴은 초당 1만 정도이다.

최근 미국 퍼듀대학 연구팀이 초당 10억번 회전하는 나노 회전자(rotor)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 속도는 역사상 인간이 만든 것 중 최고이다. 치과용 드릴 회전속도보다 10만배 빠른 속도이다.

퍼듀대학 연구팀의 논문은 물리학 저널인 ‘피지컬 리뷰 레터스(Physical Review Letters)' 최근호에 게재됐다.

논문에 의하면, 극도로 빨리 회전하는 ‘나노 로터’ 혹은 ‘슈퍼-스피너’는 실리카(이산화규소) 나노입자로 구성되는데, 마치 덤벨 모양이다. 그래서 연구팀은 이를 간단히 ‘실리카 나노 덤벨’이라고 이름 붙였다.

‘실리카 나노 덤벨’ 크기는 길이 320나노미터, 너비 170나노미터(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미터, 자외선의 파장 10~400나노미터) 정도이다. 그런데 ‘실리카 나노 덤벨’을 어떻게 초고속으로 회전시킬 수 있을까? 통캉 리(Tongcang Li)가 이끄는 연구팀은 레이저 핀셋과 레이저의 원형 편광을 이용해 덤벨을 초고속으로 회전시키는 데 성공했다.

우선 레이저 핀센을 이용해 덤벨을 진공튜브 안에 부양한다(뛰운다). 레이저는 직선 혹은 원으로 편광된다. 그런데 레이저 편광이 직선(전기장이 직선으로 작용)일 경우 덤벨은 진동하고 레이저 평관이 원(전기장이 원형으로 작용)일 경우 덤벨이 회전한다. 연구팀은 진공 안에 부양된 나노 덤벨에 원형 편광 레이저를 쬠으로써 초당 10억회라는 초고속 회전을 달성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간단히 레이저의 ‘원형 전기장’으로 회전을 가속시킨 것이다.

진공 상태에서 나노 입자를 부양시켜 회전시키는 장점 중 하나는 공기 흐름과 온도 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고 매우 정밀한 측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최근 스위스공과대(ETH) 연구팀이 100나노미터 크기의 실리카 나노입자를 초고속 회전하는 실험에 성공한 적이 있으나 나노입자 두 개가 결합된 ‘나노 덤벨’을 초고속 회전시킨 실험은 퍼듀대학 통캉 리 연구팀이 처음이다.

A nanodumbbell levitated by an optical tweezer in vacuum can vibrate or spin, depending on the polarization of the incoming laser. (Purdue University photo/Tongcang Li)
진공 튜브 안에 부양된 실리카 나노 덤벨 개념도. 레이저가 직선으로 편광되면 덤벨은 진동하고, 원형으로 편광되면 덤벨은 회전한다. [출처 : 퍼듀대학/Tongcang Li]

그렇다면 초고속 ‘실리카 나노 덤벨’의 물리적 의미는 무엇일까? 초당 10억회 회전하는 나노 덤벨을 만들었다는 게 무슨 소용(응용적 가치)이 있는가 말이다. 바로 이런 점에서 퍼듀대학 연구팀의 성과가 스위스공과대학의 연구보다 더 큰 의미를 갖는다. 나노입자 하나의 초고속 회전보다 나노 덤벨의 초고속 회전이 물리적인 의미와 응용성이 더 크기 때문이다.

퍼듀대학팀의 이번 연구는 사상 최고의 회전속도를 만들어냈다는 성과 외에 신비한 양자역학적 현상과 재료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될 수 있다고 통캉 리는 말했다.

첫째, 레이저가 직선 편광(직선 방향 전기장)일 때 진동하는 나노 덤벨을 통해 진공 속의 극히 미약한 힘을 측정할 수 있다. 양자역학에 따르면 진공은 아무것도 없는 빈 공간이 아니라 가상입자들이 끊임없이 생성·소멸하는 곳이다. 그곳에서 실제로 무엇이 진행되는지 알려면 극히 민감한 비틀림 균형을 만들어야 하는데, 진동하는 나노 덤벨이 그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둘째, 진공 속 물체 사이에 작용하는 유령같은 힘인 카시미르 효과(Casimir Effect)를 연구하는 데 이용될 수 있다. 가상입자가 회전하는 물체에의 마찰 효과인 이른바 카시미르 토크(Casimir 토크)를 관찰하는 데 회전 나노 덤벨을 이용할 수 있다.

비엔나대학의 양자물리학자 마르쿠스 아른트(Markus Arndt)는 “카시미르 효과를 오차 10% 이내의 정확도로 측정하는 것은 물리학계의 도전”이라면서 “빠른 속도로 회전하는 나노 덤벨은 이를 가능하게 해줄지 모른다”고 말했다.

#기사 출처 : Physical Review Letters, Optically Levitated Nanodumbbell Torsion Balance and GHz Nanomechanical Rotor/

                 Purdue University News, World’s fastest man-made spinning object could help study quantum mechanics

<'우주관 오디세이' 저자·인저리타임 편집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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