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훈 시인의 지리산 산책 (7)멀리서 찾아오는 반가운 손님들
조해훈 시인의 지리산 산책 (7)멀리서 찾아오는 반가운 손님들
  • 조해훈 조해훈
  • 승인 2018.07.30 23:05
  • 업데이트 2018.07.30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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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아침 일찍부터 집 앞 전깃줄에 앉은 까치들이 유난히 “깍 까악~” 울어댔다. ‘반가운 손님이 오시려나’ 생각하며 잠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순간 거짓말처럼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다. 국제신문사에서 함께 기자생활을 하다 퇴직한 후 부산항만공사에서 일을 하는 김재일 씨였다.

“집사람과 서울 및 강원도 원주에서 각각 직장 생활하는 딸 둘과 반려견 푸들 한 마리를 데리고 화개골로 갈 테니 펜션 소개를 좀 해달라”는 것이었다. 지난 해 여름에 혼자 놀러왔다 간 친구였다. 반가운 마음이 앞섰다. ‘딸들이 있으니 깨끗한 펜션을 잡아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길가에 주차장도 넓고, 1층에 예쁜 카페도 있는 ‘흔적문화갤러리’가 먼저 떠올랐다. 그 집에 황토방 및 갤러리 2층 등에 깨끗한 방이 9개나 있었다.

②화개골 단천마을 입구에 있는 ‘바위문자’를 둘러본 후 마을 들어가는 입구에서 조용헌(가운데) 건국대 석좌교수와 최원준(오른쪽) 시인. 사진제공=조해훈
화개골 단천마을 입구에 있는 ‘바위문자’를 둘러본 후 마을 들어가는 입구에서 필자와 조용헌 건국대 석좌교수, 최원준 시인(왼쪽부터). 사진공=조해훈

갤러리에 가 사장님께 여쭤보니 마침 그날 방이 하나 있다고 하셨다. 방값을 평상시 가격으로 싸게 해주신다고 했다.

『논어』의 ‘벗이 있어 멀리서 찾아주니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有朋自遠方來不亦樂乎‧유붕자원방래 불역락호)‘라는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친구들이 찾아오면 반갑다. 논어에서 말하는 벗은 같은 스승 밑에서 동문수학한 친구를 말하지만 그건 중요한 게 아니다.

며칠 전에는 부산일보 논설실장을 역임한 후 문화부 선임기자로 일하고 있는 친구인 송담(松潭) 백태현 부부가 놀러 와 2박3일간 함께 불일폭포에 올라가고, 구례장에도 가는 등 재미있게 지냈다. 그 친구는 대학은 다르지만 나와 같은 사학과 출신이어서 이전에 여러 곳에 답사를 같이 다녔다. 단천마을 계곡의 ‘바위문자’ 이야기를 했더니, “가보자”고 해 계곡에 내려가 어떤 비밀스런 내용이 담긴 듯 한 바위의 문자를 둘러보았다.

①하동 8경의 하나인 불일폭포로 올라가는 도중에 계곡에서 ‘탁족’(濯足)을 하는 백태현(오른쪽) 부산일보 문화부 선임기자와 필자. 사진제공=조해훈
하동 8경의 하나인 불일폭포로 올라가는 도중에 계곡에서 ‘탁족’(濯足)을 하는 백태현(오른쪽) 부산일보 문화부 선임기자와 필자. 사진=조해훈

그 며칠 전에는 부산에서 시를 쓰며, 십여 년 전부터 부산일보와 국제신문에 번갈아가며 글을 연재하고 있는 하당(何堂) 최원준 시인 부부가 취재 차 왔다가 2박3일간 구례와 순천 등으로 동행하여 놀다가 갔다. 조선일보에 15년가량 고정칼럼을 연재하고 있는 조용헌 건국대 석좌교수께서 동부인하여 마침 내 집에 와 있을 때였다. 최 시인과 조 교수롸 함께 바위문자를 본 후 단천마을도 둘러보았다.

신라대 국어교육학과 답사동아리 학생 10여 명도 방문했다. 엄경흠 교수께서 지도교수로 이끌고 있는 동아리이다. 학생들은 내 집의 초라한 녹차작업장을 둘러보고 국사암에 갔다가 쌍계사에 가 진감국사대공탑비를 확인하였다. 그런 후 내가 사는 마을에 다시 와 계곡에서 물놀이를 하였다. 이어 화개장터와 조영남갤러리를 둘러본 후 엄 교수님과 학생들은 하동군 옥종면에 있는 진창영 위덕대 교수님의 별장으로 떠났다.

또 인천에서 입시학원을 운영 중인 우담(愚潭) 박병철 원장님도 내 집에 놀러와 녹차를 한 잔 마셨다. 박 원장님은 20년가량 여름과 겨울에 이곳 화개골에 내려와 쉬기도 하면서 단식을 하여 몸과 마음의 피로감을 없애고 돌아가는 분이었다. 그런 박 원장님을 뵈러 제자 네 명이 이 골짜기까지 밤차를 타고 내려왔다. 나는 객(客)으로 그 학생들과 어울리는 행운을 누렸다.

③화개골에 온 신라대 국어교육과 엄경흠(오른쪽에서 세 번째) 교수와 답사동아리 학생들이 화개장터를 둘러본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조해훈
화개골에 온 신라대 국어교육과 엄경흠(오른쪽에서 세 번째) 교수와 답사동아리 학생들이 화개장터를 둘러본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조해훈

흔적문화갤러리에서 8월 15일까지 초대전을 갖고 있는 정국영 작가도 집에 와 녹차를 한 잔 마시고 갔다. 정 작가는 고려청자와 조선백자 등 국보와 보물로 지정된 연적과 물상들을 소재로 그린 독특한 작품 20여 점을 선보이고 있다. 경남 합천 해인사 아랫동네가 고향이라는 정 작가는 현재 광양에서 작업을 하며 생활하고 있다고 했다. 화면에 강조된 물상들의 입체감이 두드러져 갤러리를 찾는 관람객들로부터 작품이 아름다우며 편안한 느낌을 받는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고 하였다.

며칠 뒤에는 국제신문사 동료 기자였던 조송현 동아대 교수, 큰딸로 삼고 있는 이유정, 부산 강서구 대저에서 어린 시절을 보낼 적 친구인 하경희, 대학 때 문학회 친구인 옥수찬‧정성기 등이 나를 보러 온다는 연락이 왔다. 그러고 보니 나는 친구 복이 아주 많은 편이다. 지리산에서도 가장 깊은 골에 해당한다는 화개골까지 멀리서 벗들이 찾아오니 말이다.

이곳까지 찾아오는 친구들을 나는 ‘단금(斷金)의 벗’이라 생각한다. 단금이란 ‘두 사람이 마음을 같이 하면 그 날카로움이 쇠를 끊는다’는 뜻으로, 『주역』의 계사(繫辭) 상에서 유래한 말이다. 그건 바로 ‘마음을 같이 하는 우정’을 일컫는 말이 아닐까.

<시인·한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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