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떨어짐은 열매를 맺기 위함이다
꽃이 떨어짐은 열매를 맺기 위함이다
  • 조송원 조송원
  • 승인 2018.07.31 20:51
  • 업데이트 2018.07.31 20: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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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의 꽃’이 떨어졌다. 내 마음도 무너졌다. 세상이 캄캄해졌다. 지구가 멈추겠지. 그러나 아침에 해가 뜨고, 석양의 노을도 아름답다. 내일도 해가 뜨고 지고, 다음날도 또 해가 뜨리라. 다시 한 번 더 생각해본다. 그렇다! 꽃이 떨어짐은 열매를 맺기 위함이다.

‘노회찬표 정치개혁’의 고갱이는 정치자금법 개정과 선거구제 개편이다.

한국에서의 정치활동은 기본적으로 고비용 구조이다. 지역구 사무실과 그 관리비용, 인건비에 월 1000만~1500만 원이 든다. 가난한 정치인이 지역구 사무실을 생략하더라도, 최소한 사람은 만나야 한다. 밥값·차값·생활비는 든다. 노회찬 의원도 “한 달 톨게이트비로만 수십만 원이 나간다.”고 했다.

노회찬은 2013년 ‘삼성 엑스(X) 파일’을 폭로했다. 삼성에서 ‘떡값’을 받은 검사 7명의 명단을 공개한 것이다. 이로 인해 의원직을 상실했다. 도둑을 신고했는데, 도둑놈은 무사하고 신고한 사람만 벌을 받은 꼴이다. 원외 정치인으로서 20대 총선을 준비하던 중 2016년 김동원(필명 ‘드루킹’) 쪽 도아무개 변호사에게 4천만 원을 받았다.

반면 현역 의원들은 임기 내내 후원금을 모을 수 있다. 선거가 없는 해에 1억5000만 원까지, 선거가 있는 해에는 3억까지 모금할 수 있다. 원외 정치인은 총선 120일 전에야 국회의원 예비후보로 등록할 수 있다. 예비후보로 등록이 되어야 비로소 후원금을 모을 수 있다.

국회의원이든 원외 정치인이든 정치 지망생이든, 모두 정치활동을 한다. 왜 정치후원금 모금에 차별을 둬야 하는가. 정치자금 후원자와 유착관계가 아니라면, 정치자금 후원은 후원자의 선택이지 않은가. 차별은 하나의 목적에서일 뿐이다. 기득권자인 현역의원들이 끼리끼리 종신토록 국회의원을 독식하겠다는 심사의 노골적인 표현일 뿐이다. 참신한 정치신인과 원외 정치인들이 경쟁자가 될 수 없도록 싹을 아예 짓밟아버리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여·야 국회의원이 다르지 않다는 점에 유념하자.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 없다. 민주주의의 기본 중의 기본은 1인1표제이다. 한데, 현행 소선거구에서는 어떤 1표는 2사람 몫을 하고 어떤 1표는 반사람 몫도 못한다. 어떤 정치가가 부자를 대변하든 약자를 대변하든, 그건 개인의 자유이다. 다만 대의민주주의에서 국회나 지방의회의 의석점유율과 득표율은 일치해야 한다.

2016년 총선 결과 정의당 의석 점유율은 2.0%(6석)이었다. 그러나 실제 득표율은 7.23%이다. 추정 의석수는 21석이다. 이렇게 의석수와 민심이 어긋나는 결과는 만드는 현행 선거구제는 시급히 개편되어야 한다. 하여 선관위도 2015년 득표율로 의석수를 배정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권고했다.

현행 선거구제 덕을 톡톡히 보아오던 자유한국당도 선거구제 개편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현실적인 이유가 있다. 다음 총선에서 전멸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다. 소선거구제의 ‘승자독식’이 이제 부메랑이 되어 자유한국당의 발등을 찍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은 그동안 부산시의회에서 90% 이상의 의석을 독식해 왔다. 그러나 6·13 지방선거에서 36.73%의 정당득표율을 얻고도 47석 중 6석(12.7%)밖에 건지지 못했다. 이 결과를 그대로 차기 총선에 대입할 경우, 자유한국당은 대구·경북 지역을 제외하곤 사실상 전멸할 수 있다. 분명 허튼소리가 아니다. 캐나다에서는 1993년 선거에서 집권 보수당이 169석에서 2석으로 추락하는 사태가 있었다. 그 사례를 염두에 둔 것일까. 정두언 전 의원은 자유한국당이 2020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5석 정도밖에 못 얻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회찬 의원이 몸을 던짐으로써 부각시킨 정치자금법 개정이나 선거구제 개편은 열매를 맺을 수 있을까?

노회찬이 남긴 숙제를 생각한다

개혁은 제도의 뒷받침을 전제로 한다. 제도 곧 법의 개정·제정은 국회 몫이다. 국회가 개혁에 저항하면, 개혁적인 대통령도 종이호랑이에 불과할 뿐이다. 20대 국회 상황은 어떤가?

20대 국회 하반기 원구성 협상의 고빗사위는 법제사법위원장 자리였다. 국회의원이나 행정부가 법률안을 발의하면 관련 상임위에서 심사한다. 상임위에서 통과된 법률은 국회 본회의에 가기 전, 반드시 법사위를 거쳐야 한다. 법률안이 헌법에 위배되거나 다른 법률과 충돌하는 부분이 없는지 등을 살피는, 일명 ‘체계·자구 심사’를 한다. 한데 이 과정에서 법률안의 본질적인 내용을 문제 삼으며 제동을 거는 일이 많다. 소위 ‘법사위 갑질’이다. 개혁 법안이 법사위에서 묶일 수 있다. 이 자리를 자유한국당이 차지했다.

자유한국당의 상임위 배정을 보자. 위법행위 의혹으로 기소되거나 재판 중인 의원들을 정확히 해당 위원회에 배정됐다. 사학비리 혐의로 기소된 홍문종 의원은 교육위원회에, 강원랜드 채용 비리로 기소된 염동열 의원은 강원랜드를 관리하는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재판 중인 이완영 의원은 법원과 검찰을 관리하는 법제사법위원회에 배정되었다. 국회법은 비리혐의 의원을 연관 상임위에 배정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는 국회법을 위반한 처사이며, 국민을 아랑곳하지 않은 자유한국당의 작태이다. 이들에게 개혁 입법을 기대할 수 있을까?

‘책임여당’을 말하는 더불어민주당도 마냥 미더운 것은 아니다. 상임위 구성 과정을 복기하면 씁쓸하다. 환경노동위원회는 향후 정권의 최대 격전지로 점쳐진다.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인상 등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노선에 따른 현안이 몰려있다. 자유한국당이 위원장을 차지했다. 전반기 국회에서 민주당 7명의 환노위원 중 4명은 전출 의사를 밝혔지만, 전입 희망 1순위로 환노위를 꼽는 의원은 없었다.

차기 총선이 2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표’가 되는 상임위에 몰리는 게 국회의원의 생리이다.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노동계와 재계의 비판만 받아야 할지 모르는 환노위를 기피하는 것은 어쩜 이해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여당 의원들도 국회의원의 ‘특권 향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들이 내 바람을 대신 성취해 줄 것이라는 환상을 갖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다.

대통령이 의지를 가지면, 정치자금법 개정과 선거구제 개편을 이룰 수 있을까? 절대 불가능하다. 보통 우리는 여·야 국회의원을 싸잡아 정치꾼으로 매도한다. 한참 잘못된 일이다. 누워서 침 뱉기이다. 누가 국회의원, 내 일꾼을 뽑았는가. 그들은 우리가 뽑은, 권리를 위임 받은 일꾼일 뿐이다. 국회의원의 잘못은 바로 나의 잘못인 것이다.

이명박과 박근혜를 감옥에 보낸 것이 국회의 의결이나 헌법재판소의 결정 덕이라고 생각하는가. 그건 절차의 문제일 뿐이었다. 그들이 그런 결정을 내리도록 강제한 것은 다름 아닌 우리의 촛불이었다. 마찬가지로 적폐청산과 개혁은 오로지 우리의 촛불로써만 완수할 수 있다.

추상적은 용은 누구나 그릴 수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뱀을 그리기는 어렵다. 정치인을 욕하기는 쉽다. 그러나 옳은 정치인을 뽑기는 쉽지가 않다. 거저 되는 것이 아니다. 내 두뇌의 품을 팔아야 한다. 지금부터 두 눈 부릅뜨고 국회의원들을 감시하고 평가하여, 다음 총선에서 심판을 할 일이다.

결국 노회찬이 남긴 숙제는 우리 자신의 몫이다.

<칼럼니스트·인저리타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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