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송현이 만난 건축가 (2)가가건축 안용대 대표 ... "건축은 땅에 대한 예의에서 출발하지요."
조송현이 만난 건축가 (2)가가건축 안용대 대표 ... "건축은 땅에 대한 예의에서 출발하지요."
  • 조송현 조송현
  • 승인 2018.10.19 21:10
  • 업데이트 2018.10.20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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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가건축 안용대 대표가 그림과 건축의 관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가가건축 안용대 대표가 그림과 건축의 관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부산 해운대 센텀시티 센텀그린타워 내 가가건축사무소의 안용대 대표 작업실에 들어서자 벽면에 걸린 그림이 눈에 확 들어왔다. 처음엔 바닷가 백사장을 형상화한 그림처럼 보였다. 좀 가까이 다가가 봤더니 호수의 다리를 표현한 설치미술이었다. 다리는 작은 나무판자를 겹쳐 쌓아 표현하고 있었다. 가을이 깊어진 18일 건축가 인터뷰는 그림으로 시작되었다.

-왠지 정서적으로 와 닿네요. 누구의 작품인가요?

“일본 작가 가와마타 타다시 작품입니다. 일본인이지만 작품은 한국적입니다. 제재로 주로 나무를 씁니다. 2002년 부산비엔날레에서 그의 작품을 처음 보았습니다. 그 뒤에도 부산에서 전시회를 했는데, 고기상자를 이용해 표현한 작품을 선보이기도 했고요. 지역적 특색을 흠씬 담아내는 게 이채롭더군요. 60세가 넘은 나이에 몸으로 작업하는 열정도 감동을 주었고요.”

-가와마타 작품 도록이 많네요. 특별한 이유라도?

“가와마타는 주로 현장에서 작업합니다. 특정 장소와의 만남을 통해 작품의 의미를 표현하는 거죠. 건축과 관계가 깊은 대목입니다. 건축이란 본질적으로 장소를 떠나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니까요. 그의 작품은 장소 접합형, 장소 지정형으로 건축의 속성과 매우 닮았습니다. 내가 그의 작품을 주목하는 이유입니다. 영감을 많이 받습니다.”

가가건축 사무소 작업실의 안용대 대표.
가가건축 사무소 작업실의 안용대 대표.

안 대표는 부산 태생으로 부산대 건축과를 나와 대학원에서 도시계획을 전공하고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김수근 선생의 공간건축과 승효상의 이로재 건축을 거쳐 1995년 가가건축을 개설했다. 부산다운건축상 금상(2018), 부산다운건축상 베스트상(2014), 전북 건축상 대상(2015), 청주시 아름다운 건축상 금상(2014) 등을 수상했고, 부산시립미술관 부설 이우환 공간, 요산문학관은 그의 대표작이다.

-건축가의 길을 선택한 것은 언제 어떤 계기인가요?

“아버지가 목수이셨어요. 옛날에는 목수가 설계하고 직접 지었죠. 요즘 같으면 건축가에 시공사까지 겸한 겁니다. 아버지가 집짓는 모습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건축가를 장래 직업으로 생각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문학가를 꿈꾼 적도 있긴 합니다. 도농 중간지대인 부산 노포동에서 태어나 자랐는데, 자연친화적인 정서는 어릴 때 함양된 게 아닌가 싶어요.”

-가가건축(街家建築)은 무슨 뜻이며, 정신은 무엇인가요?

“글자 그대로 도시와 건축이라는 뜻입니다. 가가는 영어로는 'Ka Ga'로 쓰는데, 한국적인 건축이 세계적인 건축이라는 뜻도 담았습니다. 가가의 정신은 ‘프로젝트마다 최선을 다한다’입니다. 꾸밈없이 우리는 이런 정신으로 일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만든 최고의 건축은 ‘넥스트 프로젝트’라고 말합니다.

가가건축 발코니에서 직접 설계한 인근 디오 설명하는 안용대 대표.
가가건축 발코니에서 직접 설계한 인근 디오사옥을 설명하는 안용대 대표.

-안용대 건축의 원천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대학을 졸업하고 김수근 선생이 설립한 공간에서 2년 정도 일했습니다. 그때는 노동조합 운동이 활발했어요. 노조위원장이 해고되는 바람에 신입사원으로 사무국장을 하던 내가 졸지에 노조위원장 대행을 하게 됐어요. 당시 대표이사가 승효상 선생이었습니다. 노조와 대표는 투쟁 관계일 수밖에 없는 분위기였죠. 양심을 지키면서 할 말은 했지요. 승효상 선생이 공간에서 독립해 이로재를 설립하곤 나를 부르더군요. 그래서 유홍준 교수의 수졸당 설계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조형과 내부 관계에 주안점을 두는 성향은 승효상 선생의 영향인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이로재의 승효상 선생이 제 건축의 원천이 아닌가 싶습니다. 얼마 전 아내가 ‘당신 승효상 선생 너무 닮아가는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웃음).”

-이로재를 나온 이유는? 나간다고 하자 승효상 선생이 뭐라고 안 하시던가요?

“3년 반쯤 일했는데, 솔직히 건축이 재미가 없더라고요. 개체성보다 사회성·공공성에 더 관심을 가졌던 때였어요. 건축도 사회성·공공성이 짙은 분야인데, 당시는 건축을 개체성으로 생각했어요. 대학원에 들어가 도시계획을 공부하려고 승효상 선생에게 ‘그만두겠습니다’고 했죠. 승효상 선생이 저의 얼굴을 빤히 보시면서 ‘왜, 내가 가능성이 없어 보이나?’ 하시더군요. 아직도 또렷이 기억나네요. 승효상 선생은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디자인하는 스타일입니다. ”

가가건축이 설계해 2018 부산다운 건축상 금상을 수상한 민락동 '오후의 홍차' 앞에서 포즈를 취한 안용대 대표.
가가건축이 설계해 2018 부산다운 건축상 금상을 수상한 민락동 '오후의 홍차' 앞에서 포즈를 취한 안용대 대표.

-승효상 선생은 건축의 공적 기능을 매우 강조하시는 분으로 유명하지요. 초대 서울시 총괄건축가를 역임했고, 현재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지요. 승효상 위원장과는 여전히 교류하시는지?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뵙죠. 지난 9월 부산건축주간에 오셔서 강연도 하셨습니다. 승효상 선생은 메가시티가 아닌 성찰적인 메타시티를 강조하시고, 도시정책은 개발보다는 재생, 랜드마크보다는 네트워크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평소 강조하십니다.”

-지난 8월 승효상 선생이 오거돈 부산시장을 만나 총괄건축가 제도 도입을 위한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는 요지의 조언을 했고, 오 시장도 공공건축 현신 방안의 하나로 총괄건축가 제도 도입에 착수했다더군요.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총괄 건축가’는 도시건축과 관련된 모든 업무를 총괄, 교통정리하는 직책입니다. 시장은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추진하라고 하지만 금방 되기는 어려울 겁니다. 조직과 체계를 갖추는 데는 시간이 걸리겠지요.”

-총괄건축가는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까요?

“건축은 공공성이 강한 장르입니다. 총괄건축가의 조건은 우선 공적인 의식이 강한 사람이어야 합니다. 사적인 욕심이 강한 사람은 절대 안 됩니다. 디자인 능력과 함께 좋은 도시를 보는 안목이 있어야 겠죠. 그리고 여러 집단의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정치적 능력도 필요하고요.”

'오후의 홍차' 인기 포토존에서 포즈를 취한 안 대표.
'오후의 홍차' 인기 포토존에서 포즈를 취한 안 대표.

최근 부산 수영구 민락동 ‘오후의 홍차’라는 카페가 인기다. 특히 부산국제영화제 기간 KBS2 ‘해피투게더4’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인스타그램에 인기 포토존으로 소개될 정도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이 건물은 바로 ‘2018 부산다운 건축상 금상’ 수상작으로 ‘민락동 근린생활시설-더 프레임’이다. 수영강 건너 광안대교부터 해운대 마린시티와 센텀시티, 그리고 해운대 장산을 마주보는 경관이 일품이다.

-투명한 실내공간을 통해 주변 자연환경과의 조화를 멋지게 살렸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구상의 개념과 배경은 무엇인가요?

“건축은 장소(땅)가 바탕입니다. 마땅히 건축가는 땅과 주변환경을 해석해야 합니다. 이것이 땅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봅니다. 그 건물의 부지는 산과 수영강 사이에 있습니다. 산과 수영강은 그동안 서로 소통했을 것입니다. 건물을 지으면 그들의 소통은 차단될 게 뻔하죠. 어떻게 하면 ‘그 소통의 차단을 최소화할 것인가’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죠. 투명한 실내공간은 이런 고민에 대한 자연스런 귀결입니다.”

-올해 말고도 여러 차례 ‘부산다운 건축상’을 수상했는데, ‘부산다운 건축’, ‘건축에서 부산다움’이란 뭔가요?

“진부하지만 쉽게 답변하기 어려운 질문입니다. 두 가지 상반된 각도에서 답변할 수 있겠습니다. 그 하나는 건축에서는 ‘부산다운’이란 수식어가 불필요하다고 보는 입장입니다. 왜냐하면 앞에서도 말했듯이 건축은 땅(장소, 지역)을 전제로 합니다. 그러므로 부산에 세워지는 건축물은 다 부산답다고 할 수 있겠지요. 기본 상식을 갖춘 건축가라면 다 부산이라는 지역적 특성을 감안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굳이 ‘부산다운’이란 수식어를 사용하는 것은 우리가 국제화가 되지 않았음을 고백하는 것이나 다름없지요.”

-또다른 각도에서 답변이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계속 ‘부산다운’ 건축을 찾고 발전시키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의지로 읽을 수 있습니다. 건축에서 부산의 특색을 잡아내려 노력해야 한다는 뜻이죠. 부산의 바다와 항구도시라는 특색이 반영된 건축물은 흔합니다. 하지만 부산의 특색이 그뿐일까요? 부산은 햇빛이 강합니다. 그렇다면 강한 햇빛을 잘 살릴 수 있는 조형과 색깔의 건축물은 어떨까요. 부산과 비슷한 햇빛을 가진 그리스의 해변도시는 하얀색 집들이 많습니다. 하얀색은 강한 빛을 반사해 푸른 바다와 대비되어 더욱 선명하게 보입니다. 또 발코니를 이용해 건물에 깊이감을 강조할 수도 있습니다. 부산의 햇살을 살린 건축물은 아직 보기 힘듭니다. 최근 건축 분야의 노벨상이라고 할 수 있는 프리츠커 상은 지역특색을 잘 살린 건축가를 선정하는 추세라는 점도 참고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건물의 디자인을 설명하는 안 대표.
건물의 디자인을 설명하는 안 대표.

-‘부산다운 건축상’ 수상작과 울산시립미술관 건축 디자인으로 선정된 ‘레이어드 스케이프’ 등을 보면 안 대표의 건축 언어를 ‘관계와 소통’으로 해석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관계와 소통’은 나의 고유한 건축 언어라기보다 건축가들의 공통된 화두입니다. 다만 이를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구현하느냐가 관건인 것이죠. 굳이 저의 특징을 든다면 ‘관계와 소통’을 ‘저의 조형 언어로 표현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공공건축물은 더욱 ‘관계와 소통’이 강조될 터인데, 그렇지 못한 대표적인 사례를 꼽는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공공건축 건축물 자체는 물론 도시공간과 연계성을 가져야 하죠. 공공건축물은 도시의 공간계획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그러니까 도시계획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주변과의 연계성이 떨어지는 대표적인 건축물이 영화의 전당입니다. 도로로 인해 나루공원, 수영강과의 연계성이 떨어져 활용도가 낮죠. 산업과 문화의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훌륭한 인프라인 벡스코와 시립미술관도 소통이 잘 안 되는 구조입니다. 이런 사례는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많습니다.”

-부산 공공건축의 설계공모전도 문제투성이라는 지적이 많던데요?

“설계공모전은 가장 좋은 설계안을 뽑아내자는 취지인데, 그 취지대로 잘 운영되지 않고 있다고 봅니다. 가장 큰 문제는 진행 과정이 공정하지 않다는 겁니다. 부정이 많다는 얘기죠. 작품을 공모할 때 심사위원을 공개하는데, 출품자들이 사전에 로비를 한다는 게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심사위원의 양심에 맡기기에는 문제가 너무 심각합니다. 출품자와 심사위원이 사전에 접촉하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심사위원 구성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최근 공정한 공모전을 위한 ‘공정건축연대’가 구성되었습니다. 여기에는 퇴직공무원, 교수, 실무자들이 두루 참여하는데, 동명대 임성훈 교수가 총대를 멨습니다. 공모전의 부정을 시가 외면하니 의식 있는 시민과 전문가가 나서는 겁니다.”

'오후의 홍차' 루프에서 포즈를 취한 안 대표.
'오후의 홍차' 루프에서 포즈를 취한 안 대표.

-병원, 특히 여성병원 설계를 많이 하신 것으로 압니다. 설계(디자인)와 건축주의 경제성·기능성이 충돌할 때는 어떻게 합니까?

“건축가는 고객의 니즈를 외면할 수 없습니다. 나만의 디자인을 구현하기 위해 건축주의 프로그램을 재해석해 이성적으로 설득합니다. 2006년 부산 북구 덕천동 미래로 여성병원이 그 대표적인데, 산부인과 병원이라 장래 수익을 장담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1층은 수익성이 좋은 은행과 커피숍으로 만들고 병원은 2층 이상에 배치했습니다. 대신 병원은 환자들의 만족도가 높도록 정원을 넣고 환기가 잘 되도록 했지요. 병원의 질적 기능을 높이면서 동시에 건물 전체의 상업적 가치가 높게 디자인을 통해 실현하는 겁니다. 정해진 용적률로는 8층이 한계였어요. 그런데 중간에 넓은 정원을 넣고 10층으로 올렸습니다. 정원은 용적률에서 빠집니다. 시공비는 거의 같은데 환자의 신뢰는 더 높아지고 건물의 가치도 높아졌습니다. 그 이후 병원에 정원을 넣는 사례가 많아졌습니다. 지금도 보람을 느낍니다.”

-건축이란 무엇인가요?

“‘사람의 삶을 조직해주는 것’입니다.”

-그동안 지은 건축물 중 특히 애착이 가는 건물을 꼽는다면?

“민간건물로는 북구 덕천동의 미래로 여성병원을 제일 먼저 들고 싶습니다. 병원 설계를 계속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공적인 건축물로는 요산문학관입니다. 규모는 작지만 기장의 안평리 재속맨발가르멜회 회관은 좋은 평가를 받았고, 애착도 많이 가는 건물입니다. 해외건축사이트 아키데일리에도 소개되었죠.”

'오후의 홍차'에서 필자와 인터뷰하는 안 대표.
'오후의 홍차'에서 필자와 인터뷰하는 안 대표.

-최근 행복감을 경험한 적이 있습니까?

“요즘 행복합니다. 그동안 병원처럼 큰 건물만 주로 설계하다 최근 작은 주택 설계를 시작했는데, 재미있어요. 일이 재미있습니다.”

-최미 무엇인가요?

“일이 취미입니다. 그림 수집도 취미고요.”

-앞으로 계획은?

“우선 건축가로서 입지를 더욱 다지고 싶습니다. 부산이라는 지역에 바탕을 두고 작업하는 만큼 부산 건축계를 공정하고 정의롭게 만들고 싶고, 부산을 한층 더 살기 좋은 도시로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건축가 안용대는

▶1962년 부산생 ▶부산대 건축공학과 ▶부산대 도시공학과/도시계획 석사 ▶부산대 도시공학과/도시계획 박사과정 수료 ▶공간건축사무소 ▶승효상 건축사무소(이로재) ▶부산대 건축학부 겸임교수 ▶부산시립미술관 부설 이우환 공간 ▶요산문학관 ▶2006 부산다운 건축상 동상(덕천동 미래로여성병원)/ 2008 부산다운 건축상 금상(디오 센텀사옥)/ 2008 부산다운 건축상 동상(남산동 새우리신경외과병원)/ 2018 부산다운 건축상 금상(민락동 근린생활시설 ‘더 프레임’)/2014 부산다운 건축상 베스트상 ▶2014 청주시 아름다운 건축물 금상(청주 다나 여성병원) 

<인저리타임 편집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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