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성이론이 펼치는 우주론 (2)아인슈타인의 최대 실수
상대성이론이 펼치는 우주론 (2)아인슈타인의 최대 실수
  • 조송현 조송현
  • 승인 2018.11.04 16:06
  • 업데이트 2018.11.06 08: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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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1년 1월 미국 윌슨산 천문대에서 100인치 후커 망원경을 들여다보는 아인슈타인. 옆은 에드윈 허블(가운데)과 월터 아담스). 출처 : Caltech Archives 

우주관 오디세이 - 아인슈타인의 최대 실수

우주론은 우주의 탄생과 진화과정, 그 운명을 설명하는 학문입니다.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은 현대 우주론의 원천입니다. 우주가 한 점에서 폭발해 팽창한다는 생각은 일반상대성이론이 나오기 전에는 그야말로 상상에 그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일반상대성이론은 이 같은 생각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해줍니다.

이제 아인슈타인이 일반상대성이론을 완성한 뒤 자신이 그린 '아인슈타인 우주론'을 살펴보겠습니다. 실제 우주는 아인슈타인의 상상 이상이었음이 에드윈 허블에 의해 곧 드러나게 되고, 이는 곧 빅뱅이론의 발전으로 이어집니다. 

우선 ‘아인슈타인 이전의 우주론’을 간단히 알아보겠습니다. 우주를 향한 인간의 오랜 의문 중 하나는 ‘우주가 유한한가, 아니면 무한한가.’일 것입니다. 이 의문의 해답은 인류의 우주관을 함축하고 있습니다. 고대 그리스의 위대한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유한한 우주를 상정했습니다. 지구가 우주의 중심에 있다는 설정 자체가 유한한 우주를 전제로 한 것이니까요. 천계의 끝에 종천구가 있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가설은 유한한 우주로 귀결됩니다.

중세 스콜라 철학에서도 우주는 유한합니다. 스콜라 철학은 아리스토텔레스 철학과 신학을 통합해 강력한 신학적 우주관을 형성했습니다. 신학적 우주관에서 무한은 오직 신에게만 귀속되는 것입니다. 무한의 권능을 가진 신이 유한한 우주를 창조한 것입니다.

이처럼 ‘유한우주’는 아리스토텔레스 이래 2400여 년에 걸친 인류의 보편적인 우주관이었습니다. 코페르니쿠스의 태양 중심 우주 모형도 논리적으로 볼 때 유한우주를 상정합니다. 브루노처럼 무한우주 모형을 내놓은 사람이 있기 했지만, 스콜라 철학이 위세를 떨치고 있던 시대에는 그 자체로 신성모독이자 이단으로 치부되기에 충분했습니다.

데카르트는 ‘무한우주’ 개념을 논리적으로 이끌어냈습니다. 그에 따르면 우주는 균질한 물질로 이루어져 있으며 공간은 곧 연장(extention)으로서 무한히 펼쳐집니다. 따라서 중심을 따로 갖지 않는 무한한 우주가 필연적으로 도출됩니다. 하지만 데카르트는 당시 ‘갈릴레이의 종교재판’으로 상징되는 신학적 세계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인지 그는 무한한 존재는 신이며, 우주가 무한하다는 사실은 또 하나의 신의 존재증명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뉴턴은 ‘균질한 물질로 가득 찬 무한한 우주’라는 데카르트의 가설을 못마땅하게 생각한 사람입니다. 그는 당초 데카르트와는 달리 진공의 공간 속에 별들이 균일하게 박혀 있는 정적인 유한우주를 상정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뉴턴이 과학적으로 도출한 우주는 유한할 수 없었습니다. 만유인력의 법칙에서 드러난 중력은 끌어당기기만 하는 인력입니다. 그러므로 만유인력의 법칙에 의해 별들은 서로 끌어당겨 전체의 무게중심에 뭉쳐지게 됩니다. 우주가 모두 한 곳에 뭉친다면 인간의 상상을 초월한 우주적 사건이 일어날 것입니다. 결코 조용하지는 않겠지요. 정적이고 유한한 우주란 존재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뉴턴은 무한한 우주를 내세웠습니다. 모든 별들 간의 인력이 평형을 이루기 위해서는 우주가 무한해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주가 무한개의 별로 가득 차 있다면 밤하늘도 대낮처럼 밝아야 합니다(‘올베르스의 역설’, 물론 이 역설은 20세기 들어 우주가 팽창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해결되었습니다). 뉴턴은 당시 끝내 이 모순을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아인슈타인의 우주와 생애 최대 실수

아인슈타인은 뉴턴의 무한 우주가 갖는 모순점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는 우주는 안정되고 유한하다는 관념을 갖고 있었습니다. 일반상대성이론이 나온 1915년 당시 우주는 은하수(우리은하)가 우주의 전부라고 여겨졌습니다.

Albert Einstein (right) at the top of the 150-foot solar tower at the Mount Wilson Observatory, with solar physicist Charles St. John (middle) and mathematician Walther Mayer (left). Jan. 29, 1931. The Huntington Library, Art Collections, and Botanical Gardens.
1931년 1월 29일 미국 윌슨산 천문대에서 아인슈타인(오른쪽), 물리학자 찰스 성 존(가운데), 수학자 월터 메이어. 출처 : The Huntington Library

그러나 아인슈타인은 자신의 중력장 방정식을 직접 풀어본 뒤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유한한 우주는 팽창하거나 수축할 뿐 결코 안정된 상태로 유지될 수 없었던 것입니다. 아인슈타인은 뉴턴이 맞닥뜨린 혼란스러운 상황을 그대로 맞이했던 것입니다.

아인슈타인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완벽하고 우아한 자신의 중력장 방정식(Einstein's field equation)에 ‘우주상수(cosmological constant)’라는 군더더기를 추가했던 것입니다. 아인슈타인은 후에 이를 “내 생애 최대의 실수”라고 고백했습니다.

아이러니 하게도, 일반상대성이론이 탄생한 지 100년이 되어가는 오늘날 물리학계는 그 우주상수를 군더더기가 아니라 ‘암흑 에너지’(dark energy)라는 심오한 물리적 의미를 담은 필수 상수로 해석하기도 합니다.

정적이고 유한한, 그러나 경계가 없는 우주

아인슈타인은 일반상대성이론을 완성한 지 2년 후인 1917년 「일반상대성이론의 우주론적 고찰」을 통해 ‘아인슈타인의 우주모형’을 제창했습니다. 이 우주모형은 모든 공간에 물질이 골고루 퍼져 있으며 정적(靜的, static)이고, 경계가 없는, 유한한 우주입니다.

이제 이 우주모형을 향한 아인슈타인의 과학적 탐색 과정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아인슈타인은 기하학적인 상상을 통해 ‘유한하지만 경계가 없는’ 공간을 구상했습니다. 이러한 공간들 중에서, 표면의 모든 점들이 동등한 지위를 갖는 구형과 타원형 공간은 쉽게 상상할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축구공의 표면에 작은 2차원적인 생물이 산다면 그는 표면을 아무리 돌아다녀도 한계를 발견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 생물에게 있어 축구공 표면은 유한하면서도 한계가 없습니다. 아인슈타인의 이 같은 상상을 통해 천문학자와 물리학자들은 아주 재미있는 의문을 던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는 무한한가 아니면 구형 우주처럼 유한한가.’

아인슈타인은 일반상대성이론이 뉴턴 우주의 난점을 해결하면서 이에 대한 분명한 답을 제시해 준다고 확신했습니다. 일반상대성이론은 공간의 기하학 속성이 물질에 의해 결정된다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그 전에는 공간이란 물질을 담는 그릇처럼 물질과 관계없이 독립적으로 존재한다고 여겨졌습니다. 이제 우리는 우주의 물질적 상태를 알면 우주의 기하학적 구조를 파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우주 안에 있는 물질의 평균밀도는 실험적으로 0이 아님에 틀림없습니다. 물질이 균일하게 분포되어 있다면, 우주는 구형 또는 타원형이어야 한다고 중력장 방정식은 알려줍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물질의 세밀한 분포가 균일하지 않으므로, 우주는 개별적인 부분에서 구형을 벗어나게 됩니다. 즉 우주는 준구형(quasi-spherical)입니다. 또 우주는 유한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인슈타인은 우주에 대한 이 같은 사고를 거쳐 마침내 두 가지 가설을 제시하고 ‘아인슈타인의 우주모형’ 수립에 본격 착수했습니다. 두 가지 가설은 다음과 같습니다.

(1)모든 곳에서 동일하고 0이 아닌, 전체 우주공간에 걸친 물질의 평균밀도가 존재한다.
(2)우주공간의 크기(반지름)는 시간과는 무관하다.

결론부터 말하면 가설 (2)는 안정된 우주를 위해, 즉 팽창하거나 수축하지 않는 우주 모형을 위해 인위적으로 추가한 가설이다(후에 프리드만은 (2)를 버린다면 우주상수를 도입하지 않고도 (1)을 유지시킬 수 있음을 보였다).

아인슈타인은 일반상대성이론이 설명하듯 물질로 인한 휘어진 시공간을 전제했습니다. 그러면서도 그는 안정된 우주를 상상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자신의 중력장 방정식을 풀어보니 우주가 점점 수축되다 한 점에서 붕괴돼 버리는 것이 아닌가. 이는 바로 아인슈타인이 제시한 가설 (1)에서 비롯된 것으로, 우주의 모든 곳에서 동일한 평균밀도를 가진 물질의 중력 때문입니다.

물질이 우주 전체에 골고루 퍼져 있으면 그 질량의 총합이 우주 중심에 있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나타내게 됩니다. 따라서 우주 변두리에 있는 물질조차도 우주 중심에 있는 우주 전체의 질량에 끌리게 되는 것입니다. 우주의 모든 물질들이 중심을 향해 끌려들면 결국 모든 물질이 중심에 모이게 되고 한 곳에 모인 물질은 엄청난 중력을 이기지 못해 붕괴하게 되는 것입니다.

아인슈타인은 우주가 이 같은 비극적인 종말을 맞지 않도록 하기 위해 중력에 의한 우주의 수축을 정확히 상쇄하는 척력의 값(우주상수)을 택해 중력장 방정식에 추가했습니다. 이렇게 하여 ‘아인슈타인의 우주’는 유한하면서도 안정된 모습을 갖게 되었습니다.

아인슈타인은 후에 ‘내 생애 최대의 실수’라고 고백했듯이 우주상수에 대해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그토록 자부했던 ‘우아한 방정식’에 군더더기를 붙였기 때문이지요.

아인슈타인이 자신의 우주론을 세운 그해 네덜란드의 물리학자 빌렘 데 시테르(Willem de Sitter)는 아인슈타인 방정식으로부터 한 가지 기이한 해를 발견했습니다. 그것은 아무런 물질도 없는 텅 빈 우주가 팽창할 수 있다는 것었습니다. 이때 우주를 팽창시키는 에너지는 바로 우주상수입니다.

이를 본 아인슈타인은 당혹스러웠습니다. 이는 자신이 도입한 우주상수의 기능을 올바르게 반영한 것이지만, 마흐의 철학에 영향을 받은 아인슈타인은 우주의 시공간은 물질의 양에 따라 결정된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데 시테르의 ‘팽창하는 우주’는 에드윈 허블에게 영감을 주었습니다.

이로부터 12년 후인 1929년 미국의 천문학자 에드윈 허블이 천문학의 근본을 흔드는 두 가지 중요한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하나는 우리은하 밖에 다른 여러 은하들이 있다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아인슈타인 방정식(혹은 중력장 방정식). Tµν : 스트레스-에너지 텐서, Rµν : 리치곡률 텐서, R : 리치 곡률, gµν = 계량텐서)
우주상수가 포함된 아인슈타인 방정식(중력장 방정식). Λ(람다) : 우주상수, Tµν : 스트레스-에너지 텐서, Rµν : 리치곡률 텐서, R : 리치 곡률, gµν = 계량텐서, )

1930년 미국 윌슨천문대를 방문한 아인슈타인에게 허블은 은하들이 모두 후퇴하고 있다는 사실을 설명했습니다. 그러자 아인슈타인은 우주상수 도입이 자신의 일생에서 가장 큰 실수였다고 자인했습니다. 우주가 팽창하고 있음이 확인된 이상 정적인 우주를 보존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집어넣었던 우주상수가 불필요한 것임은 너무나 자명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관 속에 들어갔던 우주상수가 최근 ‘암흑에너지(dark energy)’ 존재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습니다.

다시 한 번 우주상수의 도입 과정을 알아보겠습니다. 결과론인 측면이 있지만, 아인슈타인이 무턱대고 우주상수를 추가한 것은 아닙니다. 앞에서 보았듯이, 일반상대성이론의 2대 원리 중 하나인 일반공변 원리에 의하면 두 가지 일반공변체가 유도되는데, 그것은 시공간의 부피와 리치곡률입니다.

따라서 중력장 방정식에는 우주의 부피에 비례하면서 일반공변 원리에 저촉되지 않는 항을 덧붙일 수 있습니다. 우주상수는 바로 이런 물리적 의미를 담보로 방정식에 추가된 것입니다.

이렇게 더해진 우주상수는 텅 빈 공간에 에너지를 부여합니다. 오늘날 암흑에너지라고 부르는 반중력 항은 순수한 진공의 에너지입니다. 오늘날 일부 천체물리학자들은 아인슈타인이 안정된 우주를 위해 도입한 우주상수가 바로 우주를 급격하게 팽창시키는 ‘우주의 에너지 원천’을 기술할지 모른다고 조심스럽게 믿고 있습니다.

<'우주관 오디세이' 저자·인저리타임 편집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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