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오의 '생활법률 산책' (2)고령화 시대의 정년
이상오의 '생활법률 산책' (2)고령화 시대의 정년
  • 이상오 이상오
  • 승인 2018.11.13 08:12
  • 업데이트 2018.12.08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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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자 안전운전 교육[마쓰사카(일본 미에현) 교도=연합뉴스 자료사진] 안전운전 강습을 받고 있는 일본 미에현 마쓰사카시 고령자들.
 안전운전 강습을 받고 있는 일본 미에현 마쓰사카시 고령자들[연합뉴스].

교통사고나 안전사고 등으로 사람이 다치면 피해자는 가해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경미한 부상을 입었을 경우에는 치료비와 소액의 위자료로 배상이 끝날 수 있지만, 중상을 입어 일을 하지 못했거나 후유장해가 생겼을 경우에는 일실수입 손해가 발생합니다. 사망하였을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일실수입 손해는 피해자가 사고 이전과 같이 정상적으로 직업에 종사했을 경우 평생 얻을 수 있는 수입에 대한 손해를 의미합니다. 당연히 정년에 관한 문제가 생깁니다. 법적으로는 ‘정년’ 대신에 ‘가동연한’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정년규정이 따로 없는 경우를 포괄하여 쓰는 용어이므로 여기서는 ‘가동연한’으로 쓰겠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약 1만2,000개의 직업이 있다고 합니다. 각 직업에 따라 육체적 정신적 한계가 있겠지만, 개인적인 차이가 크므로 일률적으로 가동연한을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법률, 취업규칙에 정년규정이 있는 공무원이나 회사원들의 가동연한은 규정대로 판단하면 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직업별로 다양하게 판단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특별히 다르게 인정할 여지가 없는 한, 현재 우리 법원이 인정하는 가동연한은 60세입니다. 정확하게는 생일로 만60세가 되는 날에 가동연한이 끝납니다. 

요즘 60세면 노인 축에도 못 끼고 70, 80세가 넘어서도 왕성하게 활동하는 분들도 많아 60세에 노동능력이 다 끝났다고 보는 것이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의견이 많지만 아직까지 법원은 60세를 고수하고 있습니다. 대책 없이 가동연한을 늘이게 되면 물가와 고용관계 등 사회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에 쉽게 판단할 문제가 아닙니다.

그런데, 법원이 그동안 가동연한 60세를 모든 경우에 엄격하게 고수한 것은 아닙니다. 당연히 직업의 특성에 따라 그보다 적게 인정된 경우도 있고, 65세를 넘어 그 이상까지 인정한 경우도 있습니다.

직업에 종사할 수 있는 기간이 비교적 짧은 특수 업종은 35세(골프장캐디), 40세(프로야구선수), 50세(주점 얼굴마담), 57세(민간보육교사) 등으로 60세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주로 정신노동에 종사하는 업종에 대해서는 65세(개인약국약사, 소설가, 의사, 한의사)까지 인정한 사례가 있고, 최고 70세(법무사, 변호사, 목사)까지도 인정한 사례가 있습니다.

60세 미만으로 인정된 직종에 대해서 자칫 오해가 있을 수 있는데, 40세까지 가동연한을 인정하였다고 해서 일실수입도 40세까지만 인정하는 건 아닙니다. 40세까지는 해당직종의 수입을 인정하고, 그 이후 60세까지는 대한건설협회에서 공시하는 도시 일용직근로자의 통계임금을 인정하므로 어쨌든 60세 가동연한은 최소한의 기간입니다. 

또 한 가지 애매한 경우가 있습니다. 60세가 넘어도 실제로 일을 하고 있는 사실이 증명이 되거나, 농촌지역과 같이 일찌감치 고령화가 진행된 곳은 법원이 개별적인 사정을 살펴서 60세 넘어 가동연한을 인정하기도 합니다. 가령 58세의 농부에 대해서 63세까지 가동연한을 인정한다거나, 63세 근로자에 대해 65세까지 가동연한을 인정하는 등 개별 사안에 따라 탄력적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고령 근로자의 통계수치를 근거로 50대 사업소득자에 대해 가동연한을 65세까지 인정한 하급심 사례도 있습니다.

좀 특별한 경우로서,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사고를 당했을 때 가동연한은 원칙적으로 해당국가의 가동연한을 기준으로 하는데, 국내 체류기간이 정해진 외국인 근로자의 경우는 체류기간 동안에는 국내 근로자 소득을 기준으로 일실수입을 산정하고 그 이후에는 해당국가의 가동연한까지 해당 국가 근로자의 소득을 기준으로 일실수입을 산정합니다.

체류기간을 넘긴 불법체류자에 대해서는 국내에서의 취업가능기간을 3년으로 본 사례가 있으나 일률적인 기준은 아닙니다.

현재, 대법원은 60세 가동연한이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대법원까지 올라온 손해배상사건들에 대해 일괄적으로 심리하기 위해 사회 각계에 의견을 구하고 있습니다. 머지않아 고령화시대에 피할 수 없는 중대한 판례변경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가동연한을 늘여야 한다는 측에서는 최소한 65세까지는 인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공무원이나 일반기업의 정년이 아직 65세까지 변경된 사례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법원이 쉽게 65세를 수용할지 모르겠으나, 현재 대법원 구성이나 다른 사안에 대한 판결 경향으로 볼 때 전향적인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큽니다. 대법원이 가동연한을 60세 이상으로 변경하면, 사회 많은 부분에서 변화가 있을 겁니다.

노동의 고령화는 사실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슬픈 일입니다. 건강하게 노년을 맞고 그에 걸 맞는 일자리들이 많아지면 좋겠지만 경제성장이 정체되고 갈수록 사람의 손이 필요 없어지는 시대에 노년들을 위한 좋은 일자리가 늘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여유로운 은퇴생활을 즐기지 못하고 생존을 위해 고단한 노동을 이어가야 한다면 가동연한은 현실을 쫒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에 파생되는 이익과 부작용 모두 우리 사회가 함께 안고 가야할 것입니다.

<법무법인 서면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