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에세이] 유시민 김상욱 그리고 두 문화 /조송현
[과학에세이] 유시민 김상욱 그리고 두 문화 /조송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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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11.24 20:16
  • 업데이트 2018.11.24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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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신문 [과학에세이] 유시민 김상욱 그리고 두 문화 2018-11-20

조송현
조송현

 

유시민은 작가다. 화려한 정치경력에다 노무현재단 이사장에 취임했으니 그를 작가로만 여기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도 사실이나 여기선 작가로 유시민을 언급한다. 유시민은 박람강기(博覽强記)다. 독서를 많이 하고, 그 내용을 소화해 잘 정리하고 있다는 얘기다. 유시민은 환갑의 나이에도 엄청난 학습능력을 보여준다. 지난 1월 있은 jtbc의 ‘가상통화 긴급토론’에서 유시민은 블록체인과 가상통화의 관계, 가상통화와 관련된 문제의 핵심을 정확하게 짚어냈다. 문과 출신인 유시민은 공학박사인 정재승과 가상화폐 전문가를 상대로 대등한 토론을 벌였다. 과학이든 IT기술이든 마음만 먹으면 학습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준 셈이다.

김상욱(경희대 물리학과 교수)은 물리학자이자 과학저술가이다. KAIST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주로 양자과학, 정보물리학을 연구하며 60여 편의 SCI 논문을 게재했다. 수년 전부터는 과학의 대중화, 대중의 과학화를 위한 저작 활동에 힘쓰고 있다. 국제신문 등의 매체에 실은 과학에세이를 묶은 ‘김상욱의 과학 공부’를 비롯, ‘김상욱의 양자 공부’ ‘떨림과 울림’ 등은 과학 분야 베스트셀러다.

김상욱은 ‘김상욱의 과학공부’의 서문에서 ‘과학과 인문학은 교양 앞에 평등한가?’라는 매우 도발적인 질문을 던진다. 우리 사회에서 셰익스피어는 교양으로 취급받지만 ‘열역학 제2 법칙’은 그렇지 못하다고 그는 지적한다. 열역학 제2 법칙은 시간의 비밀을 품은, 인간에게 매우 중요한 법칙인데도 말이다. 그는 자신의 질문에 자답한다. 교양이란 관점에서 과학과 인문학은 그동안 평등하지 않았다. 즉, 대부분의 사람이 과학을 교양으로 생각지 않았다. 학문의 융합 시대에 함께 가기 위해서 둘은 평등해야 한다. ‘과학은 교양’이라고 김상욱은 외친다.

‘두 문화’(The Two Cultures)는 ‘인문학 문화’와 ‘과학 문화’를 일컫는다. 영국의 물리학자이자 소설가인 C.P. 스노우가 1959년 행한 케임브리지대학의 리드강좌(Rede Lecture) 제목에서 유래했다. 스노우는 이 강좌에서 과학과 인문학 사이의 단절과 분열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면서 이것이 세계 문제를 해결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주장했다. 스노우의 강연은 이내 ‘두 문화와 과학혁명’으로 출판되어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켰다. 2차 대전 이후 서방세계의 대중적 담론에 영향을 미친 100대 저작에 포함되기도 했다.

두 문화를 일상적으로 경험한 스노우는 두 집단 간의 단절 사례를 생생하게 증언한다. 문학적 지식인들은 모였다 하면 과학자를 무지한 전문가라며 무시하고 깎아내리는 게 예사다. 참다 못한 그는 “여기 열역학 제2법칙을 설명할 수 있는 사람 있느냐”고 물었다. 아무도 없었으나 그들은 ‘그것을 알 필요가 있느냐’는 표정들이었다고 한다. 심지어 문학적 지식인들은 ‘지적(intellectual)’이라는 낱말을 과학계에는 해당하지 않는 개념으로 썼다. 러더퍼드, 디랙 등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조차도 그들이 보기에는 ‘지적’이지 않다. 물론 과학적 지식인들도 문학적 지식인을 ‘개념 없고 반지성적’이라고 폄하하기는 마찬가지다. 60년 전 스노우의 문제의식과 오늘날 김상욱의 그것은 다르지 않다.

얼마 전 tvN ‘알쓸신잡3’에서 김상욱이 소개한 ‘갈릴레이 일화’를 들은 유시민은 “나는 왜 물리 선생님에게 이런 걸 배우지 못했을까. 김상욱에게 배웠다면 물리를 다정하게 대했을 텐데”라고 했다.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스노우의 ‘두 문화’가 떠오른 이유다. 사실 갈릴레이 일화는 과학이라기보다 역사에 속한다. 인류 역사에서 과학의 역사는 중요하고 갈릴레이는 그 중 한 페이지를 장식할 만하다. ‘역사의 역사’ 작가가 과학의 역사에 이렇게 무지해서야 말이 되는가. ‘가상화폐 긴급토론’에서 보여준 학습능력으로 볼 때 갈릴레이 일화를 유시민이 몰랐다는 것은, 김상욱의 표현을 빌리면, ‘과학을 교양으로 여기지 않았기 때문’으로 밖에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그때 김상욱이 책에 썼던 대로, 유시민에게 “과학과 인문학은 교양 앞에 평등한가?”라고 물어봤으면 어땠을까. 유시민은 “왜 그동안 나는 과학을 교양으로 여기지 않았을까. 지금부터 과학책도 열심히 읽어야 겠다”고 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웹진 인저리타임 대표·동아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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