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삼성을 생각한다
다시 삼성을 생각한다
  • 조송원 조송원
  • 승인 2018.11.29 11:16
  • 업데이트 2018.12.12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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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송원 작가
조송원 작가

사훈을 '헌법'이라 부르는 삼성공화국

「인간미·도덕성·예의범절·에티켓은 삼성인이 반드시 지켜야 할 우리끼리의 약속이자 ‘삼성 헌법’입니다. (······) 이제 우리는 모든 행동의 바탕을 삼성 헌법에 두고 이를 소중히 지켜감으로써, 역사와 지역을 초월해서 인류에게 도움이 되는 진정한 의미의 세계 초인류기업이 되어야 합니다.」¹⁾

놀랍다. 위의 글은 ‘삼성신경영실천위원회’에서 발간한 사내용 단행본으로 2000년대 후반까지 계열사 신입사원에게 배부한 『삼성인의 용어』의 일부이다. 교훈, 사훈 등 우리에게 익숙하지만 별로 주목하지 않는, 일개 기업집단의 여러 훈訓을 모아놓고 ‘헌법’이란다.

헌법은 한 국가의 최상위법이고, 정부로서는 반드시 수호해야 할 가치의 집약체이다. 시쳇말로 ‘삼성공화국’이라는 용어는, 무소불위의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전방위 권력을 휘두르면서도 치외법권을 누리며, 공권력을 아랑곳하지 않는 삼성에 대한 자조 섞인 넋두리이다. 그렇지만 삼성인, 아니 삼성 총수일가는 삼성그룹을 대한민국과는 별개의 국가로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삼성 헌법’이란 말은 삼성인의 자긍심 표현이라기보다는 총수와 총수일가의 솔직한 심정, 곧 자신들 외의 모든 사람들을 발아래로 보는 오만함의 정제된 표현이 아닐까?

삼성이란 단어와 재벌, 인류기업, 반도체와 휴대폰 등의 단어와의 연상은 자연스럽다. 그러나 ‘삼성인 끼리의 약속이자 삼성헌법’인 인간미와 도덕성을 삼성과 연결시키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 차라리 삼성 하면, 노조탄압과 백혈병 그리고 분식회계를 조건반사적으로 떠올리지 않을까?

무노조 경영 방침을 유지해온 삼성은 지금껏 대외적으로 ‘사내 복지가 충분하므로 노조가 필요 없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그러나 검찰 수사를 보면 내부적으로 집요하게 노조 와해 공작을 해온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린화’(노조가입자의 노조 탈퇴) 작업뿐 아니라, 노조가 활발한 곳은 위장폐업까지 했다. 심지어는 노조원의 죽음까지 이용했다.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원 염호석(당시 35살)씨가 2014년 5월 노조 탄압에 항의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에 노조 대응 조직이던 삼성전자서비스 총괄 티에프(TF)는 “노조원 1명이 탈퇴했다”며 그린화 실적보고를 했다. ‘총괄 티에프’ 소속 직원 다수는 승진했다.

반도체 백혈병 피해 노동자와 가족들에게 지난 23일 삼성전자 김기남 대표는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했다. 삼성전자 기흥공장 반도체라인에서 일하던 황유미 씨가 백혈병에 걸려 2007년 3월에 숨진 지 11년 8개월 만이다. ‘건강유해인자에 의한 위험을 충분하고 완벽하게 관리하지 못’한 것을 이제야 깨달았단 말인가. 그간 삼성은 백혈병 집회를 막으려 1596차례나 ‘유령집회’를 신고했다. 삼성전자 기흥사업장 인사팀은 삼성전자 기흥사업장 정문 사거리 인도 및 체육관 인도, 후문 인도 등에 1596차례 집회 신고를 냈다. 그러나 한 번도 집회를 열지 않았다. 2013년 363일, 2014년 347일, 2016년 336일 등 거의 매일 사업장 앞에 집회신고를 한 것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1996년 부친으로부터 증여받은 61억 원의 종잣돈으로 6조3000억 원의 삼성 그룹 지분을 갖게 됐다. 단순 계산으로 61억 원의 종잣돈을 20여 년 동안 1000배 불려, 매출액 303조 원이고 자산총액이 623조인 삼성그룹 지배권을 확보했다. 정상적으로 이건희 회장 사망 후 삼성그룹의 지배 지분을 넘겨받을 경우 상속세는 수조원에 이른다. 그러나 이 부회장은 상속세로 수십 억만 냈을 뿐이다. 

이재용 61억 증여받아 6조3000억원 지분 보유

이건 마법이다. 평범한 생활인들은 61억, 6조 등의 숫자는 정말 숫자에 불과하다. 현실감이 없다. 하여 간단한 계산을 하여 보자.

매월 61만원씩 20년 적금을 부으면 세후수령액은 약 3억3300만원이다(단리 연15%, 일반과세). 단위를 높여 매월 61억씩 같은 조건으로 20년 적금하면 얼마가 될까? 3조3300억 원이 된다. 6조3000억 원의 1/2에 불과하다. 곧 매월 120억 원씩 적금을 넣어야 20년 후에 6조 5500억이 된다. 생활비 빼고 남는 돈이 있어 다달이 120억 원씩 적금을, 그것도 20년을 넣어야 되는 재산을 가진 것이다. 이게 현실적으로 존재가능태인가? 이재용 씨는 부회장이란 직함이 말해 주듯, 최고경영자가 아니다. 참모일 뿐이다. 곧 자기가 사업을 잘해 스스로 부를 창출했다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의 2015년 회계처리 변경을 ‘고의 분식회계’로 결론 내렸다. 4조5천억 원에 이르는 대형 회계부정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삼성바이오는 주식 거래가 즉시 정지됐고, 상장폐지 심사 대상이 되었다. 참여연대는 “이번 증선위 결론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승계와 관련한 거대한 불법·부정의 편린을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검찰 수사를 통한 책임자 처벌과 거래소의 상장폐지 심사는 별개로 이루어진다. 삼성바이오 회계분식은 한국판 엔론 스캔들이다. 미국 에너지·통신 기업 엔론은 2001년 약 1조 5천억 원의 이익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회계장부를 조작한 게 덜미가 잡혔다. 이 사건으로 엔론과 회계법인 아서앤더슨은 1년 뒤인 2002년 모두 파산했다. 레이 엔론 회장은 24년형을 선고 받았으나, 복역 시작 전 심장마비로 숨졌다. 스킬링 대표는 14년 복역했다. 미국 자본주의가 정글 같지만 그래도 작동하는 것은 이런 준엄한 단죄가 이뤄지기 때문이다.²⁾

삼성바이오 회계부정 엄정 처리해야

분식회계는 자본시장의 기본 질서를 흔드는 중대한 금융범죄이다. 어떤 경제적 고려 없이 죄에 상응하는 처벌을 해야 마땅하다. 삼성바이오 시가총액은 코스피시장에서 5위(14일 기준 22조322억 원)이고, 개인투자자가 8만 명이라고 해서 눈감아 줄 일이 아니다. 주식시장의 건전한 발전과 500만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라도 회계부정에 대해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

삼성은 소중한 기업이고, 좋은 기업이고,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대한민국의 기업이다. 총수 일가의 사유물이 아닌 것이다. 그러나 ‘오너 리스크’가 ‘삼성 리스크’로 발전하여, 급기야 대한민국 경제를 몰락하게 할 수도 있다. 선제적 예방조치가 절실한 시점이다. 이와 관련하여 노키아와 핀란드 사례는 충분히 시사적이다.

‘단일 기업 경제(one-firm economy)’라 불렸던 핀란드이지만 노키아의 몰락으로 경제 위기에 빠지지 않았다. 노키아의 몰락으로 노키아 모바일 엔지니어들이 스타트업(start-up) 생태계로 쏟아져 나오고, 위험을 감수하고 창업에 도전하는 문화가 새롭게 생겨났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arvard Business Review>는 노키아가 수준 높은 엔지니어 1만 명을 사회로 내보내면서 핀란드의 창업활동이 활발해졌음을 지적하면서 대기업의 몰락은 기업가 활동을 증대시키는 중요한 요소라고 주장했다.³⁾

삼성바이오는 ‘4조5000억 원 고의 분식회계’ 판정을 받고 검찰 고발까지 당했으면서도 강하게 반발하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그 배경은 무엇일까? 이처럼 분식회계를 한 기업이 ‘검찰’격인 금감원의 감리결과와 ‘법원’격인 금융위원회 산하 증선위의 판정 결과에 명시적으로 불복하는 것은 아주 이례적이다. 정부 부처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례적인 ‘불복 선언’을 두고, 업계 안팎에서는 회계처리에 대한 진실공방으로 몰아가, 분식회계 이슈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승계 문제로까지 번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⁴⁾

한국의 소중한 자산 삼성, 오너 리스크 제어 필요

삼성그룹 총수 일가는 삼성그룹 전체 발행 주식의 5.42%만을 보유하고 있다(2015년 7월 말 기준. 출처 재벌닷컴). 국민이 머리이며 몸통이다. 삼성그룹은 여러 손발 중 하나에 불과하다. 삼성총수 일가는 고작 손가락이나 발가락 하나일 뿐이다. 꼬리가 몸통을 흔들 수는 없는 법이다.

거듭 말하건대 삼성은 대한민국의 소중하고 자랑스러운 재산이다. 그렇다고 총수일가의 부도덕성에 면죄부를 줄 수는 없다. 회계부정은 ‘제로섬 게임’이다. 회계부정으로 누군가가 이익을 보면, 또 누군가는 그만큼 손해를 봐야 한다.

향후 한국거래소의 삼성바이오의 상장폐지 심사 결과와 검찰 수사를 부라린 눈으로 지켜봐야 할 이유 중의 하나이다. 그러나 가장 큰 이유는 심사와 수사를 통해 ‘오너 리스크’를 얼마나 제어하느냐, 일 것이다.

※1)삼성신경영실천위원회, 『삼성인의 용어』(삼성, 1993), 37쪽 ; 김민섭, 「새로운 시대를 제안한다(1)」, 『월간 인물과사상』, 248호(2018년 12월), 149~150쪽에서 재인용. 2)박현, 「삼성바이오, 한국판 엔론 스캔들」, 『한겨레신문』, 2018년 11월 19일. 3)박상인(서울대 교수), 『삼성전자가 몰락해도 한국이 사는 길』(미래를 소유한 사람들, 2016), 89~90쪽. 4)이완.박수지, 「삼바 연일 ‘불복’···회계공방으로 ‘삼성 승계’ 연막치기?」, 『한겨레신문』, 2018년 11월 22일.

<작가·인저리타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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