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서평 - 미래는 규제할 수 없다 : 패권국가로 가는 규제혁신
금주의 서평 - 미래는 규제할 수 없다 : 패권국가로 가는 규제혁신
  • 김현경 김현경
  • 승인 2018.12.05 15:59
  • 업데이트 2018.12.05 15: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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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는 규제할 수 없다

지은이 : 구태언(테크앤로 로펌 대표)

서평자 : 김현경(서울과학기술대학교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 법학 박사) [hkyungkim@seoultech.ac]

한국에도 버뮤다 삼각지대가 존재한다. 이중 삼중 규제로 인해 혁신적인 스타트업들이 자취도 없이 사라지는 미스터리 구역, 미래 혁신이 실종되는 규제의 블랙홀, 이른바 ‘법뮤다 삼각지대’이다. (67p.) 한국 스타트업 업계는 2015년을 마지막으로 새로 떠오르는 유니콘이 없는 가뭄을 겪고 있다. (79p.)

기술혁신 속 규제의 본질을 탐색하며

이 책은 혁신적 기술과 서비스에 대한 우리 규제정책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신랄하게 비판, 분석하고 있다. 미국의 구글·아마존, 중국의 바이두·알리바바 등 해외 플랫폼이 네거티브 규제정책 속에서 날개를 달고 비상할 때 국내 스타트업 플랫폼들은 왜 생존조차 힘겨운 상황에 직면하고 있을 수밖에 없는지, 그 원인으로서 우리나라의 비합리적 규제에 대하여 핀테크, 공유서비스, 헬스케어, 카테크 등 구체적 사례를 통해 입증하고 있다.

현재진행형인 이러한 사례들 외에도 이미 과거형이 되어버린 씁쓸한 경험들이 존재한다. 1997년 세계 최초로 디지털 파일로 음악을 재생하는 MP3플레이어 원천기술을 개발한 ‘디지털캐스트’, 2000년 초 벤처붐을 일으킨 새롬기술의 ‘다이얼패드’, 도토리 광풍을 일으킨 ‘싸이월드’, 1인 방송시대를 열었다는 ‘아프리카 TV’, 2004년 유튜브보다 먼저 오픈한 세계 최초의 동영상 공유 사이트인 ‘판도라 TV’등 혁신적 토종 플랫폼 서비스의 일부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으며 일부는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금도 국내의 유명 BJ들은 아프리카 TV를 떠나 유튜브로 옮겨가고 있으며, 구글 유튜브는 2016년 국내 동영상 광고비 부문 매출에서 약 1168억 원으로 추정돼 1위를 차지하였다. 3위를 차지한 네이버(456억 원)의 2.5배, SBS·iMBC·KBS 등 지상파 3사의 동영상 광고수익을 모두 합친 것(206억 원)보다 5배나 많다. 이미 국내 플랫폼 시장은 위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새로운 기술을 채택한 세력은 기득권을 흔들고 기득권은 이를 방어하기 위해 법을 동원해 온 역사가 반복되었다는 저자의 지적은 ‘법(규제)’과 ‘기술혁신’과 ‘기득권’간의 관계를 축약하고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기득권은 더 이상 ‘규제’로 지켜질 수가 없다. 4차산업혁명으로 집약되는 기술은 데이터를 원유로 하는 플랫폼 중심이기 때문에, 규제의 집행력을 강제할 수 있는 ‘물리적 영토’, 즉 국경의 의미를 넘어선다.

국내에서 기득권을 수호하기 위한 규제를 아무리 창설한다고 할지라도 국경을 뚫고 쏟아져 오는 외국의 혁신적 서비스를 막아낼 수가 없다. 마치 구한말 수백 수천 개의 화살로 열강의 포환을 막아내고자 했던 것과 다를 바 없다. 저자 역시 이러한 사태에 대하여 “과거에는 군대를 앞세워 타국의 물자를 약탈했지만 4차산업혁명 시대에는 플랫폼 기업이 타국의 정보를 가져가는 소프트한 제국주의 시대”임을 강조하면서 “과도한 규제로 말미암아 데이터 산업과 플랫폼 사업자의 성장기회가 박탈되었고, 이는 결국 미국이나 중국과 같은 글로벌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경제 주권을 빼앗겨 장기적으로는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야기할 것”임을 우려하고 있다. 4차산업혁명이라는 변혁 속에서 바람직하지 못한 규제로 인한 우리의 위기감을 고스란히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법(규제)은 공익을 위해서 즉 국익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지, 기득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법률은 기득권을 위한 것이며, 미래세대를 위한 법률은 없다”는 저자의 관점은 아마도 기술혁신에 대응하는 현행의 불합리한 규제를 비판하고 개선하고자 하는 의미를 담은 것이라 생각된다.

저자의 책 제목처럼 미래는 규제할 수 없을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규제’는 중요하다. 기술 자체는 가치중립적이며 결국 인간이 어떠한 관점으로 기술을 활용하고 이끌어 가는가에 따라서 세상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4차산업혁명에서 법의 역할은 단순히 기술과 산업을 촉진하거나 불합리한 규제를 개선한다는 접근으로는 곤란하다. 인간 삶의 순리에 부합하게, 인간에게 유익하게 기술의 방향을 이끌어가는 규범이 되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구한말 서구의 산업혁명에 상응하는 기술·경제적 변혁을 꾀하지 못하였고 그 결과 너무나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겪었다. 그러나 “산업화는 뒤졌지만, 정보화는 앞서가자”라는 슬로건 하에 혁신적 기술과 서비스로 이끄는 변혁을 선도한 결과 명실공히 IT 강국으로 자리매김한 경험도 가지고 있다. 지금은 4차산업혁명이라는 기술적·산업적 변혁의 한가운데 있으며 갈팡질팡할 틈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위정자들은 여전히 전 세계적으로 유일무이한 규제법안들을 경쟁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행정부 역시 불명확하고 모호한 기준을 들이대며 방어적·소극적 행정으로 일관하고 있다.

규제가 정당화되는 본질은 기득권의 유지가 아니라 국익에 기여하는 공익적 가치에 있다는 것을, 그리고 4차산업혁명이라는 변혁 속에서 그러한 공익적 가치를 구현하기 위한 규제정책은 어떠한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하는지에 대하여 이 책을 통해서 위정자들이 심각하게 고민해 보았으면 한다.

# 이 서평은 국회도서관의 승인을 받아 '금주의 서평'을 전재한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www.nanet.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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