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성이론이 펼치는 우주론 (4)빅뱅 우주론
상대성이론이 펼치는 우주론 (4)빅뱅 우주론
  • 조송현 조송현
  • 승인 2018.12.06 13:42
  • 업데이트 2018.12.06 13: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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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뱅과 이후 우주 진화 개념도. 출처 : NASA
빅뱅과 이후 우주 진화 개념도. 출처 : NASA

우주관 오디세이 - 빅뱅 우주론

빅뱅 우주론은 20세기 과학사의 중요하고 위대한 성취로 평가받습니다. 이것은 신화에 의하지 않은, 처음으로 물리적이며 과학적으로 우주의 생성과 진화과정을 밝힌 우주론입니다.

빅뱅(big bang) 우주 모형을 처음 제기한 사람은 벨기에의 신부이자 천문학자였던 조르주 르메트르(Georges Lemaitre)입니다. 르메트르는 프리드만의 팽창우주론을 발전시켰습니다.

빅뱅 우주 모형의 아이디어는 팽창우주론에서 자연스럽게 추론됩니다. 시간을 역으로 돌리면 우주의 모든 별들은 ‘아주 작은 우주’로 뭉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르메트르는 이 ‘아주 작은 우주’를 ‘원시 원자’(primeval atom)라고 불렀습니다. 그리고 우주 창조의 순간에 모든 것을 포함하고 있는 이 원시원자가 갑자기 폭발하면서 우주의 모든 물질을 만들어냈다고 주장했습니다.

르메트르가 1927년 발표한 ‘원시 원자 가설’은 매우 혁명적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당시 과학계의 거두로 정적인 우주론을 주장한 아인슈타인의 비판을 받고 의기소침해져 이를 더 발전시키지 못했습니다.

빅뱅이론을 체계화한 사람은 러시아 출신의 미국 물리학자 조지 가모프(George Gamow)입니다. 그는 1940년 초 르메트르의 모형을 분석했습니다. 원시 원자가 조각조각 부서져 오늘날 우주의 구성 물질을 이룬다면 철과 같은 무거운 원소가 많아야 합니다. 그렇다면 이 우주에 가득 찬 수소와 헬륨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요? 가모프는 르메트르 모형이 틀렸다고 결론내렸습니다.

가모프는 ‘왜 우주에는 수소나 헬륨 등 가벼운 물질(원소)이 많은가’라는 의문을 가졌습니다. 그는 우주는 예전에 작게 압축되어 있었고 팽창하면서 모든 원소가 만들어진 게 아닐까 하는 착상을 하게 됩니다. 즉, ‘초고온 초고밀도의 물질이 한 점에 모여 있다가 갑자기 ‘빵’ 하고 폭발해 오늘의 우주를 만들었다’고 가정한 것입니다.

르메르트르와 가모브
초기 빅뱅 우주 모형을 제기한 르메트르(왼쪽)와 빅뱅이론을 체계화한 가모프.

가모프는 우주팽창에 대한 허블의 관측 결과를 받아들였습니다. 그리고는 시계를 거꾸로 돌려 우주를 작아지게 만들었습니다. 가모프의 수축하는 우주는 창조의 순간에 가까워지자 밀도가 엄청나게 커졌습니다. 그는 과거의 밀도를 계산하기 위해 비교적 간단한 수학을 사용했습니다. 압축되는 물질은 열을 발생시킵니다. 따라서 압축된 우주는 뜨거워져야 합니다. 가모프는 뜨겁고 밀도가 높았던 창조의 순간부터 차갑고 밀도가 낮은 현재 사이의 어떤 시점의 온도와 밀도도 계산할 수 있었습니다.

모든 핵반응의 결과는 거의 온도와 밀도에 의해 결정됩니다. 별 내부의 온도와 밀도만 알면 어떤 종류의 핵반응이 일어날지 예측할 수 있습니다. 가모프는 초기 우주에 대한 정보를 이용하여 빅뱅 직후에 어떤 종류의 원자핵 반응이 일어났는지 밝히려고 노력했습니다.

당시 천체물리학자들은 별들이 수소를 헬륨으로 바꾸면서 연료를 공급받고 있다는 것을 밝혀냈습니다. 그러나 별 내부의 핵반응 속도는 너무 느려 별 내부에서 합성된 헬륨의 양은 현재 존재하는 양의 아주 적은 부분만 차지할 뿐입니다.

가모프의 박사 과정 학생이자 공동연구자인 랠프 앨퍼는 빅뱅이 있었다는 것을 가정하여 헬륨의 양을 설명해냈습니다. 그 결과는 허블이 은하의 적색편이를 관측한 이래 빅뱅 이론의 가장 큰 승리였습니다. 가모프와 앨퍼는 이 같은 계산 결과를 ‘화학원소의 기원’(일명 알파베타감마αβγ 논문)이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정리하여 1948년 4월 1일 발간 예정인 ‘피지컬 리뷰’에 보냈습니다. 이것은 후에 우주론의 역사에서 기념비적 논문으로 평가받게 됩니다.

앨퍼는 동료 로버트 허먼(Robert Herman)과 함께 우주의 초기 역사를 계속 써나갔습니다. 플라즈마 상태에 있던 우주가 식어 대략 섭씨 3000도에 이르렀을 때 극적이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때는 빅뱅 후 약 30만 년이 지난 시점인데, 전자들이 원자핵과 결합하여 안정된 중성 원자인 수소와 헬륨을 형성합니다. 이것은 우주에 가득 찬 빛의 행동을 극적으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우주의 역사에서 처음으로 빛이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고 공간 여행을 시작한 순간인 것입니다. 우주 안개가 갑자기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앨퍼와 허먼은 이 순간의 중요성을 금방 알아차렸습니다. 이때 존재했던 빛은 오늘날에도 우주를 떠돌고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빛은 우주 공간에 흩어져 있는 중성 입자들과 좀처럼 상호작용을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플라스마 시기 끝에 해방된 빛이 우주 초기의 화석으로 아직 존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빛은 빅뱅의 유산이 될 것입니다. 이 빛을 검출한다면 우주가 실제로 빅뱅에서 시작되었다는 강력한 증거가 될 것입니다. 반대로 그런 빛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빅뱅은 일어나지 않았고, 따라서 빅뱅 모형도 붕괴하게 될 것입니다.

앨퍼와 허먼은 구체적으로 우주는 파장이 1mm 정도인 약한 마이크로파로 가득해야 한다고 예측했습니다. 그것은 전자와 원자핵의 결합 순간에 우주 어디에나 있었기 때문에 모든 방향에서 오고 있어야 합니다. 누구든지 소위 우주배경복사(cosmic background radiation)를 검출한다면 빅뱅이 실제로 있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을 것입니다.

불행하게도 앨퍼와 허먼의 주장은 완전히 무시되었습니다. 누구도 그들이 제기한 우주배경복사를 검출하려고 진지하게 노력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프레드 호일(Fred hoyle)이 내세운 정상우주 모형이 더 폭넓게 수용되고 있었습니다. 이 모형은 우주가 영원하다는 전통적인 견해를 받아들이고 우주의 팽창과 지속적인 창조를 덧붙인 것입니다.

호일은 빅뱅모형을 혐오하며 공격했습니다. 1949년 호일은 BBC 라디오 방송 토론회 도중 가모프와 앨퍼의 우주이론을 ‘빅뱅이론’이라고 불렀습니다. 당시 호일은 ‘빅뱅’이란 용어를 조롱하는 투로 말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용어는 짧고 강하고 기억하기 쉬워 순식간에 대중들에게 각인되면서 공식용어로 굳어졌습니다. 빅뱅이론의 가장 강력한 비판자가 유명하게 만들어준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앨퍼가 우주배경복사를 예언한 지 16년이 지난 1965년 미국 벨연구소의 연구원 펜지아스와 윌슨은 위성통신용 고감도 안테나로 원인 불명의 전파를 포착했습니다. 분석한 결과 그것이 바로 앨퍼가 예언한 초기 우주의 잔재이자 빅뱅의 메아리라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우주 배경 복사’라 불리는 이것은 우주를 구성하는 물질이 내는 복사파로 빅뱅이론이 우주론의 표준이론이 되게 한 강력한 증거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우주배경복사의 존재만으로는 충분치 않습니다. 은하의 존재를 설명하는 데는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펜지아스와 윌슨이 포착한 우주배경복사는 모든 방향에서 똑같이 오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초기 우주는 모든 곳이 매우 비슷하기 때문에 ‘대략적으로’ 균일하다고 가정했지만 모든 방향에서 오는 복사선은 비슷한 것이 아니라 꼭 같았습니다. 파장의 아주 작은 증가나 감소의 징조는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우주배경복사의 파장에 차이가 없다는 것은 초기 우주의 밀도에 변화가 없었다는 것을 뜻하고, 그것은 오늘날 우리가 보는 은하를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을 뜻합니다. 정말 밀도 변화가 없다면 빅뱅우주론은 폐기돼야 할 심각한 처지에 놓이게 됩니다. 하지만 천문학자들은 관측기술이 정밀하지 못해 미세한 변화를 포착하지 못할 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마침내 1989년 NASA가 오늘날 은하의 씨앗이 되는 밀도의 변화를 찾아내기 위해 우주배경복사 탐사위성(Cosmic Background Explorer Satellite, 코비)을 우주 궤도에 띄웠습니다. 코비는 1990년에서 1991년 사이에 7000만 번의 측정을 수행해 1991년 12월 모든 하늘의 지도를 작성했습니다. 지도에는 10만 분의 1 수준에서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다시 말해 우주배경복사의 최고점 파장은 코비가 어느 방향을 보고 있느냐에 따라 0.001% 차이를 보이고 있었던 것입니다. 아주 작긴 했지만 우주배경복사의 변화가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초기 우주에 밀도의 파동이 있었다는 것을 증명하기에 충분했고, 그 후에 우주에서 일어났던 연속적인 사건의 씨앗이 되었음을 의미했습니다.

세계는 흥분했습니다. 《뉴스위크》는 코비의 하늘 지도를 ‘신의 필체’라며 대서특필했습니다. 영국의 천체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은 “이것이 역사적 발견이 아니라면 세기적 발견임에 틀림없다.”고 평가했습니다. 빅뱅 모형이 표준우주론으로 등극하며 우주론의 혁명을 이루는 순간이었습니다.

코비의 관측결과가 발표된 다음 날인 1992년 4월 25일 《인디펜던트》는 1면에 간단한 그림을 통해 빅뱅이론의 핵심을 요약해 보도했습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모든 질량과 에너지가 무한히 작은 점(특이점 singularity)에 집중되어 있었고, 그 다음에는 빅뱅이 있었다. 이것은 전통적인 의미의 폭발은 아니다. 공간에서 일어난 폭발이 아니라 공간의 폭발인 것이다. 마찬가지로 빅뱅은 시간 안에서 일어난 폭발이 아니라 시간의 폭발이다. 즉, 공간과 시간은 빅뱅의 순간에 창조되었다.

'우주는 초고온 초밀도로부터 시작됐기 때문에 빅뱅 직후에는 빛으로 가득 찼다. 1만 분의 1초 뒤에 중성자와 양성자가 생겨난다. 1초 안에 엄청나게 뜨겁던 우주는 극적으로 팽창하면서 식어 온도는 수조 도에서 수십 억 도로 내려갔다. 우주에는 주로 양성자와 중성자 그리고 전자가 있었다. 이들은 모두 빛의 바다 속에서 헤엄치고 있었다. 100초 정도가 지나면서 양성자와 중성자가 모여 원자핵이 만들어졌다. 빅뱅 후 처음 3분 동안 수소 헬륨 등 가벼운 원소의 합성이 완료되었다. 이때 우주의 온도는 몇 백억 도에서 1000억도 정도이다. 우주에 존재하는 수소와 헬륨의 비율은 이처럼 수백 초라는 짧은 시간 동안에 결정되었고 그것은 오늘날 우리가 보는 것과 같다.

우주는 팽창을 계속했고 그에 따라 계속 식어갔다. 이제 우주는 간단한 원자핵과 큰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전자, 그리고 엄청난 양의 빛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모든 것이 다른 모든 것을 산란시키고 있었다. 대략 30만 년이 지난 후에는 우주의 온도는 4000도로 내려간다. 이때 전자는 자유롭게 날아다닌다. 반면 빛은 전자에 부딪혀 자유롭게 진행할 수 없기 때문에 우주는 마치 짙은 안개가 낀 것처럼 부옇게 된다. 이 상태를 ‘플라즈마’라고 부른다. 여기서 온도가 더 내려가면 전자의 속도가 느려져 원자핵에 잡혀 원자를 형성한다. 이제 빛은 거의 방해를 받지 않고 우주를 항해할 수 있게 되었다. 안개가 걷힌 ‘갠 상태’이다. 이 빛이 가모프, 앨퍼 그리고 허먼이 예측했고 펜지아스와 윌슨이 검출해낸 빅뱅의 메아리인 우주배경복사이다.

코비 위성의 우주배경복사에 대한 세밀한 측정 덕분에 우리는 30만 년 된 우주에 평균보다 약간 더 밀도가 높은 지역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지역은 점차 더 많은 질량을 끌어 모아 점점 밀도가 높아졌고 따라서 우주가 대략 10억 년쯤 되었을 때 첫 번째 별과 은하들이 형성되었다. 별의 내부에서 시작된 핵반응은 중간 크기의 원소를 만들었고, 무거운 원소는 별들이 죽어가는 극단적인 환경에서 만들어졌다. 탄소, 산소, 질소, 인과 같은 원소는 별들의 내부에서 만들어진 것이고 이 원소들 덕택에 생명체가 생겨 진화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빅뱅이론은 완전하지 않습니다. 아직 설명할 수 없는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빅뱅이론이 풀지 못하는 심각한 난점은 ‘우주의 지평 문제’ ‘편평도의 문제’ ‘원시 입자의 문제’ 등 3가지가 대표적입니다.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다음 기회로 미루겠습니다.

빅뱅이론의 약점은 1979년 앨런 구스(Alan Guth)가 개발한 인플레이션이론이 상당부분 보완해주고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이론의 핵심은 우주가 아주 초기 단계에 짧은 시간 동안 굉장히 빠른 속도로 팽창하는 상태였다는 것입니다.

다음은 빅뱅이론에 의해 우주의 성장과정과 미래 운명을 알기 위해서는 우주 내에 있는 보이지 않는 물질인 암흑물질을 알아야 합니다. 이와 함께 암흑에너지도 중요한 연구 대상입니다. 1990년대 후반 들어 천문학자들은 우주의 팽창 속도가 실제로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학자들은 우주의 팽창을 가속시키는 힘을 암흑에너지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이것은 바로 아인슈타인이 ‘생애 최대의 실수’라고 고백한 우주상수에 해당합니다.

빅뱅이론이 갖고 있는 근원적이고 철학적인 문제는 특이점입니다. 여기서 여러 가지 심오한 문제가 파생됩니다. 우선 일반상대성이론에 따라 한 점에서는 곡률이 무한대가 되고 모든 물리 법칙이 성립하지 않고 붕괴합니다. 두 번째는 특이점으로부터 빅뱅을 일으킨 것은 무엇이냐 하는 점입니다. 또 빅뱅 이전에는 무엇이 있었는가라는 어려운 철학적 물음도 제기됩니다.

뉴턴은 자연의 법칙을 정식화해 처음으로 인간의 이성으로 우주를 이해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아인슈타인은 신비로운 우주가 이해된다는 사실이 신비롭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과학자 홀데인(J. B. S. Haldane)의 다음과 같은 말을 되새길 필요가 있습니다.

“내가 막연히 느끼는 것은 우주는 우리가 예상하는 것보다 이상할 뿐만 아니라 예상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이상하다는 점이다.”

이 같은 난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빅뱅이론은 완전하지는 않지만 현존 최고 우주론의 지위를 잃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빅뱅 이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 실망스러울망정 우주론의 자격을 시비할 거리는 아닙니다. 과학자들은 우연 혹은 신의 개입에서 자유로운 이론을 만들려고 무던히 애써왔지만 아직 우리 우주의 시작에 대해선 신의 개입을 허용할 수밖에 없는 처지임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우주관 오디세이' 저자·인저리타임 편집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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