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외식업 스토리 (9)식당운영의 잡학사전(상)
나의 외식업 스토리 (9)식당운영의 잡학사전(상)
  • 김진석 김진석
  • 승인 2019.01.10 14:25
  • 업데이트 2019.01.10 14:25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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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픽사베이
출처 : 픽사베이

#모 피자업체의 두툼한 서비스 매뉴얼의 첫 페이지는 큰 글씨로 한가운데에 " 고객은 옳다."라고 쓰여 있다. 두 번째 페이지에는 " 아무리 생각해봐도 억울하겠지만 그래도 고객은 옳다." 라고 적혀 있다.

#모 스테이크하우스의 경영 철학은 "클래식은 절대 유행을 타지 않는다.(Classic never goes out style)"이다.

#식당업에는 AS가 없다. 다른 업체들처럼 물건 잘 못 만들었다고 소비자가 항의하면 금액을 물어 주고 반품하거나 고쳐주는 법이 없다. 한 번 잘못된 음식이 나가면 그것으로 손님하고의 거래는 끝장나고 마는 살벌한 전쟁터이다. 맛있어 하는 손님이 새로운 손님을 데리고 오는 빈도보다 맘 상한 손님이 단골고객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빈도나 강도가 10배 이상이다.

#얻고자 하는 곳의 맞은 편에 상점이 없는 곳은 피하는 것이 좋다. 맞은 편에 점포가 없는 경우 대부분 상권이 번화하기 어렵다. 꼭 필요해서 찾는 사람들이 아닌 한 고객의 발길이 뜸할 수밖에 없다. 예외적으로 우리 집 근처에 그런 가게가 있었다. 큰 도로를 따라 양쪽으로 상점들이 밀집해 있다가 사거리를 지나면서 건너편에 청소년회관, 성당, 아파트 단지로 맞은 편 점포가 하나도 없는 그런 조그만 가게가 있었다.

몇 년 동안을 아귀 집, 고기 집, 통닭 집... 계속 바뀌면서 보증금 다 까먹고 망해 나가기 일쑤였다. 그런데 횟집이 오픈을 했는데 금방 장사가 잘되는 것이다. 비법은 맛이었다. 회가 다 똑같지 무슨 맛이 좋다는 거냐고 할 수 있는데, 아닙니다. 정말로 맛 있다. 수족관을 보니 모든 생선을 엄청 큰 것을 쓰고 있었고(생선과 과일은 큰 것이 맛있는 것은 다 잘 알고 있을 거고요) 숙성의 노하우를 가지고 감칠맛을 극대화하고 있었다.

저렴한 가격에 회만 주는 것이 아니라 김과 묵은지, 밥을 주면서 초밥을 싸 먹을 수 있도록 했고 와사비도 생 와사비를 내줬다. 회를 다 먹으면 튀김과 매운탕으로 마무리한다. 가격은 1인분에 1만원~13천원이다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가성비 최고의 점포였던 것이다.

#손님들은 그 업소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읽어내는 능력이 비상하다그러니까 눈곱만큼도 마음에 없는 가식은 통하지 않는다.

#꿈을 크게 갖는 것은 좋으나 시작도 하기 전에 성공한 분들과 자신을 상상 속에서 동일시 하는 것은 금물이다.

#다른 사람이 실패한 장소에 같은 메뉴로 창업하는 것은 금물이다.

#식당은 출근할 때보다 퇴근할 때 들르기 좋은 곳에 위치하는 곳이 좋다.

#주택가나 아파트 주변에는 주요 고객이 주부나 가족 단위이므로 퇴근길과는 별 관계가 없고 배후지가 큰 쪽과 출입구 쪽이 더 유리하다.

#여름과 겨울의 매출에 분명한 차이를 보이는 메뉴의 경우엔 비수기를 대비한 메뉴를 꼭 개발해 놓아야 한다. 그래도 가능하면 혁혁한 차이가 나지 않는 아이템으로 창업하는 것이 유리하다. 막국수 집에 아무리 온 국수를 맛있게 만들고 만둣국을 추가해도 겨울에는 시원한 막국수가 춥게 느껴져 아예 가게를 찾지 않게 된다. 그렇다고 해장국이나 육개장을 메뉴에 넣기에는 전문성이 떨어져 고객에게 신뢰를 얻기 어렵다.

하나의 성공 사례가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광화문 근처에 ***국밥집이 오픈을 했다. 돼지국밥을 파는데 기존 돼지국밥의 단점을 개선하여(돼지 냄새가 전혀 안 나고, 맑은 국물에 고기도 푸짐하게 준다) 점심시간이면 대기시간이 30분은 기본이다.

그런데 이곳의 다른 메인 메뉴는 냉면이다. 가을부터 국밥을 띄우고 이듬해 여름에 냉면으로 대박을 치겠다는 계산인 것이다. 초겨울에 방문한 필자는 국밥과 함께 냉면도 시켜 먹었다. 서울의 유명한 4대 냉면집에 전혀 뒤지지 않는 훌륭한 맛이었다이 집은 4계절 내내 문전성시를 이룰 거라 확신한다.

#식자재 구입 시 단골을 정해 두더라도 다른 가게에 들러 물건 값을 수시로 알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가격인상은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손님들은 작은 것 하나에도 맘 상해하고 발길을 돌리는 것이다. 회사 근처에 닭갈비집이 있었다. 맛도 괜찮았고 가격도 1인분에 1 만 원이면 큰 부담감이 없었다. 그런데 소주 1병에 5000원을 받았다. 3000원에서 4000원으로 올라가는 추세였지만 5000원은 중저가 일식집도 아니고 빈정이 확 상하는 거다. 물론 주인의 입장에서는 술 팔아 남기겠다는 생각이지만 고객 입장에서는 기분이 나쁜 거다.

저는 당연히 다시는 찾지 않았고 몇 달이 지나 결국 문을 닫았다고 들었다. 하지만 식자재나 최저 임금의 인상 등 가격인상 요인이 발생하면 '어리석은 자의 변명' 이라는 가격 인상 안내문을 써보라. 나름의 이유들을 조목조목 설명하면서 변명문을 작성해보라.

#손님들이 붐비는 시간에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중년 부인이 삶은 다슬기를 마루에 앉아서 까고 있었고, 큰솥을 마당에 걸어 놓고 장작으로 불을 지펴 소뼈를 고고 있었다. 버섯을 수십 상자씩 홀에 쌓아 놓고 손님이 많이 드는 시간에 일부러 버섯을 다듬는 일을 한다. 이처럼 손님들이 신뢰할 수 있는 퍼포먼스는 필요하다.

#손님을 잘 관리하는 것도 손님이 있을 떄 해야지 나중에 썰물처럼 다 빠져나가고 난 뒤에 는 아무 소용이 없다.

#사업에서 순간적인 판단 착오가 얼마나 큰 타격을 입히는지 여러 실패 사례에서 볼 수 있다. 매사 신중한 결정을 해야 한다.

오잉크의 돼지 뽈살이 워낙 잘 팔리니 원육의 공급처에서 홈쇼핑 판매를 권유해 왔다. 첫 방송에서 완판! 두 번째 방송도 완판! 욕심이 과했다 세 번째 방송에서 재고가 많이 남았다. 남은 재고를 오잉크에서 팔면 안 되겠냐고 했다. 색이 약간 검게 변했지만 유통기한도 남아 있고 맛에는 큰 차이가 없고 독점적 공급처이다 보니 거절할 수 없어 오잉크에서 팔기로 했다.

색이 왜 이러냐는 항의가 있었지만 공기에 닿으면 갈변은 되지만 신선도나 맛에는 문제가 없다고 설명하며 팔았다. 재고를 다 정리할 때 즈음부터 서서히 손님이 줄기 시작하더니 2개월 만에 매출이 반토막 났다. 서비스를 추가하고 고기값도 낮추 면서 6개월을 고생해서 겨우 원상태로 돌려놓을 수 있었다. 아무리 독점적 공급처라도 정중히 거절 했어야 했는데... 아니면 재고를 인수해서 폐기하든 우리가 먹었어야 했는데... 손님들은 작은 부주의에도 용서가 없다는 걸 나중에 알았으니...

#고객관리를 철저히 하는 최선의 방법은 주인이 직접 손님들을 대면하면서 서비스를 하는 것이다.

#직원들 앞에 사장이 직접 나서서 모든 사항을 몸소 실천하는 것보다 더 나은 교육은 없다.

#소속감과 책임감을 갖고 일 할 수 있는 정식 직원 한명이 열 명의 아르바이트생보다 낫다.

#신선한 야채나 반찬을 담아내는 그릇이 흰 계통의 밝은 색이어야 제 맛을 낼 수 있다. 미심쩍으면 철저히 이 반대로 해보라.

김진석 상무
김진석 상무

흰색 계통의 깔끔한 도기를 쓰면 고급스럽고 음식의 맛도 훨씬 좋아 보이긴 하지만 업종에 따라 잘 살펴봐야 한다. 한정식집이나 고급 일식집, 소고기집처럼 객단가도 높고 회전율도 느린 업종에나 가능하지 돼지 고기집이나 횟집처럼 객단가가 낮은 집, 회전율이 높은 집은 쓸 수가 없다. 빠른 설거지가 요구되는 업종에는 그릇 깨먹는 게 일이다. 많은 식당에서 멜라닌 그릇을 선호하는 이유다.

#장사가 잘 안 될 때에는 오히려 손님들이 선호하는 메뉴의 재료를 2배 이상 늘려 제공하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

#조금 번거롭더라도 맛을 위해서는 수고를 감수해야 한다.

고추장 불고깃집도 고추장 양념을 해서 굽지는 않는다. 맛을 위해서 번거로움을 감수하는 거다. 즉 고기가 다 익으려면 양념이 먼저 탑니다. 해서 고기를 초벌구이를 하고 양념을 바른 후 다시 굽는다.

낙지볶음도 자르지 말고 통으로 볶으면 육즙이 안 빠진다. 새송이 버섯도 짤라서 구우면 말라버려 식감이 떨어진다. 통으로 굴리면서 구운 후 잘라서 먹으면 안에 수분이 빠져나 가지 않아 식감이 훨씬 좋다.

#장사는 솔직하게 해야 한다

장안동에 있는 낙지집에서 산 낙지볶음을 시킨 적이 있다. 해동한 낙지는 밑에 깔고 산 낙지는 위에 올려 산 낙지 볶음을 내 온 것이다. 꿈틀거리는 낙지를 먼저 짤라 주고 밑에 냉동 낙지는 그사이 뜨거운 국물로 죽었다는 듯이 아무렇지도 않게 능숙한 가위질로 짤라 주는 것이다. 하지만 산 낙지와 죽은 낙지의 식감차이는 어떻게 감출 것인가결국 6개월 정도 지난 후 그 가게 앞을 지나는데 가게 문은 닫혀 있고 '임대문의'가 걸려 있었다.

#제발 숙성 좀 하시고 육수도 만드세요.

고기집에서 최소 1주일에서 2주일 정도는 고기를 숙성해서 내 놓는 집의 고기가 훨신 풍미가 깊고 맛있다. 물론 지금은 드라이에이징, 웻에이징, 빙온숙성처럼 여러 숙성 방법이 개발되고 있지만 번거롭고 잘 모르겠으면 진공 포장지를 뜯지 말고 그냥 냉장고에 1주일 이상 넣어두면 된다. 가능하면 김치냉장고에 넣어두길 권한다. 일반 냉장고는 4도로 맞춰놔도 3~5도를 왔다 갔다 하지만 김치냉장고는 큰 변화없이 4도를 유지하기에 숙성에는 최고다.

또한 칼국수나 수제비, 만두피, 탕수육의 튀김 반죽 등 거의 모든 밀가루 반죽들도 숙성을 해야만 반죽의 밀도가 높아져 쫄깃하고 풍미가 좋아진다. 꼭 숙성에 관심 가지시길 권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활어회를 선호하지만 숙성회가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어제 팔다 남은 것을 냉장고에 넣어두었다가 오늘 첫 손님에게 내어 주는 게 아닌 숙성을 제대로 해서 내준다면 감칠맛도 있고 식감도 훨씬 좋다.

김치찌개나 된장찌개에 맹물 붓지 말고 제발 육수 좀 쓰라. 최소한 채수라도 만들어 넣으라. MSG로 감칠맛을 올릴 수는 있지만 육수를 쓰고 안 쓰고의 맛 차이는 분명히 있으며 손님들이 먼저 안다. 요새 육수 안 쓰고 맹물 넣는 가게가 어디 있냐고 하시는 분 중에 장사가 시원찮으면 지금 쓰시는 육수를 다시 한 번 점검(바꾸기)하시기 바란다. 학교 앞 떡볶이집에서도 육수를 쓰는 집은 장사가 잘 되는 것을 보았을 것이다.

#배달은 하지말고 테이크아웃을 꿈꾸라.

지금은 배달앱도 발달하여 과거보다는 많이 좋아졌지만 배달은 가급적 피하는 게 좋다. 원가로 따졌을 때 배달비로 2천~3천 원 정도를 지불 하는 게 이익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음식을 만드는 시간, 음식을 만드는 인력들을 고려해보면 그리 간단한 게 아니다홀 손님에게 소홀하거나 홀 손님의 음식이 늦거나 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그 보다는 테이크아웃을 고려해 보자.

싸 가겠다는 손님은 그 음식점에 대한 충성도가 높기 때문에 불만 없이 기다릴 수 있고 홀 손님에 집중할 수가 있다. 단 여기서 주의할 것은 음식을 담는 용기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뜨거운 국물을 비닐봉지나 플라스틱 용기에 담아 주지 말고 건강까지 염두에 둔 포장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따뜻해야 제맛을 내는 음식이라면 반 조리 상태로 포장을 해서 집에서 간단히 가열해서 먹을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제는 맛만 확실하고 SNS에 홍보만 잘 되면 전국어디서든 주문은 들어오니 택배도 염두에 두고 신선도 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봐야 한다.

<Guardian Korea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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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호 2019-01-11 12:29:08
요즘은 변해야 한다고 하지만 내가 주위에서 봐온 오래된 음식점의 공통점은 늘 처음처럼 한결같은 맛과 동일한 음식의 량을 유지하는 정직한 집이다.

정준모 2019-01-10 15:08:40
작지만 누구도 알려주지 않은 소중한 정보,
식당운영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회를 더 할 수록 흥미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