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다형 시인의 '시 밥상' ... (2)봄 / 이성부
전다형 시인의 '시 밥상' ... (2)봄 / 이성부
  • 전다형 전다형
  • 승인 2019.04.10 15:25
  • 업데이트 2019.04.11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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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다형

봄 / 이성부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 눈 좀 팔고 싸움도 한판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 들고 달려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 비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 온다
너를 보면 눈부셔
일어나 맞이할 수 없다
입은 열어 외치지만 소리는 굳어
나는 아무것도 미리 알릴 수 없다
가까스로 두 팔을 벌려 껴안아 보는
너, 먼 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만화방창萬化方暢 창밖은 벚꽃 천지다. 봄빛 화사하여 꽃그늘 또한 깊다. ‘한 조각 꽃이 져도 봄빛이 깎이거나 바람 불어 만 조각 흩어지니 시름 어이 견디리’라는 두보의 시 ‘곡강이수曲江二首’를 읊어본다. 봄꽃이 핀다는 것은 세상 시들지 않는 그늘을 줄일 수 있음이리라.

위의 시 ‘봄’에서 ‘네가 내게 오기까지’ 거리를 가늠해 본다.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 찾아오는 ‘너’는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 눈 좀 팔고 싸움도 한 판 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너는 왔다. 오고야 말았다. 바람이 부르면 다급한 사연 들고 달려가는 너, 우리들의 모든 바람을 온 몸으로 밀고 온 너, 우리 모두는 다 너다. ‘먼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이다. ‘너’라는 존재는 척박한 현실을 이겨낼 수 있는 존재이다. 찬란해서 눈먼 우리에게 상처투성이로 온 너를 가슴으로 껴안아야 한다. 

전다형

◇전다형 시인은

▷경남 의령 출생

▷부경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석사졸업, 박사수료

▷2002년 국제신문 신춘문예등단

▷시집 '수선집 근처'(푸른사상사)

▷연구서 '한하운 시 공통 연구'

▷제 12회 부산 작가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