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호의 만주 일기 (13)흑룡강조선민족출판사
박명호의 만주 일기 (13)흑룡강조선민족출판사
  • 박명호 박명호
  • 승인 2019.06.24 16:45
  • 업데이트 2019.06.24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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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단강 시에 있는 흑룡강성조선민족출판사 앞에서  대구신인학교 여행 일행들과 함께. 왼쪽에서 세 번째가 필자. 

목단강에 가면 내가 꼭 찾아가는 명물이 하나 있다. 중국의 동포 사회에서 가장 유명한 ‘흑룡강조선민족출판사’가 그곳이다.

20여 년 전 연길에서 책을 여러 권 구입했는데, 당시 초등학교 저학년인 딸애를 위해 동화책 몇 권도 같이 샀었다. 딸애가 그 책을 얼마나 좋아했는지 책 꺼풀이 닳고 닳아 내가 몇 번이고 테이프를 붙여야 할 정도였다. 나중에 다시 구입하려고 확인해 보니 뜻밖에도 연길이 아니라 조선족자치주 중심에서 한참 벗어나 있는 흑룡강조선민족출판사였다. 그들을 꼭 만나보고 싶었다. 그래서 그 다음 방문 때 특별히 그곳을 찾아가 그쪽 출판사 사람들을 알게 되었다. 당시 부사장으로 있는 김두필(수필) 선생이나 시조 시인 김성우 선생은 그때부터 교류하였다.

어떻게 조선족이 가장 많이 살며 집단적으로 거주하는 연변에 있지 않고 조선족이 소수 민족으로 있는 목단강에, 그것도 흑룡강성의 성도인 하얼빈에 있지 않고 변두리라 할 수 있는 목단강에 그런 큰 출판사가 있는지 선듯 이해가 가지 않았다. 물론 목단강이 작은 도시는 아니며 거주 조선족도 많은 편이다. 그렇다 해도 출판사라는 것은 한 문화의 총체적 집산물이기 때문에 연변처럼 많은 조선족이 집단으로 거주하는 곳이 아니고는 불가능한 일인 것이다.

사실 만주에는 비단 목단강에만 그런 문화 집산처가 있는 것이 아니라 하얼빈에 흑룡강신문, 송화강 잡지가 있고, 길림에 도라지 잡지, 장춘에 장백산 잡지, 심양에 조선문보, 료동문학 등이 있다. 중국의 조선족 사회에서 연변 외에 조선족이 흩어져 있는 곳을 ‘산재지구’라 하는데 산재지구에서도 그와 같이 우리말로 된 문예잡지나 신문이 있어 산재지구에 사는 조선족 문인들의 문학적 토대가 되고 있는 것이다. 그들 가운데 지금껏 살아남은 것은 대부분 특정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연변을 포함한 만주 전 지역의 조선족 사회로 활동의 폭을 넓혔기 때문으로 보인다. 심지어는 길림시에 소재하는 ‘도라지’ 잡지는 만주 밖에 있는 칭따오나 베이징 같은 도시로 찾아가 그곳에 흩어져 있는 문인들과 대담을 한다든지 문학 활동을 하기도 한다. 어떻게 보면 이들이야말로 중국이라는 거대한 이민족 국가에서 동화되지 않는 우리민족의 정신적 보루 또는 문화 첨병과 나아가 구심점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몇 해 전 만주의 조선족 사회에서는 하나의 큰 사건이 있었다. 그것은 일종의 문화적 엑서더스라 할 만한 사건이었다. 흑룡강조선민족출판가 32년 동안 터를 잡고 있던 목단강시로부터 흑룡강성 수부도시 하얼빈시로 이사를 감행한 것이다. 말이 이사이지 50명이 넘는 직원 전체와 그에 딸린 가족까지 몽땅 생활터전을 환경이 다른 천리나 떨어진 곳으로 이사를 간다는 것은 상상을 초월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향후 조선민족출판사가 동북아 최대의 중조, 중한 이중언어출판기지로 자리 매김하는데 기초를 닦’은 것이라고 직원들의 각오가 대단했다. 당시까지 조선어(한국어)와 중국어 도서 2000여 종, 간행물 2종을 비롯하여 200만여 권의 책을 출판 발행했다. 인기가 급상승하는 도구도서는 31종에 달하며 수요가 날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이사를 계기로 조선족 문화발전에 더욱 매진할 것은 물론이요, 한중문화교류에 큰 역할이 기대했다.

특히 우리 부산의 자부심인 한국 추리문학의 대부인 김성종 선생의 소설(비밀의 연인, 백색인간, 미로의 저쪽, 불타는 여인) 4편이 곧 중국어로 번역되어 이전 기념으로 출판될 예정이다. 김성종 소설은 그쪽 사회에서 처음으로 소개된 한국 소설이다. 어떻게 보면 김성종 소설은 중국내 한류의 원조라 할 수 있다. 지금도 그의 인기는 대단하여, 2008년 여름 방문했을 때 흑룡강신문에서 그의 소설 ‘일곱 송이 장미’가 연재되고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그곳의 중견 시인 김성우의 다음과 같은 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분은 문청 시절 우리의 문학적 갈증을 풀어준, 거의 신적인 존재였습니다."

박명호

◇소설가 박명호는

▷경북 청송 출생
▷1992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등단
▷장편 '가롯의 창세기', '또야, 안뇨옹'
▷소설집 '우리 집에 왜 왔니', '뻐구기뿔', '어떤 우화에 대한 몇 가지 우울한 추측'
▷잡감집 '촌놈과 상놈' 등
▷부산작가상, 부산소설문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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