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란, 시인의 양면일기 (6)하트 사냥 Hunting Heart
최정란, 시인의 양면일기 (6)하트 사냥 Hunting Heart
  • 최정란 최정란
  • 승인 2019.07.22 18:29
  • 업데이트 2019.07.22 18: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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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과 가슴

비가 온다. 하트가 당긴다. 금정우체국 다녀오는 길, 금정구청 앞 버스정류장. 학기말 고사 기간 중일까. 체육복을 입은 여중생 소녀의 머리에 얹혀있다. 무려 핑크 하트. 사진 한 장 찍어도 될까요? 양해를 구한다. 얼굴이 나오지 않게 스맛폰 카메라의 프레임을 맞춘다. 찰칵. 하트사냥에 성공한다.

어느 여학생 머리에 얹힌 핑크 하트.

태풍이 올라온다고. 세상은 꾸물꾸물 우중중하지만 하트 하나에 마음이 분홍분홍해진다. 이렇게 작은 것에 분홍이 되다니. 나여. 참으로 소박하구나.

하트는 글자 그대로 심장이다. 자신의 심장 스위치를 스스로 내린 사람의 소식을 또 듣는다. 많이 우울했구나. 티비 화면에 나온 그의 모습에는 맥이 없었던가. 뒤늦게 그의 얼굴에 어려 있던 우수를 추수한다. 그의 지독한 슬픔을 소급해서 잡아낸들 무엇하나. 너무 늦었다. 카운셀러가 되고 싶다던 말은, 카운셀러가 필요하다는 말이었을까.

하트는 가슴으로 해석하면 정신 혹은 감정 상태가 된다. 열정이 되고 사랑이 된다. 사랑을 잃으면 가슴이 빠개지듯 Heart Broken 아프다. 설렘이나 욕망이 사라지면 가슴 뛰는 일이 없어진다. 한 여름에도 쓸쓸한 가슴에는 찬바람이 지나간다.

어떤 욕망이 사람을 살게 하고 어떤 욕망이 사람을 죽게 하는 것일까. 우울증이 발병하기 전의 그는 다른 누구보다 성공한 사람이었는데. 그를 살게 한 것은 무엇이고, 그를 죽게 한 것은 무엇일까. 다른 사람은 단 한 번도 이루지 못한 성공을 거듭 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 번도 크게 성공해보지 않고도 살아가는데. 그는 왜 자신의 성공은 생각하지 않고 실패만 생각했을까.

산을 오른 사람은 때가 되면 내려와야 한다. 누구도 한 번 올라간 자리에 영원히 머물 수 없다. 집을 지은 사람이 영원히 그 집에 사는 것이 아니다. 집짓기를 끝낸 건축가는 그 집을 떠난다. 아무도 그것을 실패라 말하지 않는다. 아무도 그것을 배신이라 하지 않는다. 그것이 실패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이 배신이 아니기 때문이다.

삶은 크고 작은 시련으로 구성되어 있다. 탈락도 낙선도 배신도 거절도 거부도 모두 인간 삶의 구성요소이다. 시련을 겪는 것은 인간이라는 증거이다. 이 시련을 실패라 말한다면, 사소한 작은 실패를 통해 인간은 성숙한다. 실패는 누적되며, 누적된 실패는 때로 힘이 된다. 인간은 실패를 통해 살아간다. 실패를 견디는 인내심이야말로 성공의 가장 큰 요건이라 말 할 수도 있다.

그는 이 삶에서 지을 집을 다 지은 것일까. 그래서 기꺼이 떠난 것일까. 그는 버려졌다고 추방되었다고 오해한 것 아닐까.

신도 이따금 실패한다

실패가 뭐 그리 대수인가. 인간과 세상을 창조한 신도 더러 실패한다. 인간과 세상을 이렇게 불완전하게 만들어 놓은 것 보면, 신도 완벽하지 않다. 실패는 존재의 구조 속에 포함된 물리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실패를 한 번이라도 하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세상의 이치는 거듭되는 실패를 통해서 밝혀진다. 그렇다면 실패가 뭐 그리 대수인가.

한 편 이해가 된다. 크고 작은 실패를 미리 넉넉히 겪은 경험이 없는 뇌는 실패에 면역성이 없다. 실패 항체가 형성되지 않기 때문이다. 실패 면역성이 없는 상태에서 갑자기 겪게 되는 큰 사건은 뇌에 치명적 손상을 입힌다.

그렇다면 교육은 성공을 가르치고 강조할 것이 아니라, 실패를 먼저 가르쳐야 할 것 이다. 인생에서 시련과 실패는 불가피 한 것이다. 삶의 구조가 그렇다. 실패가 죽음을 결정해서는 안 된다.

어떤 계기가 반복되는 강박으로 그의 목을 조였는지 정확히는 알 수 없다. 어려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겪은 사건이 뇌에 깊게 새겨져서 치유할 수 없는 상처로 남아있었을까. 모른다. 배신 혹은 낙선으로 짐작되는 그의 실패가 그를 괴롭혔을까. 모른다. 어느 경우이든 그까짓 일로 죽느냐는 말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

사람마다 사건을 받아들이는 감수성이 다르다. 어떤 사람에게 가볍게 지나가는 사건이 어떤 사람에게는 깊은 상처가 된다. 당사자가 아닌 이상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죽지 않을 수 없을 만큼 고통스러웠던 것이다.

트라우마

생명체에게 일어난 어떤 사건은 뇌에 깊게 파인 상처injury 가 되고 옅어지거나 지워지지 않는 흉터scar가 된다. 때로 이 상처는 시간이 흘러도 희석되지 않고 바래지 않는 생생한 충격으로 뇌를 공격한다.

일어난 사건은 지나간다. 시련이 된 나쁜 사건은 일 회로 끝나고 과거의 기억이 된다, 그 기억이 현재에 생생하게 반복된다면, 이 나쁜 기억의 반복이 트라우마다. 즉 일회성 사건이 기억의 반복으로 재현되는 것이다. 나쁜 기억의 독소는 뇌의 이성적 판단을 무기력하게 만들고, 극한의 우울증 상태를 만든다. 이 상태에서 견딜 수 없는 고통이 반복적으로 발생한다.

잠재된 트라우마는 사건을 떠올리는 꼬투리가 될 만한 자극이 주어지면 환각으로 생생하게 나타난다. 환시가 보이고 환청이 들린다. 환후, 환미, 환촉이 느껴지기도 한다. 트라우마가 된 사건과 관련된 자극을 피하는 것이 치료 방법의 하나이다.

그런데 그는 자신의 트라우마가 된 일을 끝없이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 정치평론을 하고 있었다. 그를 아프게 한 과거의 사건은 생생한 기억으로 돌아오고 현재형 자극으로 반복되었을 것이다. 이 기억은 그에게 피할 수 없는 환각을 반복적으로 유발시켰을 것이다.

너는 실패자야. 나쁜 목소리가 끊임없이 속삭였을 것이다. 환청이다. 살아 무엇하느냐. 나쁜 목소리가 반복해서 목을 조였을 것이다. 환청이다. 반복되는 환각의 고통 앞에서, 그의 이성적 뇌는 쪼그라들고, 천적 앞에서 얼어붙는, 진화의 초기부터 기능하는 뇌간이 남았을 것이다.

위험에 처했을 때 살기 위해서라면 화를 내거나 도망치는 것도 방법이다. 그의 이성적 판단이 작동을 멈추자 그는 무기력해졌을 것이다. 화를 내고 대들거나 도망치지 못하고 독사 앞에서 마비되는 개구리처럼. 그는 자신의 죽음 같은 고통이 된 사건의 기억이 반복되는 고통으로부터 화를 내지도 도망치지도 못한 것이다.

죽음을 부추기는 환청 앞에서 그는 결국 자기 심장의 스위치를 스스로 내렸다. 우울증의 극한증세는 스스로 자신의 심장을 멈추는 행위로 나타난다. 자신의 심장을 멈추어서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가슴을 무너뜨린다. 자신의 실패를 속삭이는 악령의 목소리를 물리치지 못하는 것이 인간이라면, 인간은 얼마나 허약한가. 어쩌면 그의 자살은 고통으로부터 도망치는 적극적 탈주행위였을까.

우울 매뉴얼

자주 가슴이 무너진다. 세상의 일들은 모두 가슴으로 먼저 다가온다. 삶은 가슴 무너지는 일 투성이 나날들이 지은 허술한 집 같다. 가슴이 자주 무너지지만 어지간해서 심장이 멈추지는 않는다.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은 때가 있다.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을 때가 있다. 외출도 싫고 사람도 싫다. 무기력 상태에서 헤어날 수 없다. 식욕도 성욕도 사라진다. 물 한 모금 넘기고 싶지 않다. 울음이 웃음을 대체하다가 심해지면 울음조차 사라진다. 가슴이 뻥 뚫리고 텅 빈다. 껍질만 남은 것 같다. 잉여인간 같다. 살아 무엇 하나 싶다.

그럴 때는 사람들을 생각한다. 내가 내 심장의 스위치를 끄면, 통곡하며 가슴이 무너져 내릴 사람들을 생각한다. 그들은 얼마나 가슴 아플 것인가. 이 정도 이성적 판단이 돌아오면, 먹고 싶지 않아도 애써 물 한 모금을 넘기고, 몸을 질질 끌고서라도 밖으로 나간다. 햇빛 속으로 나가 햇빛에 몸을 맡긴다.

나무벤치에 앉거나, 아파트 마당을 산책 한다. 조금 더 힘이 나면 시장으로 간다. 시장 사람들의 활기가 몸과 마음을 채우기 시작한다. 부지불식간에 몸과 마음을 채우고 있던 죽음의 기운이 희석되면서 삶의 기운이 그 자리를 대체한다. 시장 분식집 떡볶이가 눈에 들어온다. 식욕이 돌아온다. 맵고 단 것이 먹고 싶어진다.

이성적 뇌가 제 기능을 찾기 시작한다. 한 발 뒤로 물러서서 나의 감정을 들여다본다. 그래, 햇빛이 부족했어. 이건 가벼운 우울증이야. 도시에 사는 많은 현대인은 크고 작은 우울을 앓고 있어. 건물 안에서 주로 행동하니 몸에서 햇빛이 방전된 거야. 가볍게 지나갈 거야. 낮이 짧은 겨울에는 일부러 산책하며 햇빛을 충전해야 해.

또 한 발 더 뒤로 물러서서 우울한 상태의 내 모습을 객관적으로 바라본다. 그래 그 이전에 거부하고 싶었던 상황이 있었어. 화가 났었지. 그러나 그 화를 밖으로 표현할 수 없었어. 아무에게도 풀 수 없었어. 자존심이 상했어. 그렇다고 그 말을 할 수도 없었어. 화가 나면서 동시에 슬펐어. 죽을 만큼 슬펐어.

다시 한 발 더 물러나서 생각한다. 그래 사람 속에서 살아가자면 화나거나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 상황은 다반사이지. 일상사라고 해야겠지. 그 때마다 화낸다면 에너지가 남아나지 않아. 반복적으로 마음 상하게 하는 상황과 사람을 피하는 것이 상책이야. 완전히 피할 수는 없겠지만, 불쾌한 자극에 노출되는 빈도를 줄이는 거야.

사회성이라는 말도 때로는 폭력이야. 단독자일 때 건강한 사람이라도 집단이나 단체 속에서 상처 받는 일이 빈번하지. 스트레스가 되는 관계를 동료나 친구, 이웃으로 받아들이자면 많이 참아야 하지. 가족이라고 다 편한 관계만은 아니야. 아무리 가까워도 진짜 마음을 편하게 하는 사람은 많지 않아. 뒤집어보면 그들도 내가 편하지 않을 거야. 내가 더 상처주고 있는 지도 몰라.

천재 예술가들은 자기 운명을 자기가 결정하는 예가 많다. 그들의 남다른 재능은 우울의 선물일 수도 있다. 천재 예술가들의 자살은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이 천재라는 증거가 되기도 한다. 나에게 쐐기를 박는다. 주제 파악하셔. 천재 아니잖아.

아름답지만 위험한 자유의지

한 발 더 물러나서 생각한다. 과거에 삶과 죽음은 신의 의지였다. 삶과 죽음 가운데 어느 것도 인간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자신이 원해서 태어나는 것이 아니고, 원하지 않는다고 태어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현재의 생명은 사람의 계획 하에 결정된다. 피임과 유산이 기술적으로 가능해지고, 산아제한이라는 폭력적 어휘에서 출발한 출산계획이 세워진다. 인공수정을 통한 시험관아기 출산을 비롯하여, 불법이지만 대리모에 의한 출산도 가능하다. 이처럼 생명은 더는 신의 섭리에만 의존하지 않는 인간의 계획의 일부가 되었다. 이제 출생은 사람에 의해 결정된다.

출생을 결정하기 시작한 사람이 죽음을 결정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어쩌면 시대적 흐름일지 모르겠다. 삶이 인간의 자유의지라면 죽음도 인간의 자유의지여야 하는지 모르겠다. 연명치료를 거부하는 서약서는 인위적 인간의 치료법에 생명을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이 주는 생명만큼만 살겠다고 환자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지만, 역시 인간의 의지가 개입된다. 안락사는 여전히 불법이지만, 극소수는 스스로 결정한 존엄한 죽음을 위해 스위스로 날아가기도 한다. 이 자유의지는 여전히 슬프다.

자발적 죽음의 원인은 대부분 우울증이라고 판단된다. 그러나 우울증이라는 질병 대신 자유의지로 판단되어야 할 죽음도 있을 것이다. 그들의 판단은 존중되어야 할 것이다. 그래도 가슴이 무너지도록 슬프기는 마찬가지이다.

어렵고도 어려운 마음의 일

인생은 경험이다. 많은 것을 경험했다면 부자다. 폭 넓고 깊이 있게 산 모든 경험은 재산이 된다. 다른 사람이 경험하기 힘든 것들을 일찌감치 많이 경험했다면 성공한 경험부자이다. 살다보면 나쁜 경험도 하고 좋은 경험도 한다. 그러나 좋은 경험은 성공으로 받아들여지고, 아프고 힘든 경험은 성공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지울 수 없는 나쁜 상처가 될 뿐이다. 이 가운데 심한 것은 삶을 망가뜨리는 치명적 트라우마가 된다.

생각을 바꾸면 어떨까. 모든 것이 다 마음에서 일어난다. 어떤 부정적 경험도 이 삶을 서둘러 끝낼 만큼 대단하지 않다고 마음먹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말이 쉽지. 마음 바꾸기는 정말 어렵다.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나 그래도 마음을 바꾸어서 죽음을 삶으로 바꾸는 사람도 있다.

밋밋하고 심심하고 권태로운 것이 대부분의 삶이다. 불편한 날도 많고 불안한 날도 많다. 이따금 평온할 수도 있고 때로 비루할 수도 있다. 그게 보통의 삶이다. 썩 대단하게 가슴 뛰는 일 없어도, 큰 성공, 큰 욕망, 큰 인정 없어도, 삶은 가치가 있다.

죽음 이후에 무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면 살아서 심장이 뛰는 것은 기적이다. 심장은 서둘러 뛰기를 멈추어도 되는 기계부품이 아니다. 생명은 기적이다. 심장은 기적이다. 심장처럼 백 년을 쉼 없이 뛰어주는 놀라운 기계가 어디 있는가. 이 삶, 그 자체가 기적 아니고 무엇인가.

존재 혹은 행위 To be or To do

결과로 보여줘. 행동으로 보여줘. 이 말들은 폭력이다. 생명은 존재 to be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꼭 무언가를 행위 to do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생명은 꼭 무엇을 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꼭 어떤 결과를 보여주어야 가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냥 사람이 사람 곁에 멀리 혹은 가까이 살아 있는 것만으로 심장은 뛰어야 할 가치가 있다.

인간은 더불어 심장이 뛰며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다른 존재의 반려가 되고, 다른 존재의 외로움을 덜어주고, 다른 존재의 존재의 의미가 된다. 소극적으로 보이는 존재는 스스로 적극적 역할로 존재 한다.

늙고 병든 부모에게 무엇을 하기를 바라지 않는다. 그저 오래 살아서 존재하기만 바란다. 어린 아기는 먹고 자고 울고 똥만 싸도 사랑받는다. 생명은 그 자체로 중요하다. 모든 사람이 마찬가지이다. 반드시 위대해져야 하는 것이 아니다. 반드시 훌륭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반드시 숭고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꼭 무언가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어떤 성과를 보여야 하는 것이 아니다. 무슨 쓸모가 생명을 결정짓는 것은 아니다. 그냥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생명은 귀하다.

쓸모없는 사람은 없다. 그냥 있어도 쓸모 있다. 존재 그 자체가 쓸모이다. 잉여인간이란 말은 폐기되어야 한다. 잉여인간은 없다. 더 이상 세상이 나를 필요로 하는 것 같지 않아. 이런 말은 아프지만 교만한 생각이다. 인간은 원래 그렇게 세상이 필요로 하는 존재가 아니다. 반드시 세상이 필요로 하는 존재일 필요가 없다. 인간은 세상을 위해서가 아니라 스스로를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다.

오늘도 잘 부탁해

힘들어 죽겠어. 사람들은 이따금 죽겠어 혹은 죽고 싶어 라 말한다. 그러나 그 말들이 진짜 죽고 싶다는 말은 아니다. 심지어 좋아 죽겠어 라는 말도 있으니. 죽음은 최상급의 마음 상태일 뿐이다. 죽음은 극한의 어떤 지점, 인간이 닿기 어려운 상태로 족하다.

운명하셨습니다. 이 말은 죽음이 모든 인간의 운명이라는 것이다. 돌아가셨습니다. 이 말은 죽음이 원래 삶이 출발한 곳이고 결국 돌아가야 할 본향이라는 것이다. 죽음은 꺼리거나 기피할 것이 아니라 자신의 운명을 더욱 깊이 들여다보고, 어떻게 살 것인가를 비춰보는 삶의 거울이어야 한다.

침대에 들어갈 때마다 죽음을 생각한다. 잠자기 전에 집안을 둘러본다. 부엌과 거실과 서재와 베란다와 비어있는 아이들 방을 둘러본다.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환히 보인다. 내일 아침에 깨어날 수 있을까. 아무리 자는 잠에 가는 것이 죽음복이라도 이 모든 것이 살아서 보는 마지막 이미지일 수 있다고 생각하면 가슴이 쓰려온다.

오늘 아침에도 무사히 일어났다. 이 하루가 기적이다. 또 하루 심장은 수고할 것이다. 심장에 손을 얹어 가볍게 두드려 준다. 오늘도 잘 부탁해. 가슴 아플 일 없기 바래. 말과 행동으로 다른 사람 가슴 아플 일 하지 않기 바래. 내일 죽어도 후회 없도록 착하게 살기 바래.

하트는 삶에 대한 사랑의 은유이다. 사랑의 기도의 이미지이다. 하트를 앞에 두고 죽음을 생각하는 것은 삶의 찬가는 삶의 반대편, 죽음 쪽에서 바라볼 때 더 절실하기 때문이다. 하트채집으로 말을 바로잡는다. 하트는 사냥 보다 채집이 더 어울린다.

따뜻한 카페라떼에서 또 하나의 하트를 채집한다. 두 손으로 커피잔에 뜬 하트를 감싸쥔다. 자연스레 가슴을 중심으로 기도하는 자세가 된다. 작은 기도문을 중얼거린다.

당신의 심장이 두근두근 설레기 바래.
당신의 오늘이 분홍분홍 환하기 바래.
내일도 모레도 그리고 영원히
당신의 달과 별과 해가 쿵쾅쿵쾅 안녕하기 바래.

최정란

◇최정란 시인은 

▷경북상주 출생

▷2003 <국제신문> 신춘문예 등단

▷시집 <장미키스> <사슴목발애인> <입술거울> <여우장갑>

▷제7회 시산맥작품상

▷부산작가회의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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