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호의 만주 일기 (20)개산툰 부의 황제 어곡전
박명호의 만주 일기 (20)개산툰 부의 황제 어곡전
  • 박명호 박명호
  • 승인 2019.08.12 15:39
  • 업데이트 2019.08.12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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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곡전 축제. 사진=박명호
어곡전 축제. 사진=박명호

두만강 중류지역은 역대 네 명의 왕과 깊은 연관이 있다. 그래서 두만강은 왕의 강이라고도 한다. 조선 태조 이성계와 청 태조 누르하치가 이곳 출신이다. 그리고 북송의 마지막 황제 흠종이 이곳에서 한을 품고 죽은 곳이기도 하다. 흠종이 이곳으로 끌려와 감금되었다가 죽은 우물에 흰 살구꽃이 피었다는 전설이 있다. 또 다른 전설에 의하면 누르하치 아버지가 어린 시절 자신보다 지위가 높은 친구의 아버지가 죽어서 그 해골을 강 건너 용바위 위에 올려놓았는데 그러면 황제가 된다는 말을 듣고 자신의 아버지가 죽었을 때 몰래 해골을 바꿔치기 했다. 그래서 결국 그 아들이 황제가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최근 청의 마지막 황제 부의와도 깊은 관련이 있는 어곡전(御穀田)이 부각되어 이곳이 청의 시작과 끝의 역사가 함께 한다는 점에서 흥미를 더한다.

중국의 마지막 황제 푸이는 만주국의 강덕황제로도 한 시대를 보냈다. 역대 그 어느 왕보다도 파란만장한 삶은 보낸 그의 일대기가 영화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특히 쌀을 매우 좋아했다고 한다. 개산툰 하천평에서 조선족들이 생산하는 쌀이 소문이 나서 거기에 천 평의 어곡전을 두고 쌀을 생산해 당시 신경(장춘)에 있는 만주황궁으로 상납하게 했다. 어곡전 주위에는 울타리를 쳐서 다른 짐승의 접근을 막았고, 황소로만 논을 갈았고, 벼를 벨 때도 정결한 옷을 입은 쳐녀들에 의해 수확되어 정미한 쌀 또한 처녀들에 의해 유리판 위에 올려놓고 낱알 하나하나를 골라 진상했다고 한다. 종전 뒤 어곡전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사람들은 심한 고초를 당했다. 그리고 문화혁명 때 한 번 더 죽을 고비를 넘긴다. 그래서 어곡전 관련 자료나 사실이 까마득히 숨겨져 있다가 근래에 와서 시인이자 의사인 오정묵 선생에 의해 알려지게 되었다.

선구촌 사이섬
선구촌 사이섬(間島). 사진=박명호

북간도와 선구촌 그리고 하천평

북간도라는 명칭은 참 특이하다. 두만강 이북 지역은 여진족의 금나라(청)의 고향이다. 그들이 중국을 지배하면서 정작 자신들이 살던 곳은 봉금정책으로 비워두고 신성시했다. 수백 년 땅이 묵히다 보니 매우 비옥했다. 조선쪽에서 사이섬(間島)에 간다하면서 사실상 강 건너에 가서 농사를 지었다. 청이 망하면서 많은 조선인들이 사이섬 북, 곧 북간도로 건너갔다. 그래서 북간도가 된 것이다. 개산툰에 선구촌은 배가 먼저 닿아 선구인지 뱃머리를 닮아 선구인지 알 수는 없다. 아무튼 그곳이 바로 두만강 사이섬이다. 원래는 섬이지만 지금은 중국 쪽 내지와 땅이 붙어버렸다. 그 바로 북쪽에 상천평, 중천평, 하천평의 이른바 천평이라는 넓은 들이 있고 그 중 하천평 쌀이 가장 질이 좋았고, 거기에 어곡전이 있었다. 물론 그들은 모두 강 건너 간 조선인들에 의해 개간되었다.

최학출과 오정묵 선생

어곡전의 개척자 최학출은 충북 청주 사람으로 1935년 북간도 하천평으로 건너왔다. 그가 온상육모법으로 좋은 쌀을 생산해 그 소문이 당시 만주 수도였던 신경까지 퍼지게 되었고, 결국 황제 수라상에 오르는 어곡전의 시조가 된 것이다. 최학출은 비닐이 없던 시절에 기름 바른 종이로 온상모법을 고안해낸 선구자였다. 그러나 어곡전 관련으로 문화혁명 시절 ‘일본주구, 일본특무, 조선특무, 위만주국황제에게 어곡미를 올렸다’ 등의 죄목으로 심한 고초를 당했다. 결국 그 후유증으로 병을 앓다가 죽었다.

어곡전 표지석. 사진=박명호

시인이자 용정 한의사인 오정묵 선생은 역사 속에 묻혀 있던 어곡전을 되살려낸 사람이다. 그는 의사이면서 수술이 불가능한 말기 폐암에 걸려 치료하는 과정에서 미국 학회에 참가하여 암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가지게 되었다.

"내 몸에서 생긴 암을 죽이겠다고 하면 같이 죽는다. 같이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는 천지불산에 들어가 자연 속에서 같이 생존하는 방법을 체득해 마침내 암을 완전히 극복했다. 그는 치료 과정에서 날마다 먹는 쌀이 천기, 토양, 수질의 집합체라는 사실을 알고 직접 지어 먹기로 하고 좋은 입지를 찾아다녔다. 두만강변 천평벌의 별미 소문을 듣고 땅을 구입해 직접 농사를 지었다. 알고 보니 그곳이 옛날 만주국 부의 황제 어곡전이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그는 ‘룡정시어곡전관광제품개발유한회사’ 설립하여 어곡전 입쌀을 브랜드로 키워냈다. 그리고 2007년부터 백중절날 어곡전 축제를 거대하게 개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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