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번째 대멸종과 기후위기
6번째 대멸종과 기후위기
  • 조송원 조송원
  • 승인 2019.09.28 23:48
  • 업데이트 2019.09.28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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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가르랜드 감독, 나탈리 포트만 주연의 영화 '대멸종(Annihilation, 2018)'의 한 장면. 원작은 제프 반데르미어의 동명 소설.

척추동물이 등장한 5억4천만 년 전 고생대 캄브리아기 이후 다섯 번의 대멸종 사건이 있었다. 가장 규모가 컸던 고생대 말 페름기(2억6천만~2억5천만 년 전) 대멸종의 원인은 화산분출에 의한 지구온난화로 추정한다. 고생대의 대표 생물이라 할 삼엽충을 포함해 지구 생물종의 95%가 사라졌다. 2억 년 전 중생대 트라이아스기의 대멸종에도 화산분출이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6500만 년 전 당시 지구의 지배자 공룡을 멸종시킨 건 초대형 운석이라는 게 정설로 받아들여진다. 페름기 대멸종 이전의 두 차례 대멸종의 원인으론 감마선 폭발, 운석 충돌 등이 거론된다.

다음번 멸종은 언제 어떻게 올 수 있을까? 역대 최고의 지구 포식자가 된 인류의 종말을 초래할 재앙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스웨덴의 비영리단체 글로벌챌린지재단(GCF)은 전 지구적 급변 사태를 부를 수 있는 위험 요인을 조사해 매년 보고서를 내고 있다. 세 번째로 낸 올해 보고서에서 이들이 인구의 10% 이상을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선별한 종말적 재앙의 후보자는 모두 10가지다.

핵전쟁, 생화학전, 기후변화, 생태계 붕괴, 전염병, 소행성 충돌, 화산 대폭발, 태양 지구공학(Solar geoengineering), 인공지능, 마지막 열 번째는 아직 등장하지 않은 잠재적 위험들이다.*

이들 중 세 번째인 기후변화는 예측가능하고, 현재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체감할 수 있는 절박한 문제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대처는 열기를 더해가는 ‘온탕 속의 개구리’처럼 태평한 게 현실이다. 물론 인류가 지구의 온도에 영향을 끼치는 ‘인류세’ 이전까지는 이 기후위기에 태평한 대처가 ‘합리적 선택’이었는지도 모른다.

인류는 ‘명백하고 현존한’ 위협에 대처하며 진화해 왔다. 인간의 인지능력은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추세를 감지하기 어렵게 진화해 온 것이다. 극도의 경계심을 발휘해 맹수의 공격처럼 순식간에 죽음을 당할 확률이 매우 높은 상황에 집중하여 살았기에 생존이 가능했다. 어차피 손 쓸 방법도 별로 없는 확률이 낮은 위협에 신경을 썼더라면 위험한 상황에서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동전 던지기를 해보자. 앞면과 뒷면이 나올 확률은 각각 50%이다. 그러나 백 번, 천 번, 만 번을 던지면 앞면도 뒷면도 아닌, 옆으로 서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분명 앞면이나 뒷면에 베팅을 하는 것이 합리적 선택이다. 그러나 ‘대수大數의 법칙’(소규모나 소수로는 확실히 알 수 없으나, 다수로 관찰하면 일정한 법칙이 있다는 것)에 의해 한 번씩은 옆으로 서는 경우가 있는 것이다.

최근 5년이 인류 역사상 가장 더웠고, 이산화탄소 농도도 가장 높았다. 이 상태로 기후변화가 계속되면 전 지구적으로 돌이킬 수 없는 심각한 재앙이 초래된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지구의 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1950~1900년)보다 섭씨 1.1도 올랐고, 이전 5년보다 0.2도 상승했다. 전 세계 가장 권위 있는 기후학자들이 모여(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작성한 과학적 합의(‘IPCC 1.5⁰C 특별보고서’)는,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이상 올라가면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이 온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 시기는 2040년, 앞으로 21년 뒤다. 그러므로 기후 문제는 ‘지구온난화’나 ‘기후변화’가 아니라 ‘기후위기’란 용어가 더 적확하다. 이 기후위기는 누구의 책임인가? 여러 겹이 쌓여 있는 구조라며 조효제 교수는 네 가지를 든다.

첫째 겹은 현대적 삶의 양식이다. 자동차를 타고, 에어컨을 돌리고, 육식을 하는 모든 사람에게 조금씩 책임이 있다. 그러나 이런 점만 얘기하면 서로 다른 책임의 비중이 사라진다.

둘째 겹은 산업혁명 및 그것과 동반된 식민지배였다. 서구 제국들은 천연자원과 면화와 설탕과 차와 고무를 위해 인도, 멕시코, 브라질, 앙골라, 모잠비크, 카나리아, 케이프베르데, 마데이라, 서인도, 가이아나, 말라야, 인도네시아 등지의 산림과 자연을 철저히 유린했다. 비서구권의 지속가능성을 황폐화하면서 서구로 부를 이전시킨 것이다. 일제 강점기엔 어땠을까.

셋째 겹은 화석연료의 위험이 과학적으로 입증된 후에도 수십 년 동안 사실을 부인하고 왜곡하면서 수익에만 몰두해온 엑손모빌과 같은 에너지 악덕기업이 있다. 석탄산업, 발전산업도 여기에 해당한다.

넷째 겹은 지정학적 갈등이다. 최근 발생한 브라질의 열대우림 화재가 전형적인 사례다. 미-중 무역 갈등으로 돼지고기 최대 생산국이자 소비국인 중국의 돈육 가격이 크게 올랐다. 그런데 중국은 돼지 사료용 대두를 주로 수입한다. 브라질은 미-중 갈등을 틈타 대중국 대두 수출을 늘려 미국을 이미 추월하였다. 그 와중에 우파 정부가 아마존우림의 방화를 방치, 조장한 것이다. 이런 식으로의 국가경쟁으로 온실 가스는 늘어만 간다.**

서구 선진국의 책임에 대한 언급이 없어 뻔뻔스럽다는 느낌이지만, 기후위기의 원인에 대한 『이코노미스트』의 지적은 정확하다. 곧, “지구의 변화하는 기후와 인간의 수와 부富에서 놀라운 성장은 모두 산업 동력, 전기, 운송, 난방, 그리고 보다 최근에는 컴퓨터화를 위해 수십억 톤의 화석연료를 연소시킨 데서 비롯된다.”***

현대적 우리 삶의 영위가 곧 기후위기의 원인인 것이다. 그렇다면 탄소 배출량을 줄여 지구 온도 상승을 막기 위해 우리는 삶의 편의나 ‘조직의 이익’을 희생할 수 있을까? 인류는 그런 정신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기후변화 주장은 거짓(hoax)”이라고 선동한다. 일부 과학자는 “온난화가 오히려 소빙하기를 막아준다”며 기후위기를 부정한다. 미국에서는 총기사고가 빈발해도 총기를 규제하지 못하는 이유는 이익감소를 우려하는 총기 생산 군수기업의 반발과 로비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2018년 기준 이산화탄소 배출량 세계 7위, 2017년 기준 온실가스 배출량 OECD 4위, 10년간 증가율 2위로, 국제사회에서 ‘기후악당국가’로 불린다. 그러나 기후위기가 정치권의 의제로 오른 적이 없다. 이번 정기국회도 ‘조국 블랙홀’에서 허우적거릴 뿐이다. 기후위기는커녕 본연의 임무까지 망각하고 있는 정치권, 기성세대에 뭘 더 기대할 수 있을까?

청소년 환경단체 ‘청소년기후행동’은 27일 ‘기후를 위한 결석시위’를 열었다. 자녀가 결석시위를 하려 한다면 기성세대는 ‘지금이 중요한 시기이니 대학 가서 활동해도 된다’고 합리적 선택을 강요할 것이다. 그러나 참석한 청소년들은 ‘선택’은 ‘포기’라고 아주 비합리적으로 응수한다.

기후위기가 돌이킬 수 없는 임계점에 이르러, 인류가 절멸해도 지구는 건재하다. 5번의 생물 대멸종에도 지구 자체는 끄떡없었듯이 말이다. 공룡은 트라이아스기 후반 약 2억2800만 년 전부터 백악기 말까지 자그마치 1억6000만 년 이상 지구를 지배했다. 인류의 역사는 고작 200만년에 불과하다. 수많은 생물종이 지구에 왔다가는 사라져 갔다. 인류 역시 지질층에 화석이란 흔적만 남기고 사라질, 보잘 것 없는 한 생물종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인류의 앞날을 아주 ‘비합리적인’ 청소년들이 떠맡고 있다. 스웨덴의 그레타 툰베리(16)나 ‘청소년기후소송단’의 김유진(17)이나 중간고사를 사흘 앞두고 새벽 기차를 타고 서울 광화문 세종로공원에서 마이크를 잡은 인제 기린고등학교 한다솔(16) 등.

개체발생은 계통발생을 반복한다고 했다. 인생은 본디 쓸쓸한 것이라, 인류 역사 또한 그러한가. 기후위기를 생각하면 쓸쓸해질 뿐이다. 억億(10⁸)과 광년으로 헤아려야 하는 시공時空 속에서 100년도 못 살고 한두 평 땅속에 묻히는 존재의 하릴없는 감상인가!

*곽노필(선임기자), 「인류 종말을 겨누는 10가지 ··· 누가 쏜 화살인가?」, 『한겨레신문』, 2018년 12월 26일. **조효제(성공회대 교수·한국인권학회장), 「기후위기 시대의 실존적 인권」, 『한겨레신문』, 2019년 9월 18일. ***Leader, 「The climate issue」, 『The Economist』, SEPTEMBER 21ST-27TH 2019.

<작가·인저리타임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