웜홀을 만들고 영원히 유지하는 게 가능하다고?
웜홀을 만들고 영원히 유지하는 게 가능하다고?
  • 조송현 조송현
  • 승인 2019.10.14 17:47
  • 업데이트 2019.10.14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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웜홀은 수십 년 동안 공상 과학 소설의 주요 소재였다.L. CALCADA / EUROPEAN SOUTHERN OBSERVATORY / SCIENCE PHOTO LIBRARY
웜홀은 수십 년 동안 공상 과학소설의 주요 소재였다. L. CALCADA / EUROPEAN SOUTHERN OBSERVATORY / SCIENCE PHOTO LIBRARY

사람이 여행할 만큼 충분히 오래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웜홀을 만들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산타 바바라) 물리학과 다이안다이안 왕(Diandian Wang) 교수팀이 그 주인공인데, 연구팀의 논문은 ‘통과 가능한 웜홀 창조(Creating a traversable wormhole)’라는 제목으로 저널 ‘고전 & 양자 중력(Classical and Quantum Gravity)’ 최근호에 게재됐다.

우주의 서로 다른 공간을 연결하는 가상의 개념인 웜홀은 그동안 ‘생성 즉시 양자적 요동에 의해 파괴된다’고 알려졌다. 이번 연구는 비록 이론적인 단계이긴 하지만 웜홀의 존재에 대한 새로운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웜홀을 과학적으로 예언한 선구자는 아인슈타인이다. 아인슈타인은 미국으로 이주한지 2년 후인 1935년 제자 네이던 로젠과 함께 ‘아인슈타인-로젠 브리지(Einstein-Rosen Bridge)’를 발표했다. 아인슈타인-로젠 브리지가 바로 일반상대성이론의 중력장방정식에서 도출된 웜홀이다. 블랙홀 두 개의 특이점이 서로 연결된 모습이다.

웜홀에 대한 학술적인 연구는 반세기 후 본격화되었다. 바로 중력파 연구로 2017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킵 손에 의해서다. 킵 손은 1985년 어느 날 절친인 천문학자 칼 세이건의 전화를 받는다. 내용인 즉, “인류와 외계 문명과의 첫 번째 조우를 그린 소설을 완성했는데, 물리학적으로 타당한 지 검토해 달라”는 것이었다. 그 소설에는 우주선을 타고 26광년 거리의 베가성에 갔다오는데 블랙홀을 통과하는 내용이 들어있었다. 잘 알다시피 블랙홀에 들어갔다가 온전하게 나올 수는 없다. 킵 손은 블랙홀 대신 웜홀로 수정해줬다.

웜홀의 개념도.

킵 손은 이 과정에서 웜홀의 물리학적 가능성을 진지하게 검토했다. 웜홀은 아인슈타인-로젠 브리지가 말해주듯 중력장 방정식에서 유도된다. 문제는 이것이 과연 유지될 수 있느냐 하는 것이었다. 웜홀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반중력 작용을 하는 이상 물질(exotic matter)을 흘려보내야만 한다. 이상 물질은 음의 평균에너지 밀도를 가져야 하는데, 일단 이 물질이 있으면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킵 손은 다시 이상 물질이 우주상에 존재하는지를 검토했다. 확률은 낮지만 존재할 수 있다는 계산을 얻었다. 그래서 칼 세이건한테 웜홀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어떤 사람이 이상 물질을 발견하고 이를 웜홀을 열어놓는 데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해주었다. 킵 손은 ‘무한히 발전된 문명’이라는 가정 아래, 웜홀을 만들고, 이상 물질을 통해 유지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린다.

하지만 추가적인 검토 끝에 웜홀 타임머신은 유지되기 어렵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1990년 킵 손은 김성원(이화여대 교수)과 계산한 결과 진공요동 광선이 웜홀을 파괴할 정도로 강해질 수 있다는 결과가 도출되었던 것이다. 앞서 스티븐 호킹도 이러한 견해를 밝혔다.

1990년대 스티븐 호킹과 킵 손의 웜홀에 대한 한시적인 결론은 다음과 같다. ‘모든 웜홀은 사람들이 그것을 작동시키려는 바로 그 순간 순환하는 진공요동에 의해 스스로 파괴될 것이다.’ 킵 손은 이런 결론을 내리면서도 약간의 여지를 두었다. ‘그러나 물리학자들이 양자중력의 법칙을 깊이 이해하기 전에 우리는 이것을 확신할 수 없다’.

웜홀 연구의 큰 전환이 2013년 일어났다. 레너드 서스킨드와 후안 말다세나가 ER=EPR라는 이론을 발표한 것이다. 이 방정식은 웜홀(아인슈타인-로젠 브리지)은 곧 양자 얽힘에 의해 연결된다는 사실을 나타낸다. EPR(아인슈타인-포돌스키-로젠)은 당초 양자역학의 불완전성을 논증한 논문인데, 결과적으로 약 반세기 후 실험에 의해 양자 얽힘(quantum entanglement) 현상을 확인해주었다.

ER=EPR 개념도. 출처 : Nature
ER=EPR 개념도. 출처 : Nature

양자 얽힘은 시간이 지나도 유지된다. 따라서 ER=EPR 이론이 맞다면 킵 손의 훰홀은 양자적 진공요동에 의해 스스로 파괴되는 것이 아니라 양자적 얽힘에 의해 유지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웜홀은 양자적 규모이기 때문에 인간의 여행을 논할 대상은 못된다.

영원한 웜홀

이번에 왕 교수팀은 끈 이론(string theory)으로 접근했다. 수학적 계산에 의하면 끈이 부러지면 양쪽 끝이 블랙홀로 되면서 웜홀을 형성한다는 것이다. 왕 교수는 “끈은 에너지를 포함하고 있어 부러지면 그 에너지가 끈의 양쪽 끝에 두 개의 블랙홀을 만든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양자장(quantum fields)으로부터 나온 반작용은 통과 가능한 웜홀을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 시공간 곡률이 두 개의 블랙홀을 정적인 상태로 지속해 결과적으로 웜홀의 입구가 열린 상태로 유지시킨다. 일단 통과 가능한 웜홀이 존재한다면, 적어도 우주가 존재하는 한, 어쩌면 영원히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 이에 따르면 현재 우주 곳곳에 웜홀이 발견되지 않은 채로 존재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왕 교수팀의 계산에 따르면 웜홀이 길어질수록 그리고 두 개의 블랙홀(웜홀 입구)이 클수록 가능성은 더 희박해진다. 사람이 이동할 수 있을 정도로 큰 웜홀은 빛이 전달될 수 있는 웜홀보다 존재할 가능성이 훨씬 더 작아지는 것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양자역학 덕분에 사람이 이동할 수 있을 정도의 웜홀이 생겨날 확률은 0이 아니라는 것도 분명하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의 아론 월(Aron Wall) 교수는 "우리도 이전 연구에서 통과할 수 있는 웜홀의 존재 가능성을 확인했으나 웜홀을 만드는 방법은 제시하지 못했다”면서 “이번 왕 교수팀의 연구는 웜홀을 만드는 방법까지 제시한다는 점에서 진일보된 연구”라고 평가했다. 월 교수는 “다만 왕 교수팀의 웜홀은 빛의 속도보다 빨리 여행하는 데는 쓸모가 없다”고 지적했다.

#기사 출처 : ♠Classical and Quantum Gravity DOI: 10.1088/1361-6382/ab436f
NewScientist, Quantum weirdness could allow a person-sized wormhole to last forever 
https://www.newscientist.com/article/2219039-quantum-weirdness-could-allow-a-person-sized-wormhole-to-last-forever/

<'우주관 오디세이'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