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 물질에서 프랙탈 발견, 사상 처음!
양자 물질에서 프랙탈 발견, 사상 처음!
  • 조송현 조송현
  • 승인 2019.10.20 17:50
  • 업데이트 2019.10.20 18: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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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랙탈. 출처 : 픽사베이

미국 MIT 물리학자들이 양자 물질(quantum materials)에서 프랙탈(fractal) 패턴을 사상 처음으로 발견했다고 합니다.

이들의 연구 논문은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최근호에 게재되었습니다.

놀랍고 경이롭습니다. 거시세계의 신비로운 패턴이 맨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미시세계에도 나타났다면, 프랙탈이 함축하는 '혼돈 속의 질서'가 양자 세계에도 존재하는 것이니까 말입니다.

고사리의 가지는 작은 잎들이 질서정연하게 달려 있는데, 그 잎 하나하나는 서로서로 닯음꼴이고, 특히 그 잎들은 자신이 달려 있는 가지와도 닮은꼴입니다. 이뿐 아니라 그 가지는 전체 고사리 줄기와도 닮은꼴이라는 걸 발견할 수 있습니다. 고사리를 비롯한 양치류 식물은 거의 대부분 이런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잎의 일부분을 확대해보면 전체와 동일한 모양이 계속적으로 반복됩니다.

이처럼 부분의 모양이 전체를 닮는 자기유사성(self-similarity)을 가지면서 동일한 모양이 한없이 반복되는 순환성(recursiveness)을 보일 때, 우리는 이를 ‘프랙탈(fractal)’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자연에서 프랙탈을 흔히 봅니다. 번개의 줄기가 그렇고 눈의 결정, 리아스식 해안선도 같은 형태가 반복됩니다. 언뜻 보면 복잡한데 자세히 뜯어보면 일정한 모양이 숨어 있습니다. 프랙탈은 ‘자연의 기하(geometry of nature)’로 불립니다. 기하학을 넘어 '혼돈 속의 질서'라는 철학적 의미로도 많이 통용됩니다.

고사리.
고사리 잎. 출처 : 픽사베이

그런데 이런 프랙탈이 양자 세계에도 나타난다니 놀랍습니다. 전자의 세계도 크기만 다를 뿐 모양은 태양계와 비슷하다는 비과학자들의 말을 들은 적은 있지만 말입니다.

이번에 MIT 물리학자들은 희토류 금속인 네오디뮴 니켈산화물(NdNiO3)에서 발견했다고 합니다. 이 화합물에 나타나는 ‘도메인(domain)’이라 불리는 자성(magnetic) 단위의 분포가 놀랍게도 프랙탈 특징을 갖더라는 것입니다.

네오디뮴 니켈산화물은 미래 첨단산업에 이용가치가 높은 물질로 주목받는데 좀 특이한 성질을 갖고 있습니다. 보통 온도에서는 전기를 잘 통하다가 온도가 낮아지면(섭씨 영하 123도 이하) 절연체로 변한다고 합니다.

희토류 금속인 네오디뮴(Nd 60)은 자석의 원료로 쓰이는데, 네오디뮴 니켈산화물의 원자들은 도메인(자성 단위)이라 불리는 작은 자석 지향 입자들의 덩어리로 뭉친다고 합니다. 도메인은 특정 조건에서 전자와 원자 사이의 상호작용에 따라 다양한 크기와 배열로 나타납니다. 그런데 도체이면서 낮은 온도에서 절연체 성격을 갖는 네오디뮴 니켈산화물에 도메인이 어떻게 출현하느냐 하는 것은 과학계의 큰 의문이었습니다.

그래서 MIT 물리학자들은 네오디뮴 니켈산화물을 냉각하는 과정에서 자성의 기본 단위이 도메인이 어떻게 나타나고 성장하는지를 보고 싶어 특별히 제작한 섬세한 X센 빔을 네오디뮴 니켈산화물의 얇은 막에 쏘아 조사했습니다.

연구 결과 연구팀은 도메인의 크기와 패턴, 전체의 구조가 일정한 자기유사성과 순환성을 갖는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자성의 기본 단위인 도메인이 바로 프랙탈 패턴으로 나타났던 것입니다.

연구팀의 일원인 리카르도 코민 교수는 “도메인 패턴은 처음에는 해독하기 어려웠지만 도메인 분포 통계를 분석한 결과 프랙탈이라는 것을 깨달았다"면서 ”완전히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정말 우연이었다”고 밝혔습니다.

흥미롭게도 도메인은 특정 온도 이상에서는 사라졌다가 온도가 내려가면 이전의 위치에서 다시 생겨났다고 합니다. 코민 교수는 “이 물질은 자석 조각(도메인)이 어디에 있었는지에 대한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양자 물질에 나타나는 이런 프랙탈 성질은 어디에 이용될 수 있을까요?

연구팀은 이 같은 프랙탈 패턴은 양자 물질의 ‘기억’에 의한 것인 만큼 그러한 도메인과 그 패턴을 통해 디지털 정보를 저장하고 보호하는 새로운 방법을 개발하는 데 이용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네오디뮴 니켈산화물에서 자성 단위인 도메인의 프랙탈 패턴이 특정 온도 이하에서 다시 나타나는 것은 마치 경계를 다시 그어야 할 장소에 대한 어떤 기억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렇다면 이 같은 도메인에 정보를 저장하는 것을 상상할 수 있을 것입니다.

코민 교수는 “네오디뮴 니켈산화물의 도메인이 나노(nano) 크기에서 어떻게 구성되는지를 이해하면 열에 노출되어도 정보가 손실되지 않는 새로운 자기정보 저장장치 개발에 응용할 수 있다. 또 온도에 따른 도메인의 성질을 이용하면 합성신경세포 개발에도 응용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이번 양자 물질에서의 프랙탈 발견은 미래 첨단전자 소자 개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기사 출처 : ♠MIT News, Scientists discover fractal patterns in a quantum material
https://news.mit.edu/2019/fractal-patterns-quantum-1016
♠Nature Communications, Scale-invariant magnetic textures in the strongly correlated oxide NdNiO3
https://www.nature.com/articles/s41467-019-12502-0
ScienceAlert, For The First Time Ever, Scientists Discover Fractal Patterns in a Quantum Material
https://www.sciencealert.com/for-the-first-time-scientists-have-discovered-fractal-patterns-in-a-quantum-material?perpetual=yes&limitstart=1

<'우주관 오디세이'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