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학벌주의 사회의 폐해와 혁신적 교육정책
[기고] 학벌주의 사회의 폐해와 혁신적 교육정책
  • 신지윤 신지윤
  • 승인 2019.12.14 11:37
  • 업데이트 2019.12.18 1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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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시험 자격고시화·거점국립대 통합, 공동학위제 도입해야

사람 관계가 학벌을 중심으로 형성되고 사회가 학벌을 매개로 구성되는 사회를 우리는 학벌주의 사회라고 부른다. 이 같은 학벌주의 사회에서는 학벌에 따라 능력이 판별된다. 곧 학벌이 사회적 지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며, 보상도 그에 따라 차등적으로 분배되고 결국 불평등 구조가 고착된다. 신입사원 채용에서도 명문대학 학벌이 높이 평가 받는데 비해, 아무리 실력이 좋은 지원자라 해도 대학 서열이 나쁘면 서류전형에서 바로 배제된다. 한국사회에서 서열화한 대학 학벌은 그야말로 한 인간의 사회적 신분을 결정하는 징표가 된다. 예컨대 SKY 대학(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출신은 현대판 귀족 신분이나 마찬가지다.

학벌에 따라 구획된 사회는 곧 그 사회가 분열된 사회임을 의미한다. 학벌위주의 대학 서열화로 말미암아 계층 간 갈등이 조장되고 서울과 지방 간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된다. 이에 학벌로 인한 패거리 문화가 기승을 부리며 사회전반에 정체 현상이 나타난다. 정상적인 사회가 끊임없이 진보하고 역동적으로 구성되는 살아 있는 사회라면 학벌사회는 정체된 사회이며 생동력이 억제된 사회이다. 그 결과 파벌에 의한 배타적이고 폐쇄적인 사회 관계망을 만들어낸다. 학연으로 맺어진 특권집단이 자신들만의 공동체를 위해 권력을 이용하고 세력을 떨친다면, 국가와 사회의 성장은 당연히 정체될 수밖에 없다.

학벌주의 ... 불평등 구조 고착, 사회 갈등·분열 조장 

학벌사회에서의 학교 교육은 출세를 위한 도구로 인식되어 무한경쟁의 장으로 전락했다. 시험성적에 따라 우등생과 열등생, 모범생과 문제 학생으로 구분한다. 이처럼 도구적인 지식교육을 중시하는 환경에서는 공동체에 대한 협동심과 상대방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인성교육이 상실된다. 학벌이 개인을 대변하는 상징이 되고 학벌을 중심으로 인간관계가 맺어지며 학벌이 중요한 사회적 가치로 부각된다. 마침내 학벌주의 사회에서는 최상의 가치인 일류대학 학벌을 쟁취하기 위한 치열한 입시경쟁은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오랜 세월 우리사회에 만연한 학벌주의가 해소되지 않는 한, 천문학적인 사교육비 문제는 해결되기 어렵다.

학벌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학교 교육은 학벌을 강화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학벌로 연결되어 특권을 누리는 세력들은 공교육의 정상화보다 기득권의 대물림이 중요할 뿐이다. 이들은 교육부를 비롯한 사회 여러 영역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오직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 오늘날 최대 이슈로 떠오른 ‘조국 대란’은 부모의 사회적 지위가 동원할 수 있는 교육자원의 격차, 즉 부모의 능력이 자녀의 삶과 교육 불평등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이로써 불평등하고 불공정하며 정의가 무너진 현실 앞에, 힘없는 서민들은 좌절감을 느꼈고 대입과 취업으로 고통 받는 청년들은 분노했다.

'조국 사태'의 근원은 다름 아닌 학벌주의 

작금의 ‘조국 사태’에서 그 주범은 다름 아닌 학벌만능주의였다. SKY 대학 학벌이 상류층 계급의 기준이 되고, 학벌을 통해 부와 권력의 대를 잇는 불공정한 세습구조를 타파해야 한다. 소수 특권계층에 유리한 교육제도를 개혁하고, 부모의 좋은 배경이 자녀의 대학진학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수평적 다양성 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 대학입시 위주의 교육환경에서 탈피하고 적성과 소질을 개발하는 전인교육 체제로 변모해야 한다. 취업 및 승진 과정에서도 학벌에 의한 차별적 대우가 작동하지 못하도록 법적규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따라서 학벌중심사회가 아닌 개인의 실력을 공정하게 평가받는 능력중심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발표하는 필자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했다. 효율성 있는 중장기 정책을 수립하고 일관성이 유지된다면 교육백년지대계도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먼저 대학입시 수능시험을 전면 절대평가제로 바꾸고 '자격고시화’ 해야 한다. 또한 현 정부의 대선공약인 거점 국립대를 통합하고 ‘공동학위제’를 도입하여 대학 서열을 평준화해야 한다. 무엇보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출신학교 차별금지법’을 속히 제정하고 우리사회의 적폐가 되는 학벌주의를 과감히 청산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시대에 부합하는 혁신적 교육정책을 구현하고, 세계의 변화를 주도하는 글로벌 인재 양성으로 대한민국이 진정 교육 선진국이 되기를 희망한다.

<자유기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