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24주기 ... '영원한 가객' 김광석을 다시 듣는다
어느덧 24주기 ... '영원한 가객' 김광석을 다시 듣는다
  • 허섭 허섭
  • 승인 2020.01.09 11:49
  • 업데이트 2020.01.09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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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6일 김광석 24주기
‘시대의 가객(歌客)’이자 대중가요의 전설의 노래들

출처 : 비주얼스토리 VisualStory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이에게 / 시와 노래는 애달픈 양식 / 아무것도 뵈지 않는 암흑 속에서/ 조그만 읊조림은 커다란 빛 / 나의 노래는 나의 힘 / 나의 노래는 나의 삶

‘시대의 가객(歌客)’ 김광석(1964∼1996)이 세상을 떠난 날은 1996년 1월 6일이었다. 우리 나이로 서른세 살,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혀 우리 죄를 짊어지고 세상을 떠난 그 나이였다. 그가 가고 우리 시대는 IMF사태(1997년)라는 미증유의 고통을 겪으며 그의 가난한 노래는 시대의 아픔을 위로하는 한 줄기 빛이 되었고 이제 그는 우리들의 가슴 속에 살아 있는 ‘영원한 가객’이 되었다.

그의 24주기가 되는 엊그제와 그제 대구 중구 대봉동 방천시장 김광석길(김광석다시그리기길)과 서울의 대학로 골목길에서는 우산을 쓴 시민들의 발자국 사이로 추억추억 내리는 겨울 빗소리와 함께 그의 노래가 울려 퍼지고 있을 것이다.

김광석은 70년대 통기타와 함께 이 땅의 청년문화를 이끌었던 송창식 김민기 양희은의 뒤를 이으며 80년대 시대의 아픔을 더욱 분명한 목소리로 노래한 <노찾사(노래를 찾는 사람들)> 와 <동물원> 의 일원으로 활동하다가 90년대에는 그 누구와도 분별되는 자신만의 목소리를 구축하였다. 그는 분명 김민기와 송창식을 이어받은 포크시대의 후예이었지만 그가 이 세상을 떠난 뒤에는 살아생전의 그를 본 적도 없는 세대는 물론 모든 세대들의 사랑을 받는 불후의 전설이 되었다.

감히 말하건대, 그는 분명 우리 대중음악사에서 남인수와 배호를 이은 전설이 되었으며, (가황歌皇 나훈아와 가왕歌王 조용필도 한 시대를 풍미한 일개 가수일 뿐, 절대 전설이 될 수는 없다.) 차후 100년 뒤에도 남인수와 배호의 노래는 불리우지 않을지라도 김광석의 노래는 여전히 불리울 것이라 확신한다.

여기 그의 노래들 - 우리 시대 빼어난 시편들을 다시금 불러 본다.

 

나의 노래 - 한동헌 작사/작곡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이에게
시와 노래는 애달픈 양식
아무것도 뵈지 않는 암흑 속에서
조그만 읊조림은 커다란 빛

나의 노래는 나의 힘
나의 노래는 나의 삶

자그맣고 메마른 씨앗 속에서
내일의 결실을 바라보듯이
자그만 아이의 읊음 속에서
마음의 열매가 맺혔으면
나의 노래는 나의 힘
나의 노래는 나의 삶

거미줄처럼 얽힌 세상 속에서
바람에 나부끼는 나뭇가지처럼
흔들리고 넘어져도 이 세상 속에는
마지막 한 방울의 물이 있는 한
나는 마시고 노래하리
나는 마시고 노래하리

수많은 진리와 양심의 금 문자
찬란한 그 빛에는 멀지 않으리
이웃과 벗들의 웃음 속에는
조그만 가락이 울려 나오면
나는 부르리 나의 노래를
나는 부르리 가난한 마음을

그러나 그대 모두 귀기울일 때
노래는 멀리 멀리 날아가리
노래는 멀리 멀리 날아가리

* 수많은 진리와 양심의 금문자 / 찬란한 그 빛에 눈멀지 않으리

한동헌이 1979년 서울대 노래패 <메아리> 로 활동할 때, 처음 지어 부른 노랫말에는 ‘수많은 진리와 양심의 금문자 / 찬란한 그 빛에 눈멀지 않으리’ 라고 되어 있었다 한다. ‘세상에는 진리와 양심을 외치는 수많은 말들이 있어도 그 찬란한 금빛에 눈멀지 않겠다’ 는 뜻이다. 삶 자체를 노래하지 결코 이념의 노예가 되지 않겠다는 운동권 가요와 분명 선을 그은 그의 노래철학일 것이다. 그리고 그 노래철학은 곧 김광석의 노래 정신이 되었다.

 

서른 즈음에 - 강승원 작사/작곡

또 하루 멀어져간다
내뿜은 담배 연기처럼
작기만 한 내 기억 속에
무얼 채워 살고 있는지

점점 더 멀어져간다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
비어가는 내 가슴 속엔
더 아무것도 찾을 수 없네

계절은 다시 돌아오지만
떠나간 내 사랑은 어디에
내가 떠나보낸 것도 아닌데
내가 떠나온 것도 아닌데

조금씩 잊혀져간다
머물러 있는 사랑인 줄 알았는데
또 하루 멀어져간다
매일 이별하며 살고있구나
매일 이별하며 살고있구나

점점 더 멀어져간다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
비어가는 내 가슴 속엔
더 아무것도 찾을 수 없네

계절은 다시 돌아오지만
떠나간 내 사랑은 어디에
내가 떠나보낸 것도 아닌데
내가 떠나온 것도 아닌데

조금씩 잊혀져간다
머물러 있는 사랑인 줄 알았는데
또 하루 멀어져간다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 류근 작사 / 김광석 작곡

​그대 보내고 멀리
가을새와 작별하듯
그대 떠나 보내고
돌아와 술잔 앞에 앉으면
눈물 나누나

그대 보내고 아주
지는 별빛 바라볼 때
눈에 흘러내리는
못다 한 말들 그 아픈 사랑
지울 수 있을까

어느 하루 비라도 추억처럼
흩날리는 거리에서
쓸쓸한 사랑 되어 고개 숙이면
그대의 목소리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어느 하루 바람이 젖은 어깨
스치며 지나가고
내 지친 시간들이 창에 어리면
그대 미워져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이제 우리 다시는 사랑으로
세상에 오지 말기
그립던 말들도 묻어버리기
못다 한 사랑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 - 김목경 작사/작곡

곱고 희던 그 손으로
넥타이를 매어 주던 때
어렴풋이 생각나오
여보, 그때를 기억하오

막내아들 대학시험
뜬눈으로 지내던 밤들​
​어렴풋이 생각나오
여보, 그때를 기억하오

세월은 그렇게 흘러
여기까지 왔는데
인생은 그렇게 흘러
황혼에 기우는데

​큰딸아이 결혼식 날
흘리던 눈물 방울이
이제는 모두 말라
여보, 그 눈물을 기억하오

세월이 흘러감에
흰머리가 늘어가네
모두 다 떠난다고
여보, 내 손을 꼭 잡았소

세월은 그렇게 흘러
여기까지 왔는데
인생은 그렇게 흘러
황혼에 기우는데

다시 못 올 그 먼 길을
어찌 혼자 가려 하오
여기 날 홀로 두고
여보, 왜 한마디 말이 없소

여보 ! 안녕히 잘 가시게
여보 ! 안녕히 잘 가시게

여보 ! 안녕히 잘 가시게

 

일어나 - 김광석 작사/작곡

검은 밤의 가운데 서 있어
한 치 앞도 보이질 않아
어디로 가야 하나 어디에 있을까
둘러봐도 소용없었지

인생이란 강물 위를 뜻 없이
부초처럼 떠다니다가
어느 고요한 호숫가에 닿으면
물과 함께 썩어가겠지

일어나, 일어나!
다시 한 번 해보는 거야
일어나, 일어나!
봄의 새싹들처럼

끝이 없는 날들 속에
나와 너는 지쳐가고
또 다른 행동으로 또 다른 말들로
스스로를 안심시키지

인정함이 많을수록 새로움은
점점 더 멀어지고
그저 왔다 갔다 시계추와 같이
매일 매일 흔들리겠지

일어나, 일어나!
다시 한 번 해보는 거야
일어나, 일어나!
봄의 새싹들처럼

가볍게 산다는 건 결국은
스스로를 얽어매고
세상이 외면해도 나는 어차피
살아 살아있는 걸

아름다운 꽃일수록
빨리 시들어 가고
햇살이 비추면 투명하던 이슬도
한 순간에 말라버리지

일어나, 일어나!
다시 한 번 해보는 거야
일어나, 일어나!
봄의 새싹들처럼

일어나, 일어나!
다시 한 번 해보는 거야
일어나, 일어나!
봄의 새싹들처럼

<배움의 공동체 - 학사재(學思齋) 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