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 & D 유리천장
R & D 유리천장
  • 조송현 조송현
  • 승인 2016.01.04 01:47
  • 업데이트 2016.12.2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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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 & D 유리천장

김유미 삼성 SDI 부사장. 김유미 삼성 SDI 부사장.

카나리아(canary)는 참새목 되새과 카나리아속에 속하는, 참새보다 약간 큰 새이다. 먹이나 환경에 따라 깃털 색깔이 변하고, 맑은 목소리를 가져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그런데 광산업이 활황이던 시절, 사람보다 훨씬 가스에 민감한 카나리아는 아름다운 새로서가 아니라 위험 감지기로서 탄광에서 길러졌다. '탄광 속의 카나리아'는 사회 구조에 의해 고통받고 피해를 받을 수밖에 없는 운명을 가진 계층을 일컫는 말로 쓰인다. '카나리아 걸(canary girls)'이라는 말이 생겨난 것은 1차 대전 때. 당시 영국의 TNT 제조 공장에서 일하던 여성들의 별명이다. 피부가 TNT 독성 때문에 카나리아의 깃털처럼 노랗게 변한다고 해서 붙여진 것. 남성들이 대거 전장으로 나가자 여성들이 남성의 전유물이던 폭탄 제조공장 등 과학기술 산업 분야에 투입됐다. 이들은 남성 인력의 공백을 잘 메웠지만 처우는 제대로 받지 못했다. 심지어 자신의 직업과 지위를 전선에서 돌아온 남성들에게 고스란히 넘겨야 했을 정도. '카나리아 걸'은 여성의 고위직 진입을 가로막는 보이지 않는 벽을 뜻하는 '유리천장'의 원조쯤 되겠다. 과학 기술 분야 유리천장의 상징적인 희생자가 바로 마리 퀴리다. 그녀는 1911년 노벨화학상 수상자로 선정됐으나 프랑스 정부는 '부정을 저지른 여성'이라며 노벨위원회에 취소 압력을 가했다. 또 마리 퀴리는 노벨상을 두 차례나 수상하고도 파리 과학아카데미의 정회원이 되지 못했다.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에서다. 100년이 흐른 지금도 과학계의 유리천장은 여전하다는 조사결과가 많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의 조사결과 미국 대학의 과학 학부에서 정규직 여성 비율은 28%, 정교수의 비율은 16%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닌데, 국가과학기술위원회에 따르면 여성 과학자는 전체의 17.3%이고, 연구과제 책임자 비율은 7.3%에 그친다. 최근 삼성그룹 인사에서 연구개발(R&D) 분야 최초로 여성 부사장이 탄생했다는 소식이다. 그 주인공은 김유미 삼성SDI 부사장이다. 충남대 화학과를 나온 김 부사장은 전지 연구 분야의 선구자 중 한 사람. 삼성 SDI에서 '전지의 살아 있는 전설'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원통형 전지에서 폴리머 전지까지 그녀의 손을 거치지 않은 전지가 없다. 이 같은 능력과 열정 앞에 유리천장도 녹아내릴 수밖에. '전지와 결혼한 여자'라는 별칭은 그동안 그녀가 맞닥뜨린 유리천장의 두께를 말해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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