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이 헌법 때문이라고?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이 헌법 때문이라고?
  • 조송현 조송현
  • 승인 2016.11.25 14:33
  • 업데이트 2017.02.0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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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이 헌법 때문이라고?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왼쪽)은 23일 개헌을 주장했다. 반면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는 정권 연장을 위한 개헌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왼쪽)은 23일 개헌을 주장했다. 반면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는 정권 연장을 위한 개헌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최근 정치권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사실상 돌입한 가운데 일부에서 개헌 논의에 불을 붙이고 있다. 이들 개헌론자들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을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로 단정하면서 개헌의 당위성을 주장하고 있다.

그 총대를 멘 인물은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 김 전 대표는 엊그제 ‘대선 불출마, 박 대통령 탄핵 주도’ 선언을 하면서 개헌론에 불을 지폈다.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으로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도 24일 “제왕적 대통령에 권력이 집중되는 5년 단임 대통령제를 그대로 두면 이번 사태와 같은 비극적인 일이 반복될 것”이라고 했다. 나아가 “비행기의 ‘낡고 고장 난 엔진’은 그대로 둔 채 ‘조종사’만 바꿔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고 생뚱맞은 비유를 들어 강조했다.

하지만 이들의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 운운은 한마디로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이들의 주장은 다시 말하면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이 현재 헌법 때문이라는 것이다. 과연 이 주장이 옳은가? 천만의 말씀이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새누리당의 책임 있는 의원들이 이런 소리를 하는 것은 뻔뻔하기 짝이 없는 작태다. 이번 사건의 책임은 누가 뭐라해도 첫째 박근혜, 둘째 새누리당에 있기 때문이다.

첫째 박근혜 대통령 책임을 보자. 그는 대통령은 고사하고 민주공화국 시민의 기본 자질이 안 돼 있는 인물임이 드러났다. 민주공화국의 기본 정신은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의 엄격한 구분에서 출발한다. 이번 국정농단의 핵심은 박 대통령이 이 같은 민주공화국의 기본 정신을 망각한 것이다. 그는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권력을 지극히 공적으로 사용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사인(私人)인 최순실 씨에게 대여 혹은 빼앗겼다. 그 결과는 일개 강남 아줌마의 국정농단으로 나타난 것이다.  http://www.injurytime.kr/archives/2016

둘째, 새누리당 책임을 보자. 한마디로 새누리당은 우리 헌법에 보장된 대통령과 행정부에 대한 견제기능을 외면한 채 대통령의 시녀, 대통령의 홍위병 혹은 대통령의 액서세리를 자임했다. 민주공화국 의회의 직무유기라는 엄청난 잘못을 저지른 셈이다.

그동안 최순실 씨 의혹에 대해 새누리당 의원들은 어떤 태도를 취했는가.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의 재능이 탁월하다며 치켜세운 의원이 있는가 하면 최순실 비선실세 의혹의 증인 채택을 무산시킨 의원들이 대체 누구란 말인가. 하나 같이 새누리당 의원들 아니었던가? 그들은 삼권분립 체제 하의 국회의원이라기보다 마치 전체주의국가의 독재자를 옹위하는 홍위병의 모습과 다를 게 뭐였는가. 박 대통령과 그 주변의 비리의혹 규명을 위해 의회 구성원으로서 최소한의 역할을 했다면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정권이 이 지경에 이르지는 않았을 터이다. 이게 다 자업자득 아니면 뭔가? 그럼에도 ‘제왕적 대통령제 폐해’ 운운하다니, 소가 웃을 일이다. 그러니까 국민들로부터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다는 소리를 듣는 게 아닌가?

사정이 이렇게 명백한데도 개헌론을 들이미는 이유는 뻔하다. 이대로라면 정권을 유기하기 힘드니 판을 일단 흔들어보자는 속셈이다. 그러나 그것은 박-최 국정농단 사태를 마무리하고, 즉 적어도 탄핵 의결을 마친 후 해도 늦지 않다. 그 전에 개헌 논의를 서두르는 것은 박-최 국정농단 사태의 본질을 흐릴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

마지막으로 이건 분명히 하자. 국민주권 국가에서 국정농단, 혹은 국정실패의 책임은 대통령뿐 아니라 여당이 공동으로 지는 게 옳다. 친박은 물론 비박도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개헌을 그 책임의 세탁용으로 악용할 생각은 추호도 갖지 말길 바란다. 우리 국민들은 그리 순진하지도, 무지하지도 않다는 것을 안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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