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타고라스가 상상한 우주
피타고라스가 상상한 우주
  • 조송현 조송현
  • 승인 2016.11.29 10:20
  • 업데이트 2018.06.22 2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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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타고라스가 상상한 우주

피타고라스학파의 우주모형. 지구는 우주 중심의 중심불을 돈다. 피타고라스학파의 우주모형. 지구는 우주 중심의 중심불을 돈다. 출처: UCR Physics 

피타고라스가 살던 당시 그리스인들은 지구가 둥글고 평평하다고 믿었습니다. 그러니까 원반처럼 생겼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리고 자기네 나라가 중앙에 있고, 그 중심지는 신들의 주거지인 올림포스 산 혹은 신탁으로 유명한 델포이 성지라고 믿었습니다.

이 원반과 같은 세계는 바다에 의해 서에서 동으로 횡단되어 두 개로 나뉘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바다를 사람들은 지중해라 불렀습니다. 그것에 이어지는 동쪽의 바다를 에우크세노스 바다(흑해)라고 했다지요. 그리스인들이 알고 있는 바다는 이 두 개뿐입니다.

세계의 주위를 오케아노스라는 대양이 흐르고 있는데, 지구의 서편에서는 남쪽에서 북쪽으로, 동편에서는 그 반대방향으로 흐릅니다. 흐름은 한결같아서 어떤 폭풍우가 몰아쳐도 물결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바다와 지구상의 모든 강은 그곳으로부터 물을 받아들입니다.

그들은 새벽에 해와 달이 오케아노스의 동쪽에서 떠올라 신과 인간들에게 빛을 주면서 공중을 달리는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지구는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다고 여겼음은 물론입니다. 북극성 및 그 근처에 있는 다른 별들을 제외한 모든 별들도 오케아노스로부터 떠올라서 그 속으로 집니다.

그곳에서 태양신은 날개 달린 배를 탑니다. 그러면 지구의 북쪽을 돌아 다시 동쪽, 즉 떠오르는 곳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그리스 신화에서 그려진 대로 지구는 평평한 원반모양으로 우주 중심에 정지해 있고, 태양과 다른 천체들이 지구 주위를 움직입니다.

피타고라스학파의 우주 : 우라노스, 코스모스 그리고 올림포스, 천체는 구형이고 원운동한다, 왜냐하면 천체는 완전하니까

피타고라스학파는 수학적 관념을 이용하여 신화보다 훨씬 진보된 과학적인 우주모형을 고안했습니다. 특히 이미 이때 지동설의 맹아라 할 수 있는 모형이 제기됐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피타고라스학파에 따르면, 우주는 세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먼저 지구(대지 earth)를 포함한 달 아래의 세계인 우라노스, 다음은 달에서부터 항성 천구까지 천구들의 세계인 코스모스, 그리고 여러 신들의 주거인 올림포스가 그것입니다.

지구와 천체, 우주 전체는 구형이라고 그들은 생각했습니다. 왜냐하면 구형은 입체 가운데서 기하학적으로 가장 완전하기 때문이죠. 우주의 갖가지 천체는 똑같은 원형을 그리며 움직입니다. 원은 완전한 기하학적 도형이며, 원운동은 완전하고 영원불멸의 운동이므로 고귀하고 완전한 천체가 원운동을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한 것이죠.

그리고 그러한 운동은 천체의 지위가 고귀할수록 더욱 느리게 움직입니다. 천체의 운동은 한결같고 원형이 아니면 안 된다는 공리는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에게 계승되어 근세 이전까지 천문학의 지배 원리로서 막강한 위력을 발휘했습니다.

지구는 행성 중의 하나, 지동설의 맹아 탄생

피타고라스학파의 필로라오스는 지구가 우주의 중심에 있는 불(중심불, central fire) 주위의 궤도를 서쪽에서 동쪽으로 하루 1회씩 운행하는 우주모형을 제안했다고 합니다. 그 운행은 지구의 같은 쪽이 언제나 중심불을 향하는 것인데, 그것은 마치 달의 한쪽 면이 언제나 지구를 향하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그리고 지구와 중심불 사이에는 상대지구(antichthon; counter-earth)라는 또 하나의 천체가 있다고 상상했습니다. 지구에서는 중심 불이 보이지 않는데, 그것은 상대지구가 지구와 보조를 맞춰 중심불을 언제나 가리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필로라오스는 플라톤이 배움을 청하러 찾아갈 정도로 명성이 자자한 피타고라스학파의 거두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때 필로라오스는 지구는 여러 행성 중의 하나이며, 원궤도를 그리며 돈다고 믿고 있었다고 합니다.

지구와 모든 천체는 중심불 주위를 돈다

이 같은 중심불의 개념은 오늘날 밝혀진 태양계의 모습과는 다르지만, 중심불을 태양으로 치환하면 태양계에 상당히 근접한 모형이 됩니다. 지구가 중심불 주위를 회전한다는 가설은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돈다는 지동설과 맥락이 닿습니다. 다만 그들은 지구가 자전(회전)한다는 사실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지요.

중심불의 주위를 지구가 날마다 회전하는 피타고라스학파의 모형은 움직이는 우주의 모든 천체는 중심불의 주위를 일제히 서쪽에서 동쪽으로 회전하고 있다는 것을 나타냅니다. 그리고 이 회전주기는 고귀한 천체일수록 늘어날 것으로 상상했습니다.

우주의 가장 하등한 천체인 지구는 중심불의 주위를 하루에 1회전하고, 달은 1개월에, 태양은 1년에 1회전한다는 사실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지구 외의 행성은 중심불 주위를 공전하지만, 항성은 중심불 주위를 회전하지 않고 정지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피타고라스학파는 각각의 별들이 음계에 있어서 음정의 비율처럼 지구로부터 일정한 비율의 거리를 두고 존재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렇지만 별의 시차, 다시 말해서 지구 공전에 따른 별의 상대적인 외관상의 위치 변화는 당시에는 관측되지 않았기 때문에 피타고라스학파의 최초 우주관은 수정되지 않으면 안 되었지요.

별의 시차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은 중심불을 도는 지구의 궤도가 매우 작기 때문으로 여겨졌습니다. 피타고라스학파는 지구가 중심별 주위를 공전한다고 해도 항성까지의 거리가 너무 멀기 때문에 별의 시차를 관측하기 힘들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던 것이지요.

뒤에 피타고라스학파 학자인 히케타스와 에크판토스는 지구가 우주의 중심에 있고, 지축을 중심으로 매일 1회 자전한다고 가정했습니다. 이 가설은 별의 시차가 왜 나타나지 않느냐는 의문을 풀어주었고, 또 피타고라스학파의 우주관의 줄기도 해치지 않았지요. 지구의 공전을 버리고 자전을 취한 이 모형은 후에 천동설의 모태가 되었습니다.

피타고라스와 그 학파는 이후의 철학자들, 특히 플라톤에게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플라톤은 피타고라스학파의 이론 중 많은 부분을 계승했습니다. 그 부분 중에는 영혼의 중요성, 형상의 개념 및 이데아와 관련된 수학(기하학)의 중요성이 포함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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