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규의 '그들이 헌법을 죽였다'--국정파탄 내고 개헌하자는 그들
박홍규의 '그들이 헌법을 죽였다'--국정파탄 내고 개헌하자는 그들
  • 조송현 조송현
  • 승인 2016.12.01 17:00
  • 업데이트 2017.02.0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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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규의 '그들이 헌법을 죽였다'--국정파탄 내고 개헌하자는 그들

헌법학자 박홍규(영남대) 교수와 그의 저서 '그들이 헌법을 죽였다' 표지. 헌법학자 박홍규(영남대) 교수와 그의 저서 '그들이 헌법을 죽였다' 표지.

‘그들이 헌법을 죽였다’(개마고원)는 진보적 법학자인 박홍규(영남대 법학과) 교수가 2001년 펴낸 책이다. 산천이 한 번 반이나 바뀌었을 지금 이 책을 들여다보는 이유는 그야말로 정치권이 헌법을 갖고 장난을 치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정을 농단한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하라는 것이 국민의 명령인데도 일부 정치권은 개헌에 더 침을 흘리고 있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 운운하면서. 국정농단의 공범이면서도 헌법 탓을 하며 헌법을 뜯어고쳐야 한다고 입에 거품을 무는 정치인들, 이런 정치인들이야말로 박 교수가 말하는 헌법을 죽이는 사람들, 즉 ‘살헌자(殺憲者)’들이다.

‘그들이 헌법을 죽였다’는 우리 헌법을 사랑하는 헌법학자 박홍규 교수의 우리 헌법에 대한 애정어린 비평서다. 비록 15년의 세월이 흘렀으나 현재 우리 정치 사회 상황에서도 참고할 부분이 매우 많다.

필자가 주목한 이 책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첫째, 개헌이 능사가 아니라는 주장. 우리 헌법이 완전하지는 않지만 개헌보다 중요한 것은 헌법의 이념을 제대로 해석하고 실천하려는 의지라는 것. 미국의 대통령제도 보기에 따라서는 심각한 문제가 있으나 바뀌지 않는 데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제왕적 대통령제’라며 개헌을 추진하는 무리들이 새겨야 할 부분이다. 현재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정권이 국정을 농단했다면 새누리당 정권은 다음 선거에서 심판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그 국정농단을 헌법 탓으로 돌리는 것은 헌법에 대한 모독이며, 심판을 회피하려는 뻔뻔하기 짝이 없는 작태가 아닐 수 없다. 특히 현 정권은 그동안 개헌을 나라 망치는 블랙홀로 치부했든 사람들 아닌가?

둘째, 우리 헌법에 문제가 있다면 권력구조가 아니라 오히려 인권 보장 부분이다. 모든 인권은 자칫 제한이나 금지가 가능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정작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개헌보다 정작 중요한 것은 인권 보장을 강화할 수 있도록 헌법 해석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필요하다. 셋째 정치적 민주화 못지않게 ‘경제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우리 헌법의 원리로서 매우 중요하게 해석하고 있다.

다음은 책의 주요 부분.

나는 우리 헌법을 사랑한다

나는 그 어떤 위대하다는 동·서양철학보다 우리 헌법을 사랑한다. 완벽한 미인은 아니지만 정말로 사랑한다. 더욱 사랑해서 완벽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모두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의 헌법 사랑은 내가 법학자이어서가 아니다. 나에게 헌법은 법 이전에 하나의 기본 상식 또는 사상이다. 헌법은 모든 법의 기본이라고 하나 사실 헌법과 무관한 법도 많다. 도리어 헌법은 사회생활의 기본을 정한다는 점에서 국민적 상식 또는 사상이다. 나는 어떤 사상도 상식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나는 헌법이 우리의 중요한 상식적 가치 기준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것도 어떤 추상적인 기준, 대부분 서양에서 가져온 국적 불명의 사상이나 이론보다 더욱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헌법도 서양에서 온 것이기는 하지만 이미 우리 것이다.

나는 우리 헌법에 약간의 불만은 있어도 너무나도 사랑한다. 그 불만은 헌법 개정이 아니라 얼마든지 법률·재판·학설로 보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헌법은 인민이 인민을 위해 만든 인민의 법

‘인민이 인민을 위해 만든 인민의 법’이란, 링컨이 민주주의를 그렇게 부른 것을 바꾼 것임을 누구나 눈치채리라. 민주주의는 헌법의 내용이다. 따라서 헌법=인민법=민주주의법=민주법이다. 즉 헌법은 민주법이다.

헌법이 이렇게 민주법인 이유는 서로 다른 인간의 자유롭고 평등한 공생을 보장하기 위해서이다. 따라서 민주주의는 단순히 민의의 반영이 아니라, 다수파가 권력을 잡아 그러한 공생을 파괴할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그러한 공생은 군부 등의 독재적 정치권력만이 아니라 재벌의 독재적 경제권력이나 신문·방송이나 가부장제 등 사회·문화권력에 의해서도 침해될 수 있으므로 그런 가능성은 철저히 차단되어야 한다.

헌법의 민주주의는 정치의 민주주의는 물론 경제, 사회, 문화의 민주주의를 포함한다. 특히 정치·경제의 민주화는 우리 헌법에 명시된 원칙이다. 정치의 민주화는 권력분립에 의한 독재의 거부, 경제의 민주화는 독점의 거부와 소득분배 및 경제주체 간의 조화를 요구한다. 경제자유가 아니라 경제민주가 우리 헌법의 원리이다.

우리는 오랜 싸움을 통하여 정치 독재의 가능성은 차단시켰다. 그러나 아직도 경제·사회·문화권력의 차단에는 문제가 있다. 이는 헌법에 위배된다. 왜냐하면 헌법은 경제의 경우 ‘소득의 분배’,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 방지’, ‘경제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헌법의 원리로 규정하기 때문이다.

권력구조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인권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헌법=인권 보장’이라고 하는 의식이 그다지 깊고 넓지 못하다. 이런 면에서 나는 현행 헌법에 대해 불만이 많다. 예컨대 인권을 보장한다고 하면서도 인권이 상당 부분 제한되거나 금지될 수 있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한 대통령 책임제를 한다고 하면서도 대통령의 권한은 그 어느 나라보다 방대한 반면 그 책임 소재의 추궁 방법은 매우 소홀하게 규정되어 있다. 그래서 아무리 훌륭한 통치자가 나와도 이런 헌법에 의하는 한 문제가 많을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헌법을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분명히 말한다. 예전처럼 대통령제를 치우고 내각책임제를 하자는 것에는 명백히 반대한다. 영국을 위시한 다른 많은 나라에서 그것을 잘 하고 있는 듯 보이지만 어디에나 문제는 있다. 우리는 지난 반세기 동안 거의 대부분 대통령제를 이미 체질화된 것을 바꾸자고 주장할 생각은 없다. 대통령제도 제대로만 하면 된다.

그러나 이런 주장보다 내가 더욱 힘을 기울이고자 하는 것은 인권에 대해서이다. 우선 인권에는 절대로 인정되어야 하는 그야말로 ‘인권 중의 인권’이 있다는 점을 나는 강조한다. 그러나 지금 우리나라 헌법에는 그런 것이 없는 듯이 해석될 수도 있다. 모든 인권 제한이나 금지가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 이런 헌법을 가지고는 인간으로서 불안해서 살 수가 없다. 아니 인간으로서 모멸감을 느껴야 하기 때문에 안 된다. 예컨대 국가보안법이란 우리의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생각’을 말살한다.

그러나 나는 헌법을 다시 바꾸는 것은 능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남들처럼 천년 사랑을 하지는 못해도 그래도 백년 사랑은 해야 하지 않는가? 헌법을 바꾸지 않고 헌법의 해석으로 이러한 문제는 해결될 수 없단 말인가?

헌법을 죽이는 사람들

헌법을 사랑하기는커녕 미워하고 죽이려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정치가, 자본가, 재판관, 검·경찰 등 공무원 그리고 학자 등 지배집단 일부이다. 바로 헌법 죽이기의 앞잡이들이다. 살인보다 더 나쁜 살헌(殺憲)이란 범죄를 저지르는 이들이다. 그러나 우리는 살헌자를 처벌하기는커녕 도리어 대통령으로 섬기기도 했다. 나는 이들을 극우파라고 규정한다.

이와 반대로 극좌파라고 규정할 수 있는 ‘북한 지배집단’에 대해서도 분명히 말하고 싶다. 그 어떤 다른 이유보다도 북한 지배집단은 우리 헌법을 부정하기 때문에 살헌 집단이다. 그것은 우리 헌법에 규정된 민주주의를 부정하여 그 내용인 인권보장과 3권분립을 부정한다. 즉 인권을 부정하여 인간의 자유와 평등을 박탈하고, 3권분립을 부정하여 공산당 독재를 인정한다. 따라서 나는 저 유신헌법이 싫었듯이 북한 헌법이 싫다.

살헌자들 중에는 현재의 대통령 5년 단임제를 중임제로 바꾸자고 하는 사람도 있다. 내각제 주장보다 강도가 약한 것일지 모르지만, 우리는 대통령 임기나 중·연임제로 얼마나 긴 세월을 허비했던가? 그 결과 5년 단임제로 한 것을 왜 다시 바꾸자고 야단인가? 대통령 한 번으로 끝내라고 하는 헌법이 왜 나쁜가?

헌법학자라는 사람은 그 이유를 장황하게 몇 번이나 교과서용 책에서 중복하여 설명하나, 요컨대 단임제는 국민심판을 불가능하게 해 ‘민주적 정당성’ 그 자체를 경시하고, 중임 허용은 ‘합리적’이고 ‘민주적’이며, 대통령 직선제 민주주의 정치의 ‘본질적’ 요청이라는 것이다.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인가? 우리 헌법이 비민주적, 비합리적, 비본질적이라니 무슨 소리인가? 대통령의 임기가 끝난 다음에는 그가 속한 정당에서 후보를 내고 국민이 그 후보를 두고 판단하는 사후 심판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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