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나는 직업정치인이다"
안희정 "나는 직업정치인이다"
  • 조송현 조송현
  • 승인 2016.12.13 15:41
  • 업데이트 2017.02.0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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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나는 직업정치인이다"

지난 10일 김해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에 참배하기 전 방명록에 기록하는 안희정 충남지사.

안희정 충남도지사에 대한 9일자 정치웹진 인저리타임의 인터뷰 기사 <안희정 “문재인의 한계 극복하겠다">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홈페이지가 두 번이나 다운될 정도였으니까. 그래서 필자는 안 지사가 지난 9일 부산 해운대 웨스틴조선비치호텔에서 가진 지역 오피니언리더와의 간담회에서 한 발언들을 취재수첩을 넘기며 하나씩 되새겨 보았다.

인터뷰 기사에 담지 못한 두 가지 중요한 주제가 있었다. 하나는 ‘나는 직업정치인이다’이라는 안 지사의 소명의식이고 다른 하나는 노무현 대통령을 만든 ‘좌희정’으로서의 자신감이었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둘은 ‘나는 직업정치인이다’로 통합될 것 같다.

안희정 지사가 간담회에서 가장 먼저 꺼낸 화제가 직업정치인의 삶이었다. 그는 초등학생 자녀 정균, 형균이가 가져온 가정환경조사서에 관한 일화를 들려줬다. 부모 직업 항목에 ‘정치인’이나 ‘정당인’이 없어 어디에 표시할까 한참 고민을 했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이미 정치와 뗄 수 없는 시대임에도 정치를 직업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의 '소명 혹은 직업으로서의 정치'는 주목을 받을 만하다.

“저는 16세 청소년 시절에 혁명을 꿈꾸었고, 대학시절부터 민주화 운동가 길을 걸었고, 1990년대 들어 혁명의 시대가 종언을 고했음을 깨닫고 정치를 직업으로 삼았습니다. 그 이후 정치인이라는 소명을 한 순간도 잊어본 적이 없습니다.”

안 지사가 한 이 말은 그의 자전적 에세이 ‘안희정의 함께, 혁명 - 더 좋은 민주주의를 위해 걸어온 안희정의 자전적 에세이(웅진지식하우스)’에서도 밝힌 내용이다. 이 책의 1부는 ‘나는 정치인입니다’이며, 첫 절의 주제가 ‘나는 직업정치인입니다’로 돼 있다.

우리 사회에서 정치는 ‘더러운 인간들이나 하는 짓’이고, 불신의 대명사쯤으로 여겨진다. 그러므로 정치인은 ‘더러운 인간’ 혹은 ‘믿을 수 없는 사람’과 다르지 않게 통하는 게 현실이다. 이런 매도를 감수하고 왜 안 지사는 ‘나는 직업정치인이다’를 강조하는 것일까?

안희정 지사가 ‘나는 직업정치인이다’고 할 때 그 ‘직업정치인’에는 두 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 같다. 하나는 신념과 소신이다. 안 지사가 소명으로서 정치를 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민주주의 사회 건설이다. 그러니까 안 지사의 ‘직업정치인’은 민주주의라는 대의를 향한 신념과 소신을 실천하는 사람인 것이다.

안희정 지사는 도지사 평가 1위를 기록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바로 정치인으로서의 소명의식이라고 했다. 심지어 그는 대통령도 권력자가 아니라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위탁받은 직업정치인일 뿐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 같은 안 지사의 인식은 다른 분야에서 성공을 거둔 뒤 그 명성과 후광에 힘입어 정치인이 된 경우와는 분명 차별되는 점이다.

두 번째 안희정 지사의 ‘직업정치인’은 자신감을 뜻하는데 이때는 ‘프로정치인’과 같은 의미로 이해된다. 안 지사는 지난 10월 중앙일보의 대선 차기주자 릴레이 인터뷰 ‘도올이 묻고 안희정 답하다’에서 아마추어가 아닌 프로페셔널로서 직업정치인임을 강조한 바 있다. 그는 “산전(山戰)을 하자면 산전을 하고 수전(水戰)을 하자면 수전을 하는 게 프로”라고 했다. 야권의 유력 대선 예비후보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경선을 할 경우 어떤 방식도 피하지 않고 당당히 맞서겠다고 자신감을 강조한 표현이다.

대화 중 이재명 성남시장 얘기가 나왔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촛불정국에서 이 시장의 지지율이 급상승한 것이 화제가 되었던 것. 이 때 안희정 지사는 얼핏 듣기에 뜬금없는 얘기를 들려주었다. 최근 한 친구가 ‘좌희정·우광제’를 언급하며 이렇게 말하더라는 것이다. “안 지사, 친구는 이미 노무현 대통령을 만든, 역사에 남을 큰 일을 했잖은가. 심지어 친구가 직접 대통령이 된다고 해도 아마 그보다 더 큰 의미를 갖기 어려울 것이네.”

그 친구는 아마 안희정 지사의 내면까지도 알아주는 그야말로 지음(知音)이지 싶다. 안 지사가 마무리 인사처럼 말했다. “그 친구의 말은 제가 가진 정치적 자산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주는 계기가 됐습니다. 이런 큰 정치적 자산이 있기 때문에 저는 조급하지 않고 여유를 가질 수 있는 것이겠지요. 직업정치인으로서 소명을 갖고 묵묵히 갈 뿐입니다.”

안 지사의 이 말은, 비록 지극히 겸손하고 에두른 표현이긴 하지만, 차기 대선에 대한 강한 의욕으로 읽혔다. 정치적 자산과 역량을 감안할 때 이재명 시장은 물론 문재인 전 대표보다 훨씬 우위에 있다는 자신감과 믿음의 발로라고 할까.

안희정 지사의 직업정치인론은 그의 정치궤적에 의해 뒷받침된다. 정치철학자 막스 베버는 신념윤리와 책임윤리를 함께 갖춘 사람만이 ‘정치에 대한 소명’을 가졌다고 할 수 있다고 했다. 민주주의를 향한 신념과 혁명의 혈기를 다스리고 현실을 감안한 책임 있는 정치를 추구하는 안 지사에게 ‘소명의 정치인’이라는 평가는 전혀 과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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