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명으로서의 정치와 친박 정치인
소명으로서의 정치와 친박 정치인
  • 조송현 조송현
  • 승인 2016.12.18 18:26
  • 업데이트 2017.02.0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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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명으로서의 정치와 친박 정치인

16일 친박계 정우택 의원이 원내대표에 선출되자 미소짓는 친박 핵심들. 오른쪽부터 이정현 대표, 정진석 원내대표, 김광림 정책위의장.

새누리당이 친박계인 정우택 의원을 원내대표로 선출했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제기에 대해 “대통령의 권력을 찬탈하려는 음모”라며 강하게 비판했던 정치인이다. 간단히 말하면, 그는 박근혜 대통령을 옹위하는 정치인을 일컫는 ‘친박’이다. 새누리당은 정 원내대표를 원내대표로 선출함으로써 ‘도로 친박당’을 택한 것이다.

이것이 국민의 명령을 제대로 받든 처사일까, 아니면 박근혜 대통령의 호위무사 역할을 끝까지 완수하겠다는 뜻일까, 이도 아니면 자신들의 정치적 DNA 때문에, 그래서 정치생명을 연장하기 위해서는 그 길밖에 없어서일까? 어떤 것이든 소시민들의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박근혜 대통령 국정농단 사태의 공범인 새누리당을 해체하라’는 국민의 목소리가 드높은데 ‘도로 친박당’으로 국민의 지지를 받겠다고?

새누리당 해체하라는 판에 '도로 친박당'으로 정권을 재창출하겠다고?

우리나라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이다. 개인의 정치적 자유가 당연히 보장된다. 정치인도 마찬가지다. 정치적 이념과 노선 선택에 자유를 갖는다. 따라서 친박계가 해체를 하든 도로 친박당으로 뭉치든 그들 자유다. 하지만 집권여당의 국회의원이라면 이 같은 정치적 자유뿐 아니라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국민들은 생각한다.

정치인과 정당에 대한 평가는 사람마다 다른 게 당연하다. 사람마다 가치관, 정치적 이념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회과학의 고전이며 정치인의 필독서로 평가받는 막스 베버(Max Weber)의 ‘직업으로서의 정치’의 잣대로 친박계의 정치적 행위를 평가해보고자 한다.

먼저 ‘직업으로서의 정치’의 핵심 내용을 살펴보자. 정치철학자 막스 베버는 정치가의 자질로 열정, 책임감, 균형감각을 들었다. 열정은 대의에 대한 뜨거운 확신을 말한다. 흔히 사회에서 말하는 흥분 상태의 정열이 아니다. 정치인의 자질로서 열정은 개인적·주관적인 것이 아니라 대의에 대한 사회적·객관적인 태도를 말한다.다.

정치가의 자질 : 열정(대의에 대한 신념), 책임감, 균형감각

책임의식은 정치가의 열정을 통제하고 조절하는 능력이다. 정치가는 ‘합법적인 폭력행사권’이라는 수단을 갖고 있기 때문에 책임의식이 없으며 지극히 위험하고 파괴적일 수 있다. 책임의식이 요구되는 이유다.

이러한 책임의식을 단련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균형감각이다. 균형감각이란 내적 집중과 평정 속에서 현실을 관조할 수 있는 능력, 즉 사물과 사람에 대해 거리를 둘 수 있는 능력이다. ‘거리감 상실’은 그것 자체로서 모든 정치가의 가장 큰 죄악 가운데 하나이다.

이들 세 가지 자질을 소유한 자만이 진정한 정치가가 될 수 있고, 진정한 정치적 개성을 발휘할 수 있다고 베버는 봤다. 특히 이러한 자지를 갖춘 정치가를 정치적 아마추어, 특히 단순히 권력을 좇는 ‘권력 정치꾼’과 구분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세 가지 자질을 가졌다고 진정한 정치인으로서의 소명을 가졌다고 보기 어렵다. 소명의 정치가는 세 가지 자질에다 두 가지 윤리의식, 즉 정치행위의 윤리적 원칙을 가져야 한다고 베버는 주장했다. 그것은 바로 신념윤리와 책임윤리이다.

신념윤리란 자신의 정치적 대의를 향해 갖는 신념이다. 정치인 자질로 보면 열정, 즉 ‘대의에 대한 뜨거운 확신’이다. 이를 테면 민주주의 실현, 경제민주화 구현, 지역주의 해소 등은 정치적 대의의 좋은 예가 될 수 있겠다. 정치인이 이 같은 대의를 품지 않고 있다면 소명의식이 있는 정치인이라고 할 수 없다.

그 대의가 시대정신에 부합하면 국민적 지지를 받기 쉬울 게 틀림없다. 그러나 대의나 너무 거창해서 실현이 어렵거나 시대정신과 맞지 않다면 그 정치인은 자신의 신념, 즉 정치적 대의와 그 신념 실현의 결과 사이에 괴리를 느낄 것이다. 신념윤리에만 충실한 정치가는 자신의 신념대로 행동하면서 뒷감당을 못하거나 그 결과에 책임을 지려하지 않는 유형이다. 오히려 이를 세상(국민)의 탓으로 돌리거나 상대 정파나 정적의 탓을 한다.

그에 반해 책임윤리는 자신의 신념, 즉 정치적 대의를 추진함에 있어 그 결과에 책임을 지는 것을 말한다. 자질로는 책임감과 균형감각을 다 가져야 한다. 책임윤리에 충실한 정치인은 자신의 행동의 결과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행동하는 정치인이다. 책임윤리가 강한 정치인은 세상이, 혹은 인간이 정직하지 않고 결함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을 고려한다.

여기서 유념해야 할 것은 내면적 신념에 충실한 신념윤리와 책임윤리가 배타적인 것이 아니라 보완적이라는 점이다. 대의에 대한 뜨거운 확신이 없다면 책임 있는 정치인기 되기 어렵지 않겠는가? 대의에 대한 확신과 헌신이 없는 정치인은 권력감정에 도취되기 쉽고, 결국 권력만을 좇는 '권력 정치꾼'으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자신이 정치가로서 내세운 대의를 생각한다면 한낱 권력감정에만 빠져 있지 않을 것이다.

신념윤리와 책임윤리를 갖춰야 소명의 정치인 

이런 이유에서 베버는 정치가란 분명히 대의에 바탕한 신념윤리를 가져야 할 뿐 아니라 이에 머물지 않고 책임윤리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론적으로 베버는 이 두 가지 윤리적 원칙을 함께 준수할 수 있는 사람만이 ‘정치에 대한 소명’을 가졌다고 할 수 있다고 언명했다.

자, 이제 친박계 정치인에 막스 베버의 ‘소명으로서의 정치론’을 비춰보자. 이들의 정치적 행위의 윤리적 원칙은 어떤가. 우선 신념윤리부터 보자. 무엇보다 도로 친박당으로 뭉친 친박계 의원들의 정치적 대의는 무엇이고 윤리적 원칙은 어떠한가? 지금까지 국민들에게 각인시킨 이들의 대의는 ‘박근혜 대통령 옹위’ 외에 드러난 것이 없어 보인다. 이는 21세기 민주공화국 시대에 걸맞는 정치적 대의나 신념으로 대접받기 힘들다. 한마디로 시대정신과 동떨어져 있다.

친박계가 중심이 된 ‘혁신과 통합 보수연합’은 창립선언문에서 ‘진정한 보수의 철학을 바탕으로 합리적 자유민주주의 사회를 구현하며, 미래사회를 선도하는 올바른 시장경제를 정착하기 위해...’라고 했다. ‘진정한 보수의 철학’, ‘합리적 자유민주주의’ ‘올바른 시장경제’라는 대의를 갖겠다는 것은 좋다. 그렇다면 지금까지는? 이제까지는 이 같은 대의를 갖지 못하고 신념윤리를 제대로 지키지도 못했다는 고백으로 볼 수 있겠다.

보수와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는 서로 맥이 닿아 있다. 보수가 지켜야 할 가장 중요한 가치는 개인의 자유와 인권, 그리고 사유재산(기업활동)이다. 자유와 인권은 자유민주주의의 핵심이다. 진정한 보수를 자처하는 친박들이 이들 보수의 핵심 가치를 지키는 데 과연 확신과 헌신을 다했을까? 기업들에게 강제로 모금하고 경영자 퇴진 압력은 시장경제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처사인데도 이들은 이를 덮으려고만 했다. 자유민주주의를 외치면서 대통령을 제왕으로 떠받든 게 누구인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는 간단히 말해 이들 보수의 핵심 가치를 보수 정권 스스로 지키지 않아 벌어진 일이다. 새누리당 정권, 특히 친박계가 보수에 걸맞는 신념윤리에 충실했다면 이 지경에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다음은 친박의 책임윤리를 따져보자. 책임윤리는 정치적 행위에 대한 책임을 갖는 것이다. 친박계는 ‘혁신과 통합 보수연합’ 창립식에서 ‘오늘의 사태에 대해 통렬하게 반성하고 국민께 용서를 구하며 뼈를 깎는 혁신과 통합을 통해 새롭게 태어날 것을 선언한다’고 했다. 선언은 이렇게 했지만 어떻게 반성하고 용서를 구했는가? 그리고 ‘뼈를 깎는 혁신’이라고 했는데, ‘도로 친박당’으로 뭉친 것이 뼈를 깎는 혁신과 통합인가?

"대의 없이 권력감정에 도취돼 있거나 정치행위에 책임질 줄 모르면 죄악" 

굳이 막스 베버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정당제 민주국가에서 집권정당은 국정에 책임을 지는 것이 상식이다. 이번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정권의 집권 4년은 국정실패를 넘어 국정농단이라는 엄정한 평가를 국민으로부터 받았다. 헌법재판소 평결에 관계없이 국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소추 결의가 명백한 증거다. 국민이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정권의 국정농단을 엄중히 비판하고 있는데 도로 친박당으로 뭉치는 것은 책임 회피를 넘어 국민 모독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박계는 ‘사회 전반에 만연한 좌파 세력의 허구성에 대항해 보수 세력을 통한 정권 재창출에 앞장서겠다’고 한다. '국정은 실패했으나 정권은 재창출하겠다' 식이다. 반성하고 책임지는 자세는 눈꼽만큼도 없고 오로지 재집권 욕심만 드러내고 있다. 그것도 야권을 ‘좌파’로 몰아 색깔론을 불러일으키면서. 폐족의 위기라는 절박함을 모르지 않으나 국민 앞에 정치 도의와 예의가 없어도 너무한 게 아닌가 싶다.

역사의식과 시대정신을 갖춘 소명의 정치인이라면 신념윤리와 책임윤리를 실천해야 한다. 반대로 대의 없이 정치적 허영심(권력감정)에 도취돼 있는 정치인, 자신의 정치적 행위에 책임을 느끼지 못하는 정치인은 그야말로 역사와 국민에게 죄악을 저지르는 것이라는 베버의 말을 정치인, 특히 친박계 정치인들은 다시 한 번 새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