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는 과학이다
골프는 과학이다
  • 조송현 조송현
  • 승인 2016.12.25 11:13
  • 업데이트 2017.0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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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는 과학이다

골프를 과학적으로 접근하는 디섐보.

"세상에서 마음대로 안되는 게 자식과 골프다." 골프장이나 식사 자리에서 흔히 듣는 소리다. 골프채를 잡아본 사람이라면 푸념 같은 이 말에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을 터. 이 말은 삼성그룹 창업자인 고 이병철 회장이 선친 묘소에서 한 말이라고 한다. 성공한 기업가로서 가진 것 없이 다 이루었는데 자식과 골프만은 욕심대로 안 되더라는 푸념인 셈이다. 자식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은 따지고 보면 자식에 대한 욕심 때문이다. 골프가 잘 안된다고 푸념하는 것도 실력보다 욕심이 크기 때문에 나온다. 욕심은 경기력 자체에 영향을 미친다. 골프에서는 잘나가다가도 한 번에 와르르 무너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미세한 심리적 변화에도 엄청난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 골프다. 그래서 골프를 멘털(mental) 스포츠라고들 한다. 심리의 영향을 받지 않는 스포츠가 있을까마는 골프가 특히 심하다는 얘기. 세계 랭킹 1위인 리디아 고와 2위인 박인비 선수가 가진 공통점이 바로 강한 멘털이라는 것도 우연이 아니다. 호남대 골프학과 교수이자 골프칼럼니스트인 김헌 교수는 골프를 마음의 운동이라고 규정한다. 골프를 잘하려면 마음을 다스려 평정심을 유지하는 게 필요하다는 것. 그런 '골프 평정심'에 도달하는 유일한 길은 반복운동이라는 게 김 교수 교습법의 핵심이다. 하버드 의대 출신의 의사이자 명상가로 '달인이 된 골퍼' '골프 예찬'의 저자인 디팩 초프라도 '골프는 자신과 벌이는 정신력의 싸움'이라며 정신과 마음을 강조한다. 그는 자신의 철학대로 정신훈련으로만 6개월 만에 싱글이 되었다고 한다. '골프는 과학이야'라는 말이 회자될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유러피언 투어 개막전인 아부다비 HSBC 골프 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세계 랭킹 1위인 조던 스피스, 3위인 로리 매킬로이를 제치고 1위를 기록한 골퍼는 놀랍게도 미국의 아마추어 골퍼 브라이슨 디섐보(23). 디섐보가 주목을 끈 이유는 또 있다. 자칭 '골프 치는 과학자'이기 때문. 미국 남부감리교대학(SMU)에서 물리학을 전공하고 있는 그는 이번 대회에서 웨지부터 모든 아이언의 샤프트 길이가 95.25㎝(37.5인치, 6번 아이언 샤프트 길이), 무게 280g로 꼭 같은 클럽을 들고나와 프로 골퍼는 물론 갤러리들을 놀라게 했다. '같은 길이의 아이언은 같은 자세로 셋업할 수 있게 해준다는 과학적 분석'에 의한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지난해 미국대학스포츠 챔피언십과 US아마추어챔피언십에서 우승한 그는 올해 4월 마스터스에 출전한 뒤 프로로 전향할 예정인데, 미국 언론은 그를 차기 스타로 지목하고 있다고. 과학적 분석과 훈련에도 골프가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 디섐보는 뭐라고 푸념할지 궁금해진다. 한편 디섐보는 첫 날의 활약을 이어가지 못하고 2언더파 공동 54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디섐보는 "아마추어로 프로 대회에 출전하는 것은 인턴같은 경험이다. 대회에 출전할수록 점점 편안해지고 있다. 대회 출전이 즐겁다"고 말했다. ※ 디샘보는 프로데뷔 경기로 2016년 4월 마스터스 대회에 참가, 21위를 기록했다. 미국 PGA는 그를 2017년의 기대주로 꼽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