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속불변의 원리와 상대성 원리의 충돌 ... 무엇이 문제였나?
광속불변의 원리와 상대성 원리의 충돌 ... 무엇이 문제였나?
  • 조송현 조송현
  • 승인 2017.04.28 15:02
  • 업데이트 2018.09.13 22: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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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속불변의 원리와 상대성 원리의 충돌 ... 무엇이 문제였나?

아인슈타인(24세)과 밀레바의 1903년 1월 6일 결혼기념사진. 밀레바는 4년 연상의 총명한 물리학도였다. 두 사람은 수백통의 편지를 주고받으며 열렬히 사랑했다. 출처: Tesla Memorial Society
아인슈타인(24세)과 밀레바의 1903년 1월 6일 결혼기념사진. 밀레바는 4년 연상의 총명한 물리학도였다. 두 사람은 수백통의 편지를 주고받으며 열렬히 사랑했다. 출처: Tesla Memorial Society

우주관 오디세이-광속불변의 원리와 상대성 원리의 충돌

‘빛의 속도가 관찰자의 상태에 관계없이 일정하다’는 것이 왜 19세기 말 물리학자들에게 당혹스러운 일이었을까요? 그것은 뉴턴역학의 토대인 ‘상대성 원리(principle of relativity)’를 위배한 것처럼 보였기 때문입니다. 만약 빛의 속도가 상대성 원리를 만족하지 않으면 전자기학과 뉴턴역학 둘 중 하나는 틀린 셈이니까요.

 

빛은 베른의 시계탑 앞에서 전차를 기다리는 아인슈타인에게나 빛을 쫓아가는 슈퍼맨에게나 꼭 같이 초속 30만km의 속도로 날아갑니다. 정지한 아인슈타인의 좌표계에서나 이에 대해 등속 운동하는 슈퍼맨의 좌표계에서나 빛의 속도는 ‘일정한’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상대 운동하는 모든 ‘관성좌표계(inertial frame)’에서 빛의 속도가 일정한 것입니다.

관성좌표계(관성계)는 뉴턴의 운동법칙인 ‘관성의 법칙’이 성립하는 좌표계를 말합니다. 한 관성계에 등속운동(상대 운동)하는 모든 계(frame)는 역시 관성계입니다. 뉴턴역학 체계는 이 관성계 위에 기술되었습니다.

자, 이제 처음 질문을 관성계라는 물리학 용어를 사용해 표현해보겠습니다. ‘빛의 속도는 모든 관성계에서 일정하다.’ 이게 왜 당혹스러웠을까요?

아인슈타인이 이 문제를 골똘히 생각하며 출퇴근할 때 이용했던 베른의 전차 역으로 가보겠습니다. 아인슈타인은 플랫폼에서 v의 속도로 떠나는 전차 객실을 바라봅니다. 애인 밀레바가 객실 안에서 손을 흔들며 w의 속도(전차가 가는 방향)로 걸어갑니다.

아인슈타인의 눈에 보이는 밀레바의 속도(V)는 얼마일까요? 이 문제는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밀레바가 전차와 같은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으니 플랫폼의 아인슈타인에 대한 밀레바의 속도(V) = 전차 속도(v) + 밀레바 속도(w) 입니다. V = v + w. 만약 밀레바가 전차와 반대 방향으로 걸어간다면 V = v - w가 될 것입니다.

이것은 생활 속에서 자주 체험하는 것으로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여겨졌습니다(이것이 진리가 아니라는 사실을 이 세상에서 맨 처음 깨달은 사람이 아인슈타인입니다!). 정지한 플랫폼과 플랫폼에 등속운동(엄밀하게는 털컹거리기도 하니까 가속운동이지만 등속운동이라고 가정하자)하는 전차는 서로 관성계입니다. 우리는 상대 운동하는 두 관성계 속의 물체 속도를 이런 방식, 즉 속도합산 정리(the theorem of the addition of velocities)에 따라 계산했고, 당연히 옳다고 믿었습니다.

그렇다면 이 속도합산 정리를 빛에 적용해보겠습니다. 아인슈타인이 베른 전차 역 플랫폼에서 v의 속도로 달리는 전차를 보고 있습니다. 그때 애인 밀레바가 객실 입구에서 플래쉬 불빛(속도 c)을 전차가 가는 방향으로 쏩니다. 밀레바가 쏜 플래쉬 불빛의 속도는 아인슈타인에게는 얼마로 보일까요?

앞의 문제를 풀 때처럼 속도합산 정리를 적용하면 아인슈타인의 눈에 비친 플래쉬 불빛의 속도 V = v + c가 되어야 마땅할 것 같지 않습니까? 아인슈타인도 맥스웰 방정식을 배우기 전에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V=c입니다!

왜 빛은 속도합산 정리를 따르지 않는 것일까요? 당시 물리학자들은 두 관성계 간의 속도합산 정리는 자명한 진리로 여겼습니다. 이것은 뉴턴역학의 토대인 상대성 원리에서 유도된 단순한 정리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물리학자들은 속도합산 정리를 상대성 원리와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따라서 물리학자들은 속도합산 정리를 따르지 않는 것은 곧 상대성 원리에 어긋난다고 생각했고, 따라서 빛은 상대성 원리에 어긋나게 행동한다고 단정했던 것입니다. 당시 물리학자들은 자신이 절대진리로 신봉하는 뉴턴역학이라는 성채가 강진으로 흔들리는 듯한 당혹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이때 아인슈타인의 천재성이 빛을 발합니다. 그가 물리학자들의 당혹감을 혁명적인 생각으로 말끔히 씻어주었으니까요.

당시 물리학자들은 당연히 ‘빛의 속도는 모든 관성계에서 일정하다’(광속불변의 원리 the principle of invariant light speed)와 상대성 원리 둘 중 하나가 잘못되었고, 따라서 틀린 것은 버려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여러분은 어느 것이 틀렸다고 생각하십니까?

아인슈타인은 우선 광속불변의 원리를 검토했습니다. 첫째, 그는 먼저 이론적인 부분부터 살펴보았습니다. 맥스웰 방정식이 빛의 속도를 기준 없이 상수로 제시한 것은 모든 관성계에서 빛의 속도가 일정하다는 의미라고 생각했습니다.

둘째, 빛의 속도에 관한 실험들을 검토했습니다. 아인슈타인은 이중성이 후퇴할 때 내는 빛의 속도와 전진할 때 발산하는 빛의 속도가 같다는 빌헬름 드 시테르의 관측실험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흐르는 액체 속을 지나는 빛의 속도가 기존의 속도합산 정리에 어긋난다는 루이스 피조의 실험 결과도 참고했습니다.

빛의 매질로 가정된 에테르 찾기 실험인 마이컬슨-몰리 실험도 아인슈타인에게는 광속불변의 정리의 증거로 해석되었습니다. 물론 다른 과학자들은 그렇게 해석하지 못했지만요.

마이컬슨-몰리 실험의 가정과 목적은 이렇습니다. ‘빛은 전자기파(파동)이다. 파동은 매질을 필요로 한다. 빛의 속도에 대한 기준계도 필요하다. 빛의 매질이자 속도 기준계 역할을 하는 에테르(ether)가 지구를 포함한 온 우주를 덮고 있을 것이다. 에테르가 실제로 존재한다면 빛의 요상한 행동은 규명된다. 에테르를 검출하자.’

마이컬슨과 몰리는 정교하고 정밀한 실험을 진행했으나 에테르의 존재 징후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다른 물리학자들은 이 실험을 실패로 단정했으나 그 이유를 설명하지 못했습니다.

마이클슨-몰리 실험의 실패는 다음과 같은 의문을 갖게 합니다. 첫째, 에테르가 없다면 빛은 어떻게 매질이 없어도 전달되는가. 둘째, 에테르가 여전히 있는데도 발견되지 않았다면, 빛은 왜 상대성 원리의 속도합산 정리를 적용받지 않는가.

그런데, 두 가지 의문을 다른 각도에서 해석하면 다음과 같은 결론을 얻을 수 있습니다. ‘만약 빛이 에테르 없이도 전달된다고 가정하면, 빛은 지구의 운동이나 관측자의 속도에 관계없이 일정하다.’ 여기서 아인슈타인은 그 누구도 생각지 못한 혁명적인 선언을 터뜨립니다.

에테르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처럼 이론적, 실험적 검토를 통해 아인슈타인은 ‘광속불변의 정리’에는 잘못이 전혀 없다고 굳게 믿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빛의 속도가 속도합산 정리를 따르지 않는 것은 상대성 원리가 잘못되었기 때문일까요? 당시 물리학자들은 대부분 상대성 원리에 뭔가 문제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아인슈타인은 상대성 원리를 꼼꼼하게 검토해보았습니다.

갈릴레이의 상대성 원리(principle of relativity),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relativity)

‘상대성 원리(principle of relativity)는 갈릴레이가 처음 발견한 것인데, ‘물리법칙은 모든 관성계에서 동일하다’로 정의됩니다. 예를 들어 낙하법칙은 항구에 정박한 여객선에서나 잔잔한 바다 위를 항해하는 여객선에서나 꼭 같이 성립한다는 뜻입니다.

뉴턴은 이 원리를 수용해 뉴턴역학의 토대로 삼았습니다. 뉴턴은 『프린키피아』에서 세 가지 운동법칙을 공리로 삼았는데, 운동 제2법칙을 연역한 정리5(corollary5)가 바로 다음과 같은 상대성 원리입니다. ‘어떤 주어진 공간에 속하는 물체들 간의 상대적 움직임은, 그 공간이 가만히 있든, 또는 그 공간이 등속 운동하든 아무런 차이가 없다.’가 그것입니다.

아인슈타인은 두 가지 이유로 상대성 원리의 타당성을 믿었습니다. 첫째, 완벽하지는 않지만 상당한 진리를 내포한 고전역학(뉴턴역학) 분야에서 잘 성립하는  상대성 원리가 다른 분야(전자기학)에서 전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은 선험적으로(a priori) 있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둘째, 만약 상대성 원리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가정한다면, 지구에서 실시된 그 어떠한 역학 실험의 결과도 신뢰할 수 없게 됩니다. 왜냐하면 지구는 초속 30km의 속도로 움직이기 때문이지요. 파이프 오르간도 설치 방향에 따라 음색이 달라야 합니다. 아인슈타인은 우리가 과학실험을 신뢰하고 음색의 비등방위성이 관측되지 않는다는 사실 자체가 바로 상대성 원리의 타당성을 입증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인슈타인은 이처럼 서로 양립할 수 없고, 둘 중 하나는 반드시 틀렸다고 여겨지는 광속불변의 원리와 상대성 원리를 차례로 검토한 결과 둘 다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특히 상대성 원리의 타당성을 인정하자 광속불변의 원리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다가왔습니다.

그렇다면 전자기학과 뉴턴역학의 충돌 원인은 도대체 무엇이었을까요? 상대성 원리에서 유도된 속도합산 정리가 우리의 관념과 달리 절대진리가 아니었던 것입니다. 그 원인은 뉴턴의 시간과 공간 개념에 있었습니다. 플랫폼의 시간과 전차 안의 시간이 달랐던 것입니다. 아인슈타인은 시간과 공간의 개념을 새롭게 검토하기 시작했습니다. 특수상대성이론의 정수에 마침내 다가선 것입니다.

<'우주관 오디세이' 저자·인저리타임 편집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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