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를 바라보는 일본의 두 시선③ “정권교체는 참여민주주의의 결실”
문재인 정부를 바라보는 일본의 두 시선③ “정권교체는 참여민주주의의 결실”
  • 조송원 조송원
  • 승인 2017.07.12 20:15
  • 업데이트 2017.07.15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재인 정부를 바라보는 일본의 두 시선③ “정권교체는 참여민주주의의 결실”

문재인_아베 정상회담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G20정상회의 기간 중인 지난 7일 독일 함부르크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있다./The Japan Times

지난 7일과 10일 2회에 걸쳐 보수 성향의 월간지 《문예춘추》를 통해 ‘촛불 시위’ ‘박근혜 탄핵’ ‘위안부 문제’ 등에 대한 일본 보수의 인식을 일별했다. 이번 3회부터는 진보 성향의 월간지 《세계》를 통해 위의 주제뿐 아니라 문재인 정권의 제반 과제와 한일 관계 등에 대한 일본 진보의 인식을 살펴본다.<편집자 주>

진보 성향의 일본 월간지 《세계》는 한국의 정권교체에 대해 ‘유럽의 포퓰리즘과 달리 참여민주주의·직접민주주의의 결과’로 해석했다.

《세계》는 또 한국인들이 ‘최순실 게이트’를 통해 백일하에 드러난 권위주의체제 아래 쌓인 구조적인 모순들을 똑똑히 목도하면서 ‘적폐청산’의 필요성을 인식, ‘촛불 혁명’을 일으킨 것이라고 평가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에 대해 《세계》는 ‘일반의 예상’이었다고 평가했다. 문재인 후보가 ‘촛불 혁명’의 지향점인 ‘적폐청산’ 이슈를 선점한 것이 결정적이었다고 분석했다.

《세계》는 대선에서 크게 드러나지 않은 중요한 키워드로 ‘안정‘을 꼽았다. ‘촛불 시위’ 참가자들은 ‘적폐청산’을 외치면서도 동시에 ‘안정’을 중시하는 시민들이 대부분이었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노무현 정부에서의 국정경험과 정치경력 등으로 ‘안정’ 희구 시민들의 신뢰를 받았다고 《세계》는 분석했다.

《세계》는 기업에 대한 감시 강화 등 자잘한 시책에 머물러 재벌개혁 정책이 후퇴하고 있는 인상이라면서 ‘경제민주화’라고 하는 거대한 과제를 어디까지, 어떠한 수순으로 진행할 것인지가 향후 문재인 정부의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음은 '한국, 세 번째 진보 정권 탄생의 의미'라는 제목의《세계》 2017년 7월호 대담기사이다.

대담 : 이종원(와세다대학대학원 아시아태평양연구과 교수·국제정치·동아시아 국제 관계론·이하 “이 교수”) 아베 마코토(일본무역진흥기구아시아경제연구소 그룹장·한국기업·산업론· 이하 “아베 연구원”)

일본 월간지 <세계> 진보성향의 일본 월간지 <세계> 표지와 문재인 정부를 분석한 7월호 기사.

이 교수 : 이번 한국의 대통령선거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으로 이끈 ‘촛불시위’의 연장선상에서 실시되어 그 흐름을 크게 좌우한 선거였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지난 3월 헌법재판소에 의한 박근혜 대통령 파면 결정에 따라서 조기 선거로 치러졌습니다. 진보계의 최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승리는 일반의 예상대로였습니다.

작년 ‘최순실 게이트’라 불리는 일련의 스캔들에서 명백하게 드러난 것은 권위주의체제 이래로 쌓여진 모순, 구조적 문제였습니다. 정경유착, 권력 남용, 그리고 여러 가지 불평등구조가 입학부정과 증수회(뇌물수수), 특권계급에의 편의제공 등 국민이 몸으로 느낄 수 있는 형태로 참으로 드라마틱하게 표면화된 것입니다.

이러한 ‘적폐’를 청산하겠다는 메시지를 재빨리 제시한 사람이 야당 제1당의 문재인 후보였습니다. 보수정권에 실망하고 구체제를 개혁하고 싶은 시위 참가자들의 생각이 정권교체에 그대로 연결됩니다. 5월 1일, 2일에 실시된 리얼미터 조사에서도 ‘후보를 선택할 기준’의 1위는 ‘적폐청산’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선거에서 또 하나의 드러나지 않은 키워드가 있다고 하면, 그것은 ‘안정’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불투명한 국제정세와 경제상황이 계속되는 가운데 안정을 바라는 목소리는 뿌리 깊었습니다. 나는 작년부터 올해까지 촛불 시위의 현장을 몇 번이나 가보았는데 모인 사람들 사이에서도 ‘체제는 당연히 바꾸어야’ 하지만 ‘혼란은 좋지 않다.’ 라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경찰을 도발한다거나 경찰과 충돌하려고 하는 사람이 있으면 군중으로부터 ‘질서’라는 목소리가 올라옵니다. 또 집회는 예정된 시각에 정확히 해산합니다. 과거의 정치운동과는 퍽이나 다른 분위기였습니다.

노무현 정권에서 중추적인 활동하였고 조직력도 갖춘 문재인 후보는 다른 후보들과 비교하여 정치 경험이 풍부하기 때문에 안정을 중시하는 사람들에게 신뢰를 받게 된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합니다.

적폐청산과 안정

아베 연구원 : 이번 선거에서 보수파를 구슬리려고 온건한 개혁을 호소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득표율은 보수·자유한국당(구 새누리당)의 홍준표 후보를 밑돌아 중간파는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였습니다.

선거전이 시작될 때까지는 보수·진보의 양극이 아닌 ‘제3지대’로의 결집이 어떠할까 하는 것이 새삼스럽게 주목을 받았습니다만, 막상 투표에서 정치적 의지가 표출되자 기치가 선명하지 않으면 승리할 수 없는 것인지 양극 어느 쪽으로 흡수되어 버리는 구조가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특히 미사일 발사 등 북조선과 관련된 군사적 긴장-‘북풍’의 영향을 결과적으로 보면 가장 많이 받은 후보는 안철수이고, 오히려 홍준표에게는 순풍이 되었습니다.

이 교수 : 그렇습니다. 그 배경에는 대화노선을 지지하는 여론이 다수였다는 사실이 있지요. 문재인의 지지율도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일본에서는 ‘이만큼 북조선이 도발행위를 하고 있는데’ 하는 목소리도 들립니다만, 특히 현재의 젊은 세대는 ‘북풍’이 불어도 ‘또 북풍이냐?’라든가 ‘보수파가 일으킨 것인가?’라고 시니컬한 반응을 두드러지게 보입니다. 휴전선과 접한 현장의 리얼리즘이라는 식으로 말할 수 도 있겠고 한국 사회가 변해온 면도 있습니다.

올해 1월 개성공단 폐쇄로부터 1년이 되는 기회에 한국 국회가 갤럽에 의뢰한 여론조사에서는 조건부가 6할, 무조건이 2할로 전체 8할 정도가 남북대화를 지지하고 있었습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4월말에 실시한 다른 조사에서도 차기 정권의 대북조선 정책의 기조로서 68.7%의 사람들이 ‘평화적 관계’를 지지한다고 회답하고 있습니다.

아베 연구원 : 나와 같은 연대, 이른바 386세대(1960년대에 태어나서 1980년 광주사건부터 87년 한국민주선언까지의 민주화 학생운동에 참가한 세대)의 지인들도 이번의 촛불 시위를 강하게 지지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 가운데 ‘최순실 게이트’에 대해 초기에는 사태를 약간 야유하듯 보던 연구자가 딱 한 사람 있었습니다. 그런 그가 박 대통령 탄핵 소추가 결정된 작년 말에 만났을 때는 ‘한 번 이 체제를 바꾸지 않으면 안 될지도 모른다.’고 말했습니다. 이제까지 진보파와 거리를 두고 있던 시민마저도 이번에는 관점을 바꾸기에 이르렀습니다. 사건과 시위가 가지는 의미가 크다는 것을 생각하게 하였습니다.

이 교수 : 한국에서는 장기간 보수파·중도파·진보파가 각각 4할·2할·4할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이번 갤럽의 사전 조사에서는 세 파가 거의 균등했습니다만, 실제로는 보수 3할·중도 2할·진보 5할이 되었습니다. 박 정권의 여당이었던 새누리당이 분열하였으므로 엄밀한 의미에서 표를 어떻게 분류해야 할까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만, 중도로 생각되었던 꽤 많은 사람들이 진보파의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다는 것은 명백합니다.

중도가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 것은 보수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요. 대선 직전의 여론조사에서 보수파인 홍준표 후보의 지지율은 15% 정도였습니다만, 25%에 조금 못 미치는 표를 획득했습니다. 안전보장 상의 위기의식이 작용했다고 볼 수 있겠지요. 여전히 특정 세대와 지역에, 노무현 정권기의 ‘친북노선’이 부활할 것이다, 한국이 ‘적화’될 것이다, 라고 문재인 후보에 강한 경계감을 가진 층이 있습니다.

한편 새로운 보수를 지향하여 새누리당에서 이탈한 ‘바른정당’의 유승민은 지지를 늘리지 못했습니다. 보수파는 재편의 과정에 있습니다만, 현재로서는 낡은 냉전보수가 세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정권교체를 가져온 것은 포퓰리즘일까?

이 교수 : 5월 한국과 거의 같은 시기에 실시된 프랑스 대통령 선거에서는, 결선투표에서 기성정당인 사회당과 공화당 후보는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프랑스에 한하지 않고 정당정치의 역사가 긴 구미제국에서는 정당의 경직화, 기득권익화가 민주주의 위기의 한 요인이 되어 있습니다.

이번 촛불 시위는 기성정치에 대한 불만이라는 점에서는 공통점도 있습니다. 그러나 초법적이지 않고 어디까지나 민주화 이후의 헌법정치를 수호하고 강화하기 위해 시스템의 틀 안에서 투쟁한 것이 하나의 특징입니다. 헌법재판소도 역시 ‘헌법질서를 무시했다’는 이유로 대통령을 파면했습니다.

아베 연구원 : 말씀하셨듯이 한국의 상황은, 좌에도 우에도 구체제가 있고 그것을 깨뜨린다는 의미에서 좌우 양쪽에서 포퓰리즘이 나타나는 여타 선진국 상황과는 꽤 다릅니다.

다만, 진보계 사람들에게는 역시 낡은 권력구조와 독재, 군사체제의 잔재를 제거하지 않으면 한국은 바뀔 수 없다, 보수정치에 의해서 형성된 기득권익을 어떻게 무너뜨려 갈 것인가, 라는 것이 기본적인 프레임이 되어 있습니다. 아마 이것이 문재인정권의 금후의 개혁노선으로 나타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 교수 : 이번에 더불어민주당은 예비선거를 오픈하여 당원이 아닌 많은 시민이 후보 선출에 참가하였습니다. 한국은 정당이 사회의 요구를 대변하는 기능이 아직 약하고, 정당정치가 확립되어 있지 않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시민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한 이번의 시도는 바야흐로 정당기능을 보충한 변화입니다. 이 점에서도 이번의 정권교체는 포퓰리즘이라기보다는 참여민주주의, 직접민주주의의 결실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요?

‘일자리’ 문제의 그늘

이 교수 : 문재인 후보는 선거전에서 ‘일자리 대통령이 되겠다.’고 호소했습니다. ‘일자리’는 ‘고용’보다 더욱 절실한 울림을 가진 단어입니다. 이 경제 이슈도 컸습니다.

아베 연구원 : 문재인과 안철수 후보는 경제정책 면에서 아주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안철수 후보는 기업가 출신이므로 민간의 활력을 끌어내기 위해 벤처 기업이 계속해서 성장할 수 있는 경제로 전환하여 장기적으로 민간주도의 경제로 방향을 바꿔가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문재인 후보는 정부 역할의 중요성을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고용을 늘리기 위해 정부가 공공부문에서 적극적으로 사람을 고용하고 비정규직은 정규직으로 전환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소득이 증가하고 국내 소비가 환기되어, 다른 부문에 경기의 선순환을 낳게 한다고 하는 스토리입니다.

정부가 전면에 나설 것이냐 민간에 맡길 것이냐, 방향성이 명확히 달라 흥미 깊었습니다만, 선거전 중반부터 안철수 후보가 실속(失速)하여 논의가 심화되지 않은 것은 유감입니다.

이 교수 :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곧바로 대통령 직속의 ‘일자리 위원회’를 만들었습니다만, 약간 고전적인 공적 고용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자신의 임기 중에 공공부문의 비정규직을 없앤다, 공공부문에서 할 수 있는 것을 우선 실행한다고 하므로 재원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만, 아베 선생님이 말씀하셨듯이 큰 논점은 되지 않았습니다. 재벌개혁에 대해서는 어떻습니까?

아베 연구원 : 이 점에서는 문재인과 안철수 후보의 공약은 놀랄 정도로 흡사합니다. 뿐만 아니라 유승민 후보는 보수 가운데서도 재벌개혁파이고, 홍준표 후보의 공약도 문재인・안철수 후보와 겹치는 부분이 많아 거의 쟁점이 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문재인 후보는 기존의 순환출자를 단계적으로 폐지한다고 공약집에 싣고 있었습니다만, 중점공약에서는 제외하였습니다. 당선 후에 재벌개혁이 화제에 올라도 이 점을 명백히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너무 드라마틱한 개혁을 할 생각은 없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이 교수 : 기업에 대한 감시 강화 등 자잘한 시책에 머물러 재벌개혁 정책이 후퇴하고 있는 인상입니다. ‘경제민주화’라고 하는 거대한 과제를 어디까지, 어떠한 수순으로 진행할 것인가?

실은 박근혜 전 대통령도 취임 당초에는 이것을 강조했었고, 거슬러 올라가면 김대중 대통령 시대부터 썩 많이 이야기되어 왔습니다. 금후 이 점이 포인트가 될 것이라는 생각도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