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권을 바라보는 일본의 두 시선④ “정경유착은 개발독재시대 적폐 중의 적폐”
문재인 정권을 바라보는 일본의 두 시선④ “정경유착은 개발독재시대 적폐 중의 적폐”
  • 조송원 조송원
  • 승인 2017.07.14 15:28
  • 업데이트 2017.07.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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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권을 바라보는 일본의 두 시선④ “정경유착은 개발독재시대 적폐 중의 적폐”
 

일본 진보성향의 월간지 <세계> 일본 진보성향의 월간지 <세계> 7월호 표지와 ‘한국, 세 번째 진보 정권 탄생의 의미’라는 제목의 대담 기사.

인류사에 유례를 찾기 힘든 ‘촛불혁명’의 연장선상에 문재인 정권이 들어섰다. 시민혁명을 역사상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일본은 우리의 이 역사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일본의 보수와 진보 진영은 같은 너무나 판이하게 해석한다. 보수성향의 월간지 《문예춘추》와 진보성향의 월간지 《세계》를 통해 다섯 차례에 걸쳐 살펴본다.<편집자 주>

시리즈 네 번째인 이번 기사는 일본 진보성향의 월간지 《세계》의 경제민주화, 정경유착, 격차해소에 관한 분석과 전망을 담았다.

《세계》는 박근혜 정권이 경제민주화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으나 애초 이를 관철할 정치이념을 갖고 있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세계》는 또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파면 이유로 ‘제왕적 대통령제의 정치적 폐습’을 든 것을 지적하면서 정경유착은 개발독재시대로부터 남아 있는 폐습 중의 폐습이라고 평가했다.

《세계》는 한국 사회의 심각한 불평등과 관련해 새 정권이 이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근로자 전체의 최저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한 사회적 합의를 모으는 일이 문재인 정권의 핵심 과제 중 하나라고 전망했다.

다음은 ‘한국, 세 번째 진보 정권 탄생의 의미’라는 제목의《세계》 2017년 7월호 대담기사이다.

대담 : 이종원(와세다대학대학원 아시아태평양연구과 교수·국제정치·동아시아 국제 관계론·이하 “이 교수”) 아베 마코토(일본무역진흥기구아시아경제연구소 그룹장·한국기업·산업론· 이하 “아베 연구원”)

박 정권과 경제민주화

아베 연구원 : 한국 경제는 1997년 아시아 통화위기로 급격하게 나빠진 후 김대중 정권 하에서 수출 주도로 V자 회복을 달성하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재벌에서는 세계적인 대기업이 나와 약진했습니다만, 중소기업의 성장은 상대적으로 뒤늦었습니다.

본디부터 한국경제는 재벌에의 경제력 집중 문제를 안고 있었습니다만, 그 부작용은 2000년대, 특히 2008년 리만쇼크 이후 더욱 심화되어 2012년 대통령 선거 무렵에는 ‘시대정신’, 바야흐로 사회의 공통인식으로서 ‘경제민주화’가 부상하게 되었습니다. 박 전 대통령은 2007년 대통령후보 경선에서 이명박과 겨룰 때는 규제완화를 대대적으로 강조했습니다만, 2012년 대통령선거에서는 이 ‘경제민주화’, 그 다음에 ‘창조경제’를 내세웠습니다.

한국은 이제까지 선진국 캐치업(catchup. 따라잡기)에 힘써, ‘패스트 팔로우’(fast follower. 빠른 추격자)로서 경쟁력을 높여왔습니다. 이것은 대기업에 의한 소품종대량생산을 기반으로 한 것이었는데 경제성장률이 비교적 빠른 페이스로 떨어져 가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 이번에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 선도자)가 되어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을 생산해내야 할 필요성을 강하게 의식하게 되었습니다. 이를 위해 대기업 대신에 중소, 벤처 기업을 중심으로 새로운 산업을 일으키고자 전국 각지에 ‘창조경제센터’를 설치하는 등의 정책을 명확히 내세웠습니다.

이 방향 자체는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만, 세계경제의 침체로 수출이 위축된 점도 있고 하여 그다지 성과는 올리지 못했습니다. 또 외적 요인만이 아니라 대통령의 방침을 경제정책으로 만들어 국회와 교섭할 수 있는 ‘키 퍼어슨’(key person. 핵심인물)이 존재하지 않았고, 돌연 3개년 계획을 만든다는 둥 옛날의 ‘수출진흥회의’와 거의 같은 조직을 부활시키고, 박정희 정권의 재탕 같은 정책이 나오는 것 같이 되었습니다. 경제규모가 이만큼 커졌고 복잡화된 나라에서 60년대, 70년대의 방법론을 가지고 나왔으니 잘 기능할 턱이 없습니다.

이 교수 : 작년부터 한국경제의 상태가 약간 회복된 덕분인지, 박 대통령이 직무 정지되고 삼성의 톱이 체포되자 오히려 경제정책이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고 비아냥거리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웃음).

박근혜 정권의 자리매김을, 정치의 흐름 가운데서 다른 기회에 돌아보고 싶습니다만, 87년부터 대충 말해 10년 단위로 바꿔왔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민주화 이후에도 노태우부터 김영삼 시대까지는 박정희 시대에 은혜를 입은 ‘산업화 세력’이 영향력을 유지하며 군사독재를 이어받은 것처럼 개발독재체제가 계속되었습니다. 진정한 의미에서 민주화 정권은 97년 이후의 김대중, 또 거기에 뒤이은 노무현 시대입니다. 노무현은 미디어・검찰이라는 사회와 정부의 요소(要所)에 남아있는 권위주의적인 요소(要素)를 극복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경험 부족이 탈이 되어 혼란한 와중에 정권의 끝을 맞았습니다. 이명박은 현대건설 사장, 또 서울 시장으로서의 경험을 활용하여 글로벌화에 대응할 새로운 산업화, 선진화를 이루어낼 것이라고 했습니다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결국 ‘CEO 대통령’이라기보다는 70년대적인 개발독재 체제를 질질 끄는 것에 불과한 낡은 정책과 통치 스타일로 시종했습니다.

그 다음의 박근혜 정권은 아베 선생님이 말씀하셨듯이 대통령 선거에서는 ‘경제민주화’ 정책을 공약에 줄줄 늘어놓았습니다. 박정희 시대의 경제개발을 보충하여 이번에는 농민과 노동자를 잘 살게 하겠다고 하며 박정희 딸로서의 ‘낡음’을 잘 전환시켰습니다. 남북문제에 관하여 내세운 ‘한반도신뢰프로세스’만 하더라도, 박근혜는 반공을 내세워 한국을 강하게 하려고 하면서도 남북의 공존, 통일의 비전도 가졌던 아버지 박정희의 정책을 이어받겠다고 했고, 국민은 그것에 기대한 면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권 초기에는 이러한 미래지향적인 이미지가 있었습니다만, 박 전 대통령은 아마 각각의 정책을 관철할 정치이념을 가지고 있을 리가 없었습니다. 측근을 박정희, 전두환 시대의 인맥으로 고정하는 등 통치 스타일도 복고적이어서 자신의 정책이 비판받을 정도로 권위 지향이 강했습니다. 세월호 사건 뒤, 청와대가 1000명이나 되는 문화인 블랙리스트를 만든 것은 그 상징적인 예입니다.

정경유착의 역사

이 교수 : 이번 헌법재판소에 의한 박 대통령 파면 이유로서, 보수파로 평가받는 판사가 보충의견을 써서 ‘제왕적 대통령제의 정치적 폐습’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정경유착은 개발독재시대로부터 남아있는 폐습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라고 말할 수 있겠지요. 정치의 불투명을 조장할 뿐 아니라 재벌에 대하여 필요 이상의 강한 권력을 주는 것이니까요.

대기업은 정치의 비호를 받고, 그 외 기업의 성장과 새로운 아이디어, 기술을 오히려 억압합니다. 그러므로 경제민주화가 요구되어 온 것입니다.

아베 연구원 : 정경유착은 재벌의 성립과도 관계있는 문제입니다. 원래 1960년대 중반 이후 정부는 개발정책에 호응하여 사업을 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인·허가와 자금 대출을 해주며 우대하였습니다. 이렇게 하여 재벌이 급속히 성장한 것입니다.

우대에 대한 보상이라고 해야 할까, 정부가 손쉽게 자금을 모으고 싶을 경우, 기업에 기부 등으로 돈을 내게 하는 일은 이전부터 종종 행해져 왔습니다. 이번 ‘최순실 게이트’가 발각된 단서도, 활동 실체가 없는 K스포츠와 미르재단이 800억 원이 넘는 거액의 기부금을 모으고, 양 재단의 설립 중심에 그녀의 존재가 있다고 보도되었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당근’만이 아니라, 말을 듣지 않는 기업에 대해서는 철저한 세무조사를 실시하여 오너를 소추하는 등 ‘채찍’도 사용하여 왔습니다. 다만 근년에는 이전과 비교하여 기업의 힘이 강해져 있는 상황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삼성과 관련된 의혹 중의 하나에, 삼성 그룹의 기업이 주식시장에 신규 상장할 때에 정부가 상장 요건을 완화하고 그 대가로서 최순실에게 거액의 금품을 지불했다고 하는 것이 있습니다. 이에 관해 정부 측은 그룹 회사가 상장하게 되면 시장도 활성화되므로 요건을 완화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만, 기업 측의 요망(要望)을 정부가 헤아려 준 케이스라 말할 수 있겠지요.

이 교수 : ‘삼성공화국’이라고도 불립니다만, 확실히 정보망과 조직의 지속성이란 면에서 재벌 쪽이 정부 측보다 강한 권력을 가진 경우가 있을 겁니다. 노무현 정부도 발족 당시 삼성경제연구소의 정책 제언의 많은 부분을 그대로 받아들여 비판 받은 적도 있었습니다. 문재인 정권도 그 정도의 일을 잘 처리하지 못한다면 기업 측의 여러 가지 의도, 이해관계에 휘둘리게 될지도 모릅니다.

아베 연구원 : 이번에 ‘경제개혁연대’의 김상조라는, 재벌개혁운동의 선두에 서 있는 사람이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에 취임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마찬가지로 재벌개혁파 경제학자인 장하성도 청와대에서 사회경제정책의 핵심인 정책실장에 취임했습니다. 두 사람 다 개혁파인 동시에 운동을 통하여 현실 정치를 움직인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알고 있는 인물입니다. 공약 단계가 끝나고 이제부터 실제로 무엇을 하여 갈 것인가, 재벌 이외의 새로운 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시장 질서를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재벌을 둘러싼 문제의 원천은, 전적으로 그것이 지나치게 크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사유재산을 존중하는 시장경제의 나라에서 그것을 해체할 수는 없고, 한국경제를 견인하는 삼성전자라든지 현대자동차의 경쟁력을 깎아내려서는 안 된다고 하는 것이 한국전체의 공통인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저절로 이루어지는 일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1997년 통화위기 이후 재벌 정책은 오너가 잘못된 선장이 될 수 없도록 외부주주가 감시하기 쉽게 하는 등 ‘코퍼러트 거버넌스’(corporate governance. 기업지배구조)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여왔습니다. 이번에도 그것을 답습하겠지만, 그 정도로서는 경제력 집중에 동반한 폐해를 막을 수 없습니다. 한 가지 주목할 것은 문재인이 공정거래위원회 등 행정 기능의 강화를 호소한 것입니다. 재벌의 경제력 남용을 막기 위하여 우선은 기존의 법률에 근거한 단속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까지 재벌을 규제하는 법률이 많이 만들어졌지만, 위반하여도 너그러이 봐주는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법률의 인포스먼트(enforcement. 집행)가 충분하지 않은 점은 여타 분야에서도 보입니다. 예를 들면 최저임금을 지키지 않는 사업장이 대단히 많은 실정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금후 최저임금을 대폭으로 인상하겠다고 말하고 있습니다만, 인상만으로는 유효한 정책이 되지 않을 우려가 있습니다.

격차 시정에의 기대

이 교수 : 이번에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국립대학의 학비 무상화를 주창하여 젊은이들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이미 서울시에서는 시립대학의 수업료 반액화를 시행하고 있습니다만, 보다 넓은 문맥에서 교육개혁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있는 것 같습니다.

요즈음 한국 젊은이들과 관련하여, ‘헬조선’이라든가 ‘7포’세대 등의 조어가 생겨났습니다. 당초는 ‘3포’, 곧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하지 않을 수 없는 세대라고 불리던 것이, 그 동안에 마이홈과 인간관계 등 거의 모든 것을 포기한 ‘7포’라고까지 불리고 있습니다.

경제・사회구조의 부조리가 촛불데모에 적극적으로 참가한 동기였다고 강조하면 인식방식이 협소해져버릴 것 같습니다. SNS와 인터뷰 등에서 학력사회와 취직난의 문제에 관하여 말하는 젊은이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개인적인 배경도 포함해서 낡은 정치의 타파, 민주주의의 전진을 요구했다고 봅니다.

아베 연구원 : 지금 한국 상위대기업의 대졸 신입사원의 연수(연봉)는 일본의 대기업보다 높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피라미드형의 저변에 기업이 널리 존재하는 일본과는 달리 한국의 경우, 상위 대기업 하나 밑에 기업의 층이 압도적으로 얇고, 그 밑에는 곧바로 중소영세기업만 있는데 노동조건에 현저한 차이가 있습니다. 그 때문에 대기업을 계속 목표로 하다가 취직 낭인이 된다거나 공무원시험을 본다거나 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납니다. 이러한 이극(二極)구조는 신 정권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습니다.

격차 문제는 정규노동자와 비정규노동자 사이에도 심각합니다. 그 시정을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의 노력은 물론이거니와 노동조합 등 근로자 측의 변화도 요구됩니다. 이번의 대통령 선거에서는 기득권익화한 대기업의 ‘귀족노조’가 격차 문제의 근원이라고 보수계가 공격을 하였습니다.

꽤 극단적인 주장입니다만, 현재 노조는 조직률이 아주 낮고 조합원은 노동조건에서 혜택을 받는 대기업, 그리고 정사원에 치우쳐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일전에도 기아자동차 노조가 사내하청 비정규직고용자를 조합에서 제외한 사건이 있었습니다만, 근로자 전체의 최저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하여 기업과 조합 등 이해관계자가 모두 양보할 수 있는 사회적 합의를 만드는 일이 문재인 정권의 과제 중 하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