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핵무장을 할 수 있을까? <4-2>독일의 ‘유럽 자체 핵우산’ 목소리 그러나…
우리도 핵무장을 할 수 있을까? <4-2>독일의 ‘유럽 자체 핵우산’ 목소리 그러나…
  • 조송원 조송원
  • 승인 2017.07.31 09:32
  • 업데이트 2017.08.0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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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핵무장을 할 수 있을까? <4-2>독일의 ‘유럽 자체 핵우산’ 목소리 그러나…

메르켈_트럼프 정상회담 지난 3월 미국에서 열린 미-독 정상회담을 가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기자들의 '악수' 요청에 메르켈 총리가 "우리 악수할까요?" 했는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못들은 척 딴청을 피우고 있다. /CNN 캡쳐

북한이 최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을 잇달아 감행함에 따라 우리도 전술핵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미국이 북한의 보복공격을 무릅쓰고 우리에게 핵우산을 제공한다는 보장이 없다는 게 핵심 논리이다. 하지만 이것은 한미동맹에 대한 지나친 불신과 함께 핵무장이 갖는 국제정치적 의미를 지나치게 가볍게 본 주장이라는 견해도 많다.

이 같은 핵무장 논란은 독일을 중심으로 한 EU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친러시아 성향을 보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NATO 정상과의 회담에서 방위비 분담 증액을 요구할 뿐 안보 보장에 대한 공약을 밝히지 않은 게 도화선이 되었다. 이에 따라 독일에서는 ‘유럽 자체 핵우산’, 나아가 '독일 자체 핵무장'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 어페어스 Foreign Affairs> 7/8월호는 ‘왜 독일은 핵무장을 하지 말아야 하는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트럼프 취임 이후 독일의 자체 핵무장 논의에 대해 분석했다. 이를 세 차례에 나눠 싣는다. <편집자 주>

<1>과거의 그림자

<포린 어페어스>는 트럼프 당선 이후 유럽의 일부는 방위비 증액을 요구하되 결국 미국의 안보 보장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는 낙관론을 펴는가 하면, 다른 일부에서는 과 ‘독일의 안보를 미국에 의존하는 시대는 끝났다’며 독자노선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독일의 핵무장론자들은 단기적으로 영국과 프랑스의 핵무기를 EU의 억지력으로 통합하는 데서 나아가 장기적으로 독일은 자체 핵무기를 가져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하지만 독일의 핵무장론자는 소수파에 속한다. 메르켈 정부도 그러한 계획은 틀린 생각임을 명백하게 인식하고 있다. 독일의 핵무기는 EU-러시아 관계를 불안정하게 할 것이고 다른 나라들의 핵무장을 부추길 것이기 때문이다.

베를린의 안보에 대한 불안감은 엄존한다. 수년간에 걸친 러시아와 유럽에 대한 미국의 우유부단한 정책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에는 결국 독일과 미국이 함께 노력하는 길밖에 없다는 게 <포린 어페어스>의 진단이다.

포린어페어스 다음은 <포린 어페어스> 7/8월호의 ‘왜 독일은 핵무장을 하지 말아야 하는가’ 기사 전문(번역)이다.

지난해 11월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베를린은 당황했다. EU와 NATO 대해서는 모호하고 적대적이기까지한 태도를 보인 반면 러시아에 대해서는 명백하게 포용적인 그의 태도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독일의 정치가와 정책입안자, 그리고 저널리스트들은 깊이 고민했다.

일부는 희망적이었다. 트럼프는 NATO 멤버들이 방위비를 더 많이 지출하라고 압박하는 것이며, 결국 유럽 안보에 대한 미국의 오랜 보장은 변치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른 일부는 덜 낙관적이었는데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독일이 자국의 안보를 미국에 의존하는 시대는 이미 끝났다. 이제는 독자적으로 생각하기 시작해야만 한다.

이러한 공포는 오래된 관념에 새 생명을 주었다. 곧 유럽의 (독자적인) 핵 억지력. 트럼프가 당선된 지 며칠 후 메르켈(Angela Merkel) 총리의 소속정당인 기독교민주연합의 고위 당직자 로데리히 키세베터는, 미국이 더 이상 핵 방패를 제공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면 프랑스와 영국은 그들의 핵무기를 EU의 억지력으로 통합하고, EU 공동 군사 예산으로 그 비용을 충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올 2월 폴란드의 집권당 ‘법과 정의당’의 당수 야로슬라브 카친스키는, 어떤 형태로든 EU 억지력이 러시아의 능력에 필적한다면 EU가 ‘핵 초강대국’이 된다는 생각에 찬성한다고 당당히 털어놓았다.

몇몇 독일 논평가들은 EU 후원 하의 영・프 억지력을 제안하는 것은 충분치 못하다는 말까지 꺼냈다. 영향력 있는 보수 신문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너 자이퉁의 발행인 베르톨트 코러는 영국과 프랑스의 무기는 너무 빈약해서 러시아와 대적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이 안전을 보장해 줄 것인가에 대한 의심을 떨쳐낼 수 있는 독자적인 핵 억지력”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독일의 정세 분석가들도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 “독일은 핵무기가 필요하다.”

현재로서는 독일의 핵무장에 관한 이러한 요청은 비주류 소수파에 속한다. 몇 십 년 동안 독일은 핵 비확산과 국제적인 군비 축소의 가장 강력한 지지자 중의 한 나라였다. 올 2월에 메르켈의 대변인은 “독일을 포함하여 유럽에서 핵무장에 대한 계획은 없다.”고 언론에 발표했다. 메르켈과 다른 사람들도 그러한 계획은 틀린 생각임을 명백하게 인식하고 있다. 곧 독일의 핵무기는 EU-러시아 관계를 불안정하게 할 것이고 다른 나라들이 핵무장을 시도하게끔 할 위험을 고조시킨다는 것이다.

그러나 독일의 현재 핵무기에 대한 불장난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일시적인 반응을 반영한다 할지라도 이는 좀 더 깊은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곧 몇 년간에 걸친 러시아와 유럽에 대한 미국의 우유부단한 정책으로 야기된 베를린의 안보에 대한 불안감이다.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독일과 미국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 메르켈 정부는 방위에 관해 더 효과적으로 협력하도록 EU를 격려해야 한다. 반면에 트럼프 행정부는 유럽 안보의 미래에 관해 러시아와 더 넓은 협상을 추구함과 동시에 EU와 NATO의 성공에 대한 미국의 책무를 더욱 강조해야 한다.

과거의 그림자

지난 10년간에 걸쳐 유럽은 일련의 격심한 위기를 경험했는데,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합병하자 위기는 정점에 달했다. 위기 때마다 EU의 가장 큰 나라로서 독일은 대응을 위해 선두에 섰다. 예를 들면 독일은 2015년 불안정한 휴전을 결과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협상을 이끌었다. 그러나 독일이 선두에 설 때마다 이웃 나라들은 역사를 떠올리며 유럽에 대한 독일의 헤게모니에 신경과민이 되었다.

그러한 공포는 적어도 1871년 독일 현대 국가 탄생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때부터 제2차 세계대전 후 독일 분할 때까지 유럽 지도자들은 간단하지만 해결할 수 없는 딜레마인 ‘독일 문제(the German question)’에 직면하게 되었다. 독일의 크기는 단 하나의 유럽 국가로서는 독일의 경제력이나 군사력과 균형을 이룰 수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러나 독일도 단독으로 유럽을 지배할 정도로 충분히 강력하지는 못했다. 이 문제는 부분적으로 독일의 소위 ‘미테라게(Mittellage, medium position, 중간 위치)’에서 연유한다. 곧 독일은 잠재적으로 적대적인 국가 연합에 둘러싸인, 유럽의 중심부에 위치해 있다는 것이다.

독일은 이러한 외부 위협에 대해 역사가들이 ‘특별 경로(special path)’라 부르는 것을 추구함으로써 대응했다. 특별 경로란 독일의 권위주의적 통치와 전 유럽의 지배를 강제하는 시도에 대한 친화성을 표현할 때 사용되는 용어이다. 독일이 이러할 때마다 결과적으로 전쟁이 발발해 대륙을 황폐시켰다.

히틀러가 유럽을 지배하기 위해 최후이고 가장 재앙적인 시도를 한 이후 독일의 분할은 일시적으로 이 문제들을 해결했다. 동독과 서독 사이의 경쟁은 동유럽과 서유럽의 라이벌 의식에 포섭되어버렸기 때문에 냉전 동안에 서독은 유럽을 압도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1990년 재통일 후 EU와 NATO라는 제도적인 유대는 ‘독일 문제’가 재발하는 것을 막았다.

오직 친구로만 둘러싸인 독일은 미테라게에 관해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동시에 미군은 독일을 포함하여 유럽에서 제한적인 주둔을 유지했고, 이전의 서유럽 동맹국들은 성공적으로 독일을 평화적이고 민주적인 국가로 변모시켰으며, ‘특별 경로’ 추구는 생각할 수도 없게 만들었다. 미국의 안전 보장 덕분에 독일은 반군국주의 태도를 견지할 수 있었고, 평화의 경제적 과실을 거둬들였으며, 때때로 군사력에 과도하게 의존한다며 워싱턴에 높은 도덕적 요구를 하기도 했다.

독일의 이 황금기는 2009년에 갑자기 끝이 났다. 경기대침체와 뒤따른 EU 부채 위기로 많은 EU 국가들이 독일 리더십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독일이 유럽의 나머지 나라들에 자신의 해결책을 강요하자-예를 들면, 서유럽 국가들은 긴축정책을 펴야 한다고 주장한 것-점증하는 독일 헤게모니에 대한 비난이 일어났다. 예를 들면 2015년 그리스 집권 시리자당은, 그리스 정부가 EU 구제금융의 혹독한 조건을 거부한다면 독일은 ‘즉각적인 금융 교살’과 ‘그리스의 절멸’로 위협했다고 주장했다.

유럽 안보에 첫 주요 쇼크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2014년에 왔다. 메르켈의 러시아 푸틴(Vladimir Putin) 대통령과의 한때 실용적인 관계는 급격히 악화되었다. 미국을 제쳐 두고 독일은 프랑스와 함께 동우크라이나에서 불안한 휴전을 중재하고, EU가 러시아에 제재를 가하도록 이끌었으며, 불안해하는 발틱 NATO 동맹국들을 안심시키려 독일 병력을 파견했다.

수년간 동유럽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을 배제하려는 노력과 긴장된 관계를 재조정하려는 시도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하는 러시아에 대한 변덕스러운 미국의 정책에 때문에 독일이 앞장설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트럼프의 당선은 상충하는 요인들-독일 리더십에 대한 필요, 독일의 힘의 한계, 그리고 독일 지배에 대한 과민성-사이의 긴장을 고조시켰다. 선거 운동 기간에 트럼프는 EU가 해체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에 관심을 가지지도 않았고,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찬성 운동과 같은 국가주의적 정치 활동을 칭찬했다.

이는 EU의 심장이라는 독일의 핵심 정치적 정체성을 위협하며 EU를 지켜야 하는 독일에 압력을 넣는 태도인 것이다. 더욱 나쁜 것은 NATO는 “시대에 뒤졌다”라고 선언함으로써 트럼프는 반세기 이상 유럽을 안전하게 지켜왔고 독일을 자제하게 한 시스템을 손상시킨 것이다.

그러나 최악은 푸틴과 짬짜미한 것으로 나타남으로써 트럼프는 독일을 새로운 미테라게-이번에는 백악관과 크렘린 사이-에 가두었다는 것이다. 그 여파는 독일에 한정되지 않았다. 푸틴과 트럼프의 친교에 대한 전망으로 전 EU가 거북한 위치에 남겨져 버렸다. 올 1월 도널드 터스크 유럽이사회 의장은 EU가 직면한 위협들을 평가했는데, 그는 지하디즘(Jihadism.이슬람근본주의 무장투쟁)과 러시아의 침략이라는 전통적인 위협뿐 아니라 ‘미국 새 행정부의 우려스런 선언’도 강조했다.

전 유럽에 걸쳐 지도자들은 트럼프가 EU를 해체하려고 하는 포퓰리스트 세력을 지지한다거나 러시아와 대타협(Grand bargain)을 통해 유럽 안보에 대한 미국의 핵 보장을 팔아버리지나 않을까, 두려워하게 되었다. <계속>

-by 울리히 쿤, 트리스탄 볼페(국제평화를 위한 카네기재단 핵정책프로그램의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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