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보성 원리 ... 대립적인 것은 상호보완적이다
상보성 원리 ... 대립적인 것은 상호보완적이다
  • 조송현 조송현
  • 승인 2017.08.30 23:38
  • 업데이트 2018.12.21 01: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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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립적인 것은 상호보완적이다

불확정성 원리를 창안한 하이젠베르크(왼쪽)와 상보성 원리를 세운 보어. 두 원리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데 불확정성 원리가 양자 세계에 대한 수학적 기술이라면 상보성 원리는 철학적 진술이다. / 위키피디아
불확정성 원리를 창안한 하이젠베르크(왼쪽)와 상보성 원리를 세운 보어. 두 원리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데 불확정성 원리가 양자 세계에 대한 수학적 기술이라면 상보성 원리는 철학적 진술이다. / 위키피디아

우주관 오디세이 - 상보성 원리

상보성 원리(complementarity principle)는 양자론의 철학적인 기둥입니다. 상보성 원리는 대립적인 두 개의 물리량이 상호보완하여 하나의 사물이나 세계를 형성한다는 것입니다. 이 우주는 서로 대립하면서 보완하는 불가분의 구성요소에 의해 성립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원자세계를 이해하려는 입장에서 상보성 원리를 말하자면, ‘고전물리학적으로 상호 배타적인 개념이 양자물리학적인 세계를 이해하는 데는 상호보완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상보성 원리는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습니다. 불확정 원리가 양자세계에 대한 수학적인 진술인데 반하여, 상보성 원리는 철학적이고 포괄적인 진술입니다. 상보성 원리는 불확정성 원리를 이해하는 인식론적 틀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상보성 원리는 닐스 보어가 1927년 2월 노르웨이 스키 휴가 중에 착상했다고 합니다. 보어가 휴가에서 돌아와 집중한 가장 중요한 일은 하이젠베르크가 착상한 불확정성 원리를 놓고 그와 토론하며 해석하고 정립하는 것이었습니다.

양자 상태를 입자성으로 파악하고 행렬역학을 창안한 하이젠베르크는 관측 행위를 광자와 전자라는 ‘두 입자’의 충돌문제로 가정했습니다. 따라서 불확정성(처음에는 부정확성)은 측정 과정에서 수반되는 불연속성 및 불예측성으로부터 연유한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보어는 파동역학을 적용해 부정확성의 연원이 ‘파동-입자의 이중성’에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다시 말해 부정확성의 비밀은 배타적인 두 개의 개념, 입자와 파동, 양자 충돌과 광학적 분해능의 결합에 기인한다고 보어는 해석했던 것입니다. 이는 또 양자역학적 원리와 고전역학의 원리 사이의 내적 불일치가 외적으로 드러난 형태라는 것이 보어의 주장입니다. 보어가 상보성 원리를 적용해 불확정성 원리를 해석한 것입니다.

보어는 당시 하이젠베르크와 함께 행렬역학 및 파동역학의 수학적 공식을 원자현상과 조화시키는 노력을 경주하던 중이었습니다. 하이젠베르크의 행렬역학은 양자 상태를 입자성으로, 슈뢰딩거의 파동역학은 양자 상태를 파동성으로 기술한 수학적 형식입니다. 보어는 물리적 등가로 밝혀진 이들 두 수학적 기술을 조화시키기 위해서는 양자의 입자-파동 이중성에 대한 이해와 탐구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192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아인슈타인의 광양자 가설을 믿지 않았던 보어로서는 혁명적인 사고의 전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는 양자의 파동성과 입자성은 상호 배타적이면서도 보완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간파했습니다. 두 가지 측면은 각각 하나씩 나타날 수 있지만 두 가지 성질이 동시에 발현되거나 동시에 완전히 무시될 수 없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달리 말하면 관측자는 하나의 사건을 두 가지 다른 관찰방식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 두 가지 관찰방식은 서로가 서로를 배척하기도 하지만 한편에서는 서로 보충하기도 합니다. 이 두 가지 관찰방식을 병행시킴으로써 비로소 하나의 현상의 직관적 내용이 완전히 풀어진다는 것입니다. 보어는 불확정성 관계도 상보성 원리의 일반적인 상황 중의 어떤 특수한 경우라고 생각했습니다.

보어의 관점을 다시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그는 동일한 실재에 존재하는 입자성과 파동성이라는 두 가지 배타적이면서도 상보적인 속성에 주목했습니다. 고전물리학의 관점에 따르면 한정된 영역에 존재하는 입자와 공간의 일정 범위에 퍼져서 존재하는 파동은 완전히 배타적이고 모순적인 개념입니다.

그러나 양자론에 의하면 이 두 가지 개념은 동일한 전자에서 발견됩니다. 단, 전자가 입자와 파동의 성격을 동시에 나타내는 일은 없습니다. 전자는 관측하지 않으면 파동처럼 행동하고, 관측을 하면 입자로 발견됩니다. 우리가 보느냐, 보지 않느냐에 따라 전자의 속성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이것은 두 물리량 모두에 대한 정확한 앎이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대립적인 두 개의 물리량이 상호보완하여 하나의 사물이나 세계를 형성한다는 것이 상보성 원리입니다. 이 우주는 서로 대립하면서 보완하는 불가분의 구성요소에 의해 성립되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보어는 “입자와 파동 현상들이 너무나 대조적으로 보이지만 원자세계를 일상적 언어로 애매모호함이 없이 정확하게 파악하려면 둘 다를 상보적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음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물리적 개념 쌍으로는 입자성과 파동성 외에도 위치와 운동량, 혹은 이중슬릿 실험에서 경로와 간섭무늬 등이 있습니다. 하이젠베르크의 감마선 현미경의 경우 상보성은 결국 실험적 제약에서 비롯되는 원리적인 귀결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상보성으로 서로 연결된 두 물리량 즉, 위치와 운동량을 정확하게 측정하기 위해선 전혀 다른 두 개의 장치를 필요로 합니다. 위치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큰 각도에서 빛을 모으는 해상력이 매우 높은 현미경이 필요하고, 운동량을 측정하기 위해서는 해상력이 매우 낮은 현미경이 필요한 것입니다. 높은 해상력과 낮은 해상력을 동시에 지닌 현미경, 즉 큰 각도로 산란된 빛과 작은 각도로 산란된 빛을 동시에 모으는 현미경은 원리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이는 하이젠베르크가 증명했듯이 양자역학의 수학적 형식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이에 따르면 위치와 운동량이 동시에 잘 정의된 전자의 양자역학적 상태가 수학적으로 아예 불가능하도록 돼 있습니다. 그러므로 순전히 수학적으로 잘 정의된 위치와 잘 정의된 운동량을 동시에 가지는 전자는 존재할 수 없습니다. 상보성 원리가 불확정성 원리와 불가분의 관계임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입니다.

보어는 1927년 4월 13일 아인슈타인에게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논문을 보내면서 ‘자신의 상보성’이 불확정성 원리를 심화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그해 8월 13일 파울리에게 ‘중첩과 개별성은 반대라기보다 상호보완적’이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습니다.

보어가 상보성 원리를 처음 공식 발표한 것은 그해 9월 16일 볼타 서거 100주기 기념으로 이탈리아 코모에서 열린 국제물리학회의에서였습니다. 상보성 원리에 대해 영국의 천재 물리학자 디랙은 “물리학자의 세계관에 대한 굉장한, 어쩌면 사상 최대의 변화를 몰고왔다”고 평가했으며 오펜하이머는 “인류의 사상에 있어서 새로운 시대의 시작”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보어는 상보성이 자연에 대한 기술과 관련해서 우리가 지닌 가장 심오한 개념 중 하나라고 믿었습니다. 그는 상보성 개념을 물리학 이외의 영역에도 적용하려고 했습니다. 그리하여 그는 한 진술의 ‘진실성’과 ‘명료성’은 서로 상보적이라는 멋진 문장을 만들어 내기도 했습니다. 어떤 사실의 내용을 정확하고 자세하게 설명하면서도 동시에 간단명료하게 진술하기는 어렵다는 뜻입니다.

선문답의 경우 표현은 짧고 간단하지만 사실 그 내용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해 설명을 추가하면 진술은 길어집니다. 논문의 경우 내용은 명료하지만 진술은 결코 간단명료하지 않습니다. 이런 예는 수없이 많습니다.

신문기사를 작성하는 데 있어 ‘신속’과 ‘정확’은 상보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임박한 마감 시간 속에서 신속하면서도 정확한 기사를 작성하기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신속성을 추구하면 정확성이 떨어지고, 정확성을 추구하면 마감시간을 놓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신문사는 신속과 정확을 동시에 추구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보어는 1922년 노벨상 시상식장에 주역의 팔괘도가 그려진 옷을 입고 참석했다고 합니다. 보어는 또 1947년 덴마크 정부로부터 최고의 기사작위(Order of Knight of Elephant)를 받았는데, 자신이 직접 제작한 작위문장에 태극문양과 ‘Contraria Sunt Complementa(대립적인 것은 상호보완적이다)’라는 글귀를 넣었습니다.

보어의 기사작위문장. 태극문양과 '대립적인 것은 상호보완적이다(Contraria Sunt Complementa)'는 문구가 이채롭다.
보어의 기사작위문장. 태극문양과 '대립적인 것은 상호보완적이다(Contraria Sunt Complementa)'는 문구가 이채롭다.

‘대립적인 것은 상보적’이란 문장은 ‘주역(周易)’의 음양이론과 일맥상통합니다. 주역에는 ‘우주만물은 태극에서 나와 음양이 되고 음양이 또 음과 양을 낳는다. 음과 양은 서로 상보적으로 존재하며 음에서 양으로 양에서 음으로 변화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보어는 일찍부터 동양사상 특히 주역에 관심을 가졌고 그것이 상보성 원리 등 양자론 철학을 정립하는 데 큰 힘이 되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음과 양이라는 대립하는 ‘기(氣)’가 얽혀 상호작용을 한다는 음양이론은 실로 양자론이 그리는 세계상을 함축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양자론은 이처럼 동양사상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을 지녔습니다. 동양사상의 한 축에 일원론이 있고, 이것은 근대과학의 근저에 있는 이원론과 대립하는 개념입니다. 자연과 인간, 육체와 정신 등을 나누어 생각하는 것이 이원론이고 이들을 불가분의 관계로 간주하는 것이 일원론입니다. 관측자와 완전히 별개인 관측대상을 상정하는 고전물리학의 이원론적인 세계관과 달리 양자론은 관측자가 어떤 식으로든 관측대상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일원론적인 자연관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습니다.

보어를 중심으로 한 코펜하겐의 물리학자들은 1927년 불확정성 원리에 이어 상보성 원리를 발견함으로써 마침내 모순 없는 양자론의 해석에 도달했습니다. 이는 흔히 ‘코펜하겐의 해석’이라 일컬어집니다. 이리하여 1900년 플랑크의 양자 가설에서 시작된 양자론의 맹아는 27년 만에 체계적인 이론으로 정립되었습니다.

그러나 코펜하겐 해석은 양자론의 표준적인 해석임에는 분명하지만 양자론의 완성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이 해석은 그해 브뤼셀에서 열린 ‘솔베이회의’에서 호된 시련을 겪었습니다. 바로 아인슈타인의 강력한 반론이 제기되었던 것입니다.

<'우주관 오디세이' 저자·인저리타임 편집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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