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정책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
대북정책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
  • 조송현 조송현
  • 승인 2017.09.07 16:42
  • 업데이트 2017.09.0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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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정책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

문재인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6일 양국 관계자들을 대동하고 한러정상회담을 갖고 있다. / 러시아 TV POCCNR 24 방송 캡쳐

북한의 6차 핵실험 후 보수들이 문재인 정부 때리기에 신바람을 내고 있다. ‘대화 대화 하더니 꼴좋다’는 식이다. 보수언론들은 “한국은 유화적 발언이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는 트럼프의 발언을 전가의 보도인양 내세워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했다. 정작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의 부당한 언급이라며 비판하는데도.

북한의 6차 핵실험은 엄중한 현실임은 틀림없다. 그렇다고 정부의 ‘대화를 통한 한반도 평화’ 구상을 욕할 것은 아니다. 아닌 말로 대화가 아니라 ‘전쟁하자’고 해야 하는가? 더구나 안정희구 세력인 보수층이 왜 '대화'에 알러지 반응을 일으키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전쟁은 절대 안 된다’는 것은 명제이지만, 만약에 전쟁이 터진다면 우리가 북한에 못 이기기야 하겠는가. GDP가 북한의 40배가 넘고, 매년 국방비도 북한의 약 40배를 지출했으며, 인구도 2배에 달한다. 하지만 이긴들 무슨 소용인가. 우리는 회복 불가능한 피해를 입을 것이 분명한데.

종편의 어떤 평론가는 “전쟁을 두려워하는 것은 북한보다 우리가 잃을 게 더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잃을 게 많은 우리는 인내해야 한다. 미워도 대화로 풀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물론 우리 스스로를 지킬 힘을 갖추면서 말이다. 원래 가진 게 많은 기득권층 사람들이 전쟁을 더 두려워하고 피하려 하는 법이다. 그런데 우리의 보수층은 왜 북한에 대해 적대적인 정책엔 환호하고 유화적인 정책엔 비판을 할까?

그 이유 중 하나는 북한에 대한 적개심과 함께 유화적인 정책이 곧 북한의 힘을 키워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다. 이번 ‘대화 대화 하더니 꼴좋다’는 반응의 근저에도 이런 심리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보수들이 문재인 정부를 때리는 것은 북한의 핵실험 상황을 ‘대화’로 상징되는 유화적인 정책이 초래한 결과라고 믿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핵 포기를 강요하며 제재일변도의 정책을 폈다면 북한이 순응했을까? 그렇지 않았을 것이라는 건 지난 보수정권 10년이 증명하고 있다. MB정부가 한반도 비핵화 실천방안으로 내세운 ‘비핵·개방·3000’이란 정책이 대표적이다. 북한에게 ‘비핵’을 전제로 1인당 소득 3000달러 달성을 약속한 것인데, 북한은 2차 핵실험으로 응답했다. 박근혜 정부가 개성공단까지 폐쇄하며 유엔과 함께 국제적인 대북제재에 앞장섰지만 북한은 보란듯이 3차(2013년), 4차(2016년) 핵실험을 강행했다.

보수정권과 보수들은 우리가 강경정책을 펴고 제재를 하면 북한이 핵개발을 멈출 것으로 알고 있을까? 아니면 핵개발을 하든 말든 일단 북한에 대해 적대적인 정책만 펴면 된다는 것일까? 보수건 진보건 우린 다 알고 있었다. 북한은 어떻게든 핵개발을 멈추지 않으리라는 것을.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이 지난해 실시한 ‘2016 통일의식조사’에 따르면,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83.8%로 절대다수를 차지했다. 비단 지난해뿐 만은 아니다. 2008년 71.7%에서 2차 핵실험이 있은 2009년 83.7%로 높아진 이래 계속 80%대를 유지하고 있다. 3차 핵실험이 있은 2013년엔 84.6%, 2014년 88.0%, 2015년 86.3%가 “북한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는 우리 국민들이 북한의 비핵화가 현실성이 없다고 여기고 있다는 생생한 반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대 정부는 ‘북한의 비핵’을 전제로 모든 대북정책을 펴왔다. 뭔가 잘못된 것이다.

우리 국민 절대다수가 북한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하는데, 여야 정치인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일까? 특히 보수정당과 보수들은 북한을 제재하면 핵을 포기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그리고 이들은 진정 북의 핵개발 책임이 모두 김대중, 노무현의 햇빛 정책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근 발언은 이러한 의문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AFP,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중국에서 열린 브릭스 정상회의 기간인 지난 5일 “대북제재 강화는 북한 정권을 변화시키지 못할 것”이라며 “정권이 유지될 것이라는 보장이 없는 한 북한은 핵개발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한러 정상회담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제재 요청에 대해 푸틴 대통령은 6일 "북한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면 안 된다"며 사실상 거부했다.

우리 국민 절대다수가 생각하는 ‘북한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에 대한 이유를 푸틴 대통령이 제시한 셈이다. 그것은 ‘정권 유지 보장’이라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의 이 발언은 미국 주도의 북한 제재 방안이 북핵 해결에 아무 소용없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도 미국이 주도하는 북핵 제재 방침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푸틴 대통령의 발언은 북핵과 남북 문제의 정곡을 찔렀다고 본다. 한미동맹은 중요하다. 그렇다고 미국의 대북정책이 지고지선은 아니며 거기에 맹종하는 것만이 애국이 아니라는 것도 분명하다. 이제 대북정책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생각할 때가 되었다. 지금이야말로 우리와 미국은 한반도의 평화와 동북아 안정을 위해 북한과 대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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