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슈타인의 예언 '중력파', 후학들에게 노벨상 선물
아인슈타인의 예언 '중력파', 후학들에게 노벨상 선물
  • 조송현 조송현
  • 승인 2017.10.03 23:15
  • 업데이트 2017.10.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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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의 예언 '중력파', 후학들에게 노벨상 선물

2017년 노벨상 공동수상자인 배리 배리시(Caltech), 킵 손(Caltech), 라이너 바이스(MIT)(왼쪽부터) 교수. /라이고 홈페이지 캡쳐.

올해 노벨물리학상은 예상대로 ‘중력파 검출’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학자들에게 돌아갔습니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3일(현지시간) 2017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로 킵 손(Kip Thorne) 미국 캘리포니아공대(칼텍) 명예교수와 배리 배리시(Barry Barish) 라이고-비르고 과학협력단장, 라이너 바이스(Rainer Weiss)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물리학과 명예교수를 선정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공식적인 수상 업적은 '중력파 검출을 위한 새로운 시험 방법의 이론적, 실험적 구체화'입니다. 101년 전 아인슈타인이 이론으로 예측한 내용을 실험으로 검증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입니다.  Nobel Prize in Physics Announcement

아인슈타인은 일반상대성이론을 완성한 이듬해인 1916년 중력장 방정식으로부터 중력의 효과(중력파)가 전자기파처럼 빛의 속도로 전달될 것이라며 중력파를 예언했습니다. 전자가 가속운동을 할 때 전자기파를 방출하듯이 중력파는 질량을 가진 물체가 가속운동을 할 때 방출하는 시공간의 요동입니다.

하지만 중력파는 워낙 미세한 요동이어서 당시 관측 능력으로는 그 존재를 검출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하고 아인슈타인은 낙담했습니다. 그는 중력파의 존재를 확신했지만 생애 동안 확인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인슈타인 사후 30년 러셀 헐스(Russel Hulse)와 조셉 테일러(Joseph Taylor)가 1974년 처음으로 중력파의 존재를 간접 확인했습니다. 그 공로로 이들은 1993년 노벨상을 수상했습니다. 이들은 지구로부터 1만6000광년 떨어진 거리에 있는 두 개의 중성자별이 서로의 무게 중심을 공전하면서 엄청난 양의 중력파를 방출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확인했던 것입니다.

또 테일러 등은 1982년 이들 중성자별의 공전궤도가 점점 작아지고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중력파 방출로 인한 에너지 손실 때문으로 아인슈타인의 중력장 방정식에서 예측한 값과 정확하게 일치했습니다.

마침내 2015년 라이고(LIGO) 과학연구협력단이 운영하는 ‘레이저 간섭계 중력파 관측소(Laser Interferometer Gravitational-wave Observatory, LIGO)가 일반상대성이론이 발표된 지 100년 만에 중력파의 존재를 직접 확인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라이고는 그해 9월 14일 두 곳의 중력파 관측소에서 동시에 중력파를 탐지했던 것입니다.

이 라이고 건설을 제안한 물리학자들이 바로 올해 노벨상 수상자들인 킵 손, 바이스, 배리시 교수입니다. 킵 손 교수는 ‘블랙홀’의 명명자인 천문학자 존 휠러 교수의 제자로 영화 ‘인터스텔라’의 자문역을 맡기도 했습니다.

연구진은 관측 신호를 분석한 결과 중력파가 태양의 29배와 36배의 질량을 갖는 두 블랙홀이 서로 마주보며 돌다가 마침내 충돌해 태양의 62배 질량을 갖는 블랙홀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방출되었으며, 이 사건이 13억 년 전(13억 광년 떨어진 거리에서)에 발생했다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충돌 과정에서 잃은 태양 3개의 질량에 해당하는 에너지가 중력파로 변해 지구에 도달한 것입니다.

라이고는 이어 같은 해 12월 26일 14억 광년 거리에서 마주 돌던 두 블랙홀이 충돌해 태양의 21배 질량인 블랙홀이 형성될 때 발생한 중력파를 탐지했습니다. 또 올해 1월 4일에는 30억 광년거리에서 마주 돌던 두 블랙홀이 태양 질량의 49배인 블랙홀로 합쳐지는 과정에서 발생된 중력파를 세 번째 검출했습니다.

한편 라이고는 미국 리빙스턴(루이지애나 주)과 핸포드(워싱턴 주)에 위치한 중력파 관측소인데, 똑같은 레이저 간섭계 중력파 검출기를 설치하고 있습니다. 양쪽에서 동시에 똑같은 현상을 탐지함으로써 관측의 신뢰성을 높이려는 것입니다. 라이고 관측소에는 ㄴ자 모양으로 생긴 4km 길이의 레이저 간섭계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중력파가 지구로 온다면 그 방향에 평행인 간섭계 팔의 길이는 줄어드는 반면, 그와 직각인 간섭계 팔의 길이는 그대로일 것입니다.

라이고 관측소 안의 중력파 검출기 개념도. 중력파가 지나갈 경우 똑같던 두 간섭계 팔의 길이가 약간 차이가 나게 되고, 이에 따라 양쪽 간섭계 팔을 왕복하는 레이저 파장의 위상 변화가 일어나 측정 장치에 간섭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노벨상위원회 노벨상 수상 업적 설명 화면 캡쳐. Nobel Prize in Physics Announcement

요약하자면, 광막한 우주의 저편에서 거대한 블랙홀이 충돌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격렬한 시공간의 요동이 발생했습니다. 이 요동은 13억년 동안 온 우주로 퍼졌고, 그 미세한 요동의 가닥들이 2015년 지구에까지 다다랐습니다. 마침내 2015년 라이고가 그 요동을 검출했는데, 101년 전 아인슈타인이 예언한 중력파인 것입니다. 실제 중력파의 검출은 이것이 사상 최초였습니다.  2016년 2월 이 같은 사실이 공식 발표되자 2017년 노벨물리학상은 사실상 예약된 것이나 다름없었습니다.

이로써 중력파 탐지를 통해 우주의 역사를 읽어내는 ‘중력파 천문학’ 시대가 열렸습니다. 아인슈타인은 후배들에게 우주의 맨얼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중력파’라는 새로운 도구와 창을 선물로 남긴 것입니다.

아인슈타인은 정작 '인간사고의 위대한 향연'이라는 평가를 받는 상대성이론으로 노벨상을 수상하지 못했습니다. 그의 수상 업적은 광전효과의 메커니즘을 설명한 광양자 가설입니다. 하지만 그는 중력파로 후학들에게 앞으로도 많은 노벨상을 선물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