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전술핵 방미', 자유한국당의 착각인가, 안보포퓰리즘인가?
홍준표 '전술핵 방미', 자유한국당의 착각인가, 안보포퓰리즘인가?
  • 조송현 조송현
  • 승인 2017.10.22 20:31
  • 업데이트 2017.10.2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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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전술핵 방미', 자유한국당의 착각인가, 안보포퓰리즘인가?

23일 '전술핵 방미'에 들어가는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전술핵 방미’가 정치권 안팎에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전술핵 방미’라는 이름은 홍준표 대표가 23~27일 미국을 방문해 남한에 전술핵 재배치를 요구할 것이라고 한 데서 붙여진 용어이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지난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전술핵 재배치로 한미 핵동맹을 맺어야 전쟁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홍준표 대표는 또 “한미동맹은 한국정부와 미국정부의 문제가 아니고 한국 국민과 미국 국민과의 약속이기 때문에 더욱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홍준표 대표는 또 지난 19일 미국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에 전술핵을 재배치 해야 북한과 동등한 위치에서 협상할 수 있다”고 했다. 홍 대표는 이어 “미국을 방문하는 목적은 안보에 관한 한국 국민의 절박한 생각을 전하고 한국 여론을 미국 의원들에게 전달하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전술핵 방미’에 대해 자유한국당 밖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더불어민주당은 홍준표 대표의 전술핵 방미외교는 국익에 도움 안 된다며 “미국 조야에 정쟁외교, 혼선외교, 몽니외교로 비칠 것”이라고 비판했다.

자유한국당은 지난달 일부 의원들이 전술핵 재배치를 공식 요청하기 위해 미국을 찾았다가 "전술핵 재배치가 어렵다"는 미국 정부의 입장만 재확인한 바 있다. 그럼에도 자유한국당이 또다시 ‘전술핵 방미’를 강행하는 데 대해 실효성 논란과 함께 안보포퓰리즘에 기반한 정치쇼가 아니냐는 곱지 않는 해석도 나온다.

홍준표 대표의 ‘전술핵 방미’와 관련해 국민의당 정동영 의원은 한마디로 “씨도 안 먹힐 이야기”라며 폄하했다. 정동영 의원은 지난달 29일 YTN 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자유한국당 대표와 의원들이 또 그 씨도 안 먹힐 이야기를 되풀이하면 나라 망신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참여정부 때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동영 의원은 우리가 원하면 당장 미국이 전술핵을 놔줄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라고 잘라 말했다. 왜냐하면 미국의 전술핵은 러시아(옛 소련)와의 핵 경쟁 구도 속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 1991년까지 한국에의 전술핵 배치는 북한 때문이 아니라 당시 소련과 미국과의 핵 경쟁 구도 속에서 이뤄진 것이며, 전술핵 철수도 소련과의 국축협정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러시아 중심의 핵전략을 우리가 쉽게 바꿀 수 있으리라는 건 착각이고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확장된 억지(Extended Deterence) 개념을 통해 미국은 유사시 한국에 핵우산을 펼칠 것이라고 확인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북한에서 핵 실험이 있을 때마다 ‘미국의 군사력과 핵우산이 한국을 보호할 수 있을 만큼 확장돼 있다“면서 확고한 한미동맹을 재확인하곤 했다.

미국을 좋아하든 싫어하든 한미동맹을 믿지 않은 사람은 별로 없다. 한미동맹은 1950년 한국전쟁 이후 하나의 체제로서 국민들의 의식 속에 자리잡고 있다. 특히 그동안 보수 성향을 가진 사람들일수록 한미동맹에 대해 높은 신뢰도를 보여왔다. 보수정당과 보수정권은 군사정책 면에서 미국 의존적인 태도를 보여온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참여정부가 추진한 전시작전권 환수마저 무효화한 게 보수정권 아니던가?

그랬던 한국의 대표 보수정당인 자유한국당이 ‘전술핵 방미’를 강행한다고 하니 의아해 하지 않을 수 없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와 의원들은 그동안 자신들이 철석같이 믿어온 미국과 한미동맹, 특히 미국의 핵우산을 믿지 못하게 된 것일까?

아니면, 자유한국당 홍 대표와 의원들은 정동영 의원의 말대로 착각하고 있는 것일까? 전술핵 재배치를 요구하면 미국이 금방 들어줄 것이라고 순진하게 착각하고 있는 것일까?

둘 다 아니라고 본다. 자유한국당 홍 대표와 의원들이 한미동맹과 미국의 핵우산을 불신하지도 않으며, 전술핵 재배치 요구를 미국이 금방 수용할 것이라고 여길 만큼 어리숙하지 않다.

그렇다면 왜 ‘전술핵 방미’를 강행하는 것인가? 결론은 하나밖에 없다. 안보포퓰리즘 기반의 정치쇼를 벌이는 것이라고밖에 달리 생각할 수 없다.

이와 관련된 의미 있는 조사결과를 올해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이 내놓은 바 있다. ‘2016 통일의식조사’ 중 ‘한국의 자체 핵무기 보유에 대한 인식’이 그것이다.

한국의 자체 핵무기 보유에 찬성하는 비율은 2016년 52.8%로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 조사 시점은 2016년 7월로 이 결과는 북한의 5차 핵실험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에 따른 핵무기 포기에 대한 회의적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정치성향별 핵무기 보유 찬성 비율(2016년)을 보면, 보수가 65.1%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다음으로 진보 55.5%, 중도 46.1%로 각각 조사되었다.

이 같은 결과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미국이 제공하기로 한 핵우산에 대한 불신이 자체 핵무장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자극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통일평화연구원의 분석은 주목된다.

같은 맥락에서 한 가지 더 흥미로운 결과도 나왔다. 보수층 가운데 미국을 친밀하게 생각하는 층이 중국이나 북한을 친밀하게 생각하는 층보다 오히려 ‘자체 핵무장’ 찬성 비율이 높았다는 사실이다. 우리에게 핵우산을 제공하겠다는 미국을 우호적으로 생각하면서도 그 미국이 반대하는 핵무기를 자체적으로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중적 인식을 보여준다. 달리 말하면 역설적이게도 미국을 친밀하게 생각하는 보수층이 미국의 핵우산 제공 약속을 가장 불신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역설적인 결과에 대해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은 “미국에 우호적인 보수층이 한국의 자체 핵무기 보유를 미국이 용인해줄 것이라는 안이한 인식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이번 ‘홍준표 전술핵 방미’를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의 조사로 해석하면, ‘자유한국당과 홍준표 대표는 미국이 한국의 핵무기 보유를 용인할 수도 있다는 안이한 인식을 하고 있을 가능성'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국민의당 정동영 의원의 표현대로 하면 ‘한국이 원하면 미국이 전술핵을 놔줄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핵우산에 대한 불신이나 ‘한국 핵무기 보유 용인’이라는 착각이 아니라면? 자체 핵무장 여론에 편승한 안보포퓰리즘이자 정치쇼 외에 달리 생각할 게 없다. 자칭 안보정당이라는 자유한국당의 대표와 의원들이 저 모양이니 한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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