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사랑방 Why <4>시간여행 가능할까?㊤
과학사랑방 Why <4>시간여행 가능할까?㊤
  • 조송현 조송현
  • 승인 2017.11.12 19:48
  • 업데이트 2017.11.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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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사랑방 Why <4>시간여행 가능할까?㊤

중력장 방정식을 이용해 블랙홀의 존재를 최초로 발견한 칼 슈바르츠실트(왼쪽)와 회전하는 블랙홀과 주변 공간 구조를 처음으로 해석한 로이 커. 출처: 위키피디아.

시간여행 가능할까요? 시간여행! 시간을 거슬러 과거로 가거나 먼 미래로 가본다! 상상만 해도 짜릿하지 않습니까? 시간여행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상상의 나래를 펴게 하는 주제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래서 ‘Back to the future' 같은 시간여행 영화를 탄생시킨 것이죠.

우리는 ‘타임머신은 가능할까?’라는 질문을 하기에 앞서 금방 과거나 미래로 실어다줄 ‘타임머신’을 상상하곤 합니다. 상상이란 선후를 따지지 않으니까요. 그러나 이성적으로 생각해보면, 이론적으로 시간여행이 가능하지 않다면 타임머신이란 존재할 수가 없는 것이죠. 먼저 시간여행이 이론적으로 가능한지부터 살펴보는 것이 순서일 것 같습니다.

시간여행의 이론적 출발점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입니다. 상대성이론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1905년 발표한 특수상대성이론과 1915년 완성한 일반상대성이론이 그것입니다.

시간과 공간개념을 혁명적으로 바꾼 특수상대성이론(The Theory of Special Relativity)에서 도출되는 중요한 효과 중 하나가 시간지연(time dilation)입니다. 움직이는 물체의 속도가 높아질수록 시간이 천천히 흐른다는 내용입니다.

‘시간지연’ 효과를 들은 사람들은 이런 질문을 할 법합니다. “속도를 높이면 시간이 천천히 간다고? 그렇다면 속도를 계속 높이면 어느 순간 시간이 거꾸로 흐르고 결국 과거로 갈 수 있다는 말이 아닐까?”

하지만 이것은 특수상대성이론이 허용하지 않는 상상일 뿐입니다. 특수상대성이론은 물체가 광속에 도달하거나 광속을 초월할 수 없다고 규정하기 때문입니다. 속도를 높이면 물체의 질량도 덩달아 커지는데, 광속에 이르면 그 질량이 무한대가 됩니다. 질량이 무한대라는 것은 에너지가 무한대라는 뜻인데, 하나의 물체가 우주 전체보다 많은 질량(에너지)을 갖는다는 것은 모순이지요.

또 물체의 속도가 광속을 넘으면 허수 시간을 갖게 됩니다. 허수 시간은 현실에 존재할 수 없지요. 따라서 특수상대성이론의 시간지연 효과는 시간여행의 이론적 방법을 제공하지 않는다고 결론내릴 수 있습니다.

중력장 방정식

그렇다면 일반상대성이론(The Theory of General Relativity)을 간단히 검토해보겠습니다. 일반상대성이론은 중력에 관한 이론입니다. 일반상대성이론의 결정체가 중력장 방정식(The Field Equations of Gravitation)인데, 간단히 아인슈타인 방정식(Einstein's Equation)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아인슈타인 방정식(중력장 방정식)은 시공간의 기하학적 구조(좌변)가 물질과 에너지(우변)에 의해 결정된다는 의미를 나타내고 있다. 오른쪽 수식은 왼쪽 수식을 더욱 단순화한 것이다( Gμν = Rµν −Rgµν/2, 아인슈타인 텐서, Tµν : 스트레스-에너지 텐서, Rµν : 리치곡률 텐서, R : 리치 곡률, gµν = 계량텐서).

중력장 방정식은 아름답고 우아한 '예술작품'이란 찬사를 받았습니다. 독일의 물리학자 막스 보른은 이를 "자연에 대한 인간사고의 위대한 향연이며, 철학적 통찰과 물리학적 직관 그리고 수학적 기교의 놀라운 결합"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이 나오면서 비로소 현대 우주론이 뿌리를 내리게 되었습니다. 그 결정체인 아인슈타인 방정식은 우주에 관한 다양한 이론의 원천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일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물질(에너지)은 공간 구조를 결정합니다. 단적으로 말하면 물질과 에너지가 공간을 만든다는 엄청난 선언입니다. 예전엔 공간은 독립적으로 존재하며, 물질을 담는 ‘그릇’ 같은 것으로 이해되었던 데 비하면 말입니다.

아인슈타인은 첫 미국 방문 때 ‘일반상대성이론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예전엔 물질과 에너지가 사라지면 공간은 그대로 남는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저의 일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물질과 에너지가 사라지면 공간도 사라집니다.”

일반상대성이론은 시간여행 이론에 귀중에 단서를 제공합니다. 물질과 에너지가 공간의 구조를 바꾸기 때문입니다. 공간이 뒤틀리면 예상치 못한 지름길도 생기겠지요. 또 강한 중력장은 특수상대성이론에서의 속도처럼 시간흐름을 느리게 합니다. 따라서 시간여행 가능성은 공간의 구조를 결정하는 일반상대성이론, 구체적으로 중력장방정식에 그 비밀이 숨겨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슈바르츠실트 블랙홀, 커 블랙홀(회전하는 블랙홀)

블랙홀은 일반상대성이론에서 도출된 신비한 물리 개념인데 아인슈타인 자신도 상상조차 하지 못한 것입니다. 아인슈타인은 일반상대성이론을 발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무명의 천체물리학자로부터 편지(논문)를 받고 깜짝 놀랐습니다. 거기에는 정작 자신도 풀지 못했던 방정식의 깔끔한 풀이가 적혀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아인슈타인을 더욱 놀라게 한 것은 논문의 결론이었습니다. 강한 중력을 가진 특정 별의 주변에는 빛조차 빠져나오지 못하는 ‘매직 스피어(magic sphere)’이 존재한다는 내용이 들어있었던 것입니다. 빛이 빠져나오지 못하니 ‘매직 스피어’는 검게 보일 것입니다. 중력에 의해 빛이 휜다는 혁명적인 예언을 한 아인슈타인도 별이 암흑처럼 검게 보인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습니다.

논문을 보낸 주인공은 독일의 천문학자 칼 슈바르츠실트였습니다. 슈바르츠실트는 1차 대전 중 러시아 전선의 참호 속에서 중력장 방정식을 풀어 이처럼 놀라운 결과를 유도해낸 것입니다. 슈바르츠실트는 애석하게도 전선에서 병을 얻어 3개월 만에 전사했다고 합니다. 그로부터 50년 후 미국의 천체물리학자 존 휠러가 '매직 스피어'를 보이지 않는 검은 구멍이라는 의미로 블랙홀(black hole)'이라고 명명했습니다. 휠러는 킵 손(칼텍) 교수의 스승입니다.

킵 손 교수는 레이저 간섭계 중력파 관측소(Laser Interferometer Gravitational-Wave Observatory; LIGO) 설계 등 중력파 검출에 기여한 공로로 2017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했는데, 시간여행과 타임머신 연구의 선구자입니다.

슈바르츠실트가 도출한 매직 스피어는 ‘결코 되돌아올 수 없는 한계선’을 의미합니다. 오늘날 우주론에서는 이를 '사건의 지평선(event horison)'이라고 부릅니다. 지평선이란 ‘눈으로 볼 수 있는 가장 먼 거리’를 의미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지평선은 ‘빛이 진행할 수 있는 가장 먼 거리’라는 듯을 담고 있습니다.

슈바르츠실트는 매직 스피어의 반지름을 계산했습니다. 태양이 만약 블랙홀이 된다면, 그 반지름은 약 3km라는 계산이 나왔습니다. 그 이내에 들어간다면 빛조차 빠져나올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 반지름을 슈바르츠실트 반지름이라고 부릅니다. 슈바르츠실트는 완전 구형의 별이 회전하지 않는다고 전제하고 매직 스피어의 존재를 증명했습니다. 회전하지 않는 블랙홀은 ‘슈바르츠실트 블랙홀’이라고 명명되었습니다.

별들은 보통 자전을 합니다. 중성자별처럼 밀도나 높은 별은 자전속도가 매우 빠릅니다. 당연히 회전하는(자전하는) 블랙홀도 있을 것입니다. 뉴질랜드의 수학자 로이 커(Roy Kerr,1934~)는 1963년에 회전하는 블랙홀에 대한 아인슈타인 방정식의 정확한 해(솔루션)를 풀었습니다. 각운동량(angular momentum) 보존법칙에 따라 자전하던 별이 중력으로 인해 반지름이 수축할수록 회전속도가 빨라져야 합니다. 피겨스케이팅 선수가 회전할 때 팔과 다리를 오므리면 회전속도가 빨라지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영화 인터스텔라에 등장하는 회전하는 블랙홀, 가르강튀아. 다른 우주로 통하는 웜홀 역할로
설정되었다. 출처: YouTube

특히 중요한 점은, 자전하는 별에서는 원심력과 중력이 서로 균형을 이룬다는 사실입니다. 따라서 회전하는 블랙홀 내부에 들어가더라도 중력 때문에 짜부라지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물체를 처참하게 짜부라뜨리는 슈바르츠실트 블랙홀과는 다른 상황입니다. 이처럼 회전하는 블랙홀을 ‘커 블랙홀’이라고 부릅니다.

커는 이 놀라운 사실을 발견한 뒤 동료들에게 이렇게 외쳤다고 합니다. “이 마술고리를 통과하면 반지름과 질량이 음수인 이상한 우주로 진입할 수 있다!”

커 블랙홀은 다른 우주나 시간여행의 통로가 될 수 있을까요? 일부 물리학자들은 이에 부정적인 견해를 내놓습니다. 블랙홀에 진입한 빛이 엄청난 에너지를 얻어 커 블랙홀을 통과하려는 사람이나 물체를 사정없이 파괴할 뿐 아니라 블랙홀의 입구를 파괴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커 블랙홀이 가장 현실적인 블랙홀이며 (이론적으로) 다른 우주를 연결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고 믿는 학자들도 많습니다. 킵 손 교수가 자문한 영화 '인터스텔라'에 등장하는 회전하는 블랙홀 가르강튀아는 다른 우주로 통하는 웜홀 역할을 하는데, 바로 커 블랙홀에 이론적 근거를 두고 있습니다.  다음 편부터 본격 이론적인 시간여행 탐색을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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