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용복의 지구촌 오지탐험 <1>은둔의 왕국 부탄㊤
도용복의 지구촌 오지탐험 <1>은둔의 왕국 부탄㊤
  • 도용복 도용복
  • 승인 2017.11.24 16:40
  • 업데이트 2017.12.0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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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용복의 지구촌 오지탐험 <1>은둔의 왕국 부탄㊤

TBC가 지난 3월 '굿데이 프라이데이'에서 방영한 '오지여행가 도용복, 은둔의 나라 부탄에 가다'의 한 장면. TBC 방송 캡쳐.

“올해는 언제 어디로 가십니까?”

매년 300일 일하고 65일의 오지를 탐험하는 것을 책이나 강연에서 소개하다 보니 이제는 많은 분들이 먼저 여행 일정을 묻는다.

“올해는 은둔의 왕국, 행복의 나라 부탄에 초대받았습니다.”

이번에 찾는 부탄은 서남아시아에 위치한 '은둔의 왕국'이기 때문에 기대와 떨림이 다른 어느 때보다 크다. 떠나기 전부터 나의 일상생활에 더욱 활력을 불어넣어준다. SBS와 함께 실크로드를 방문했던 친구가 쓴 글 ‘조근호 변호사의 월요편지’ 내용이 떠오른다.

“지금까지 나의 여행은 멋진 건축물과 좋은 경치를 보고 체험하는 관광이었다면, 도용복 탐험가와 함께한 여정은 길 위에서 만나고 배우는 여행이었다.”

히말라야 산맥에 꽁꽁 묻혀 있으며 시간의 힘이 미치지 않는 나라 부탄은 과거형이기보다 현재진행형인 곳으로 마치 나의 삶과 닮은 듯 했다.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갖는 다양한 만남과 인연이 주는 결과물로 엄청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내가 매일 더 큰 행복을 느끼면서 살 수 있는 이유이다. 뛰는 가슴을 가득 안고 부탄으로 출발했다.

늘 그랬듯이 여행경비 중 운임 비용을 줄이려고 미리 예약한 저가항공기에 몸을 실으며 생각했다. 인구가 75만에 불과하고 우리나라의 1/5크기이며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부탄은 ‘어떻게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가 될 수 있었을까?“ 그 답은 언제나 그랬듯 길 위에서 찾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며 공부 수첩을 꺼내 읽었다.

히말라야 산맥 동쪽에 있는 부탄을 가기 위해 태국에서 경유하기로 했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기다려야 했지만, 오랜 기간 저가항공을 이용하면서 경유지 공항을 즐기는 나름의 노하우가 쌓였다.

나는 강연자리에서 종종 소재(小才) 중재(中才) 대재(大才)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소재는 인연이 와도 인연인줄 모르고, 중재는 인연이 와도 잡지 못하며, 대재는 옷깃만 스쳐도 스며들게 한다. 나는 짧은 인연도 스며들게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데, 나의 여행 속 만남은 벌써부터 시작이었다. 새로운 사람들과의 대화는 내가 몰랐던 것들을 알게 해주고,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가르쳐주었다.

부탄 유일의 국제공항인 파로공항 전경. 비행기가 고봉들의 골짜기를 따라 곡예하듯 비행하다 착륙하는 장면은 보기드문 구경거리다. 사진=사라토가 김병찬

부탄 파로 국제공항에 도착하니 많은 사람들이 공항 출구 길가에서 너도나도 사진을 찍고 있는 희한한 광경이 펼쳐졌다. 뭔가 하고 봤더니, 협곡을 따라 아슬아슬하게 내려와 우리 머리 위를 지나 활주로에 착륙하는 비행기 사진을 찍는 것이었다. 협곡비행과 이착륙에 고난도 기술이 요구되다 보니 허가된 파일럿은 전 세계에 단 8명뿐이라고 한다. 그것만으로도 내가 비행기 촬영 대열에 합류하는 이유는 충분했다.

신기한 점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도로에는 신호등이 없었다. 그 이유가 의미심장하다. 신호등을 도입했더니 인간미가 없다는 여론이 일었다. 결국 부탄 정부는 국민들의 의견을 들어 교통순경에게 그 일을 대신하게 했다고 한다. 여러 국가들을 다녔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 본다.

부탄은 여전히 왕정국가였는데, 시민들은 부탄의 왕을 진심으로 존경하고 있었다. 집안 곳곳, 식당, 상점 등 사람이 있는 곳에는 현 5대 왕과 그의 아버지 4대 왕의 사진이 걸려 있었다. 국정 방향을 국민의 행복에 맞추고 행복정치를 국가의 기틀로 삼은 4대 국왕과 행복정치를 구현한 현 국왕의 노력에서 그 이유를 쉽게 찾을 수 있다.

부탄의 도시를 찾아 가는 길이었다. 눈앞을 빠르게 스쳐가는 자연의 아름다움이 고스란히 담긴 풍경은 벅찬 마음을 조금은 누그러뜨려주었다. 그때였다. 빠르게 달리는 차도에 큰 돌멩이 같은 것들이 위험하게 놓여 있었다. 아니 ‘돌멩이가 움직인다.’ 라고 생각한 순간 어떤 형상으로 커졌는데, 사람이었다. 바로 오체투지 순례자였다.

 

뭇생명의 평화를 기원하는 오체투지 순례자들. 이들의 숭고한 신앙심에 감동받아 나는 카메라를 들지 못했다. TBC 방송 캡쳐

불교의 나라 부탄에서 오체투지로 마음을 닦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부처님께 닿고자 하는 마음으로 더 큰 동작으로 삼보일배를 하는 그들이 향하는 곳이 궁금해졌다. 이들이 향한 곳은 부탄의 수도 팀푸에 있는 도르덴마 좌불상. 세계에서 가장 큰 좌불이다. 부탄을 불자들의 국제명소로 만든 일등 공신이 바로 도르덴마 좌불상이다.

세계의 다양한 인종을 하나로 묶어주는 부탄 불교의 유구한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풍경이 바로 오체투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곳을 찾은 불자들의 눈빛은 도를 닦는 사람의 그것이었다. 자연을 아끼고 소중하게 생각하는 그들은 불교의 가르침을 누구보다 잘 수행하고 있는 게 아닐까? 오랜 시간 오체투지의 자세로 삼보일배하는 그들을 보며 마음속 깊은 곳에서 감동이 밀려와 나는 한동안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물론 카메라도 들지 못했다. 그들의 불심을 느끼며 경건한 마음으로 해 가지는 풍경을 보고 또 보았다.

세계 최대(52m)의 도르덴마(금강좌불) 불상. 수도 팀부에서 10km쯤 떨어진 쿤셀 포드랑에 있다. 사진=사라토가 김병찬.

이른 아침 본격 여정에 대한 기대로 일어났다. 풍경은 자연으로 가득했다. 저개발국가의 독특한 특징도 눈에 띄었다. 의료가 잘 발달하지 않은 나라들은 전염병이 돌면 확산을 막기 위해서 일정한 간격을 두고 뜨문뜨문 집을 짓는다. 새삼 부탄에 온 것을 깨달으며 오늘의 여정을 위해 차에 올랐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차가 걷는 것 보다 느리게 가기 시작했다. 왜 이런가 하고 앞을 보는 순간 앙다문 입술을 비집고 나오는 미소를 숨길 수가 없었다. 떼를 지어 유유자적 이동하는 소와 야크들이 있었다. 소가 차를 비켜가는 것이 아니라, 차가 소를 배려하며 천천히 기다리며 비켜가는 중이었다. 뭐든 생각나면 곧바로 해치우는 ‘빨리빨리 문화’를 되돌아보게 했다.

궁금해졌다. 과연 ‘행복한 나라 부탄 국민들의 소원은 무엇일까?’ 눈만 마주쳐도 웃으며 반겨주는 그들에게 물어보았다. 지금 이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영원히 지키는 것이라고 했다. 생각보다 소박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소원이었지만, ‘한국과 자연’을 생각을 하자 그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새삼 그들에게 많은 것을 배운다는 생각이 들었다.

길 위에서 수많은 만남이 있었다. 각각의 만남 속에서 때로는 70년을 넘게 살아온 삶의 지혜를 통해 가르쳐주는 선생(先生)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전혀 다른 삶을 통해 배운 많은 지식들을 배우는 학생이 되기도 한다. 길 위에서의 배우는 것을 나는 ‘발로하는 독서’라고 생각한다.

‘음악이 있는 세계문화기행’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는데 4시간 혹은 8시간도 넘게 진행을 해도 대본이 필요 없는 이유가 바로 ‘발로하는 독서’ 덕분이 아닌가 한다. 자연에서 얻는 치즈를 만드는 방법과 소젖을 짤 때 소의 뒷발을 묶는 것이 안전하고 편리한 방법이라는 것도 처음 배웠다. 또 어떻게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유목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정보 등 많은 생활의 지혜를 얻을 수가 있었다.

농가 아주머니가 야크 젖을 짜려고 끈으로 다리를 묶고 있다. 생활의 지혜다. TBC 방송 캡쳐.

부탄의 사람들은 일단 사람에 대한 거부감이 없었다. 의심이 많은 사람은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의심할 것을 우려하고 항상 염두에 두고 생활한다. 마찬가지로 부탄 사람들은 좋은 마음을 가지고 사람들을 대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 또한 좋은 마음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 믿는다. 그런 생각들이 모여 다양한 만남들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게 해주는데, 여행자들은 그렇게 만들어진 좋은 만남과 유익한 배움들에 감사한 마음을 갖지 않을 수가 없다.

옛날 노자의 사상 중 도덕경의 ‘무위자연(無爲自然)’을 생각나게 했다. ‘하늘은 도를 본받고 도는 자연을 본 받는다’는 말이 있다. 자연 그대로를 받아들이며 그 속에서 조화를 이뤄 살아가는 것의 중요성을 이야기한 말이다.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고 서로 다투지 않아 이 세상에서 으뜸가는 착함’이라는 뜻의 상선약수(上善若水)라는 말이 떠올랐다. 부탄이 바로 그런 나라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며 은둔의 왕국 부탄 여행 3일차의 여정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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