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혁명 완성을 위한 단상
촛불혁명 완성을 위한 단상
  • 조송원 조송원
  • 승인 2018.01.03 17:51
  • 업데이트 2018.01.0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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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혁명 완성을 위한 단상

에버트 인권상 촛불혁명에 일으킨 촛불시민의 에버트 인권상 수상을 보도하는 방송 한 장면. 출처: 아리랑 방송

#장면 1 "그는 개자식이다. 그러나 우리 편이다.(He's a bastard, but he's our bastard.)" 해리 트루먼(Harry S. Truman)이 니카라과 반공反共 독재자에 대해 말한 것으로 유명하다. 예전에 미국 대통령들은 냉전 시기 현실주의 외교정책이라는 명분으로 독재자들을 지지했다. 그러나 지금이라고 달라졌을까? “정의로운 결과를 얻어낸 박근혜 대통령의 용기와 비전을 높이 평가한다.” 12・28 위안부 문제 합의 뒤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이 박 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말한 내용이다. 중국 견제를 위해 한-미-일 공조를 추진했던 미국은 위안부 문제를 한-미-일 공조의 걸림돌로 판단해 양국 정부에 위안부 합의 타결을 강력히 요구했다. 일본의 전쟁범죄와 위안부 인권 문제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언급도 없었다. 오로지 미국 자신의 전략적 이익만이 관심사였던 것이다. 그 이익이 실현되자 탄핵, 파면될 운명의 박 전 대통령에게 ‘용기와 비전’을 높이 평가한다고 한 것이다. #장면 2 예루살렘 올드시티의 역에서부터 거리, 공원 이름에 ‘트럼프’가 붙을 전망이다. 이스라엘은, 국제적 비난을 무릅쓰고 ‘예루살렘은 이스라엘 수도’라고 선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위해 영광스러운 선물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이스라엘 카츠 교통부 장관 겸 정보부 장관은 “그의 용기 있고 역사적인 결정”을 기념하면서 “유태인과 이스라엘 국가의 수도라는 예루살렘의 지위를 강화한” 공로를 인정해 이를 추진한다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하고 미국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이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견 무모해 보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 배경에는 올 11월 중간선거, 나아가 2020년 재선을 위한 정치공학이 자리잡고 있다. ‘러시아 스캔들’을 돌파하고, 공화당 지지층의 주류인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을 결집시키며, 정치자금과 직결된 유대계의 환심을 사려는 전략이다. 이스라엘의 입장은 어떠한가?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 핵심지지층의 환심을 얻는 대가로 ‘세계를 잃었다’는 비판에 아랑곳할 이유가 없다. 자신의 무력 점령지를 인정하겠다는데 쌍수를 들어 환영할 뿐이 것이다. 역이나 거리, 공원에 ‘트럼프’ 이름을 붙이는 것만으로 부족할 것이다. 세계인의 눈치가 없다면 ‘트럼프 동상’이라도 세우고 싶을 것이다. #장면 3 중국이 연간 1억3000만 명에 달하는 자국 해외관광객을 ‘외교무기화’하고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중국 당국이 단체 해외여행을 물밑에서 제한하는 방법을 사용해 마음에 들지 않는 나라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지난해 12월 28일 보도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로 인한 갈등으로 중국이 한국에 취하고 있는 단체 여행객 제한을 들었다. 한 여행사에 일하는 직원은 이 신문에 “상사가 지역 관광국에 불려갔다. 한국 단체여행 판매를 금지한다는 지도를 받고 왔다”고 말했다. 문서로 공식적으로 지시를 내리지 않고 구두로만 지시해 증거를 남기지 않는 방식을 쓴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2011~2012년에는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 분쟁을 둘러싸고 일본을 상대로, 2014년에는 ‘우산 시위’ 이후 홍콩을 상대로, 2016년에는 독립 지향성이 강한 민진당 정부 출범 이후의 대만을 상대로 관광객 제한 조처가 내려졌다. 유커(遊客. 중국인 관광객)의 연간 소비액은 약 285조 원으로, 세계 전체 해외여행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에 달한다.1) 유커를 ‘외교무기화’하는 중국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국제사회는 무정부상태이다. 외교행위의 잣대는 오로지 자국의 안보와 이익일 뿐이다. 중국이 자국의 전략적 이익에 반하는 외국의 행위에 대해 유커를 외교역량으로 이용했다. 정당하지도 않고 바람직한 일은 아니라 할지라도 ‘이해의 범위’에 드는 일이지 않은가. 국제관계에서 ‘정서주의적 반응’은 곤란하다. 역지사지를 할 수 없으면 엄혹한 국제질서에서 미아가 될 뿐이다. #장면 4 2015년 12월 28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는 복창 터지게 하는 내용이다. 한데 검토 태스크포스에 의하면 ‘이면합의’까지 있었다. △‘위안부’ 피해자 관련 단체 설득 △주한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문제 관련 적절한 노력 △제3국에 위안부 기림비 등 설치 미지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공식 명칭으로 사용하겠다는 게 주 내용이다. 논란의 핵심이었던 ‘최종적・불가역적 해결’ 문구는 ‘총리 사죄의 불가역성’을 강조하기 위해 한국 정부가 먼저 제기했다. 그러나 ‘위안부’ 문제의 ‘최종적 해결’을 주장하던 일본 쪽 요구에 따라 ‘해결의 불가역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변질됐다고 티에프는 밝혔다. 박근혜 정부는 누구를, 무엇을 위해 위안부 문제에 합의했을까? 더구나 ‘이면합의’를 하고 이를 공개하지 않기로 했을까? 트루먼과 오바마 대통령은 자국의 전략적 이익을 위해 독재자도 비인도적 전쟁범죄와 반인권 문제도 받아들였다. 이스라엘은 자국의 이익에 막대한 이익을 준 트럼프 대통령을 기리려고 한다. 중국도 자신들의 외교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유커를 ‘무기화’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대통령으로서가 아니라 자신의 지지층만의 대통령으로서 국제문제에 접근했다. 트럼프와 박근혜, 너무나 닮았지 않은가! 우리가 자랑하는 촛불혁명의 평화로운 성격은 고전적 혁명론에 어긋나는 특성이다. 기존 헌정질서에 따라 대통령 파면과 정권교체가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하여 촛불정부가 청와대만 접수했을 뿐 반혁명의 가능성은 상존한다. 촛불혁명의 거의 모든 과제를 부정하는 세력이 국회의 3분의 1 넘는 의석을 차지한 채 사사건건 훼방을 놓고 있다. 국군 기무사령부가 국방부 장관에게 “2012년 총선・대선 당시 기무사의 정치개입은 없었다”고 ‘거짓 보고’를 했다. 김관진, 임관빈에 이어 김태효 전 청와대 대외전략비서관에 대한 구속 영장을 법원은 기각했다. 덕분에 적폐의 몸통인 이명박 전 대통령은 온존하고 있다. 정기적으로 선거를 하고 형식적으로 정당정치와 대의제를 유지하는 것으로 민주주의를 실현하였다고는 할 수 없다. 정당정치와 대의민주주의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어도 그 내용은 사실상의 독재체제 또는 소수 기득권 지배층의 과두지배체인 경우가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국가나 정부의 특징은, 민주주의를 표방하면서도 실제로는 평범한 시민의 요구를 무시하고 국가기구를 사익추구의 수단으로 전락시켜 기득권 지배층의 이익만을 충실히 관철시키는 점이다. 민주주의란 본래 민중이 자율적으로 자신의 생활 문제를 결정하는 시스템이다. 요컨대 다수의 민중이 주권자로서의 권한을 실제로 행사할 있어야 민주주의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실질 민주주의는 누군가가 제공해 주는 것이 아니다. 지난한 투쟁을 거쳐야만 겨우 맛볼 수 있는 것이 민주주의라는 과실이다.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는 말은 만고불변의 진리라고 말할 수 있다.2) 국가의 불행이지만 촛불정부를 위해 다행스러운 것은 구정권의 너무나 많은 인사들이 실정법을 너무 많이 위반했기 때문에 행정부의 권한으로 촛불시민이 요구한 적폐세력 청산을 수행할 여지가 무척 넓다는 것이다. 이제 남은 과제는 정권을 잃었을 뿐 여전히 사회의 각종 고지에 포진하고 있는 세력을 촛불시민과 촛불정부가 힘을 모아 제압하며 정의롭고 평화로운 나라를 만들어가는 일이다.3) ※1)조기원, 「1억3천만 유커 ‘외교무기화’」, <한겨레신문>, 2017년 12월 29일. 2)김종철, 「한국 ‘촛불혁명’의 가운데서」, 『世界』, 2018년 1월호. 148~149쪽. 3)백낙청, 「촛불정부의 촛불혁명 완성을 위하여」, <한겨레신문>, 2017년 12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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