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욱 교수의 '다시 문학청년으로' <2>1976년 부대문학의 밤 – F.카프카에 대한 추억
민병욱 교수의 '다시 문학청년으로' <2>1976년 부대문학의 밤 – F.카프카에 대한 추억
  • 민병욱 민병욱
  • 승인 2018.01.08 11:56
  • 업데이트 2018.01.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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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욱 교수의 '다시 문학청년으로' <2>1976년 부대문학의 밤 – F.카프카에 대한 추억

1976년 5월 18일 ‘개교 30주년 기념 부대 문학의 밤’에서 모노드라마 <학술원에 보내는 보고서> 공연을 마치고. 왼쪽부터 1976년 당시 필자(국어교육 75학번), 손재찬(철학과 75학번), 박설호(독어교육 73학번, 현 한신대 교수), 강경석(국어국문 75학번). 출처:민병욱

2016년 6월 22일에서 27일까지 프라하 여행은 과거를 찾아간 시간과 함께 왔다. 그 과거로의 시간 여행은 프라하 성을 둘러보고 카를교로 내려오다가 강변 커피숍에서 시작되었다. 커피숍에서 자리를 찾아 앉자 창 밖에 ‘오줌 누는 동상’과 그 사이 ‘카프카 박물관’이라는 간판이 비쳤다. 성 밖으로 나오는 황금소로에도 옛 카프카의 집을 보았지, 신구 시가지의 경계지역에 있는 콰다리오 쇼핑센터 입구에서도, 옛 유대인 공동묘지에서 ‘카프카’를 보았다는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져 갔다. 그 생각은 오랫동안 기억 속에 잠들어 있던 카프카와 함께 우리의 자부심을 일깨워 주었다.

‘체코 프라하, 카프카의 예술적 초상을 찾아서’(국제신문, 2017년 7월 5일)를 글로 쓰면서 프라하에서 만난 그의 옛 모습을 잊지 않기로 했다.

40년 전에 있었던 그에 대한 추억을 잊지 않기 위해서, 더 세월이 흘러 기억조차도 못하기 전에 한 장의 사진을 스캔하여 머릿속에 저장하고자 한다.

그 사진은 1976년 5월 18일 ‘개교 30주년 기념 부대 문학의 밤’(부대신문, 1976년 5월 24일) 모노드라마 <학술원에 보내는 보고서(Ein Bericht für eine Akademie, 1917년 창작)> 공연으로 거슬러 간다. 작품은 F.카프카의 원작을 박설호의 번역, 손재찬의 모노드라마로 공연되었다.

이 공연이 부대문학의 밤에서 행한 첫 공연으로 1975년 11월 1일 부대문학의 밤 행사에서 이루어진 귄터 아이히(Gunter Eich)의 방송극 <꿈>의 낭독에 이은 것이다. 시인 김광규 교수(1974년에서 1980년까지 부산대 교수로 재임하고 1983년 서울대학교에서 「귄터 아이히 연구」로 문학박사학위를 받았음.)가 박설호에게 제공한 <꿈>의 낭독과 <학술원에 보내는 보고서> 공연은 문청들에게는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 충격과 함께 부대 문청의 자부심으로 다가선 것은 한 해가 지난 뒤였다. 1977년 8월 20일부터 시작된 추송웅(1941년 9월 4일~1985년 12월 29일)의 모노드라마 <빨간 피터의 고백>(원제: <학술원에 보내는 보고서>) 때문이었다.

그 작품은 삼일로 창고극장에서 시작하여 전국 순회공연을 하여 ‘총 482회 공연에 15만2000명의 관객이 찾을 만큼 폭발적인 인기를 누린 작품’(다음 백과사전), 혹은 ‘이 시대의 유니크한 배우로 부상시켰을 뿐만 아니라 생소하였던 모노드라마의 가능성을 높여 준’ 작품(민족문화백과 대사전)으로 평가받았다.

시인 김광규 교수와 윤산박에서. 출처: 민병욱

추송웅이 부산대학교에서 순회공연을 가질 때, 대학극장에서 늘어 선 줄은 본관 솔밭을 지나 당시 정문이었던 무지개 문까지 이어졌다. 한 해가 지난 뒤 그 늘어선 줄은 한 해 전에 이미 초연을 한 문청의 꿈의 길이이리라.

그 꿈의 길이는 시인 서림환 교수(불어불문학과), 문학평론가 김중하 교수(국어국문학과), 시인 김광규 교수(독어교육과) 등에 의해서 자라난다.

특히 1975년과 1976년 문학의 밤 행사에서 기억되는 것은 김광규 교수이다. 1974년에서 1980년까지 부산대학교에 재임할 동안 그는 부대문학의 밤, 부대문학상 수상 기념 특강 등에서 언제나 자리를 지켰다. 그는 1975년 『문학과 지성』에 시 「유무」, 「영산」, 「시론」 등을 발표하면서 등단하여 1979년 첫 시집 『우리를 적시는 마지막 꿈』을 발간한 다음 해 한양대학교도 자리를 옮겼지만 부대문청들에 대한 관심도 놓지 않았다.

문청일 때에는 너무 가까이 있어서 가슴에 다가서지 않았던 그의 시편들은 198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문학평론을 당선한 이후 나에게 새롭게 읽히기 시작했다. 그의 시편들을 대상으로 「70년대 한국시의 반성」(『지평』 제 1집, 1983.4), 「80년대 한국시의 향방」(『오늘 이 땅의 시』, 1984.12), 「언어행위로서의 시」(『현대시학』, 1983.6), 「삶과 행동의 양식으로서의 시」(『시와 의식』, 1984.봄) 등 평론을 쓰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한 두 차례 만나기도 했다.

아마 1975년과 1976년 부대문학의 밤은 내같은 멍청이들에게는 다시는 찾아오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