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력과 시공간, 양자 얽힘으로부터 탄생하다
중력과 시공간, 양자 얽힘으로부터 탄생하다
  • 조송현 조송현
  • 승인 2018.01.09 06:21
  • 업데이트 2018.0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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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력과 시공간, 양자 얽힘으로부터 탄생하다

중력과 시공간이 양자 얽힘에서 나온다는 주장을 지지하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출처: 퀀텀액티비스트

미국 칼텍(CalTech)의 물리학자들이 양자 얽힘을 지배하는 방정식과 일반상대성이론의 아인슈타인 방정식(중력장 방정식) 간의 유사성을 발견했다고 영국의 과학주간지 뉴사이언티스트가 최근 보도했다.

이것은 시공간(space-time)과 중력이 양자 얽힘(quantum entanglement)으로부터 생겨난다는 기존의 모델을 지지하는 것은 물론 일반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을 연결하는 잠재적인 다리를 발견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은하와 우주 등 거시세계를 설명하는 일반상대성이론과 미시세계를 기술하는 양자역학은 잘 융합되지 않으며, 두 이론의 통합이 물리학계의 최대 과제라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1974년 스티븐 호킹과 자콥 베켄슈타인이 처음으로 공간의 기하(일반상대성이론)와 양자세계(양자역학)와의 연관성을 제시했다. 즉 블랙홀의 미시적인 양자구조에 의해 결정되는 블랙홀 엔트로피가 블랙홀 표면적에 비례한다는 사실을 밝힌 것이다. 블랙홀의 모든 정보는 3차원 공간이 아니라 2차원 평면에 저장되어 있다는 뜻이다.

1997년 아르헨티나의 이론물리학자 후안 말다세나(Juan Maldacena)는 중력과 양자세계와의 또 다른 연결고리를 발견했다. 공간을 기술하는 중력이론과 그 공간 영역의 표면을 기술하는 양자장론 사이의 연결성을 말한다. 이것은 흔히 ‘말다세나 추측’으로 불리는데, 공간을 기술하는 중력이론이 한 차원 낮은 그 공간 영역의 표면을 기술하는 양자장론으로 치환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어 물리학자들은 ‘말다세나 추론’을 기초로 매우 매력적인 모델을 세우는 데 성공했다. 그 모델은 '각 공간 영역의 표면 사이에 발생하는 양자 얽힘의 양을 변화시킴으로써 시공간을 창조하거나 파괴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바꿔 말하면, 시공간 자체가 양자 얽힘의 산물이라는 주장이다.

칼텍(파사데나)의 춘준 케이오(ChunJun Cao)와 시언 캐롤(Sean Carroll) 교수는 이 모델을 기초로 논의를 진척시켰다. 사전배포 논문에 따르면, 이들은 우선 양자 얽힘으로부터 시공간이 생기는 이론적 틀을 사용하여 중력의 동역학적 특성을 실제로 유도할 수 있는지를 살펴보았다. 즉 양자역학적 기술로부터 시공간이 나타날 수 있는지를 알아본 것이다.

케이오와 캐롤은 이를 위해 힐버트 공간으로 불리는 추상적 수학 개념을 사용했다. 힐버트 공간은 매우 작은 부분으로 나눌 수 있는데, 각 부분은 3차원 공간의 한 점에 대응된다.

캐롤은 “이들 각 부분 사이에 양자 얽힘이 일어나는데, 어떤 부분 사이에는 얽힘이 많이 일어나고, 또 다른 부분 사이에는 얽힘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케이오와 캐롤은 또 얽힘을 기하와 관련시키면서 두 가지 가정을 사용했다. 하나는 작게 나누어진 힐버트 공간의 두 부분 사이가 가까울수록 얽힘이 더 크게 일어난다는 가정이다. 다른 하나는 이른바 ‘자콥슨의 얽힘 평형’이다. 전체 시스템은 평형상태에 있으며, 이 상태는 한 영역의 얽힘이 증가하면 다른 영역의 얽힘은 그만큼 감소한다는 가정이다.

이러한 가정 하에 케이오와 캐롤은 양자 얽힘의 동역학을 기술하는 방정식이 일반상대성이론의 아인슈타인 방정식과 유사함을 확인했다. 이것은 시공간과 중력이 양자 얽힘으로부터 생겨난다는 기존 모델을 강력하게 지지해준다.

‘말다세나 추측’의 맥락에서 시공간을 연구해온 프린스턴대학의 바르틀로미에지 체크는 케이오와 캐롤의 연구에 대해 “훌륭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가정을 검증하는 실제 시스템을 만드는 것은 어렵겠지만 매우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