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블상수 갭', 새로운 물리학을 암시하다
'허블상수 갭', 새로운 물리학을 암시하다
  • 조송현 조송현
  • 승인 2018.01.15 19:29
  • 업데이트 2018.0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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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블상수 갭', 새로운 물리학을 암시하다

아담 리스 2011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아담 리스 존스홉킨스대학 교수. 출처: BBC

“‘허블상수 갭(Hubble Constant gap)’이 새로운 물리학을 암시한다.”

미국의 존스홉킨스대 교수인 천체물리학자 아담 리스(Adam Riess)가 엊그제 영국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인터뷰 내용은 BBC 뉴스 웹사이트에 실렸다.

허블상수 갭이 도대체 무엇이며, 어떤 의미이기에 새로운 물리학을 암시한다는 것일까? 문장을 그대로 해석하면 ‘허블상수 갭’이 현재 물리학으로 설명이 되지 않는다는 말이 아닌가?

그냥 해본 수사적 표현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발언자의 무게가 너무 무겁다. 아담 리스가 누구인가? 리스는 2011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이다. ‘우주의 가속 팽창’을 발견한 공로로 받았다. 우주가 일정한 속도로 팽창한다는 기존 관념을 깨뜨리면서 과학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던 이 분야 최고의 전문가이다.

바로 그 아담 리스가 허블상수 갭을 언급한 것이다. 허블상수는 우주의 팽창률을 의미한다. 외부은하의 후퇴속도는 그곳까지 거리에 비례한다는 허블의 법칙, V=Hr에서 상수 H가 바로 허블상수이다. 여기서 V는 적색편이로 측정되는 후퇴속도이고 r은 은하까지의 거리를 나타낸다.

허블상수는 우주론에서 가장 중요한 상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허블상수의 역수가 바로 우주의 나이다. 허블상수는 외부은하까지의 거리와 후퇴속도를 독립적으로 알아야 정할 수 있다. 외부은하까지의 거리를 계산한다는 게 간단치 않다. 후퇴속도는 도플러효과로 구한다.

그렇다면 아담 리스 교수가 말한 허블상수의 갭은 무엇이며, 그게 어떤 문제가 있다는 것일까?

허블상수를 계산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우주배경복사(CMB)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우주배경복사는 빅뱅 이후 약 38만 년쯤에 우주를 채우고 있던 빛인데, 우주 팽창과 함께 식어 오늘날 약 3K(절대온도 3도)의 마이크로파로 우주에 산재해 있다. 이 우주배경복사는 빅뱅의 결정적인 증거인데, 이를 우주진화모델에 적용하면 우주의 팽창률, 즉 허블상수를 구할 수 있게 된다.

다른 하나의 방법은 세페이드 변광성과 은하계의 초신성을 표준촉광(standard candle)으로 삼아 허블상수를 직접 구한다. 아담 리스의 전문 분야다. 우주를 사람에 비유하자면, 세페이드·초신성 방법은 줄자로 사람의 키를 직접 재는 방식이다. 반면 CMB 방법은 아기 때 찍은 사진을 갖고 인간의 성장모델을 통해 현재 사람의 키를 예측하는 방식이다.

허블상수의 값은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50~90km/s/Mpc으로 추정되었으나, 2006년 8월 NASA Chandra은 약 77㎞/s/Mpc로 관측했다. 2013년 3월 유럽 우주국 플랑크 위성 데이터에 따르면, 약 67.80㎞/s/Mpc라고 발표했는데, 아직 특정 수치로 고정되지는 않았다. 우주공간의 거리 단위인 파섹(pc)은 3.26광년인데, 메가파섹(Mpc)은 그 백만 배, 즉 326만 광년을 나타내는 단위이다. 그러니까 67.80/s/Mpc라는 것은 우리로부터 326만 광년 멀어질 때마다 팽창 속도가 초속 67.80km씩 증가된다는 의미이다. 우리로부터 멀리 있을수록 후퇴속도는 빨라진다는 것이다.

두 가지 허블상수 산출 방법은 각자 발전을 거듭했다. 문제는 같은 허블상수 값이 하나로 수렴되지 않고 계산 방식에 따른 두 가지 값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아담 리스 교수팀이 허블우주망원경에 장착한 ‘Wide Field Camera 3’로 구한 가장 최근의 허블상수 값은 73.24km/s/Mpc이다. (2001년 허블우주망원경을 사용한 허블상수 결정 프로젝트의 공식 결과는 72km/s/Mpc이다.)

그러나 유럽우주국이 2015년 플랑크 위성을 이용해 우주배경복사(CMB) 방식으로 구한 허블상수 값은 66.9km/s/Mpc이다.

‘허블상수 갭’이란 바로 아담 리스 교수팀 등의 세페이드·초신성 표준촉광 방식으로 구한 허블상수 값과 우주배경복사(CMB)을 이용해 구한 값과의 차이를 말한다. 천문학자들과 천체물리학자들이 개선에 개선을 거듭했음에도 불구하고 양쪽의 수치가 수렴되지 않고 있다.

아담 리스 교수는 “현재 허블상수 갭은 ‘3.4시그마 신뢰 수준’인데 ‘꽤 심각한 상황’임을 나타낸다”며 “허블상수 갭이 물리학의 주요 발견의 길을 지시하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리스 교수는 우주는 현재 우주배경복사(CMB) 데이터로 분석한 우주팽창 속도에 비해 9% 더 빠르게 팽창하고 있다며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허블상수라는 하나의 진실을 두고 두 가지 다른 수치가 나온다는 것은, 실수가 아니라면, 둘 다 틀렸거나 적어도 어느 하나는 틀렸음을 뜻한다. 즉 우리가 현재 계산의 근거로 사용하는 현대 물리학, 특히 일반상대성이론이 틀렸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주는 우리가 아직 모르는 방식으로 작동하는 게 아닐까.

아담 리스는 허블상수 격차의 원인에 대해 두 가지 가능성 제시했다. 하나는 제4의 뉴트리노로 지목되는 비활성 뉴트리노(sterile neutrino)의 존재이다. 다른 하나는 암흑에너지가 우주 역사의 초기에 행동했던 것에 비해 지금은 다르게 행동할 가능성이다. 허블상수 갭이 우주에 관한 현재의 우리 지식을 초월한 새로운 물리학을 가리키는 건지도 모를 일이다.

아담 리스 교수팀은 최근의 허블상수 분석 논문을 출판 전 공개 논문 사이트에 게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