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부자인 사람은 깨어 있어야
마음 부자인 사람은 깨어 있어야
  • 조송원 조송원
  • 승인 2018.01.19 12:56
  • 업데이트 2018.01.1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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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부자인 사람은 깨어 있어야

그리스 아테네 아카데미아의 플라톤 좌상. 플라톤은 "정치적 무관심의 대가는 자신보다 못한 사람의 통치를 받는 것"이라고 설파했다고 한다. 사진 출처: 시애틀시립대학 사이트

아들은 아버지가 산 복권이 500만 달러에 당첨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버지는 말기 심장병을 앓고 있었다. 어떻게든 아버지에게 이 사실을 알려야 했지만, 아버지가 흥분하여 사망할까봐 걱정이 되었다.

갖은 궁리 끝에 목사를 찾아갔다. 자초지종을 이야기하고 아버지가 흥분하지 않도록 이 복권 당첨 사실을 알려 달라고 부탁했다. 목사는 병석의 아버지를 방문했다. 그리고 침착하게 말했다. “어르신, 흥분하지 마십시오. 만약 어르신께서 산 복권이 500만 달러에 당첨되었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아버지는 호탕하게 웃으면서 대답했다. “500만 달러에 당첨되었다면, 목사님 교회에 절반을 기부하겠습니다.” 순간 목사는 띵 머리가 어지러워지면서 흥분하여 심장병으로 사망하고 말았다.1)

“조 박, 오늘 퇴근하고 자장면 한 그릇 안 살래?” 퇴근 무렵에 문 선생이 의미 있는 웃음을 지으며 내 옆구리를 꾹 찌르며 말했다. 언제부턴가 나는 ‘조 박’으로 불렸다. 쉬는 시간에 교사 휴게실에서 바둑이나 잡담을 하는 새에 나는 보통 도서관에 붙박였다. 더러 선후배 교사들은 내가 읽는 책에 관심을 보이곤 했다. 그러다보니 어느 결에 나를 ‘조 박사’로 호칭했다.

한데 교육대학원 등에 진학하여 ‘박사’ 학위를 받는 교사가 나왔다. 내 옆자리의 조 씨 성의 교사도 학위를 받았다. 호칭은 변별력이 생명이다. 부산 토박이들은 ‘에와 애’ 발음을 구별하지 못한다. 하여 ‘게’도 개로, ‘개’도 개로 발음한다. 문제는 부산이 바닷가라 ‘게’도 ‘개’도 생활과 밀접히 관련 있는 ‘지시대상’이라는 것이다. ‘개 데리고 가서 게 잡아 오라’고 말했는데 ‘개 몰고 가서 개를 잡아 오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하여 변별력을 주기 위해 ‘게’를 ‘끼’라 발음한다.

나에 대한 호칭도 마찬가지이다. 대우해준다는 의미에서 ‘조 박사’라 불렀는데, 실제 조 박사인 교사가 있으니, 변별성이 없어져 헷갈리게 되었다. 하여 다시 ‘조 선생’을 돌아가지도 못하고, 조 박사라 부를 수도 없어 ‘조 박’으로 낙착된 것이다.

문 선생은 5년 선배이다. 거나하게 술 한 잔 사겠다는 말이다. 20여 년 전 대개의 교사들은 지하철이나 버스로 출퇴근했다. 문 선생과 방향이 같다 보니 동승하는 경우가 잦았다. 귀가 도중 서면 등지에서 내려 같이 호프집을 들르곤 했다. 자연히 문 선생의 내밀한 사정을 알게 되었다.

문 선생은 항상 술값이 풍족했다. 아내도 초등학교 교사인 맞벌이다. 한데 그 때문이 아니다. 봉급은 전액 아내에게 갖다 준다. 아내에게도 말하지 않은 돈줄이 있는 것이다. 삼촌이 꽤 알려진 역술인이었다. 치부도 남부러울 만큼 했으나, 아내도 없고 무자식이었다. 그래서 운명하기 전 장조카인 문 선생은 제사 모셔주는 것을 조건으로 모든 유산을 상속받았다. 상가 건물의 임대료만 해도 봉급을 넘는 수준이라고 했다.

“오늘은 2차만 합시다. 몇이 부를까?”

“관 두게. 매일 술이나 마시는 치들에게 술 사 주고 싶지 않아.”

문 선생은 성격이 괴팍했다. 아니 철저한 원칙론자인지도 모른다. 좀처럼 1차에서는 돈을 내지 않는다. 술값이든 밥값이든 1차에서는 동석한 이들의 행동거지만 살핀다. 상대가 사심 없이 기분 좋게 그게 자장면이라도 1차를 사면, 2차에는 룸살롱이든 고급 일식집이든 자신이 앞장서 안내를 한다. 그리고 결제는 전액 자신이 한다. 그리고 자신의 판단으로 교사답지 않거나 퇴근 후 습관이 되다시피 호프집으로 향하는 교사들에게 절대 술을 사지 않는다. 쩨쩨하다는 비난을 받을지언정 얻어먹고 만다. 한 번은 동료가 문 선생은 아내와 맞벌이하면서 왜 저렇게 술 인심이 인색하냐며 비난하는 ‘소리’를 들은 적도 있다.

자장면을 안주 삼아 소주잔을 기울였다. 한 병씩을 마시고 입가심하자며 호프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문 선생은 벌써 취기가 돌았다. 훌쭉한 키에 손가락이 가늘다. 몸이 실한 편은 못 된다. 내가 문 선생은 너무 사람을 가린다고 말하자, 자세를 고쳐 앉으며 정색을 했다.

사람값에 맞게 술값을 써야 한다. 저 번 학교에서 삼촌이 돌아가시고 뭉칫돈이 굴러들어오니 가슴이 벙벙해지더라. 그래서 이 친구 저 친구 가릴 것 없이 술·밥 간에 샀지. 한데 내 사람가치는 형편없어 지더라. 자기들이 잘 나서, 못 난 내가 가까이 하려고 접근하는 걸로 착각하더라니까. 하여 기준을 정하게 된 것이야.

그럼 나한테는 왜 먼저 술자리 하자고 합니까, 고 물으니, 문 선생 왈,

“자네는 ‘조 박’이잖아. 그리고 1차로 자장면을 사기도 하고.”

이명박 전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씨가 국가정보원의 특수활동비(특활비)로 명품을 구입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고 있다. 널리 알려진 대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상납 받은 수십 억대의 특활비로 자신의 기 치료와 주사 비용, 사저 관리비, ‘문고리 3인방’ 휴가비 등으로 사용했다. “의혹이 사실이면 동대구역에서 할복자살하겠다.”고 비장하게 외치던 최경환 의원이 특활비 1억 원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되었다. 성완종 리스트에 이름이 올라 있던 홍문종 자유한국당 의원은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과 관련해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는 경민학원을 압수수색 당했다. 출마 희망자들로부터 수억 원의 금품을 받은 것으로 의심 받고 있다.

이들은 왜 하나같이 뇌물을 받았을까? 이들은 결코 가난하지 않다. 모두 상당한 재산가들이다. 그러므로 뇌물 액수는 자신들의 부 증식에 별다른 기여를 하지 못할 정도이다. 그러나 스스럼없이 뇌물을 챙겼다. 단순히 이들은 부 중독자들이거나 그악한 탐욕스런 사람들이기 때문일까?

우리는 좋아하든 싫어하든 지니고 있는 권력과는 별도로, 인정과 성공에 대한 욕망을 갖고 있다. 동기는 성공의 경제학에서 주요한 심리적 요인이다. 그렇다면 당신은 어떤 종류의 성취욕을 갖고 있는가? 성취욕은 내적인 보상에 의해 동기를 부여받았는가, 아니면 외적인 보상에 의해 동기를 부여받았는가 하는 점이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어 새로운 도전에 대한 정복이나 기술 습득과 같은 즐거움이 아니라 오로지 지위와 돈 때문에 성공하려 한다면 외부적인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 더 추락하기 쉽고 상처를 받게 된다. 만약 외적 보상이 이루어진다고 해도 외적 보상의 효과는 오래가지 못한다. 또한 외적 보상이 동기 부여의 요인으로 남으려면 보상의 크기가 끊임없이 증가해야 한다. 그 중에서 돈은 가장 강력한 외적 동기이다. 하지만 만약 오로지 돈만을 동기로 삼는다면 당신은 결코 충분히 만족할 수 없을 것이다.2)

이명박(김윤옥)이나 박근혜나 최경환이나 홍문종은 돈이나 뇌물이 상징하는 바는 우리 일반 서민과는 다르다. 자신의 권력과 지위에 대한 존재 확인이다. 그 뇌물을 상납 받는 것으로 자신들의 존재감을 확인하는 것이다. 그들의 마음은 절대 빈곤 상태이다. 삶의 보람이나 가치를 자신의 내부에서는 길러낼 수 없다. 하여 매일 알랑쇠들에 둘러싸이고, 간간이 신분의 확인으로서 뇌물을 받음으로써 삶의 추동력을 얻는 것이다.

돈이 많은 사람이 돈에 더 탐욕스럽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부자니까, 재벌이니까 돈 욕심은 안 낼 것이다? 천만에, 정반대이다. 더 욕심을 낸다. 끊임없이 외부 보상으로 인생의 보람을 느끼는 사람들이니까. 그렇게 생겨 먹었으니까 현재의 부를 축적했다는 사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부는 분뇨와 같아서 쌓아놓으면 악취가 나지만 뿌리면 거름이 된다. 그러나 그들은 악취를 향긋하게 감상하는 치들이다. 뿌려 거름을 만들려는 ‘내적 동기’는 선천적으로 없을 뿐 아니라, 학습한 적도 없다.

우리의 일상은 정치가 규정한다. 그 정치를 담당하는 이들은 성취의욕이 매우 높은 사람들이다. 문제는 그들 대부분이 ‘내적 동기’나 공적 마인드가 희박하고 외부 보상에 더 관심한다는 사실이다.

솔바람을 쐬며 둥두렷한 보름달을 즐기는 마음 부자인 사람이 쌓은 재부財富에서 풍기는 분뇨 냄새에 탐닉하는 마음 빈곤한 사람에게 지배를 받아서야 되겠는가.

그러나 플라톤이 말했다던가. 정치적 무관심의 대가는 자신보다 못한 사람의 통치를 받는 것이라고. 그러므로 마음 부자인 사람은 더욱 깨어 있어야 한다.

※ 1)한승헌, 『한승헌 변호사의 유머 기행』(범우사, 2007)

2)미하이 칙센트미하이 등 저/허병민 옮김, 『최고의 석학들은 어떤 질문을 할까』(웅진 지식하우스,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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