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가 사냥에 불을 사용한다!
매가 사냥에 불을 사용한다!
  • 조송현 조송현
  • 승인 2018.01.24 17:13
  • 업데이트 2018.01.24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매가 사냥에 불을 사용한다!

불이 붙은 덤불 주변에서 먹이를 찾는 솔개들. 이들은 사냥을 하기 위해 불이 붙은 나뭇가지를 집어와 새로 불을 내기도 한다. 출처:코스모스(밥 고스포드)

도구를 사용하는 동물은 인간 말고도 침팬지 까마귀 등 제법 있다. 그렇다면 불을 도구로 사용하는 동물은? ‘인간이 유일하다’는 게 상식이라고 우리는 믿어왔다. 하지만 이 상식은 이제 편견으로 물러나게 되었다. 매, 솔개 등 맹금들이 사냥에 불을 사용하는 놀라운 일이 목격되었기 때문이다.

솔개, 휘파람솔개, 갈색매 등 맹금들이 사냥을 하기 위해 불을 지르는 사례가 호주에서 목격되었다고 과학 전문 매체 코스모스 매거진 최근호가 관련 연구팀과 학술 논문을 인용해 보도했다.

호주 중앙토지위원회 위원이자 조류학자인 밥 고스포드와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의 지리학자 마크 본타 교수팀은 2011년부터 2017년까지 20여 건의 목격 사례를 연구한 논문 ‘호주 북부에서 맹금류에 의한 의도적인 화재 확산’을 학술 저널 인종생물학(The Journal of Ethnobiology)에 게재했다.

호주 원주민의 구전설화에는 새가 불을 나르는 사례가 많고, 전통의식 중에도 그러한 새들의 행위를 묘사하는 게 있다고 한다. 이에 조류학자들은 호주 북부 톱엔드(Top End) 지역을 중심으로 이 같은 사례 수집에 나섰다.

조사 결과, 솔개(black kites), 휘파람솔개(whistling kites), 갈색매(brown falcons) 등 3종의 맹금이 산불이 날 때마다 모여들었다. 이들은 불이 붙은 덤불 주위를 맴돌다가 불길을 피해 덤불에서 뛰쳐나오는 도마뱀과 곤충 등을 잡아먹었다.

이들 맹금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직접 불을 질러 사냥하기도 했다. 불타는 작은 나뭇가지를 발톱이나 부리로 집어 덤불에 던져 먹이들이 불을 피해 덤불에서 나오도록 하는 것이다. 맹금들이 산불을 이용할 뿐 아니라 심지어 불을 질러 먹이 사냥에 이용하는 등 불을 통제하는 법을 이미 터득한 것처럼 보인다.

조류학자이자 호주 중앙토지위원회 위원이기도 한 밥 고스포드는 “산불이 난 곳 주변에는 어김없이 새들, 주로 솔개와 갈색매가 몰려들었는데, 이들은 손가락보다 조금 큰 불붙은 나뭇가지를 움켜쥐고 날아가 다른 곳에 불을 내려고 시도했다”고 말했다. 목격자 증언을 채록해온 밥 고스포드는 “맹금들의 그런 시도는 항상 성공한 것은 아니지만, 때때로 새로운 불길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고 말했다.

특히 놀라운 점은 맹금들이 집단으로 이 같은 ‘산불 확산’을 시도한다는 것이다. 맹금들의 이런 행동은 호주 북부 원주민에게는 잘 알려진 사실인데 종종 ‘신성한 의식’으로 묘사되고 있다고 한다.

밥 고스포드와 마크 본타 교수는 6년간 20여 건의 사례를 수집했는데, 목격자는 호주 북부 톱엔드 지역 전체의 호주 원주민은 물론 토지관리인, 공원관리인 등 다양하다. 또 퀸즈랜드의 동부 해안과 호주 서부에서도 목격 사례가 보고되었다. 이는 ‘불을 사용하는 매(fire hawks)’가 상당히 넓게 분포한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이에 대해 ‘동물의 도구 사용’ 전문가인 영국 옥스포드대학교 알렉스 카셀닉 교수는 “매우 흥미로운 현상”이라고 놀라움을 표시했다. 그는 “산불에서 벗어나거나 산불을 피해 달아나는 먹이를 사냥하는 법을 배우는 동물은 많은데, 이들 맹금의 경우 ‘불을 통제(control fire)’하는 형태를 보여준다는 데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인 자신도 인간 외의 동물이 이처럼 불을 적극 이용하고 통제하는 사례는 처음 듣는다는 것이다.

불을 활용하는 맹금류의 이 같은 행위는 새들이 수렵·채집 문제에 대한 혁신적인 해결책을 찾아내는 데 매우 뛰어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새로운 증거라고 카셀닉 교수는 말했다.

고스포드와 본타 교수는 이번 사례를 바탕으로 이들 '불매(fire hawks)' 맹금류의 행위와 산불 확산과의 연관성을 연구할 계획이다. 지금까지는 사람과 번개만이 자연발화와 산불 확산의 요인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불매(fire hawks)의 사례가 확인된 이상 불의 역사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요인을 살펴보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