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 워(The Next War)’와 평창올림픽
‘넥스트 워(The Next War)’와 평창올림픽
  • 조송원 조송원
  • 승인 2018.02.12 18:27
  • 업데이트 2018.02.1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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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트 워(The Next War)’와 평창올림픽

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북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과 나란히 앉아 11일 서울국립극장에서 열린 북한예술단 2차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출처: jtbc 캡처

지금 평창에서 ‘평화 올림픽’의 ‘하나 된 열정’이 한겨울의 한파를 녹이며 ‘행동하는 평화’를 실현하고 있다. 열광의 함성 못지않게 한반도 평화에 의미가 깊은 일이다.

그러나 화합과 평화가 넘치는 TV 화면을 떠나, 냉정히 한반도 상황을 주시하면 한파보다 더 엄혹한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현재의 한반도 지정학은 스포츠 축제의 열기로는 녹이기에는 너무 두터운 얼음덩어리인지도 모른다.

영국의 유력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는 지지난주 커버스토리를 ‘다음의 전쟁(The next war)’으로 장식했다. 지난 25년간 지역분쟁에서 수많은 인명이 희생되었다. 그러나 강대국 간의 전쟁을 상상도 할 수 없는 것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이젠 아니다.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과 영국의 주요 위협국으로 간주된다.

더욱이 더 절박한 문제가 있다. 곧 한반도에서 전쟁의 가능성이다. 그것도 올해, 2018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본 칼럼은 <이코노미스트>에 기대 한반도를 둘러싼 북-미 갈등의 근거와 전개 양상을 살피고, 한반도 평화를 위한 ‘기적 같은’ 평창올림픽의 역할을 살펴보고자 한다.

1994년 미국은 북한의 영변 핵시설을 폭격하려고 했다. 하루나 이틀이면 핵시설 전체를 파괴하여 쓰레기 더미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최후의 순간에 첫 폭격은 단지 그 지역에 ‘의미 있는 구멍’만 낼 수 있을 뿐이라는 것을 알았다.

더욱 우려스러운 상황은, 제한적인 공격도 전면전을 야기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북한은 서울을 향해 장사정포를 분당 1만 발을 발사할 수 있다. 이뿐 아니다. 드론이나 소형잠수정, DMZ 지하 땅굴로 침투하는 특공대에는 생·화학 무기나 심지어 핵무기까지 장착할 수 있다.

한국 전쟁이 말할 수 없이 위험하다고 할지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아시아 정책에 오랜 경력을 가진 미국 관리는 어느 때보다도 현재가 두렵다고 말한다. 미국의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이다. 그는 북한과 호언장담으로 맞붙어 싸우는 것을 즐긴다. 대통령뿐이 아니다. 대통령에게 꾸준히 영향을 미치는 장군들 또한 김정은이 미국 영토를 위협하는 무기를 구축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북핵에 대한 더 나은 선택지를 요구하는 대통령에 부응해, 관리들은 ‘예방 타격(preventive strikes)’을 논의한다. 예방 타격이란, 발사 준비가 완료된 미사일과 같이 임박한 위협에 대응한 ‘선제(pre-emptive)’ 공격 이전에 취해지는 행위를 나타내는 개념이다.

근본적으로 한국 전략에 대한 논의는 지극히 간단한 두 가지 질문으로 이어진다. 첫째, 중국은 단호히 북한과 관계를 끊을 것인가? 둘째, 김정은의 핵무기에 대한 집착을 단념시킬 수 있느냐? 만약 단념시킬 수 없다면, 책임감 있는 어떤 대통령이라도 타격을 신중히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일본 전문가가 요약한 바와 같이 “내일의 수백만 명의 희생을 막기 위하여 오늘의 수만 명의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중국은 북한 정권의 붕괴로 인한 혼란을 우려한다. 더구나 한반도가 서구 쪽으로 재통일 되어, 미국 동맹국과 강력한 미국 레이더와 국경을 맞대야 하는 상황을 우려하는 것이다. 더 나쁜 상황은 덩치 크고 선글라스를 낀 미군과 직접 대치하는 것이다.

그래서 트럼프 팀은 중국이 받아들일 만한 달콤한 구실을 제공하려 애썼다. 국무장관 틸러슨과 국방장관 매티스는 공개적으로 중국을 안심시키기 위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한반도의 비핵화를 추구하지만, 미국은 북한의 정권교체나 재통일 가속화에는 관심이 없다, DMZ 이북에 군대를 주둔시킬 이유도 없다, 오랫동안 고통 받고 있는 북한 주민들을 해칠 의향도 없다.

중국이 우려하는 사태는 미국이 북한의 핵무기를 계속해서 용인할 때 발생한다는 사실을 미국은 중국 지도자에게 확신시키려고 애쓰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 딜레마는 한 가지 의문점으로 귀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허세를 부리고 있는가? 북한과 중국 그리고 세계가, 김정은이 워싱턴이나 로스앤젤레스를 타격할 수 있는 핵무기를 갖지 못하도록 미국이 무력을 사용할 것이라는 것을 믿어야 하는가?

트럼프 팀은 자신들의 보스가 허세를 부리고 있지 않으며, 특히 2018년이 “아주 위험한 해” 란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그러나 놀랍게도 북한이 넘을 수도 있는 레드 라인(red lines)을 트럼프가 설정하여 두었는지를 물으면, 그들은 일반적으로 레드 라인을 긋는 데 매우 주의하고 있다고만 대답한다. 매체들이 북한에 “코피 ”(bloody nose)를 터트리는 타격¹⁾에 대해 의론을 하지만, 정부 관리는 그 문구는 “언론의 작문”이라고 일축했다.

소식통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대화의 효용에 대해 각기 다른 견해를 가진 매파와 비둘기파로 나눠져 있다는 것은 부정한다. 그러나 김정은의 의도에 대해 비교적 낙관주의와 비교적 비관주의로 나눠져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특히 비관론자들은 자위自衛를 위해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핵무기가 필요하다는 북한의 주장을 믿지 않는다.

논리적으로나 김정은의 말을 통해서거나 핵 프로그램은 더 큰 야망을 목표로 한다고 한 미국 고위 관리는 주장한다. 아마 그 야망은 “한반도에서 미군을 몰아내”거나 인공기 아래 재통일하는 일일 것이다. 그 관리는, 수백만 명을 굶겨 죽여가면서 핵무기를 원하는 것은 단순히 억지력을 얻기 위해서라면 도저히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장사이며, 북한은 그런 장사를 할 리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겁을 주어 김정은을 협상 테이블로 불러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전・현직 관리들은 트럼프가 단지 허세를 부리고 있기를 개인적으로 소망한다. 제한적인 타격이라도 대량 보복을 당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한 미국 고위 관리는 군 동료들에게 전면전을 일으키지 않고 김정은을 위협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를 물었다. 어떤 동료도 그 해답을 갖고 있지 않았다. 신뢰가 사라지면, 제한적 공격이라는 확신이 없으므로 북한은 임박한 위협이 아닌데도 임박한 위협으로 볼 수도 있다.

상호 몰이해

오바마 행정부의 국방부 관리였던 아브라함 덴마크(Abraham Denmark)는, 해안의 폭격기 비행과 같은 미국의 의지의 과시에 대해 북한이 과잉 대응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북한은 전쟁의 시작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어떻게 북한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도록 할 수 있단 말인가? 이 생각으로 잠을 잘 수가 없다. 한밤중에 북한 쪽의 발사 권한은 누가 가지고 있는가?”

이 북한의 상대편에 도널드 트럼프가 있다. 예측 불허의 인물이다. 적절한 선택지가 없는데도 자신이 참을 수 없다고 생각되는 위험에 섣불리 맞서려고 하는 인물이다. 미국의 한 관리는 말한다.

“그 대통령(도널드 트럼프)은 어쩔 수 없이 조치를 취할지도 모른다. 충돌의 가능성은 매우 높다.”²⁾

여기까지가 <이코노미스트>의 시각이다. 이제 한반도와 평창 올림픽으로 눈을 돌려보자. 11일 오후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 광장에서 ‘평양올림픽’ 반대 집회를 열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사진과 인공기를 불태웠다. 일부 보수세력은 북한의 올림픽 참가 자체를 ‘체제선전 공세’라고 매도한다.

앞서 10일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여동생인 김여정 특사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북한 방문을 초청했다. 이에 대해 자유한국당은 “북한의 핵 폐기가 전제되지 않은 정상회담은 이적행위”라며 북핵 문제 해결 없이는 남북 정상회담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도 방한 기간 중 보여준 행동은 대단히 실망스럽다. 그는 개막식 리셉션에서 북한 대표단과 아예 인사조차 나누지 않고 5분 만에 자리를 떴다. 외교적 결례일 뿐 아니라 무례하기 짝이 없는 행동이다. 그는 방한 기간 중 북측 인사들과는 접촉하지 않고, 천안함 기념관 방문, 탈북자 면담 등의 행사를 통해 북한의 인권 참상을 부각하고 김정은 정권을 ‘잔혹한 독재 정권’으로 규정했다.

우리의 삶터인 한반도의 평화를 구성하는 필수 행위자는 남한과 북한, 그리고 미국이다. 미국은 펜스 부통령 등 강경파의 행태에서 보듯 차라리 남북관계 해빙에 훼방꾼이다. 그러나 미국은 어차피 한반도의 주인이 아니다. 지정학적 이해관계에 관심하는 제삼자일 뿐이다.

다행히도 북한은 대화의 손길을 평창 올림픽을 통해 분명히 내밀었다. 이 손길이 ‘체제선전’이든 ‘평화공세’이든 반가운 일이다. 그만큼 상황이 너무 절박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평화공세’에 움츠릴 것이 아니라 이 국면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그래서 남북관계가 풀리면 미국이 훼방을 놓을 명분을 잃게 된다. 모름지기 한반도 평화 문제의 열쇠를 우리가 갖게 되는 것이다.

아쉬운 건 대한민국의 보수를 참칭하는 세력들의 준동이다. 그들은 엄혹한 우리 삶터의 현실을 이해하고나 있는 것일까? 화해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어 얻고자 하는 이익이 무엇일까? 보수의 기본 덕목은 애국이다. 전쟁의 참화보다 더 비애국적인 일이 있단 말인가!

예나 지금이나 ‘애국’의 외피를 쓰고 파당의 이익을 도모하는 세력은 존재했다. 지금도 존재하고 앞으로도 존재할 것이다. 그러나 그런 세력들을 뒤로 물리고 역사는 진전해 왔다. 깨어있는 시민들이 촛불로 어두운 시대를 밝혔듯, ‘역사 문맹’들에 아랑곳하지 않고 전진하자. 단, 그 토대는 우리 삶의 근거인 한반도의 평화임은 잠결에서라도 잊지 말자.

※1)코피 전략(bloody nose strike, 제한적 선제 타격). 전면전全面戰으로 비화하지 않도록 코피를 내는 정도로 타격을 가해, 미국의 힘을 보여주는 전략을 말한다. 2)참조. <The Economist>, 'The next war', 2018. 1. 27-2.2, p.9. / 'Face off', pp.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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