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흑물질이 중력파로부터 생겨났다고?
암흑물질이 중력파로부터 생겨났다고?
  • 조송현 조송현
  • 승인 2018.02.14 23:01
  • 업데이트 2018.02.23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암흑물질이 중력파로부터 생겨났다고?

중력파를 방출하는 두 개의 블랙홀 융합을 시각화한 슈퍼컴퓨터 시뮬레이션. 출처: NASA

천체물리학의 핫이슈인 암흑물질 연구의 새로운 문이 열렸다.

미국 브라운대학과 프린스턴대학의 연구팀이 암흑물질이 중력파로부터 생겨났다는 요지의 새로운 암흑물질 이론을 발표했다고 영국의 과학기술 전문 매체 뉴사이언티스트가 최근 보도했다. 연구팀의 관련 논문은 출판 전 공유 사이트(arXiv)에 게재되었다.

암흑물질(dark matter)은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히 존재한다고 여겨지는 물질이다. 보이지 않는 것은 빛(전자기파)과 상호작용을 하지 않기 때문. 그럼에도 존재한다고 믿는 이유는 질량을 가진 보통 물질과 중력작용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암흑물질은 우리가 보고 만질 수는 없지만 분명이 ‘그곳 어디쯤에’ 존재한다고 여겨진다. 계산에 의하면 암흑물질은 암흑에너지를 포함한 우주 전체 구성물의 약 25%(물질의 약 80%)를 차지한다.

1978년 여성 천문학자 베라 루빈(Vera Rubin)이 은하계 가장자리 별들의 속도를 통해 관찰 가능한 물질보다 더 많은 ‘암흑물질’의 존재를 추정했다. 그 후 많은 천문학자와 천체물리학자들이 암흑물질의 정체를 밝히려고 노력했으나 그 베일을 벗기지 못했다.

수십 년 동안 물리학자들은 암흑물질이 ‘약하게 상호작용하는 무거운 입자인 윔프’(WIMP)로 만들어 졌다고 생각해 왔다. 이것은 우주의 모든 입자가 더 무거운 파트너 입자를 가지고 있다는 ‘ 초대칭(supersymmetry) 우주’ 전제 아래 도출한 결론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초대칭성이나 윔프(WIMP)에 대한 모든 탐색은 허사로 돌아갔다.

이런 차에 연구팀은 중력파와 연계한 새로운 접근방식의 암흑물질 이론을 제안해 ‘멋진 아이디어’라는 평가를 받았다. 연구자는 이 분야 명성이 자자한 학자들로 브라운대학의 에반 맥도너(Evan McDonough)와 스테판 알렉산더(Stephon Alexander), 그리고 프린스턴대학의 데이비드 스페겔(David Spergel)이다.

맥도너 팀은 중력파와 연관된 특정 메커니즘이 암흑물질의 존재를 설명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잘 알려진 대로 중력파는 1915년 아인슈타인이 상대성이론을 통해 예언했고, 101년 만인 2016년 처음 탐지되었다.

맥도너 팀은 ‘암흑물질 쿼크(dark matter quarks)'라고 불리는 입자의 존재를 가정 한 '원시 우주 모델'을 사용했다. 이때 암흑물질은 오늘날 암흑물질과 다른 뜻이다(그래서 이를 '암흑쿼크'라고 줄여서 쓴다). 이 암흑쿼크는 카이랄성(chirality)이라는 속성을 갖는 것이 특징이다. 이 속성은 입자의 꼬임 방식을 말하는데, 사람이 오른손잡이와 왼속잡이가 있듯이 입자 중에는 오른꼬임 입자와 왼꼬임 입자가 있다는 것이다. 중성미자(neutrino)도 카이랄성을 갖는데, 왼꼬임이다.

맥도너는 카이랄성이라는 속성에 영감을 얻었다. 카이랄 비대칭이 입자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의문을 품은 것이다. 그는 초기 우주가 카이랄성을 가진 중력파를 갖는다면, '반물질에 대한 물질의 초과' 현상을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맥도너는 "카이랄성 중력파를 생성하는 많은 작동 메커니즘이 있으며, 그것 모두는 모두 물질 - 반물질 비대칭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전연구에 의해 설정된 맥도너 팀의 '원시 우주 모델'에 따르면 초기 우주의 중력파도 카이랄성을 갖고 있다. 그래서 암흑쿼크의 카이랄성이 초기 우주의 중력파의 카이랄성과 상호작용할 수 있었고, 그 결과 오늘날의 암흑물질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논문에 따르면, 우주가 팽창, 냉각되면서 카이랄성의 암흑쿼크와 중력파가 상호작용한 끝에 암흑쿼크의 초과분이 여분으로 남게 되었다. 이 상황은 우주 초기 물질과 반물질이 상호작용해 반물질은 모두 소멸하고 여분의 물질이 남아 오늘의 별과 은하를 구성한 것과 같은 이치다. 즉 물질과 반물질이 비대칭이었기에 가능했다.

이 여분의 암흑쿼크는 초유체(superfluid)라고 불리는 특이한 물질로 응축되었다. 이것은 오늘날 ‘배경장(background field)’의 형태로 여전히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 맥도너 팀은 우리가 알고 있는 암흑물질은 사실상 이 배경장의 들뜸 상태라고 제안했다. 이것은 마치 광자가 전자기장의 들뜸 상태인 것과 같은 원리이다.

맥도너 팀의 연구모델로 생성된 암흑물질 입자는 ‘약하게 상호작용하는 무거운 입자 윔프(WIMP)’보다 가볍다. 이것은 현재 암흑물질이 보통 물질과 상호작용하지 않는 사실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또 WIMP와는 달리 은하 전역에 보다 고르게 분포된다. 동시에 암흑물질과 정상물질의 비율은 반드시 우주 전체에 걸쳐 일정할 필요도 없다.

특히 공동연구팀의 스페겔은 “이러한 ‘새로운 암흑물질’의 독특한 특성은 관측 방법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균일한 암흑물질이 우주배경복사에 쏟아져 들어가 독특한 신호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슈페겔은 지금으로선 관측할 방법은 없지만, 새로운 암흑물질은 은하단과 같은 큰 규모의 천체 구조물의 형성과 중력파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스탠포드 대학의 마이클 페스킨(Michael Peskin)은 뉴사이언티스트 와의 인터뷰에서 "멋진 아이디어"라며 “암흑물질 연구의 새로운 문을 열었다”고 말했다.

기사 출처: 뉴사이언티스트, arxiv.org/pdf/1801.072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