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기협회 후원금 받는 트럼프와 정치인들, 부끄러운 줄 알라"
"총기협회 후원금 받는 트럼프와 정치인들, 부끄러운 줄 알라"
  • 조송원 조송원
  • 승인 2018.02.21 17:50
  • 업데이트 2018.02.2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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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기협회 후원금 받는 트럼프와 정치인들, 부끄러운 줄 알라"

플로리다 마조리 소톤맨 더글러스 고교 총기난사사건 생존자 엠마 곤잘레즈의 방송인터뷰. 그는 "총기협회의 후원금을 받는 정치인은 부끄러운 줄 알라"고 일갈했다. 출처: CNN 뉴스

미국에서 왜 총기 난사 사건이 끊이지 않는가?

미국 플로리다주 파크랜드에 있는 마조리 스톤맨 더글라스 고등학교(Marjory Stoneman Douglas High School)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했다. 현지 시간으로 지난 14일 오후 2시 30분에 발생한 이 사건으로, 최소 17명이 사망하고 19명이 부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격범 니콜라스 크루즈(Nikolas Cruz)는 이 학교 퇴학생으로 재학 중에도 총기류와 같은 무기에 집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 일어나는 총기 난사 사건은 일회성이 아니라는 데 문제가 심각하다. 올 1월과 2월 사이 한 달 반 동안 미국에서 특히 학교에서 18번이나 총기 난사 사건이 일어났다. 그러므로 미국의 총기 난사 사건은 우연이라든지 돌발성 사건이라고 가벼이 치부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뭔가 더 깊은 뿌리가 똬리를 틀고 있다고 봄이 합리적인 추론일 것이다.

전국총기협회(NRA, National Rifle Association)는 막강한 조직과 자금력으로 미국의 어떤 이익단체보다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특히 영화 <벤허>의 주인공 찰톤 헤스톤(Charlton Heston. 1923~2008)은 전국총기협회의 역대 회장 중에서 가장 유능한 회장으로 평가받고 있다는 사실에 당혹감이 들기도 한다. <벤허>에서 손에 십계명을 들고 유대 민족을 고난으로부터 탈출시킨 모세 역할의 찰톤 헤스톤과 총기협회 회장으로서 “총을 빼앗으려면 나를 먼저 죽이라”고 외치는 현실의 찰톤 헤스톤, 어딘가 이빨이 맞지 않는 것도 같다.

그러나 총기협회의 로비만이 문제일까? 미국 총기문화에는 우리가 이해하기 힘든 역사적 조건이 있다. 반드시 ‘강 건너 불’인 것만도 아니다. 글로벌 시대에 심심찮은 미국의 총기 난사 사건은 제대로 이해를 해 둘 필요가 있음직하다. 마침 동서대학교 저스틴 펜도스(Justin Fendos) 교수의 <오늘날 미국 총기 문화 이해하기>¹⁾란 썩 명쾌한 칼럼을 읽은 적이 있다. 하여 번역하여 독자제현과 이해를 나누고자 한다.

미국에서 끔찍한 총기 사고가 자주 발생하니, 사람들은 미국 총기문화에 대해 내게 종종 묻는다. 특히 동아시아의 대한민국 사람들은 미국 같은 선진국 사람들이 총기 사고를 당할 수 있는 일상을 감내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기 어려운 모양이었다. 하여 설명을 해보고자 한다.

첫 째, 총기 휴대 권리를 규정한  ‘법’

미국에는 시민의 무기 소지 권리를 언급한 ‘수정 헌법 제2조’가 있다. 이 조항의 정확한 표현은 다음과 같다.

“잘 규율된 민병대는 자유로운 주(state)의 안보에 필요하므로, 무기를 소유하고 휴대하는 인민의 권리는 침해될 수 없다.”

수정 헌법 2조의 표현은 무기 소지 권리가 민병대 유지하기 위해서 필요하다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조항의 현대적 해석은 민병대와 전혀 관련이 없는 모든 시민의 권리로 확장되었다. 물론 이런 해석은 논란거리였다. 미국의 여러 다른 주에서 온 민병대가 영국 통치를 타도하기 위해 싸운 '미국 혁명'(the American Revolution)이라는 시대적 배경에서 제정되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현대적 해석은 ‘미합중국 대 밀러’(United States vs. Miller)와 같은 판례를 통해서 법적으로 확립되었다.

둘째, 총기는 연간 매출 50조 원의 거대 산업 ... 막대한 정치자금줄 

미국에서 무기와 실탄의 판매는 500억 달러의 거대 산업이다. 매년 1100만 정 이상의 총기류가 생산되며 전임 노동자 25만 명을 고용하는 산업이다. 총기산업의 관점에서 보면, 총기 규제는 재앙과 다름없을 것이다.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서 미국 총기 회사들은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특히 최근에는 더욱 적극적이다. 이 정치 참여의 통로 중 하나가 전국총기협회이다. 이 협회는 총기규제반대(pro-gun) 정책을 위해 로비하는 비영리단체이다.

2016년 대선 기간 동안, 모든 선거 관련 활동에 쓰인 돈은 68억 달러이다. 이 전체 금액 중에서 상당한 부분인 4억1900만 달러를 미국총기협회가 기부했다. 총기회사와 그 외의 총기규제반대 단체들의 직접적인 기부에 더하여, 총기규제반대 로비는 미국 정치에서 사용되는 모든 금액의 7% 이상을 차지한다.

이 돈이 가장 유력한 총기규제반대 정치가들의 선거에 집중적으로 쓰인다는 것을 고려하면, 이 정치자금이 총기회사들에 유리한 정책을 촉진하고 유지하는 데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비교해 보자면, 친환경정책 로비는 전체 선거 운동 자금의 0.5%에도 미치지 못한다.

세 째, 치안 불안 방치 ... 총기 수요 조장

미국에서는 안전하지 못한 지역이 매우 많다는 것은 슬픈 진실이다. 이런 지역들은 대개 소수 민족들이 거주하고 치안 상태가 아주 부실하다. 최근 BBC에서 상세히 보도했듯이, 이 지역 사람들은 너무 많이 폭력을 당해 편모(single mother)들마저 총기를 소지하고 있다. 더욱이 자녀들을 보호할 필요가 있을 경우에는 방마다 총을 비치해 두고 있다. 이런 상황은 소설(fiction)이 아니다. 이런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현실인 것이다.

이 지역 사람들이 구입하는 총기는 물론 앞에서 말한 총기 회사들이 파는 것이다. 하지만 치안 불량의 지역과 그 지역민의 총기 구매와 총기 회사와 총기규제반대 정치인과의 관계에 대해 아주 중요한 주장이 있다.

총기규제반대 단체의 돈으로 당선된 정치가들은 가난한 지역의 낮은 치안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려고 적극적으로 활동한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그 정치가들이 왜 그런다고 생각할까? 답은 간단하다. 치안 상태가 나빠야 총기 수요가 줄어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 주장에 대한 증거는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러나 이 지역 주민들은 자신들을 보호해 줄 주체로서 정부에 대한 신뢰가 아주 낮은 경향이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투표율도 아주 낮다.

이렇게 정치 참여가 부족하므로 선거 과정에서 이들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게 되고, 사회적・정치적으로 소외되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는 것이다.

이상이 펜도스 교수의 미국 총기문화에 대한 분석이다. 법과 돈과 개인 안전이 미국 총기문화의 근본이라는 통찰이다.

앞으로 미국은 총기 사고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까? 악에 침묵하는 것은 악의 공범자와 진배없다. 평범한 시민이 촛불을 들어야 한다. 역시 미국의 청소년들이 행동에 나섰다.²⁾

총기난사 사건에서 생존한 학생들이 총기 규제를 호소하는 전국 집회를 워싱턴에서 개최한다고 18일 밝혔다. 이 학생들은 기자 회견을 열어 3월 24일에 ‘우리 생명을 위한 행진’을 하겠다며, 전국총기협회를 비롯한 관련 로비 단체들로부터 헌금을 받은 정치인들에게 주는 ‘부끄러움의 배지’도 제작하겠다고 발표했다.

총기 참사가 이어지는데도 총기 규제는 언급하지 않고 민주당과 연방수사국(FBI)에 책임을 돌리는 데 급급한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비판이 쏟아졌다. 총격이 가해질 때 두 시간 동안 옷장에 숨어 목숨을 구한 칼리 노벨은 “당신은 학생들에게 책임을 물었다. 당신의 공감 부족은 당신이 얼마나 한심한 사람인지 증명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했다.

17일 집회에서 총기협회로부터 돈을 받는 트럼프 대통령 등을 비판하는 연설을 한 학생 에마 곤잘레즈는 <ABC>(에이비시) 방송 인터뷰에서 “총기협회로부터 돈을 받는 정치인은 부끄러운 줄 알라(shame on you!), 우리는 그들이 더는 필요치 않다”, “그들은 중간선거 때 사라질 것이다.”라며 낙선운동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떻게 반응할까? 루벤 갈레고 민주당 하원의원의 말처럼 ‘17명 아이의 죽음조차 자기 이야기로 활용하는 사이코패스’인 사람이 대통령인 나라에서 어쩜 총기난사 사건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에서 전국총기협회에서 정치헌금을 받는 정치인이 얼마나 사라질까?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될 수 있겠다.

※1)Justin Fendos, Understanding US gun culture in modern days, <The Korea Herald>, 2017.12.7. 2)정의길, <한겨레신문>, 2018.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