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창 교수의 슈마허 톺아보기 <18>재벌의 소유구조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 어떻게 볼 것인가?
김해창 교수의 슈마허 톺아보기 <18>재벌의 소유구조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 어떻게 볼 것인가?
  • 김 해창 김 해창
  • 승인 2018.02.27 17:13
  • 업데이트 2018.0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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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창 교수의 슈마허 톺아보기 <18>재벌의 소유구조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 어떻게 볼 것인가?

딸을 안고 흐뭇한 미소를 짓는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주커버거와 아내 프리실라 챈. 주커버거는 딸의 미래를 생각하며 자신이 보유한 페이스북 주식 99%, 약 52조 원을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출처: 마크 주커버그 페이스북 페이지.

최근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과 관련해 뇌물혐의로 기소됐던 삼성 부회장 이재용과 롯데 회장 신동빈의 재판 결과, 이재용 피고에겐 집행유예가, 신동빈 피고에겐 실형이 선고돼 법정구속된 데 대해 사법부의 고무줄 잣대에 대한 비난 여론이 뜨겁다.

그런데 이러한 재판 결과 과연 우리나라에서 재벌 존재가 어떠한가에 대해 새삼 논쟁이 일고 있다. 이러한 재벌의 문제는 태생적으로 소유구조의 문제이기도 한데 이러한 잘못된 구조를 바로 잡을 길은 없는 것일까?

대기업의 소유구조 변화에 대한 좋은 사례를 우리는 슈마허에서 찾을 수 있다. 슈마허는 소유구조를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가에 대해 자신이 참여한 중소기업인 ‘스코트바더사(Scott Bader Co. Ltd.)’의 사례와 대기업의 소유구조 개혁안에 대해 확실한 자신의 견해를 내놓았다.

슈마허가 경영자문으로 참여했던 스코트바더사는 어니스트 바더(Ernest Bader)가 30세 때인 1920년에 창립한 기업으로 1951년에 종업원 161명에 연매출액 약 62만5000파운드, 순이익 7만2000파운드의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어니스트 바더는 기업을 인간의 필요에 맞춘다는 철학에서 기업의 혁신을 시도해 지주회사인 스코트바더공동체(Scott Bader Commonwealth)를 설립하고 스코트바더사에 대한 소유권을 1951년 90%, 1963년 나머지 10%를 이 공동체에 양도했다.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것은 스코트바더사의 행동강령이다. 첫째, 회사는 모든 종업원이 전체 모습을 그려볼 수 있도록 작은 규모를 유지해야 한다. 종업원이 350명 이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둘째, 조직 내부에서 일에 대한 보수는 최저수준과 최고수준의 격차가 나이, 성별, 직무, 경험에 상관없이 세전 기준으로 1대 7을 초과해서는 안 된다.

셋째, 공동체 성원은 종업원이 아니라 동료이므로, 중대한 개인적 과오를 저지르지 않는 한 어떠한 이유로든 다른 동료들로부터 해고당할 수 없다. 넷째, 스코트바더 이사회는 공동체에 대해 완전하게 책임을 진다. 다섯째, 공동체는 스코트바더사의 순이익의 40% 이상을 취득해서는 안 된다. 공동체는 이익의 절반을 사원에게 보너스로 지급하고, 나머지 절반은 외부 자선단체에 기부해야 한다. 여섯째, 스코트바더사의 제품 중 그 어느 것도 전쟁과 관련된 목적을 위해 사용할 것으로 알려진 고객에게 팔아서는 안 된다.

스코트바더사의 이러한 행동강령은 오늘날에 비춰 봐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의 모델이 될 정도이다. 그 뒤 스코트바더사는 어려움을 겪긴 했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점점 더 튼튼해져 1971년에는 매출액 500만 파운드, 순이익 30만 파운드, 종업원수는 한 때 379명으로 늘어났다. 또한 20년간 15만 파운드 이상의 돈이 종업원에게 보너스로 지급됐고 같은 액수의 돈이 공동체를 통해 외부 자선단체에 기부됐고, 몇 개의 소규모 신규 기업들이 설립됐다. ‘착한 기업’의 성공모델을 보여준 것이다.

슈마허는 또한 대기업의 소유권 체계를 변화시켜 진정한 ‘혼합경제’를 실현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적어도 대기업에 관한 한, 사적 이윤에 대한 공공의 몫을 차라리 민간기업의 주식에 대한 공공의 지분으로 전환시키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며 “공공기관이 민간 대기업의 배분이윤 중 절반을 수령해야 하며 그 방법은 이윤세가 아니라 기업 주식의 50%를 소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어떤 기업이든 종업원 수가 일정한 경계선을 넘어서면 사실상 공기업이 되기 때문 종업원을 기준으로 최소 규모에 도달한 주식회사의 경우, 이러한 회사의 모든 주식은 미국식 패턴에 따라 비액면주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미 발행된 주식수만큼 신주를 발행해 주식을 2배로 늘리고, 이 신주를 공공기관이 보유하게 함으로써 공적 소유를 하게 하는 것으로 이 경우 어떠한 보상문제도 발생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더 나아가 그는 해당기업이 위치하고 있는 지역의 공공기관이 총주식의 50%를 차지하는 신규 발행 주식을 소유해야 하고, 특별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한, 기업의 민간경영자에게 모든 권한이 부여되어야 하며 공공기관이 그에 따른 경영권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또한 대기업이 전환의 구상이 없는 경우에는 이윤세로 지불했을 법한 크기보다 조금 더 많은 금액을 공공기관에 배당금으로 지불한다면, 과도한 규모를 억제하는 데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유인으로 기능할 것이며 이러한 구상은 ‘완벽하게 실행 가능한 것’으로 ‘점진적이면서 실험적인 방식으로 도입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바스트코더사는 행동강령으로 임원과 직원간의 연봉 차이를 7:1 이내로 규정했는데 오늘날 우리나라의 대기업 임원 직원 연봉 차이는 어떨까? 2014년 대기업 CEO, 임원진과 직원들의 연봉 격차가 평균 36배고, 최고 차이가 나는 것은 삼성전자로 무려 143배였다. 삼성전자 신종균 사장이 그해 받은 연봉은 145억7200만 원이다. 일반직원의 평균 연봉이 1억2000만 원 정도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그해 연봉은 115억6000만 원으로 현대제철 일반 직원들의 평균 연봉인 8천7000만 원의 132.8배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직원 평균연봉의 51.7배, 이재성 현대중공업 이사는 49.1배, 정준양 포스코 전 회장이 48.7배라고 한다. 그런데 정말 놀라운 것은 이번 발표는 기업 CEO들의 스톡옵션이나 자사주 등의 배당수익은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연합뉴스TV, 2015.4.1).

2015년 8월부터 불거진 신동주‧신동빈 형제의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으로 국민들은 우리나라 재벌의 부끄러운 민낯을 그대로 보았다. 이런 국내 재벌가의 경영권 다툼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2000년 3월 현대그룹에서 벌어졌던 이른바 ‘왕자의 난’은 우리나라 재벌의 부끄러운 실상을 전 세계에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던 사건이다. 당시 와병 중이던 현대그룹의 창시자 고 정주영 회장이 일선에서 물러난 뒤 경영대권을 차지하기 위해 정 회장의 둘째 아들 몽구, 5번째 아들 몽헌이 ‘현대그룹 경영권 쟁탈전’을 벌였던 것이다.

또한 경영권 분쟁이라기보단 재산권 분쟁을 벌인 ‘삼성그룹의 이맹희‧이건희 형제 소송’도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형인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이 2012년 7100억대 상속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된 것인데 이후 2014년 2월 이맹희 회장이 항소심에서 패하고 상고를 포기해 형제간 다툼은 일단락됐다.

언론에 따르면 국내 40대 재벌그룹에서 지금까지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일어난 곳은 모두 18곳이라고 한다. 고령의 창업주, 형제 간의 갈등, 불명확한 지분 정리 등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모두가 회사를 사유물로 생각하는 후진적 경영사고에서 비롯된 것이다.

2015년 12월 페이스북 창업자인 마크 주커버그가 자신의 딸 맥스의 출생을 기념해 부인과 함께 보유한 회사 주식 99%(약 450억 달러, 약 52조 원)를 기부할 계획을 밝힌 것은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주커버그 부부가 페이스북에 남긴 글은 이렇다.

“네가 살아갔으면 하는 세상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게 됐다. 모든 부모들처럼 우리도 네가 우리 삶보다 더 나은 세상에서 자라기 바란다.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기부)을 하고자 한다. 너를 사랑해서만이 아닌 다음세대 모든 어린이들에 대한 우리의 도덕적 책임감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현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과 함께 앞으로 다가올 생명들의 삶의 질을 증진시키기 위해서도 지금부터 투자할 의무가 있다. 많은 기관들은 문제들에 돈을 투자하지만, 대부분의 진보는 혁신을 통한 생산성 증가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노블리제 오블리주를 실천한 분으로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고 유일한 박사(1895-1971)가 있다. 유한양행과 학교재단 유한재단을 설립한 유 박사는 투명하고 정직한 기업경영의 표상으로 상징되며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했다. 아들 대신 전문경영인에게 회사운영을 맡겼다. 물론 그는 독립운동을 한 이력조차 스스로 밝히지 않은 분이어서 1995년에야 건국훈장 독립장이 추서됐을 정도이다.

그러면 이러한 재벌문제를 우리나라에서는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 오마이뉴스(2015.8.6)의 ‘롯데 거미줄 지배구조, 해체는 이렇게’라는 제하의 기사는 우리나라의 재벌문제와 해결방향에 대해 인식을 새롭게 하게 한다.

재벌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으로는 언제나 비정상적인 지배구조가 꼽힌다. 재벌 총수 일가들은 낮은 지분을 가지고도 계열사 간의 순환출자로 기업을 소유한다. 이사회는 폐쇄적으로 운영되고 사실상 재벌 일가의 거수기 노릇을 할 뿐이다. 공정거래법 강화와 소액주주들의 집단행동으로 이를 바꿔보려는 시도가 계속됐지만, 재벌 기업은 그때마다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었다. 사후적 조치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를 바꾸기 위해서는 당시 이언주 새정치연합(현 바른미래당) 의원이 제출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 법률안’과 같이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 기업 생태계를 근본적으로 바꿔가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흔히 대기업은 자신들이 국가에 엄청난 기여를 하고 있다고 믿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슈마허는 『작은 것이 아름답다』에서 대기업이 사회공헌에 적극 나서야 할 이유를 다음이 들고 있다. “민간기업은 이윤이 자신들이 노력한 대가인데 당국이 그걸 상당 부분 세금으로 빼앗아간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진실이 아니다. 진실은 공공기관이 민간기업의 비용의 많은 부분을 부담한다는 데 있다. 왜냐하면 그것이 사회간접자본의 비용을 부담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민간기업의 이윤은 상당히 과대평가되는 셈이다”라고 말이다.

오늘날 대기업의 성장은 이러한 각국 국민들의 희생에 의해 이뤄졌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슈마허가 오늘날 우리나라의 재벌 행태를 보면 무슨 말을 할까? 슈마허가 살아있다면 그에게 재벌개혁의 칼자루를 한번 맡겨봤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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